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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행] 기어스 오브 워, 적은 외계인이 아니라 '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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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에 대한 스포일러를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습니다.


▲ ‘기어스 5’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Xbox 공식 유튜브 채널)

지난 14일(현지시간) 폐막한 ‘E3 2018’에는 ‘사이버펑크 2077’, ‘폴아웃 76’, ‘엘더스크롤 6’ 등 많은 대작이 공개돼 뭇 게이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Xbox 유저들이 가장 환호했을 작품은 단연 ‘기어스 오브 워 5’였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어스 오브 워’는 ‘헤일로’와 함께 Xbox 진영을 대표하는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명성에 비해 의외로 많은 유저들이 ‘기어스 오브 워’ 세계관과 스토리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가 별로 중요한 게임이 아니라면 모르고 넘어가도 별 상관 없겠으나, ‘기어스 오브 워’는 싱글 캠페인과 세계관에 꽤나 신경 쓴 게임이다. 개발자가 직접 멀티플레이보다 싱글 캠페인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다 할 정도니, 모르고 넘어가면 많은 것을 놓치고 넘어가는 셈이다.

그렇다면 ‘기어스 오브 워’ 세계관과 스토리는 어떤 내용일까? 만약 ‘기어즈 오브 워’가 단순 무식하게 총만 쏘는 게임인 줄 알았다면, 생각보다 풍성하고 섬세한 설정에 조금 놀랄 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에 그 대략적인 내용을 알아보자.

‘언리얼’ 될 뻔했던 ‘기어스 오브 워’의 시작

‘기어스 오브 워’ 전신인 ‘언리얼 워페어’ 테크 데모 스크린샷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 ‘기어스 오브 워’ 전신인 ‘언리얼 워페어’ 테크 데모 스크린샷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지금이야 ‘기어스 오브 워’가 에픽게임즈와 Xbox의 대표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우뚝 섰지만, 사실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대작 게임으로 만들어질 계획은 아니었다. 초기 ‘기어스 오브 워’는 완전히 다른 프랜차이즈의 외전으로 기획된 게임이었다. 그러나 몇 가지 우연으로 개발 일정이 밀리는 바람에 급히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야 했고, 그 결과 ‘기어스 오브 워’라는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기어스 오브 워’의 유래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우선 또 다른 3D 게임 시리즈 ‘언리얼’을 언급해야 한다. ’언리얼’은 에픽게임즈 3D 그래픽 엔진 이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를 이용하여 제작된 FPS 게임 시리즈이기도 하다. 1998년 첫 작품이 출시된 ‘언리얼’ 시리즈는 당대 기준으로 뛰어난 그래픽으로 인기가 높았고, 2007년까지 에픽게임즈의 주요 프랜차이즈로 자리를 지켜왔다.

당시 최고 수준 그래픽을 자랑한 ‘언리얼’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 당시 최고 수준 그래픽을 자랑한 ‘언리얼’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시간이 흐르고 다른 게임 개발업체들도 3D 그래픽 기술을 향상시킴에 따라 에픽게임즈가 지닌 기술적 우위도 차츰 따라 잡히기 시작했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한층 더 막강한 성능을 지닌 차세대 엔진을 개발하고, 그 기술의 정수를 담은 게임을 개발하여 업계 주도권을 지키고자 했다. 그렇게 2001년 착수한 프로젝트가 ‘기어스 오브 워’의 전신이 되는 ‘언리얼 워페어’였다.

