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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국내 최초 의료 시뮬레이션 게임? '종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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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종합병원' 광고가 게재된 PC챔프 1996년 4월호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 '종합병원' 광고가 게재된 PC챔프 1996년 4월호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잡지보기]

최근 몇 년 새, 각종 시뮬레이터 게임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라면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건축가, 요리사, 농부, 카페 주인, 트럭 운전수 등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중 하나가 의료 시뮬레이터 게임인데요, 최근에는 VR 시대를 맞이하며 그 사실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의과대학에서는 VR을 이용한 수술 시뮬레이터를 도입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을 정도죠.

오늘 소개할 게임광고는 그러한 의료 시뮬레이터 시초라 볼 수 있는 1996년작 ‘종합병원’ 입니다. ‘국내 최초의 의료 시뮬레이션’으로 표기돼 있어 얼핏 국내 작품처럼 보일 수 있는데요, 반전은 대만 개발사 YINGYANG에서 만든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대만 게임업계는 국내보다 상당히 앞서 있었습니다. 아래 표기된 유통사 게임박스(제조 공급원이라고 돼 있어서 제작사로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국내 유통 및 한글화만 담당)의 경우에도 상당수 대만 PC게임을 한글화해 국내에 소개하던 업체입니다.

90년대 중반 등장한 의료 시뮬레이션 게임 '종합병원'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90년대 중반 등장한 의료 시뮬레이션 게임 '종합병원'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이 게임은 상당히 독특한 배경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설명란에 쓰여 있는 것처럼 주인공은 의과대학을 막 졸업한 풋내기 의사로, 시골 병원을 물려받기 싫어 도시로 뛰쳐나옵니다. 5년 안에 종합병원 원장이 되겠다는 호언장담과 함께요. 5년 안에 신참 의사가 종합병원 원장이라니. ‘하얀거탑’에서 외과과장 자리에 앉기 위해 결혼부터 뇌물, 갖은 권모술수까지 펼쳤던 장준혁이 보면 헛웃음이 나올 전개네요.

뭐, 그렇게 도시의 3류 종합병원에 입사한 주인공은 각종 미소녀들이 그득한 병원에서 신나는 의사 라이프를 보냅니다. 광고 전면에 그려진 간호사 품에 안겨 코피에 침까지 흘리고 있는 사진만 봐도 대충 알 수 있듯 말이죠. 미니스커트에 하얀 캡 쓰고 있는 간호사들에서부터 환한 미소로 반기는 안내양, 예쁜 환자들까지... 뭐, 그 와중에 진짜로 진찰도 하고 처방도 내리고, 수술도 하지만, 주 목적은… 으흠으흠…

게임 시스템 소개애도 '미녀들'이 적극적으로 등장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게임 시스템 소개애도 '미녀들'이 적극적으로 등장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아, 그러고 보니 이 게임은 당시 영등위로부터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여성 환자의 겉옷을 벗겨 실시하는 X레이 검사를 비롯해 몇 가지 선정적인 요소가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당시 이용연령 등급은 정말이지 권고사항일 뿐이었고, 의무가 아니었던 때라 별다른 표기나 주의 없이 일반 CD 케이스에 담겨 어린아이들에게도 서슴없이 판매됐습니다. 이건 이전까지 만화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듬해인 1997년 청소년보호법이 공포되면서 조금이라도 선정적인 콘텐츠들은 어김없이 철퇴를 맞았죠. 지금 생각하면 콘텐츠업계의 과도기였네요.

이쯤에서 게임 특징을 보도록 합시다. 수십 명의 개성이 다른 ‘미녀’들이 의사로서의 ‘쾌감’을 준다고 되어 있네요. 의사로서의 쾌감은 둘째치고 수십 명의 미녀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미 진중한 의료 시뮬레이션의 길에선 많이 벗어나 있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즐긴 주 목적이 치료나 엔딩보다는 미소녀 환자 진찰을 통한 눈요기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죠.

얼핏 보면 간호사 연애 시뮬레이션인 줄 알겠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얼핏 보면 간호사 연애 시뮬레이션인 줄 알겠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20종류의 검사방법과 10종류의 질병, 5종류의 수술법. 얼핏 많아 보이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몇 가지 공식만으로 슉슉 공략이 가능한 단순한 수준입니다. 그래도 사실적인 X레이 사진을 분석하거나 각종 수치를 봐 가며 처방을 내리고, 정맥 주사를 놓고, 수술까지 진행하다 보면 어느 정도 의사가 된 기분은 낼 수 있습니다. 최근 VR로까지 나오는 의료 시뮬레이터 게임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진보한 게임이었음을 부정할 순 없겠네요

*덤으로 보는 B급 게임광고

LG에서 벌인 오프라인 소프트웨어 사업 'LG소프트프라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LG에서 벌인 오프라인 소프트웨어 사업 'LG소프트프라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오늘의 B급 게임광고는 당시 LG에서 야심차게 진행했던 직영 소프트웨어 매장 광고입니다. LG는 당시 PC 소프트웨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듀크 뉴켐 3D’, ‘디센트’ 등 다양한 게임을 국내에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 사업도 본격적으로 넓혀 나갔는데요, 그 결과물이 바로 이 광고에 담겨 있습니다.

광고 속 점포는 LG 소프트웨어에서 발매한 모든 게임과 교육 프로그램, OA, 시스템 패키지를 만나볼 수 있는 LG 소프트프라자 입니다. 복마전에 가까웠던 용산 전자상가나 소규모 동네 게임샵과는 달리, LG 직영으로 운영되는 매장을 통해 효율적으로 게임 등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죠. 

사진에 나온 5개 점포 중 저는 목동점에 가 본 경험이 있습니다. 어떤 게임을 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매장 사진을 보니 그 때 기억이 살짝 나는군요. LG 소프트프라자는 광고 문구처럼 신촌, 강남, 인천, 수원, 울산 등 지역에 확대 오픈을 예정했고, 실제로 여러 점포를 냈습니다만 4~5년 후 찾아온 패키지 시장 침체로 인해 사업을 철수하며 하나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에서 카드 한 장으로 각종 게임과 소프트를 다운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가끔은 “XXXX 나왔어요?” 라며 찾아가던 이런 동네 게임숍이 그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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