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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 3분의 1로 대폭 축소, 위기 봉착한 'K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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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GC 2017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최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게임 개발자에게 방대한 정보를 한 곳에서 들을 수 있는 ‘컨퍼런스’는 귀한 자리다. 여기에 업계 안에 쌓인 노하우를 활발하게 공유하는 것은 전체적인 게임 개발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매년 열리는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이하 KGC)에 예산을 투자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2001년에 막을 올린 KGC는 그간 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대표적인 게임 컨퍼런스로 손꼽혔다. 2001년에는 16개 세션으로 출발했으나 10년 뒤인 2010년에는 120개 세션을 갖춘 대규모 행사로 성장했다. 게임 개발자와 지망생은 물론 게임을 취재하는 기자들 역시 KGC는 놓쳐서는 안 될 메인 행사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최근 KGC 위세가 눈에 뜨이게 줄었다. 2015년을 기점으로 행사 규모가 크게 축소된 것이다. 이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강연 수와 참가자 수다. 뚜렷한 격차가 드러나는 시기는 2014년과 2015년이다. 2014년 KGC는 강연 수 140개, 참가자 6,000명을 달성했다. 그런데 2015년에는 강연 수가 37개로 감소하고, 참가자도 500명에 그쳤다. 한 해 사이에 강연 수는 74%, 참가자는 90%가 넘게 줄었다.

이러한 경향은 2016년에도 드러났다. 2016년 KGC 강연 수는 29개, 참가자는 670명에 그쳤다. 여기에 KGC 본 행사와 함께 VR포럼, 인디게임 경진대회와 같은 부대행사가 붙었다. 본 행사는 축소되고 다른 행사가 옆에 붙는 형국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성은 2017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 KGC 사업 추진 이력과 성과 (자료제공: 문화체육관광부)

2015년부터 수직 하향, KGC에 힘이 빠진 이유는?

정리하자면 2015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 분위기가 상반되는 것이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13년 동안 KGC는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강연 수는 16개에서 140개로, 참가자 수는 6,000명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2015년부터는 강연과 참가자 수가 모두 크게 줄어들며 규모 축소가 피부에 와 닿는다.

그렇다면 10년 넘게 국내 대표 게임 컨퍼런스로 자리해온 KGC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1년 사이에 이토록 급격하게 규모가 줄어든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예산 감소다. KGC는 매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받아서 진행된다. 쉽게 말해 정부 예산으로 열리는 행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예산이 2015년을 기점으로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KGC에는 매년 3억 원, 총 9억 원이 지원됐다. 그런데 2015년부터 예산이 급격히 내려갔다. 2015년과 2016년은 각각 1억 원, 그리고 2017년에는 9,000만 원이 지원됐다. 2014년과 2015년 예산을 비교하면 3억과 1억, 3배나 차이가 벌어진다.


▲ 2012년부터 2017년까지 KGC 국고보조금 및 추진실적 (자료제공: 문화체육관광부)

KGC에 예산을 배부하는 것은 정부, 더 정확히는 문화체육관광부지만 주최와 주관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개발자협회다. 따라서 주최 측 입장에서도 예산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기에 강연 장소 섭외부터 프로그램 구성까지 전반적인 내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KGC 2015는 행사 일정도 사흘에서 하루로 줄었고, 본래 유료였던 행사가 무료로 전환됐다.

정부에서는 게임을 국내 주요 콘텐츠산업으로 소개해왔다. 특히 국내 콘텐츠산업 중 매년 수출 1위를 차지하며 대표적인 ‘수출효자’로 포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내 게임 개발자들의 장이라 할 수 있는 KGC 예산을 삭감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KGC와 같은 행사 예산은 기획재정부에서 좀 더 보수적으로 검토하는 편이다”라며 “게임 컨퍼런스는 KGC 외에도 NDC와 같은 국내 게임사에서 여는 행사가 있다. 업계에서 다양한 컨퍼런스가 열리는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예산을 들어 행사를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게임 컨퍼런스 경쟁에서 도태된 KGC

실제로 KGC 외에도 업계 내에서 열리는 게임 컨퍼런스가 많아졌다. 넥슨이 매년 4월에 여는 NDC는 KGC를 넘어 완연한 대표 게임 컨퍼런스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NDC에서는 총 119개 강연이 진행됐으며 사흘 간 19,000여 명이 방문했다. 이 외에도 지스타 현장에서 열리는 ‘G-Con 컨퍼런스’도 올해 2회 째를 맞이했으며, 대표적인 게임 엔진 업체 에픽게임즈와 유니티도 올해 국내에서 개발자를 상대로 한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 NDC 17 현장 (사진제공: 넥슨)

여기에 영상 스트리밍이 발달하며 해외에서 열리는 다양한 컨퍼런스를 직접 현장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즉, 과거에는 KGC 경쟁자가 없었으나 업계 필요에 맞춰 업계 노하우를 공유하는 컨퍼런스가 늘어나며 상대적으로 KGC 입지가 좁아졌다. KGC가 아니라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게임 시장 경쟁이 날로 격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게임 컨퍼런스도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따라서 KGC 역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에 맞춰 행사 내실을 탄탄하게 다지며 많은 방문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예산이 축소되기 이전부터 KGC는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 예산 3억을 들여 진행된 KGC 2014의 경우 당시 처음으로 시도한 ‘인디게임 서밋’ 강연 구성이 그 해 9월에 이미 열렸던 ‘인디게임개발자 서밋’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여기에 KGC 주요 강연 중에도 기존에 열린 다른 컨퍼런스와 겹치는 것이 종종 있었다.

게임 컨퍼런스가 차별화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다른 강연에서는 볼 수 없는 강연과 강연자를 섭외하는 것이 1순위다. 그러나 KGC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가 부족했다. 여기에 개최 시기도 연말이기에 다른 컨퍼런스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게임업계 트렌드가 아무리 빨리 바뀌어도 한 해를 관통하는 이슈는 몇 개로 압축된다. 즉, 비슷한 주제로 컨퍼런스를 준비한다면 개최 시기가 늦을수록 앞에 열린 행사와 내용이 겹칠 우려가 있다.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비슷한 이야기를 들으러 컨퍼런스를 여러 번 갈 이유는 없다.

종합적으로 보면 KGC의 규모가 축소된 직접적인 이유는 예산 축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게임 컨퍼런스 경쟁에서 도태된 KGC의 현주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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