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연행 장면 아닙니다. e스포츠 경기 중입니다

지난 27일 부산에서 진행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대회에서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됐다.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이 죄다 담요나 옷으로 상체를 감싸고 있었던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찰 연행 장면 같다”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펍지는 KT와 협업해 'KT 5G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챌린지'를 10월 12일부터 11월 18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번 경기는 총 상금 1억 1,000만 원이 걸린 국내 첫 공식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전국 대회다.

이번 대회는 전국 14개 지역에 '배틀그라운드 트레일러'가 찾아가는 오프라인 예선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예선이 함께 진행되며, 예선 통과자 총 80명에게는 각각 100만원의 상금과 함께 11월 18일 부산 '지스타 2018' 현장에서 진행되는 한국 대표 선발전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오프라인 대회의 경우 서울 신촌을 시작으로 양양 해수욕장, 청주, 부산, 서울 세종문화회관, 광주, 대전 등에서 치러졌으며, 지난 27일(토)에는 부산 '원아시아 페스티벌 2018' 현장에서도 경기가 진행됐다. 이 중에서 27일 진행된 부산 경기는 유튜브 등을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그런데, 경기 중계 도중 다소 의아한 광경이 포착됐다. 화면에 비친 선수들이 까만 천이나 점퍼 등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것. 얼핏 보면 이슬람 여성들이 입는 전통의상이나, 뉴스에 등장하는 경찰 연행장면에서 용의자 신상보호를 위해 옷이나 담요를 씌우는 장면이 연상된다.

게임메카 확인 결과, 이 같은 풍경은 햇빛 반사를 막기 위한 선수들의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선수 개개인이 준비한 모바일 기기로 진행되는 경기 특성 상 햇빛이나 조명에 의한 반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이 날 따라 부산 날씨가 맑고 쾌청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현장에는 별도의 차양막이나 나무그늘 등이 부족했고, 경기에 집중하고 싶었던 선수들은 입고 온 옷이나 담요 등으로 햇빛을 가렸다. 이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며 소소한 화제를 모은 것이다.

주최측인 펍지는 야외에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선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헤드폰과 보조배터리를 제공해 최대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나, 햇빛 반사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펍지 측은 "처음으로 진행하는 야외 행사니 만큼 현장 피드백도 꾸준히 받고 있는데, 주변 환경이나 날씨 등에 따라 경기 환경이 달라지는 만큼 빛 반사까지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라며 "차양막이나 천막 등도 해결책이 될 수는 있겠으나, 장소마다 환경이 다르다 보니 모든 행사장에서 적용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라고 설명했다.

이어 펍지는 "이번 스트리트 챌린지는 프로대회 같은 느낌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모바일게임 축제 같은 성격을 띄고 있다. 여기에 집중하다 보니 운영 환경 마련 측면에서는 미흡했던 것 같다"라며 "이번 경기를 통해 빛 반사 이슈를 충분히 인지했으며, 좋은 플레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전국에서 뽑힌 지역별 우승자 및 온라인 대표들은 오는 11월 18일 '지스타 2018' 펍지 부스에서 한국 대표 선발전을 치른다.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뽑힌 최종 4명의 플레이어에게는 별도 상금과 함께 11월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두바이에서 열리는 '펍지 모바일 스타 챌린지'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과 지원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