‘언리얼 워페어’는 당시 개량 중이던 ‘언리얼 엔진 2’와 함께 개발이 진행됐다. 2001년 당시 ‘언리얼 엔진 2’ 초기 버전은 ‘언리얼 워페어’ 엔진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언리얼 엔진 2’와 ‘언리얼 워페어’가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예다. 그렇기에 이 프로젝트는 3D 그래픽 기술에 새로운 획을 그을 것으로 2002년까지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언리얼 워페어’ 프로젝트는 결국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채 취소되고 말았다. 이에 대한 공식적인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 리드 프로그래머 제임스 골딩에 따르면 그 이유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언리얼 워페어’ 취소 계기가 된 작품 ‘언리얼 토너먼트 2003’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 ‘언리얼 워페어’ 취소 계기가 된 작품 ‘언리얼 토너먼트 2003’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당시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PvP 멀티플레이 버전인 ‘언리얼 토너먼트’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심지어 ‘언리얼 토너먼트’는 21세기 초 태동하기 시작한 e스포츠 시장에서 ‘둠’ 개발업체로 유명한 이드소프트웨어 야심작 ‘퀘이크 3’마저 꺾고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이에 신이 난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워페어’ 계획을 중지하고 ‘언리얼 토너먼트’ 개량 버전 ‘언리얼 토너먼트 2003’과 ‘언리얼 토너먼트 2004’를 잇따라 내놓았는데, 그러는 사이 게임 시장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었다.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토너먼트 2004’를 다 완성한 후에야 ‘언리얼 워페어’를 되돌아봤다. ‘언리얼 2 엔진’으로 제작 중이던 ‘언리얼 워페어’는 이미 그래픽부터 최신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게임 스타일도 문제였다. ‘언리얼 워페어’는 여러 병과들 중 하나를 택하고, 넓은 전장에서 다양한 탈 것과 무기를 활용해 팀 대전을 벌이는 ‘배틀필드’ 식 PvP 멀티플레이 게임이었다. 그러나 2004년에는 이미 그러한 종류의 게임이 여럿 나와있어 차별성을 갖지 못했다.

2004년 ‘언리얼 엔진 3’으로 테스트 중인 ‘언리얼 워페어’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 2004년 ‘언리얼 엔진 3’으로 테스트 중인 ‘언리얼 워페어’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제임스 골딩은 당시 ‘언리얼 워페어’에 대해 “(그 프로젝트는) 몇 년이나 방치된 채 있었고, 그 사이 게임 업계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게다가 ‘언리얼 토너먼트’ 시리즈가 계속 진화하면서 높은 완성도를 구축한 덕에, 굳이 다른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을 만들 이유도 없어지고 말았다.

결국,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워페어’ 프로젝트를 존속할 이유가 없었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워페어’를 취소하고 쓸 만한 아이디어와 데이터만 남겨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언리얼’ 시리즈와 비슷한 슈팅 게임이되, 싱글 캠페인을 바탕으로 새로운 종류의 재미를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 그렇게 파기된 ‘언리얼 워페어’에서 다시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기어스 오브 워’였다.

하늘 위 우주에서 온 ‘외계인’ 아닌, 지하에서 온 ‘지하인’의 침공

‘언리얼 워페어’의 잔해에서 태어난 ‘기어스 오브 워’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 ‘언리얼 워페어’의 잔해에서 태어난 ‘기어스 오브 워’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에픽게임즈는 새 프로젝트가 또 한 번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들은 개발 착수에 앞서 트렌드 분석에 나섰는데, 골딩에 따르면 그 결론은 ‘스토리 중심의 싱글 캠페인 게임’이 인기 있다는 것이었다. 이 분석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4년 당시에 ‘하프라이프 2’와 ‘헤일로 2’ 등 싱글 캠페인 위주 게임이 유행한 것은 분명했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훗날 ‘기어스 오브 워’로 명명될 신규 프로젝트를 싱글 캠페인 위주 게임으로 만들기로 했다. 실제로 기어스 오브 워’ 총괄 프로듀서 로드 퍼거슨은 게임 전문매체 게임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싱글 캠페인과 멀티플레이 비중은 약 9 대 1 정도였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기어스 오브 워’ 프로젝트가 얼마나 싱글 캠페인을 중시했는지 잘 보여주는 증언이다.

