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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하다는 세포마켓, 게임에는 이미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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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세포마켓'이 뜨고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2019년 트렌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 ‘세포마켓’이다. 세포마켓이란 주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처럼 SNS를 바탕으로 혼자 물건을 만들어 파는 판매자와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1인 마켓 개념으로, 기업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파는 기성품을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원한다면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1인 마켓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번성했고, ‘세포마켓’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대세로 떠올랐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게임업계에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세포마켓’이 꽃을 피우고 있다. 스마트폰, 크라우드 펀딩을 중심으로 붐을 일으킨 1인 개발부터, 직접 만든 게임 굿즈를 사고 파는 1인 마켓도 종종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인기 있는 진행자를 중심으로 한 1인 게임 방송이 소비를 주도하는 큰 손으로 떠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은 다른 분야보다 한 걸음 더 빨리 ‘세포마켓’에 발을 들였다고 말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 중심을 이루는 1인 게임 개발

게임에서 1인 개발자는 이미 낯선 단어가 아니다.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로 손꼽히는 킥스타터 모든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게임이다. 킥스타터가 열린 후 추진된 프로젝트는 43만 건이 넘는데 이 중 게임은 10%에 달하는 4만 3,000여 개에 달한다. 특히 2018년 게임 펀딩 중에는 1인 혹은 소수 인원으로 시작하는 테이블탑 게임(게임판을 테이블에 펼쳐 두고 하는 게임)이 90%를 차지했다.

▲ 킥스타터에서 추진된 게임 중 가장 많은 것이 게임이다 (자료출처: 킥스타터 공식 홈페이지)

1인 개발은 비단 크라우드 펀딩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2010년부터 스마트폰 게임을 중심으로 1인 개발자가 속속 등장했다. ‘스매싱 더 배틀’, ‘오버턴 VR’ 등으로 이름을 알린 한대훈 대표, 유니티 에반젤리스트에서 시작해 1인 개발자로 거듭난 문틈 지국환 대표, ‘포츈’ 시리즈로 인지도를 모은 도톰치게임즈 장석규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PC에서도 1인 혹은 소규모 개발로 시작해 글로벌적인 흥행을 거둔 게임이 상당히 많다. 인디 게임 붐을 일으킨 대표작 ‘마인크래프트’부터, 4년 동안 개발자 1명이 빚어낸 힐링 게임 ‘스타듀 밸리’, 기괴한 게임성을 앞세워 시뮬레이터 붐을 일으킨 ‘염소 시뮬레이터’,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지금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언더테일’까지 수많은 사례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에 다른 분야보다 일찍 ‘1인 개발’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살펴볼 점은 게임 개발에 필요한 제작 도구를 쉽게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유니티 엔진과 언리얼 엔진은 2015년부터 기본적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인 개발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 없이 게임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 주요 상용 엔진 유니티와 언리얼도 2015년에 본격적인 무료화 대열에 합류했다 (사진제공: 유니티/에픽게임즈) 

아울러 앞서 소개한 엔진은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한다. 시작을 모바일로 했더라도 간단한 작업을 거쳐 같은 게임을 PC, 콘솔 등 다른 기종으로 바꿔서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기종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특성은 글로벌 마켓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를 냈다. 대표적인 PC 게임 플랫폼으로 손꼽히는 스팀이나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모바일 오픈마켓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현지 유통사 없이도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개발과 유통,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두 가지 부분에 대한 진입장벽이 내려가며 보다 많은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1인 게임 굿즈 상점

게임업계 세포마켓은 비단 ‘1인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에는 게임과 함께 게임을 소재로 한 굿즈도 있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2차 창작은 기존에는 비주류로 치부됐으나 최근에는 ‘나혼자산다’와 같은 공중파 방송을 통해 이러한 상품을 즐기는 출연자가 등장할 정도로 대중적인 영역으로 자리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 상품을 모으는 것이 특이한 취미가 아니라 일상처럼 자리하며 아는 사람끼리 공유하던 게임을 소재로 한 2차 창작물이나 관련 상품도 물망에 오른 것이다. 이처럼 게임 굿즈가 인기를 얻자 게임사에서 ‘1인 마켓’처럼 펀딩을 통해 게임 상품을 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회색도시’ OST와 화보집을 냈던 네시삼십삼분, ‘큐라레: 마법도서관!’ OST 펀딩을 성공시킨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등이 있다.

