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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과 한방 없었다, 국내 게임사 작년 주르륵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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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국내 게임 상장사에 빨간불이 떴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작년에 게임업계에서 돌았던 이야기 중 하나는 시장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리니지M’을 위시해 구글 매출 상위권이 굳어져버렸고, ‘왕이되는자’, ‘브롤스타즈’, '벽람항로' 등 해외 게임 공세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한 해였다. 기존 게임이 시장을 꽉 쥔 상황에서 해외에서 경쟁작이 몰려, 비집을 틈새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때가 왔다. 국내 게임 상장사 작년 실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업체별 실적을 살펴보면 적신호가 한두 곳에 뜬 것이 아니다.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거나, 적자 폭이 커진 곳이 대부분이다. ‘서든어택’으로 10년 넘게 버텨온 넥슨지티는 작년에 251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으며 ‘HIT’, ‘아스텔리아’ 등을 주력으로 앞세운 바른손이앤에이는 ‘HIT’ 매출 감소에, ‘아스텔리아’ 개발 비용 증가가 겹치며 영업손실 폭이 크게 늘었다. 퍼센트로 보면 2017년보다 1,714.3%나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땅한 신작이 없었던 액토즈소프트도 작년에 적자전환을 면치 못했으며, ‘미르의 전설’ 로열티 증가에 힘입어 2017년에 호성적을 거뒀던 위메이드도 작년에는 362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보다 많은 매출을 낸 선데이토즈는 영업이익이 줄고, 매출이 2017년보다 100% 이상 늘어난 데브시스터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외에도, 썸에이지, 액션스퀘어, 엔터메이트, 조이맥스, 조이시티, 플레이위드 등 중소 게임사 대부분이 적자전환되거나 2017년보다 많은 적자를 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게임사도 칼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게임빌은 작년에 174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내며 9분기 연속 적자를 면하지 못했고, 글로벌 흥행작 ‘서머너즈 워’로 승승장구하던 컴투스는 그 뒤를 이을 후발주자를 찾지 못하며 영업이익이 24.7% 줄었다. 2017년보다 50% 이상 영업이익이 줄어든 넷마블도 작년은 우울한 한 해가 아닐 수 없었다.

호실적 거둔 게임사도 ‘신작’이 그 이유는 아니었다

▲ 작년에는 자라나는 새싹 같은 신작이 거의 없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여기에 작년에 좋은 실적을 낸 게임사도 ‘신작 흥행’이 주된 이유는 아니다. 매각을 앞두고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한 넥슨을 견인한 주역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기존 온라인게임이다. 새 게임으로 높은 성과를 냈다기보다 기존 게임이 실적을 밀어올린 셈이다.

‘1조 클럽’에 입성한 NHN엔터테인먼트 실적을 책임진 것은 게임이 아닌 커머스 등 비 게임 사업이다. 게임 매출은 온라인과 모바일 모두 2017년보다 감소했다. 5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선 네오위즈도 실적을 견인한 주역은 작년에 스팀에 출시했던 ‘블레스’와 작년 4월 해외 서비스에 돌입한 ‘브라운더스트’다. 두 게임 모두 작년에 선보였던 새로운 게임은 아니다.

올해 호실적을 달성한 게임사 중 자체 신작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린 곳은 펄어비스가 유일하다. 펄어비스는 작년 2월에 출시한 ‘검은사막 모바일’을 발판으로 삼아 매출은 245%, 영업이익은 158% 늘었다. 웹젠도 국내 및 해외에 진출한 ‘뮤 오리진 2’를 바탕으로 작년 영업이익이 56.4% 늘었다. 회사를 오래 책임져온 ‘뮤’ IP 효과 발휘된 셈이다. 다만 게임 제작사는 웹젠이 아니라 중국 게임사 천마시공이기에 자체 개발작으로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종합해보면 국내 게임산업 허리를 받쳐줄 중견 기업 대부분에 적색경보가 떴다. 더 암울한 사실은 호실적을 거둔 게임사도 미래를 책임질만한 새로운 동력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년 실적을 떠받친 것이 ‘신작’이 아니라는 것은 회사 성장을 보장할만한 성과를 내줄 새로운 매출원을 발굴하지 못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결과는 올해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작년에 낸 신작을 바탕으로 실적을 어느 정도 견인했어야 올해 출시될 신작도 탄력을 받고 상승세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작년에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낸 신작이 거의 없었기에 올해는 출시하는 게임 하나하나에 더 큰 무게와 부담이 실릴 우려가 크다. 

올해는 필사적으로 ‘턴어라운드’ 해야 된다

그렇다면 작년에 게임사 대부분의 실적이 바닥을 친 이유는 무엇일까? 공시를 통해 밝혀놓은 실적 부진 이유를 살펴보면 의문을 풀 수 있다. 줄기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원래 작년에 내려고 했던 신작이 개발이 늦어지며 내지 못했거나,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위해 투입한 비용이 늘었거나, 신작을 시장에 냈으나 마케팅 비용과 수수료가 늘어나며 적자를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압축하면 매출 증가를 기대할만한 새 게임이 없거나, 있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어 흑자를 내지 못했다.

이를 모바일 시장 상황과 묶어서 생각하면 윤곽이 더 뚜렷해진다.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국내 시장 주류는 모바일 MMORPG였다.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M’, ‘검은사막 모바일’이 연이어 출시되며 모바일 MMORPG도 고도화됐다. 온라인 못지 않은 돈과 인력, 시간을 들여야 게임 하나를 완성해낼 수 있는 시대가 되고 만 것이다.

▲ '검은사막 모바일'이 앞세운 강점은 남다른 완성도였다 (사진제공: 펄어비스)

아울러 앞서 예로 든 게임은 모두 인지도 높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MMORPG가 굳이 아니라도 모바일에서 ‘유명 IP’는 성공의 열쇠로 통한다. 넥슨처럼 가지고 있는 IP가 많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만한, 그 중에도 다른 곳이 선점하지 않은 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추가적인 로열티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이 기본적으로 출시에 따른 마케팅과 수수료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모바일 시장 특성과 맞물려 신작 출시가 막히고, 기존보다 더 많은 자원을 써야 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 검증된 게임을 수입해오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중국에서 '왕자영요'를 잡았던 게임으로 유명한 ‘마스터탱커’를 들여온 웹젠, 중국 게임사가 만든 '신세계'를 국내에 출시한 플레이위드, 중국 게임사 레드 덩크와 손잡고 ‘NBA NOW’를 준비 중인 게임빌이 대표적이다.

▲ 웹젠이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인 '마스터탱커' (사진제공: 웹젠)

자체 개발에 필요한 비용이 만만치 않고, 자원을 투자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시장이기에 중국 게임 수입을 검토하는 게임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게임을 수입해 실적을 메우는 것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는 득이 되지 않는다. 모바일게임 개발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되려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국내 게임 상장사가 점점 쓰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파티게임즈가 상장 폐지가 결정됐고, 와이디온라인도 폐지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액션스퀘어와 엔터메이트에도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떴다. 올해는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턴어라운드’를 하지 않으면 업계 분위기는 더욱 더 어두워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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