지하에서 올라온 추악한 괴물 ‘로커스트’ (사진출처: ‘기어스 오브 워’ 위키피디아)
▲ 지하에서 올라온 추악한 괴물 ‘로커스트’ (사진출처: ‘기어스 오브 워’ 위키피디아)

싱글 캠페인 위주인 이상 ‘기어스 오브 워’는 세계관과 스토리에 큰 신경을 써야만 했다. 제작진은 독특한 세계관을 위해 식상한 소재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는데, 그 중 가장 독특한 아이디어가 ‘우주에서 내려온 외계인이 나오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너무 식상하다는 판단이었다.

그 대신 나온 아이디어가 하늘 위 우주가 아닌, 땅 아래에서 올라온 ‘지하인’과 싸우자는 내용이다. 솔직히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나 땅 밑에서 지하인이나 큰 차이 없어 보일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에픽게임즈는 조금이라도 차별화될 특징을 만들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이에 ‘기어스 오브 워’는 어느 날 갑자기 지하에서 땅굴을 파고 올라온 괴물들이 인류를 파멸로 몰아넣고, 인류의 희망인 특수부대 주인공이 적들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 됐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되는 신비한 물질 ‘이멀전’ (사진출처: ‘기어스 오브 워’ 위키피디아)
▲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되는 신비한 물질 ‘이멀전’ (사진출처: ‘기어스 오브 워’ 위키피디아)

그렇게 만들어진 ‘기어스 오브 워’ 세계관은 대략 이러하다. 게임 무대가 되는 장소는 ‘세라’라는 가공의 행성이다. 이 세계관에서 인간은 지구가 아닌 ‘세라’ 토착 종족으로, 고대부터 이 행성에서 천천히 문명을 발전시키고 여러 국가를 건설해왔다. 하지만 지구와 큰 차이 없던 ‘세라’ 인간들의 문명은 한 과학자가 지하 깊숙한 곳에 매장된 ‘이멀전’이라는 물질을 고효율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며 큰 변화를 겪게 됐다.

‘이멀전’은 스스로 빛을 내고 고도로 불안정한, 점성 낮은 유동성 물질이다. 사실 ‘이멀전’이 처음부터 고효율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 ‘이멀전’은 기피의 대상이었는데, 그 이유는 ‘이멀전’ 증기를 마신 사람이 ‘녹폐증(Rustlung)’이라는 병에 걸리기 때문이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폐가 녹슨 것처럼 적갈색 가래를 토하며 호흡곤란, 흉부통증, 정신이상증세를 보였다. 그렇기에 안 그래도 지하 깊은 곳에 매장된 ‘이멀전’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관심 밖 대상이었다.

그런데 ‘헬렌 쿠퍼’라는 과학자가 ‘이멀전’을 정제해 고효율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라이트매스 프로세스’ 기술을 개발하며 모든 것이 변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이멀전’의 위험한 성분을 추출해 제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솔린이나 오일 같은 연료로 쓸 수 있었다. 이처럼 ‘이멀전’의 숨겨진 가치가 드러나자 사람들은 ‘녹폐증’을 감수하고 앞다투어 채굴에 나섰다. ‘이멀전’으로 인해 새로운 시대가 열린 셈이었다.

‘펜듈럼 전쟁’을 다룬 ‘기어스 오브 워’ 공식 만화 (사진출처: ‘기어스 오브 워’ 위키피디아)
▲ ‘펜듈럼 전쟁’을 다룬 ‘기어스 오브 워’ 공식 만화 (사진출처: ‘기어스 오브 워’ 위키피디아)

‘세라’ 행성의 모든 국가는 서로 ‘이멀전’ 매장지를 독점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멀전’ 매장지는 한정되어 있었고, 곧 이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 시작됐다. ‘펜듈럼 전쟁’이라고 불리는 이 세계대전은 전 ‘세라’를 수십 년 동안 휩쓸었다. 결국 ‘치안 정부 연맹(Coalition of Ordered Government, 이하 COG)’이라는 국가가 나머지 국가들을 모두 무릎 꿇게 하고 종전을 선언하며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그 직후 ‘세라’에는 더욱 큰 새로운 재앙이 찾아왔다.

