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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이 우상숭배? 세계의 기상천외한 게임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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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게임산업은 급속히 발전했으나, 그에 따른 수많은 부작용도 함께 낳았다. 국내의 경우 2000년대 중반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게임물관리위원회(당시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신설되는 등 아케이드 및 사행성 게임에 대한 관리 기준이 매우 엄격해졌고, 2011년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출발한 ‘셧다운제’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전세계적으로 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게임규제가 있다. 일단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활동하는 심의등급기관들이 있다. 이들은 게임 콘텐츠 수위를 보고 사용 연령제한을 매기는 최소한의 규제를 한다. 극단적인 사례로는 과거 중국이나 그리스 등이 콘솔 게임 혹은 게임 전반에 대한 금지책을 펼친 적도 있었다. 물론 이 정책들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폐지된 지 오래다.

하지만, 2017년 현재도 세계 곳곳에는 각종 게임 규제가 시행 중이다. 게임메카는 해외에 존재하는 독특한 규제법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e스포츠를 도박과 동일시하는 게임 왕국, 일본


▲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는 e스포츠지만, 일본에서는 예외다 (사진: LOL MSI 그룹스테이지 현장, 라이엇게임즈 제공)

게임왕국으로 불리는 일본도 게임과 관련한 독특한 규제가 있다. 바로 e스포츠다. 일본은 ‘게임 왕국’이라는 별명답게 1980년대 프로게이머 시조격 인물인 ‘타카하시 명인’을 배출해내고 각종 격투게임 대회를 개최하는 등 일찍부터 e스포츠 기반을 닦아 왔다. 그러나 국내를 필두로 e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세계적으로 붐이 일고 있는 와중에도 정작 일본에서는 제대로 된 리그나 프로게이머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일본의 경품 표시법과 도박법은, 회사가 유저 및 선수들에게 참가비나 관람비를 받아 상금으로 제공하는 것을 일종의 도박 행위로 보고 있다. 즉, 게임회사가 고액 상금을 건 대회를 열지 못하는 구조다. 처음에는 빠찡코 등 사행성 게임을 규제하기 위해 생긴 법이지만, 규제 대상에 일반 게임이 함께 묶여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오프라인을 통한 소규모 대회 외에는 전국/세계적 규모 대형 리그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해당 법안 때문에, 일본 e스포츠 시장은 게이머 풀에 비해 상당히 침체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새 ‘일본 e-스포츠협회’, ‘e-스포츠 추진기구’, ‘일본 프로 e-스포츠 연맹’ 등이 차례차례 발족되고, 참가비나 관람비를 받는 대신 대기업 스폰서를 통해 상금을 조달하는 대회가 증가하면서 e스포츠에 대한 인지도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e스포츠 규제 법안을 없애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어 향후 발전을 주목해 볼 만 하다.

나치와 폭력에는 유독 민감, 독일


▲ 나치 문양과 폭력성에 유독 민감한 독일 (사진: larsschmeink.de)

독일은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모범 사례다. 특히 나치와 관련된 사항에 있어 민감한데, 공공 장소에서 나치식 경례만 해도 근처 시민들에게 얻어맞고 경찰에 체포될 정도다. 따라서 나치를 미디어에서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다큐멘터리나 학술, 교육용도 등이 아니면 허용되지 않는다. 독일 형사법에 따르면, 나치 기(하켄크로이츠 문양)를 공공장소에 노출하거나 배포, 생산, 수입, 수출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혹은 벌금형에 처해진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육 당국의 허가를 받아 철저히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게임이 아니라면, 나치가 직접 등장하는 게임은 독일에서 출시될 수 없다. 나치가 세계를 지배하는 등의 가상 역사를 다룬 게임은 물론, 나치의 만행을 다루는 게임일지라도 예외는 없다. 따라서 나치 세계관을 다룬 게임은 독일 출시를 포기하거나, 대폭 가위질 당하는 경우가 많다. 나치 설정과 하켄크로이츠 표기를 없애고 출시한 이드소프트웨어 ‘울펜슈타인 3D’ 등이 대표적인 예다.