▲ 게임과 함께 게임 굿즈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도 종종 추진된다 (사진출처: 텀블벅 공식 홈페이지)

넥슨이 2015년부터 시작한 ‘네코제’는 앞서 소개한 ‘세포마켓’과 완벽히 방향이 맞아떨어지는 대표적인 사례다. ‘메이플스토리’, ‘엘소드’, ‘마비노기’ 등 넥슨 게임을 소재로 유저들이 만든 상품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장터라는 것이 ‘네코제’의 가장 큰 주제이기 때문이다. 이 중에도 ‘네코제’ 일환으로 진행되는 ‘네코장’은 유저 개인이 아이디어를 낸 게임 굿즈를 상품화하도록 도와준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에도 다양한 상품이 발굴됐다. 텀블벅과 넥슨이 함께 2018년에 진행한 ‘네코장’ 프로젝트는 총 4번이며 이를 통해 유저가 만든 이용자 아티스트 제품 39종이 실제 상품으로 제작되어 팬들에게 전달됐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메이플스토리’를 테마로 한 액세서리를 만든 ‘보스 장신구: 메이플 스푼’으로 목표보다 8,400% 많은 844만 원이 모금된 바 있다. 올해 네코제 및 네코장에 대해 넥슨은 “올해 상반기에 네코제를 기획 중이며 네코장 역시 그 일환으로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게임 굿즈에서 1인 마켓이 뜰 수 있었던 배경은 앞서 소개한 것처럼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달라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개인이 모으기 어려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크라우드 펀딩이나 유통, 외주 제작 등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환경적인 변화가 맞물리며 좋아하는 게임을 상품으로 만들어 다른 유저와 공유하는 1인 게임 굿즈 상점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 작년에 부산시청에서 열린 '네코제'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두 번 말하면 입 아픈 대세, 1인 게임 방송

게임 시장에서 대표적인 ‘1인 마켓’은 게임 방송이다. 출퇴근길에 폰으로 방송을 보며 가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는 것처럼 개인방송은 빠지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방송을 이끌어가는 주된 콘텐츠가 바로 게임이다.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크리에이터는 8,400만 명 이상을 모은 ‘퓨디파이’다. 아울러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유명한 트위치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50만 명이 생방송을 진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인기는 비단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확보한 개인방송 진행자는 오프라인에서도 두각을 드러낸다. 국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장소가 작년에 열린 지스타였다. 지스타 2018은 ‘개인방송 대잔치’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인기 개인방송 방송 진행자가 집결하며 많은 관람객을 부산에 끌어 모았다. 과거에는 유명 연예인을 동원했다면 작년에는 이를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개인방송 진행자들이 맡은 격이었다.

▲ 작년 지스타 현장에서 열린 카카오 '셀럽매치'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개인방송 중에서도 ‘게임 방송’이 대세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게임과 개인방송은 궁합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게임은 개인방송에서 사용하기 좋은 소재다. 게임 자체가 영상, 음악, 스토리까지 기본적인 볼거리를 갖춘 콘텐츠다. 물론 게임 방송으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지만 다른 분야와 비교하면 진입장벽이 낮다. 방송 내용부터 손수 만들어야 하는 연주, 음악, 공예, 요리와 비교하면 일단 기본적인 재료를 가지고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리트다.

여기에 개인방송을 통한 입소문을 바탕으로 흥행에 오른 게임도 상당히 많다. 2017년을 강타한 ‘배틀그라운드’는 매 판마다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생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개인방송을 타고 유명세에 오르며 글로벌 흥행까지 도달한 케이스다. 그 뒤에 등장한 ‘포트나이트’나 최근 인기 게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에이펙스 레전드’도 트위치 등 개인방송을 바탕으로 인기를 끌어 모으고 있다.

잊혀졌던 게임이 발굴되는 사례도 있다. 출시 자체는 2018년이지만 최근 트위치 인기 순위 상위권에 치고 오르며 PvE 이벤트 발생 빈도 수 등 관련 지표가 수직 상승한 ‘씨 오브 씨브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도 ‘항아리 게임’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게팅 오버 잇’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을 재미있게 풀어낸 개인방송을 바탕으로 인기에 오른 인디 게임으로 유명하다.

▲ 트위치를 보면 무슨 게임이 인기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진출처: 트위치 공식 홈페이지)

개발, 굿즈, 방송까지… 세포마켓은 피할 수 없는 대세

앞서 소개한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게임업계에서 ‘세포마켓’은 떠오르는 트렌드를 넘어서서 여러 성공 사례가 배출된 검증된 분야다. 이를 다시 이야기하면 게임 시장에는 세포마켓에 익숙한 잠재 소비자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뜻한다. 게임업계에서 ‘세포마켓’은 실험적인 영역을 넘어 상용화에 접어든 영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도 ‘세포마켓’에 익숙한 소비자를 겨냥한 활동이 요구되는 때다. 새로운 게임을 내며 개인방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2차 창작이 활발한 게임이라면 유저와 함께 ‘1인 게임 굿즈 상점’을 시도해보는 것도 팬층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되며, 긍정적인 사례도 많다. 이밖에도 사내 1인 혹은 소규모 개발팀을 활용해 스팀이나 글로벌 모바일 오픈마켓에 작지만, 참신한 게임을 지속적으로 시도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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