자비심 없이 인간을 고문하고 학살하는 ‘로커스트’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 자비심 없이 인간을 고문하고 학살하는 ‘로커스트’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그렇게 ‘펜듈럼 전쟁’이 끝나고 모두가 종전을 축하하고 있을 때, 전세계 도시들에 지진과 함께 땅굴이 뚫리며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이 괴물은 전체적으로는 인간과 비슷하지만, 털이 한 올도 없고 전신이 주름 잡힌 각질로 뒤덮여 있는 흉측한 모습이었다. 지하에서 온 괴물들은 어느 정도 지성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음에도 인류와 어떠한 대화 시도도 하지 않았고, 보이는 사람을 무차별하게 학살했다. 사람들은 메뚜기 떼처럼 세상을 덮친 이들을 ‘로커스트’라 부르기 시작했다.

‘COG’는 급히 군대를 투입해 ‘로커스트’에 맞서고자 했다. 그러나 ‘COG’의 막강한 군세로도 이들 ‘로커스트’에 맞서는 것은 무리였다. ‘로커스트’는 인간이 힘 싸움에서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신체조건을 지닌 데다, 인간과 흡사한 첨단 화기까지 사용했던 것이다. 결국 ‘세라’ 인류 1/4이 학살 당하자 ‘COG’는 어쩔 수 없이 위성 무기를 동원해 행성 표면 90%를 태워 ‘로커스트’를 막고자 했지만, 아직 지하에 많은 수가 남아있던 ‘로커스트’ 상대로는 시간을 끄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중앙의 괴물 같은 떡대 아저씨가 주인공 ‘마커스’ (사진출처: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블로그)
▲ 중앙의 괴물 같은 떡대 아저씨가 주인공 ‘마커스’ (사진출처: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블로그)

‘기어스 오브 워’ 1편은 그렇게 14년이라는 시간을 번 ‘COG’가 단단한 화강암 지반 위에 세워진 도시 ‘자신토’를 요새화하고 ‘로커스트’에 반격할 준비를 마치며 시작한다. 주인공 ‘마커스 피닉스’는 ‘COG’ 소속 최정예 병사다. 그는 ‘로커스트’ 침공 당시 실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탈영했다 군 법정에 서게 된 처지지만, 지하 ‘로커스트’ 소굴을 폭탄으로 매몰시키는 임무에 차출되어 사면 받은 것이다.

이후 게임은 ‘마커스’가 ‘라이트매스 프로세스’ 기술을 활용한 ‘라이트매스 폭탄’으로 ‘로커스트’의 근거지 ‘넥서스’를 파괴하고자 분투하는 내용으로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전우가 희생되지만, 결국 ‘마커스’는 ‘라이트매스 폭탄’으로 ‘넥서스’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다. 이렇듯 ‘기어스 오브 워’는 정체불명의 지하 종족 괴물이 지상을 침공하며 벌어지는, 의외로 세심하게 설정된 공포물 분위기 SF 세계관으로 시작했다.

드러난 내막, 알고 보니 ‘좀비물’이었던 ‘기어스 오브 워’

좀비를 연상시키는 외모의 인간 ‘램번트’ (사진출처: ‘기어스 오브 워’ 위키피디아)
▲ 좀비를 연상시키는 외모의 ‘램번트’ (사진출처: ‘기어스 오브 워’ 위키피디아)

2006년 발매된 ‘기어스 오브 워’는 여러 모로 흥미를 끄는 세계관과 연출을 보여주었지만, 냉정히 볼 때 스토리 자체는 조금 진부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에 2008년 발매된 ‘기어스 오브 워 2’와 2011년 나온 ‘기어스 오브 워 3’은 ‘로커스트’에 대항한 처절한 전쟁에 더해, 이 지하 괴물이 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파헤치는 미스터리 요소를 더했다.

‘기어스 오브 워 2’는 전작 이후 아직도 ‘COG’와 ‘로커스트’ 간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로커스트’ 근거지 ‘넥서스’는 파괴됐지만 ‘로커스트’는 한층 거세게 싸움을 걸어왔다. 이에 전쟁 영웅이 된 ‘마커스’는 다시 한 번 ‘로커스트’ 주요 거점을 파괴하기 위한 임무에 나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진실이 드러났으니, 사실 ‘로커스트’는 지상으로 이주하기 위해서 인간을 학살해왔다는 것이었다.