마찬가지 이유로 독일은 폭력적인 게임에 대해서도 엄격하다. 세계적으로 발매되는 액션 게임들이, 독일에서는 유독 칼질되어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도 USK라는 심의 기관이 별도로 있긴 하지만, 여기서 성인 등급을 받는다고 해도 폭력적인 표현은 용납되지 않는다. 특히 유혈 묘사나 신체 절단 등에 대해서는 가차없다. 이로 인해 ‘팀 포트리스 2’나 ‘솔져 오브 포춘 2’ 등은 캐릭터들을 모두 로봇으로 설정해 총에 맞으면 불꽃이나 부품이 튀는 효과를 입혔으며, ‘퀘이크 2’ 등 폭력성이 돋보이는 작품은 아예 발매 금지 처분을 받았다.

‘포켓몬’은 이단의 산물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포켓몬'을 이단의 산물로 여겨 종교적으로 금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사진: 포켓몬go 공식 이미지, 나이언틱 제공)
▲ '포켓몬'을 이단의 산물로 여겨 종교적으로 금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사진: 포켓몬go 공식 이미지, 나이언틱 제공)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따르는 국가로, 종교가 사회 전반을 통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슬람 국가들은 코란에서 금지하고 있는 도박성 콘텐츠나 타 종교 상징이 들어간 게임을 금지하는데, 그 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유독 독특한 해석을 내놨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포켓몬스터’ 금지령이다.

2001년,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고위성직자 위원회는 자국 내 '포켓몬스터'와 관련한 모든 유통, 수입, 소지, 시청을 금지했다. 이슬람 교리에 의하면, 유일신 알라 외 다른 신이나 우상을 섬기는 행위는 금지되며, 코란 가르침에 위배되는 진화론 역시 악마의 가르침으로 분류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측 해석에 따르면, 진화를 거듭해 강해지는 '포켓몬' 들의 성장은 진화론을 바탕으로 하며, 특정 원소나 자연을 상징하는 '전설급 포켓몬' 들은 우상숭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프라인으로 발매된 '포켓몬스터' 카드게임의 경우 뽑기와 대결 과정에 이슬람에서 금지하는 도박성이 있으며, 게임 내에 유대교를 상징하는 듯한 다비드의 별 문양이 등장한다는 것도 이슬람 교리와 어긋난다. 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포켓몬스터' 게임 소지나 유통, 판매 등이 전면 금지돼 있다. 최근 발매된 모바일게임 '포켓몬 go'도 예외는 아니며, 위반 시 다른 나라 게임규제법과 달리 종교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다소 섬뜩하다.

셧다운제 형제국(?) 베트남


▲ 국내에서도 끊임 없이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강제 셧다운제 (사진: 9월 열린 셧다운제 토론회, 게임메카 촬영)

2011년, 청소년 심야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온라인게임 셧다운제가 국내에 시행됐다. 셧다운제는 적용 초기부터 지금까지 국내 게임 규제를 상징하는 대표법 중 하나다. 이 셧다운제를 우리보다 먼저 적용한 나라가 있다. 태국과 중국, 베트남이다.

태국의 경우 2003년 온라인게임이 한창 성장할 무렵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게임 접속을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었다. 그러나 실명인증이 쉽지 않고 신분 도용 사례가 빗발치며 아무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시행 2년만에 해당 법을 폐지했다.

중국 역시 강력한 셧다운제를 적용한 국가 중 하나였다. 2007년 시행된 중국 셧다운제는 시간과 관계 없이 미성년자는 1일 5시간 이상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규제였다. 그러나 실효성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게임업계의 성장 가능성을 본 중국 정부는 1년 만에 해당 규제를 전면 폐지했고, 보호자와 게임업체가 협력해 자녀의 게임 이용을 제어하도록 하는 자율규제 방안 ‘온라인게임 감호 프로젝트’를 채택했다. 다만, 작년 중국 사이버 관리국이 청소년 대상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및 청소년 대상 인터넷 중독 재활센터 운영을 위한 법안을 발의함에 따라 향후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우리보다 약간 빠른 2011년 초부터 셧다운제를 적용해 아직까지 진행 중인 나라다. 베트남 셧다운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온라인게임 심야(11시 이후) 사용금지를 포함해 해당 기간에는 PC방 영업도 중지된다. 그러나 상당수 PC방들이 심야 시간 단속의 한계를 틈타 11시 이후에도 불법적으로 영업을 하고, 셧다운제가 적용되지 않는 해외 게임이나 PC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방식으로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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