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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바다 파도에 업계가 흔들, 2018 상반기 게임 10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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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게임업계에는 외부에서 몰아친 큰 파도에 크게 흔들린 때였다.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게임중독 질병화’가 다시 몸을 일으켰으며, 아시아를 넘어 서양에서도 ‘랜덤박스’ 논란이 거세게 일어나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도박과 비슷하다’며 철퇴가 떨어지기도 했다. 무서운 파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이 되며 정식체육화를 향한 길이 열렸고, ‘리니지’ 천하로 압축됐던 모바일 MMORPG 판도를 뒤집을 강력 신예가 등장하며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안팎으로 몰아치는 거센 파도 속에서 미래를 위한 정확한 동선을 짜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이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에 게임메카는 2018년 게임업계 10대 뉴스를 뽑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1. WHO가 꺼내든 ‘게임 질병화’ 업계 강타


▲ WHO는 'ICD-11'에 '게임 장애'를 추가하려 하고 있다 (사진출처: WHO 공식 홈페이지)


작년 12월 시작된 세계보건기구(이하 WHO) 게임 질병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WHO가 ‘게임 장애’를 공식적인 정신 질환에 넣겠다고 밝힌 것이다. WHO가 발표한 ‘게임 장애’ 진단 기준은 이렇다. 게임하는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게임이 다른 어떤 일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조절하지 못해 손해를 입어도 멈출 수 없어야 한다. 이 증상이 최소 12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한 전세계 게임업계가 힘을 합쳐 ‘게임 장애’가 질병이 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업계 입장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게임이 중독을 일으킨다는 객관적인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어서 WHO가 발표한 ‘게임 장애’ 진단 기준에도 중독의 핵심 증상이 없는 등 구멍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은 ‘게임’이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한국을 넘어 서양에도 불붙은 ‘랜덤박스’ 규제


▲ 벨기에서 도박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받은 '오버워치' 전리품 상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랜덤박스’ 논란은 더 이상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북미, 유럽에서도 ‘랜덤박스’에 대한 게이머 불만이 높아지고 정치권에서도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그 결과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오고 있다. 먼저 칼을 빼든 지역은 유럽이다. 올해 4월에 네덜란드가 ‘랜덤박스’가 있는 게임에 철퇴를 내린 것에 이어, 벨기에도 랜덤박스가 도박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랜덤박스’ 논란은 유럽이 끝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하와이 주 크리스 리 의원이 21세 미만 게이머에게 ‘랜덤박스’가 있는 게임을 제공하지 말라는 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 지역에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거나, 출시를 준비 중인 한국 게임사도 이를 대비해야 한다. 나아가 국내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 3개나 나와 있는 만큼 해외에서 시작된 ‘랜덤박스’ 규제를 남의 일처럼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3. 야근은 일상이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작


▲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국내 게임사 (사진제공: 각 게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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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으로 악명 높은 게임업계 이미지 바꿀 수 있을까?" 오는 1일부터 게임업계를 비롯한 국내 전체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된다. 1주일 40시간에, 추가 근무 12시간을 더해 최대 52시간까지만 일을 하라는 것이다. 법 취지는 최대한 야근을 줄이고, 저녁 있는 삶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1일부터 법이 적용되는 곳은 직원 300명 이상 기업이며 여기에는 주요 게임사 다수가 포함된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 게임빌, 컴투스, 웹젠,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블루홀, 그라비티, 조이시티 등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게임업계도 한 달에 총 근무시간을 정해두고, 출퇴근은 자율에 맡기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4. 리니지 천하 종료, 모바일 MMORPG 강자 떴다


▲ 6월 29일 기준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TOP10 (자료출처: 구글 플레이)