공식 만화에 묘사된 ‘로커스트’와 ‘램번트의 싸움’ (사진출처: ‘기어스 오브 워’ 위키피디아)
▲ 공식 만화에 묘사된 ‘로커스트’와 ‘램번트의 싸움’ (사진출처: ‘기어스 오브 워’ 위키피디아)

문제는 ‘이멀전’에 있었다. ‘이멀전’은 사실 기생 성질을 지닌 생물체로, 숙주의 신체를 변이 시켜서 괴물로 만드는 성질을 띄고 있다. 그리고, 지하 깊은 곳에는 ‘이멀전’에 감염된 ‘로커스트’ 변종인 좀비 같은 ‘램번트’들이 날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로커스트’는 우선 지상으로 탈출한 다음, 지반을 붕괴시켜 ‘램번트’들을 모두 지하에 가둬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상을 점거한 종족인 인간을 말살하고 그 땅을 빼앗아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로커스트’가 실은 본래 인간이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기어스 오브 워 2’에서는 잠시 ‘뉴 호프 연구소’라는 비밀 시설에 출입하게 되는데, 여기서 ‘이멀전’에 감염된 광부가 낳은 자식들로 실험을 한 흔적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로커스트’의 정체는 이들 ‘이멀전’ 감염자 중에서 특별히 상태가 심각했던 일부가 낳은 돌연변이들이었다. 후일 이 이야기는 ‘기어스 오브 워’ 공식 소설인 ‘슬랩’에서도 더욱 자세하게 언급되어 사실로 확인됐다.

‘로커스트’의 부모 세대인 중증 ‘이멀전’ 감염자 ‘사이어’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 ‘로커스트’의 부모 세대인 중증 ‘이멀전’ 감염자 ‘사이어’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로커스트’의 기원과 이들이 지상으로 나오고자 하는 이유에 대한 진실을 알았지만, 어쨌든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로커스트’와 ‘램번트’ 모두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멸종 시켜야 하는 적이니 말이다. ‘기어스 오브 워 3’은 ‘마커스’가 과학자인 아버지 ‘애덤 피닉스’에게 도움을 받아 두 종족을 멸종 시키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 과정에서 ‘마커스’는 오랜 친구인 ‘도미닉’과 아버지 ‘애덤’을 잃지만, 결과적으로 작전은 성공하여 ‘로커스트’와 ‘램번트’는 말살된다.

사실 아버지 ‘애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멀전’의 정체와 ‘로커스트’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었다. 이에 ‘애덤’은 강제로 체내의 ‘이멀전’ 유기체를 말소시키는 특수한 방사선을 개발했고, 이것으로 ‘램번트’를 제거해 ‘로커스트’가 지하에서 계속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게 해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의 기술은 태생적으로 ‘이멀전’과 융합한 유전자를 지닌 ‘로커스트’에게도 위험했다. ‘램번트’를 제거하기 위해 기계를 작동시키면, 어쩔 수 없이 ‘로커스트’도 살해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멀전’ 사태를 끝내기 위해 ‘애덤’이 고안한 기계 ‘이멀전 대응 무기’ (사진출처: ‘기어스 오브 워’ 위키피디아)
▲ ‘이멀전’ 사태를 끝내기 위해 ‘애덤’이 고안한 기계 ‘이멀전 대응 무기’ (사진출처: ‘기어스 오브 워’ 위키피디아)

결국 ‘기어스 오브 워 3’ 말미에 ‘마커스’는 광범위한 지역을 ‘이멀전’ 말소 방사선에 노출시키는 거대기계장치 ‘이멀전 대응 무기’를 작동시킨다. 그로 인해 ‘로커스트’와 ‘램번트’는 둘 다 멸종됐고, 인간은 많은 것을 잃은 끝에 상처뿐인 승리를 거두었다. ‘기어스 오브 워’ 삼부작 이야기는 그렇게 씁쓸한, 그러나 동시에 시원하게 느껴지는 결말로 끝이 났다.

