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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스타듀 밸리 조상격 ‘코리아 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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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심팜' 광고가 실린 PC챔프 1996년 9월호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 '심팜' 광고가 실린 PC챔프 1996년 9월호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전원에서의 삶이 언제나 낭만적인 것은 아닙니다. 직접 살아보면 힘들고 고된 일 투성이죠. 그러나 게임에서는 다릅니다. 현실적 어려움은 잠시 접어두고 수확과 경영의 즐거움만 겪을 수 있는, 그야말로 ‘힐링’을 제대로 느낄 수 있거든요. 최근 ‘스타듀 밸리’나 ‘파밍 시뮬레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농경 게임이 유행을 타고 있는 것도 그런 심리가 아닌가 싶네요.

오늘 [90년대 게임광고]에서 다룰 광고는 이런 농경 게임의 시초이기도 한 ‘심팜’입니다. 발음에 주의해야겠네요. 맥시스는 1989년 발매한 ‘심’ 시리즈 첫 작품인 ‘심시티’가 큰 성공을 거두자 장르를 점차 확장해 나갔는데, ‘심팜’은 그 중 네 번째 게임입니다. ‘심시티’ 농촌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농사를 지어 돈을 벌고, 농장을 확장하고, 축제를 열고, 재해 등에 맞서는 것이 주된 콘텐츠입니다.

심팜 광고
▲ 맥시스의 네 번째 '심' 외전 시리즈, '심팜'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광고를 보면 게임 이름에 왠지 모를 ‘코리아’가 붙어 있습니다. 얼핏 보면 맥시스에서 ‘심팜’의 한국 지역 확장팩이라도 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냥 국내 배급사인 SKC 소프트랜드에서 붙인 제목입니다. 최근엔 거의 없는 일이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배급사 판단 하에 게임 제목을 바꿔 출시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전혀 다른 게임들을 한 시리즈로 묶어 발매한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왜 하필 ‘코리아’를 붙였는가는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지금이야 게이머들 사이에 해외 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만, 1996년 당시까지만 해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국산 게임에 대한 갈증이 굉장히 컸기 때문입니다. 유명 게임 중 한국어화 되는 게임도 많지 않았고, 국산 PC게임은 가뭄에 콩 나듯 한두 개 나오던 시기였으니까요. 그런 와중에 ‘코리아’ 라는 단어와 함께 마치 한국 게임처럼 보이는 작품을 선보인다면? 실제로 이 ‘코리아’ 마케팅은 꽤 잘 통해서, 나름 높은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기사에 실린 '코리아 심팜' 스크린샷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기사에 실린 '코리아 심팜' 스크린샷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사실 이 작품도 ‘코리아’라는 이름값을 하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미국 맵을 배경으로 한 원작과는 다르게 한국 모양 맵을 도입하는 등의 시도가 대표적이죠. 그러나 전체적인 게임성은 비행기로 농약을 뿌리는 미국식 대량 농업 그대로여서 괴리감이 좀 심했습니다. 맵 역시 미국 지도 기반에다 한국 지도 이미지만 뒤집어씌워서 서해 바다(미국 서부) 한가운데서 농사를 짓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광고 지면을 보면 왠지 교육 게임을 연상시키는 문구가 많습니다. “딸기와 돼지는 어떻게 키우지?”, “자연의 신비와 농촌에 관한 산 교육 제공”, “가축과 농작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 같은 멘트만 봐도 이 게임의 교육용 게임으로서의 포지셔닝 의도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심’ 시리즈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교육용 콘텐츠 가치를 인정받았으니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교육용 게임으로서의 문구(좌)와 CD롬, '윈도우' 등의 단어가 돋보이는 사양(우)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교육용 게임으로서의 문구(좌)와 CD롬, '윈도우' 등의 단어가 돋보이는 사양(우)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사용환경을 보면, 아직 윈도우 체제가 보편화 되지 않았던 시기상을 대변해 ‘윈도우’라는 글자가 유독 많습니다. 사용환경이나 사운드카드 사양 등에도 ‘윈도우 호환’이라는 멘트가 강조돼 있군요. 이외에도 디스켓 체제가 보편화됐던 시기라서인지 사용기종에 ‘CD롬 드라이브 필수’라는 말이 쓰여 있고, 아직 마우스가 없는 컴퓨터도 많았기에 ‘입력도구: 마우스 필수’ 라고도 언급돼 있습니다. 이후 1997~98년만 해도 CD롬 2배속~4배속은 기본이었고 윈도우나 마우스 등은 기본 사양이 된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PC 발달의 과도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덤으로 보는 B급 광고

미소녀 레슬링 경영 시뮬레이션 '렛셀엔젤 3'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미소녀 레슬링 경영 시뮬레이션 '렛셀엔젤 3'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오늘의 B급광고는 ‘여자레슬링 렛셀엔젤 3’, 일본 정식명칭은 ‘레슬엔젤스’라는 작품입니다. 여성 프로레슬링을 주제로, 다양한 선수를 발굴, 육성해 시합에 내보내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죠. 일본판에는 수영복 벗기기 매치 등 성인용 요소도 들어가 있지만 한국판에서는 이런 요소가 삭제된 채 15세 이용가로 발매됐습니다.

광고 내용을 보면 ‘한국 8도에서 펼치는 소녀들의 환상적인 레슬링!’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처럼 지도도 바꾸고 캐릭터명도 한국식으로 고치는 등 여러 모로 애를 썼지만, 그 과정에서 데이터를 잘못 건드렸는지 운영 자금이 계속해서 마이너스가 되어버리는 치명적 버그가 생겨버렸습니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에디터의 권’을 빌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외에는 ‘최대 3명까지 멀티플레이 가능’이라는 말도 보입니다. PC통신 환경이 열악했던 당시 시대 상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게임을 즐겼는지는 지금와서 확인할 방도가 없지만, 마이티 유키코의 멋진 프로레슬링 기술만큼은 기억에 확실히 남아 있습니다. ‘레슬엔젤스’ 라는 시리즈를 국내에 처음 소개해 준 이 고마운 게임을 문득 다시 해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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