작년 MMORPG 시장은 ‘리니지’ 천하로 압축됐다. 엔씨소프트 ‘리니지M’과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이 매출 최상위권을 장악하며 다른 게임이 발을 들일 수 없는 ‘넘사벽’을 이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야기가 다르다. 선두가 ‘리니지M’인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개벽을 꿈꾸는 모바일 MMORPG 신작이 마켓 매출 TOP10에 연이어 입성하며 판도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대표 게임은 현재도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TOP10에 있는 모바일 MMORPG 뉴페이스다. 특히 2월에 출시된 ‘검은사막 모바일’은 출시 4개월 뒤에도 구글 플레이 매출 2위를 지키며 높은 순위가 단순한 ‘출시 효과’가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이 외에도 ‘라그나로크M: 영원한 사랑’, ‘뮤 오리진 2’, ‘카이저’ 등이 매출 상위권에서 버티며 MMORPG 신예 물결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5. 배틀그라운드 vs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게임 홍수


▲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가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사진제공: 각 게임사)


올해 상반기를 강타한 장르는 ‘배틀로얄’이다. 작년 대표 흥행작으로 떠오른 ‘배틀그라운드’는 그 자체 인기와 함께 ‘배틀로얄’ 게임 전성기를 연 주인공으로 자리했다. ‘배틀로얄’ 전성시대를 정확히 노린 대표작은 ‘포트나이트’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배틀로얄 모드를 출시한 ‘포트나이트’는 올해 2월에 동시 접속자 340만 명을 돌파하며 ‘배틀그라운드’가 세웠던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여기에 두 게임은 PC에 이어 모바일 버전도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며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웠다.

‘포트나이트’ 외에도 ‘배틀로얄’ 장르가 인기를 끌며 신작 홍수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총 대신 마법을 쓰는 ‘이그리스’, SF 분위기를 앞세운 ‘아일랜드 오브 나인’, 죄수들의 생존게임을 다룬 ‘스컴’, 의자에 앉은 채로 싸우는 ‘라스트 맨 시팅’ 등이 있다. 스팀은 물론 모바일에도 우후죽순 신병이 영입됐다. 대표작은 넷이즈가 ‘배틀로얄’ 영화감독까지 영입하며 공을 들이고 있는 ‘황야행동’이다.

‘배틀로얄’ 열풍은 신작에 그치지 않는다. ‘포트나이트’처럼 기존 게임을 바탕으로 한 ‘배틀로얄’ 모드를 추가하는 게임이 속속들이 나타났다. 그 영향력은 FPS 양대산맥 ‘콜 오브 듀티’와 ‘배틀필드’ 신작에 모두 ‘배틀로얄’ 모드가 추가될 정도다. 이 외에도 AOS ‘배틀라이트’, 모바일 전략 게임 ‘아이언쓰론’ 등 여러 장르에 ‘배틀로얄’이 침투했다. ‘배틀로얄’ 인기가 오래 이어질지 아니면 AOS처럼 대표작 소수만 살아남는 장르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6. 하지 않아도 재미있다, 보는 게임 전성시대


▲ 개인방송으로 큰 인기를 끈 '게팅 오버 잇'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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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게임’이 대중 속으로 훅 들어왔다. 게임을 하지 않고 보면서 즐기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개인방송 열풍은 기발한 게임을 찾는 창구로 통했다. 소위 ‘항아리 게임’으로 알려진 ‘게팅 오버 잇’은 ‘보는 게임’ 열풍을 타고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었으며, 여러 마법을 사용해 마법사답지 않은 호쾌한 전투를 보여준 ‘위자드 오브 레전드’, 오래된 집을 청소하고,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다룬 ‘하우스 플리퍼’ 등 올해 출시된 인디 게임이 ‘보는 게임’으로 빛을 발했다.

그 열풍은 콘솔에도 본격적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본래 ‘보는 게임’은 온라인 멀티 게임 전유물로 통했다. 그러나 올해는 ‘갓 오브 워’,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같은 솔로 게임도 ‘보는 게임’ 열풍에 휘말렸다. 이와 함께 대두된 이슈가 바로 ‘범위’다. 특히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의 ‘보는 게임’을 어디까지 허용하면 좋겠느냐는 화두를 던졌다. 게임업계와 보는 게임은 공생관계다. 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할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 과제다.