다 끝났던 ‘기어스 오브 워’ 스토리, MS 손에서 다시 시작되다

올해 E3에서 최초 공개된 ‘기어스 오브 워 5’ 트레일러 스크린샷 (사진출처: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올해 E3에서 최초 공개된 ‘기어스 5’ 트레일러 스크린샷 (사진출처: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당초에 에픽게임즈는 ‘기어스 오브 워 3’으로 시리즈를 끝낼 생각이었고, 실제로도 삼부작 이후로 더 이상은 ‘기어스 오브 워’를 만들지 않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어스 오브 워’가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며 상황이 달라지게 됐으니, 지금까지 배급을 맡아온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어스 오브 워’ 지식재산권을 매입하고 싶다고 요청해온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6년 발매된 ‘기어스 오브 워’ 때부터 에픽게임즈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Xbox360를 출시하고 타이틀 부족에 시달리던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 비용과 배급을 담당해주는 대신 원래 PC용으로 제작 중이던 ‘기어스 오브 워’를 Xbox 타이틀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고, 이 거래가 성사된 덕에 큰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이후로도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는 ‘헤일로’와 함께 Xbox 진영을 견인하는 킬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에픽게임즈에서 ‘기어스 오브 워’를 더는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마이크로소프트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더 이상 ‘기어스 오브 워’를 만들 생각이 없던 에픽게임즈에게서 2014년 ‘기어스 오브 워’ 지식재산권을 매입, 자체적으로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를 이어가기로 했다.

‘기어스 오브 워 4’는 준수한 멀티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싱글 캠페인 탓에 비판을 받았다 (사진출처: Xbox 공식 홈페이지)
▲ ‘기어스 오브 워 4’는 준수한 멀티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싱글 캠페인 탓에 비판을 받았다 (사진출처: Xbox 공식 홈페이지)

그렇게 나온 작품이 바로 2016년 출시된 ‘기어스 오브 워 4’였다. 그러나 ‘기어스 오브 워 3’에서 주인공 ‘마커스’의 이야기가 사실상 끝났었기에 이 작품은 전작들과 많은 점에서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새 주인공으로 등장한 ‘제임스 피닉스’와 ‘케이트’는 전작 주인공 ‘마커스’에 비해 너무 가벼운 인상에 이렇다 할 사연도 없었고, 스토리도 시작부터 치열한 전장을 오가며 화끈한 연출을 보여준 전작과 달리 다소 밋밋했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이다.

물론 게임 자체를 놓고 보면 ‘기어스 오브 워 4’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다만 전작들과 달리 멀티플레이는 우수하지만 싱글 캠페인은 조금 아쉽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실제로 ‘기어스 오브 워 4’의 싱글 캠페인 플레이 분량은 고작 8시간 정도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스토리상 별다른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전 ‘기어스 오브 워’가 보여준 양질의 싱글 캠페인을 기대했다면 조금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싱글 캠페인에서 ‘케이트’는 ‘로커스트’ 기원과 연관되며 점차 광기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싱글 캠페인에서 ‘케이트’는 ‘로커스트’ 기원과 연관되며 점차 광기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러나 올해 6월 E3에서 최초 공개된 ‘기어스 5’는 다시 한 번 싱글 캠페인과 스토리에 중점을 둘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공개된 트레일러에는 여성 주인공 ‘케이트’의 할머니 유품이 ‘로커스트’들의 여왕이 지니고 있던 상징물과 비슷하게 생긴 것이 확인되고, 잘 때마다 꿈 속에서 어떤 환영이 자기를 부른다며 몸서리 치는 장면이 나온다. ‘케이트’가 ‘로커스트’ 기원과 연관되며 새로운 스토리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과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드는 두 번째 ‘기어스 오브 워’는 전작의 아쉬움을 딛고 다시 한 번 완성도 높은 싱글 캠페인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직 게임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이 공개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한 번 기대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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