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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키웠으니 게임업체가 중독세 내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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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MBC 100분 토론 주제는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였다 (사진출처: 100분 토론 공식 홈페이지) 

WHO ‘게임 이용 장애’는 국내 게임산업을 넘어 게임을 즐기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만약 ‘게임 이용 장애’가 질병이 된다면 게임 그리고 게이머에게 ‘정신질환’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게 된다. 공중파에서 이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릴 정도로 대중적,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열린 MBC 100분 토론의 주제는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였다. 게임 이용 장애를 공식 질병으로 삼는 것에 대한 찬반토론이었다. 공식 질병으로 삼아야 한다는 찬성 쪽 패널로는 한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와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예방 시민연대 김윤경 정책국장이 나왔다. 이어서 질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반대 쪽 패털로는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과 게임 크리에이터로 유명한 ‘대도서관’이 등장했다.

찬성과 반대 모두 게임 이용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는 공감했다. 핵심은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행동을 정신질환으로 삼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찬성 쪽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전문적인 보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반대 쪽은 게임 자체보다는 게임에 몰입한 사람의 주변 환경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질병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한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게임중독에 대한 자극적인 일반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명확하고 엄격한 진단기준이 필요하다. 이미 현실에서는 심각한 문제에 맞닥뜨렸으나 진단을 받지 못하고, 치료를 받지 못해서 고통을 받는 분들이 있다. 대부분의 게임 사용자는 건전하고, 오락과 여가로 게임을 즐기는 것도 찬성한다. 하지만 게임 이용 장애에 해당할 만큼 병적인 사용자는 보건 서비스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 대부분의 게이머는 문제가 없지만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에 대한 보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노성원 교수 (사진출처: MBC 온에어 갈무리)

반대 쪽 패널로 참석한 대도서관은 “게임 자체로 인해서 중독이 생겼다기보다는 주변 환경 자체에 마음을 둘 곳이 없어서 게임을 찾게 된다고 생각한다. 게임이 심리적인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환경적인 부분이 있다. 주변에서는 관심이 없고, 게임 속 사람들만 관심을 보인다면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생각한다.

▲ 대도서관은 게임 자체보다는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진출처: MBC 다시보기 갈무리)

게임에 대한 인식 차이가 극명히 드러났던 100분 간의 토론

자정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 100분 동안 격렬하게 진행된 토론에서 분명히 드러난 것은 게임에 대한 인식 차이가 계층마다 상당하다는 부분이다. 시민토론단으로 참석한 한 학부모는 게임으로 인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한 대도서관의 의견에 반대하며 “그 안에서 자아실현하면 밖에서는 할 수 없다. 그 안에서 아이가 학교도 안 가고 중독에 빠지게 된다. 가정에서 못 돌봐서가 아니라 현실의 친구 관계가 중요하고, 그 시기에 아이에게도 해야 할 일이 있다”라고 말했다.

시민토론단으로 자리한 대학생은 “어떠한 행동을 질병으로 만들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행동을 하는 많은 사람에게 편견을 심어준다. 바둑이나 장기도 어르신들이 내기를 걸기도 하는데 그런 행동에 대해서는 규제하자는 이야기를 안 한다. 게임이 만만하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하기에 잘 모르겠고, 뉴스에서 위험하다고 보도하니 질병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사람에게 편견을 강화시키고 누군가에게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이었던 ‘게임중독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 이야기는 지난 20일에 헤럴드경제가 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세를 추진하고 있다는 단독보도를 내며 화두에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과거에도 게임사 매출 일부를 중독치유기금으로 걷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고, 이번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첨예한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예방 시민연대 김윤경 정책국장은 “당연히 게임사가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산업이 혼자 큰 것이 아니다. 1990년대부터 정통부가 키웠고 이게 핫한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문체부가 가져가며 국가정책으로 육성했다. 그 정책으로 크는 동안 세금이 나갔다. 그러는 동안 게임에 대한 폐해와 학부모 근심도 늘었고, 정말 끔직한 사건도 일어났다. 게임산업도 벌었으면 사회공헌차원에서라도 뭔가 해야 되지 않겠나. 게임사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돈 내기 싫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 김윤경 정책국장은 정부가 게임산업을 키웠으나 중독세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출처: MBC 온에어 갈무리)

이에 대해 위정현 학회장은 “게임은 정부가 육성하지 않은 첫 산업이다. 두 번째가 웹툰, 세 번째가 아이돌이다. 오히려 정부가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부터 게임산업에 셧다운제와 같은 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락실을 가지 말라 하고, 오락실에 가면 정학을 받을 정도로 탄압했던 곳에서 자생적으로 살아남은 것이 게임이다”라며 “조금 더 과감하게 말하자면 한국 온라인게임은 우리나라 5,000년 간 역사에서 중국을 지배했던 처음이자 마지막 산업이다”라고 설명했다.