7. 끝 없는 평행선, 메갈과 사상검증 논란


▲ 사상검증 논란 당시 김학규 대표 트위터 (자료출처: 트위터 공식 홈페이지)


국내 게임 커뮤니티를 들썩이게 한 이슈는 ‘메갈’이다. ‘소녀전선’, ‘마녀의 샘 3’, ‘소울워커’, ‘클로저스’,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논란에 휘말렸다. 게임 이미지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특정 단체나 단어에 관련된 SNS 활동이 화두에 오르고 이에 대한 각 게임사 대처가 이어지며 지금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중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IMC 김학규 대표가 직원에게 왜 이러한 SNS 활동을 했는지 묻고, 그 내용을 직원 실명을 쓰며 게임 공식 홈페이지에 올리며 사상검증 논란까지 흘러갔다. ‘메갈’ 이슈는 평행선과 같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그림을 보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는 쪽과 노동자의 사상검증을 하는 것은 노동권 침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8. 게임위 “암호화폐 사행성 있다”


▲ 올해 5월 암호화폐를 도입한 '유나의 옷장'은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 재분류' 판정을 받았다 (사진제공: 플레로게임즈)


올해 ‘가즈아’라는 말을 유행시킨 ‘암호화페’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는 게임도 마찬가지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암호화폐’를 게임에 도입할 수 있느냐다. 현재는 부정적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암호화폐’는 사행 요소가 있고, 최소한 청소년 이용불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 첫 사례는 ‘암호화폐’ 도입 후 게임위로부터 ‘등급 재분류’를 받은 ‘유나의 옷장’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암호화폐’는 미성년자가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청소년도 할 수 있는 게임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부분은 ‘환전’이다. ‘암호화폐’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고, 이를 게임과 묶어서 생각하면 게임에서 얻은 ‘암호화폐’를 현금화할 수 있다. 이는 ‘환전’이며, 게임위는 ‘환전’ 요소가 있는 게임에 등급을 내주지 않는다. 현재 게임위는 ‘유나의 옷장’에 대한 최종 결정을 준비 중이다. 이 결정에 따라 ‘게임 속 암호화폐’에 대한 가이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9. VR 넘어 인공지능으로, 신 기술 주목하는 3N


▲ 올해 NDC에는 인공지능으로 부적절한 채팅을 잡아내는 AI가 소개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업계는 신 기술에 민감하다. AR, VR을 넘어 최근에는 인공지능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 중심에는 3N이 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모두 ‘인공지능’에 힘을 실은 것이다. 분야는 다양하다. 게임 개발은 물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게임 서비스 도구, 게임을 넘어 인공지능 자체에 주목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도 카카오 기존 서비스와 연계된 인공지능 서비스 다수를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넥슨은 올해 NDC에서 자사 게임에 활용된 AI 성과를 발표했으며, 넷마블은 미국 IBM 왓슨 연구소에서 20년 간 활동한 이준영 박사를 영입하고, 그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센터를 조직했다. 마지막으로 엔씨소프트는 올해 3월에 게임부터, 야구, 언어, 이미지 등 다양한 영역에 접목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 대해 소개했다. 여기에 ‘오버워치’에도 지난 5월에 부적절한 채팅을 잡아내는 인공지능이 들어갔다. 인공지능과 친했던 게임업계는 AI를 사용할 새로운 영역을 부지런히 찾고 있다.

10. 올림픽도 청신호? 아시안게임 e스포츠 시범 종목 선정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로고 (사진출처: 아시안게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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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스포츠는 올해 울고 웃었다. 그 중심에는 아시안게임이 있다. 올해 8월에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선정된 것이다. 작년에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 회원 자격을 잃으며, 한국 선수를 내보낼 수 있느냐를 두고 진통이 있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한국 e스포츠 선수들은 국가대표 자격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8월에 열리는 본선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 2’ 한국 대표가 출전한다.

올해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와 정통 체육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다면 차기 아시안게임에는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거나 나아가 올림픽 입성도 바라볼 수 있는 입장이다. 실제로 오는 7월에는 올림픽을 주최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 종목으로서 e스포츠가 가진 가능성을 살펴보는 포럼이 열린다. 올해 아시안게임은 국제 주류 스포츠로 e스포츠가 가기 위한 첫 단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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