게임을 빼고, 아이들을 이해해보자

현재 아이들의 놀이 문화에 대한 시각 차이도 분명했다. 김윤경 정책국장은 “온라인 안에서 맺어지는 인간관계로는 사교성과 사회성을 기를 수 없다. 얼굴을 맞대고 친구를 만나야 사회성이 길러지지 열심히 상대를 이기고, 게임에서 죽이고, 그런 싸움하는 곳에서는 동질감은 느끼겠지만 사회성을 키울 수는 없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SNS를 비롯한 온라인 소통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꼭 얼굴을 맞대야 사교성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은 공감을 사기 어려운 의견이다. 대도서관 역시 “온라인에서 맺어진 관계망이 쓸모 없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현재 SNS 시대를 반박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도 무수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회적인 관계망을 펼치고 있다. 정말 실례되지만 무지한 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아이들은 낮에 놀 시간이 없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며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 2~3개를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학교와 학원을 마치면 밤 늦게 마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놀이수단은 많지 않다. 위정현 학회장은 “최근 게임 서버를 통해서 아이들이 어떻게 게임을 하는지 관련 데이터를 살펴봤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기 전에 2, 30분, 학원가기 전에 1, 20분, 자기 전에 2, 30분 정도다.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 위정현 학회장은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게임 서버 데이터를 통해 이야기했다 (사진출처: MBC 다시보기 갈무리)

아동의 놀 권리는 UN아동권리협약에도 명시되어 있다. 학업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놀 권리가 있다. 정말 생각해볼 지점은 학교와 학원에 가느라 밤 늦게 집에 오는 아이에게 게임 외에 놀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냐는 것이다. 대도서관은 “미국처럼 일찍 끝나고, 학원 스포츠 같은 것이 잘 되어 있다면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학교 끝나면 학원에 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이 가질 취미는 게임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공중파에서 극단적인 사례를 언급해도 괜찮은가?

극단적인 사례를 예시로 든 점도 지적할만한 부분이다. 한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모든 사람을 중독자로 보지 않지만 극단적인 사례로는 4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고 게임만 하다가 응급실에 실려온 사람도 있었고, 직장인이면서 세 아이의 아빠가 게임 아이템을 사기 위해 월급을 탕진하고, 젊은 여성은 게임 문제 때문에 자살 생각도 들어서 치료를 받으러 온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노성원 교수가 ‘극단적인’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으나 공중파는 대중이 지켜보고, 여론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에 사례를 이야기할 때 조금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사례가 일반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범죄의 원인으로 삼는 발언도 있었다. 일단 진행을 맡은 김지윤 정치학 박사는 “얼마 전에 2개월 된 영아를 아빠가 살해한 케이스도 있었고. 게임 중독으로 인해서 자녀를 방치하거나 학대, 살해한 범죄가 나오는데 게임 중독으로 인해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 진행자의 태도와 함께 방송 초반에 게임중독 체크리스트를 보여주는 등 중립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사진출처: MBC 다시보기 갈무리)

하지만 강력범죄가 일어난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고, 게임 단 하나 때문에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질문은 게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여기에 토론회에서 진행자의 역할은 중립적으로 토론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진행자라는 위치에서 극단적인 사례를 들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인다.

패널 토론에서도 관련 내용이 화제로 떠올랐다. 김윤경 정책국장은 “인터넷 중독이나 쇼핑 중독, 일 중독의 피해 범위는 자신과 가족이다. 그러나 게임 중독은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강력 사건이다”라며 말을 했고, 이에 대해 대도서관이 “게임 중독만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근거가 있느냐? 쇼핑에 중독되어 돈을 구하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는 뉴스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윤경 정책국장은 “그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소리다”라고 하자 대도서관은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 말이다”라고 말했고, 김 국장은 그 즉시 화제를 바꿨다.

이번 토론은 전체적으로 진행자도 중립을 지키지 못했고, 찬성과 반대 모두 감정적인 발언이 많았다. 토론 주제였던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아니라 찬반논쟁에 쟁점이 파묻히는 결과가 발생하고 말았다. 1999년부터 20년 넘게 진행된 MBC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이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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