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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로그아웃이 있는 '온라인게임' 전시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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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처럼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역사 전시회가 열린다 (사진제공: 넥슨)

보통 전시회라고 하면 눈으로 즐기는 것이 먼저 떠오른다. 벽에 걸린 그림을 보거나, 유물을 구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역사 전시회’라면 어렵고,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다. 그런데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처럼 플레이할 수 있는 전시회가 있다면 어떨까? 넥슨재단이 온라인게임 25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게임 역사 전시회’는 로그인과 로그아웃이 있고, 온라인게임을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직접 해볼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은 전시회 이름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전시회 제목은 ‘게임을 게임하다’로 한국 온라인게임 역사를 게임처럼 해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회는 7월 18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진행된다. 현장에 전시된 작품은 총 20종으로 한국 게임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것부터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게임 뒤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하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부분은 로그인과 로그아웃이다. 행사장 입구에서 본인 넥슨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고, 팔찌처럼 생긴 ‘ID 밴드’를 옆에 서 있는 검정색의 기다란 ‘체크포인트’에 찍으면 인증이 완료된다. 만약 넥슨 계정이 없다면 게스트 아이디를 현장에서 만들어서 참여할 수 있다. 전시회를 모두 즐긴 후 입구에서 로그아웃을 하면 특별한 영수증을 받을 수 있다. 전시회에서 했던 모든 활동이 기록된 영수증이다.

▲ 이것이 인증에 필요한 ID 밴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넥슨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거나 게스트 계정을 만들고 밴드를 찍으면 인증이 완료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만남이 있다면 작별이 있는 것처럼 로그인이 있다면 로그아웃도 있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전시회를 즐긴 후 로그아웃을 하면 현장에서 한 활동이 체크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렇게 영수증으로 나온다, 실패한 것은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인증을 안 한 것이다... 임무를 모두 완수하고 싶다면 ID 밴드를 찍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넥슨 계정으로 로그인을 했다면 특별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기획에 참여한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강대현 본부장은 “넥슨 게임을 했던 플레이 이력이 영수증으로 나온다. 가입한 날짜, 주로 플레이한 요일, 가장 많이 즐긴 게임과 같은 데이터가 출력된다”라며 “제 영수증을 뽑아보며 10년 전에 만들었다 잊었던 캐릭터도 발견하며 ‘이런 캐릭터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잠기게 됐다. 아울러 넥슨 직원 중에는 영수증 길이가 1.5m에 달하는 분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 넥슨 인텔리전트랩스 강대현 본부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물풍선을 터트리고, 감춰진 코스를 발굴하는 재미

‘플레이하는 전시회’라는 느낌을 살린 것은 로그인과 로그아웃만이 아니다. 현장에 있는 전시물 대부분이 손으로 눌러보고, 발로 밟아보고, 책장을 넘기며 새로운 기록을 찾아보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현장에 전시된 작품은 총 20종이며 11종은 온라인게임 속 세상을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것, 나머지 9종은 한국 게임의 역사와 유저들은 볼 수 없는 숨은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넥슨컴퓨터박물관 최윤아 관장은 “전시장 입구로 들어가는 방향에 있는 11종은 게임 클라이언트, 나오는 방향에 있는 9종은 게임 서버라고 생각하시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향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전시물 두 가지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를 소재로 한 ‘얼음땡’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게임 속 욕설을 찾아내 이를 차단하는 과정을 눈으로 보여주는 ‘1,000,000/3sec’다.

우선 ‘얼음땡’은 전시장에 있는 커다란 발판 위에 서면 게임이 시작된다. 3초 이상 제자리에 서 있으면 물풍선이 나오고, 좀 더 기다리면 터진다. 이를 활용해 박스 안에 갇혀 있는 ‘배찌’를 구하면 된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를 현실에서 몸을 움직이며 해보는 재미를 살린 것이다.

▲ 3초 이상 서 있으면 물풍선이 생기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좀 더 서 있으면 물풍선이 터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물풍선이 터지면 앞에 있는 박스가 없어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배찌'를 발로 밟는 것 같지만 물풍선을 터트려 구해주려는 것이니 오해는 금물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어서 이름이 다소 어려운 ‘1,000,000/3sec’는 그냥 보고 있으면 별이 가득한 밤하늘 같다. 그러나 앞에 있는 다이얼을 돌려서 확대하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별’이 아니라 유저들이 게임 속에서 내뱉는 욕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상대를 비하하는 말들이 생겨났다가 삭제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전시물 이름은 3초에 100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로 넥슨은 머신러닝(스스로 공부하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부적절한 채팅을 차단하고 있다. 유저로서는 체감할 수 없는 데이터 처리 과정을 전시를 통해 느껴볼 수 있게 한 것이 ‘1,000,000/3sec’다.

▲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밤하늘 같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확대해서 보면 별이 아니라 욕설이다, 부적절한 채팅을 찾아내고 이를 제거하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표현한 것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넥슨이 하루에 처리하는 100 테라 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비하인드 더 게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숨은 재미를 발굴하는 맛도 있다, 바닥에 숨어 있는 트랙을 찾아내는 '히든 트랙'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숨어 있는 화면을 찾아내는 '차원의 돋보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원하는 책을 눌러 '메이플스토리' 스토리를 살펴볼 수 있는 '차원의 도서관'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모닥불이 둘러앉아 수다 떨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이와 함께 넥슨 게임으로 오래 즐긴 사람이라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를만한 공간도 있다. 전시장 중앙에 있는 ‘캠프파이어’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마비노기’의 ‘캠프파이어’를 현실에 만들어놓은 것이다. 총 5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데, 5명이 모두 앉으면 캠프파이어에 불이 켜지고, 바람이 불고, 빛이 비취며 ‘마비노기’ 게임 음악이 흘러나온다.

▲ '마비노기'에서 모두 둘러 앉아 수다떨던 추억을 자극하는 '캠프파이어'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퀴즈퀴즈’ 책도 있다. 책 자체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하얀 종이에 ‘퀴즈퀴즈’에 대한 이미지, 텍스트, 영상이 등장한다. 책장이 넘길 때마다 내용이 달라지기에 살아 숨쉬는 듯한 책을 읽는 느낌이 난다. 이와 함께 책장 상단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당시 개발진들이 주고 받았던 이메일과 같은 숨겨진 자료가 등장한다.

▲ 아무것도 없는 책장에 갑자기 이미지, 텍스트, 영상 등이 나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개발진들이 주고 받은 이메일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넥슨하면 빠질 수 없는 '도토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하나씩 가져가면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시물은 하나지만 게임에서 어떤 추억을 쌓았느냐에 따라 관람객이 느낄 감정은 모두 다르다. 같은 게임을 해도 다른 경험을 얻어가는 온라인게임과도 같다. 최윤아 관장 역시 “이번 전시회는 ‘관람객 특정 전시’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봤다”라며 “게임 속 맵을 탐험하는 것처럼 원하는 순서대로 자유롭게 전시를 즐기고, 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 넥슨컴퓨터박물관 최윤아 관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시회 주제가 ‘게임의 역사’이기에 한국 게임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두꺼운 모니터에 재생되는 ‘바람의나라1996’과 1994년에 나온 ‘단군의 땅’, ‘쥬라기 공원’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온고잉 비기닝’, 90년대부터 출간된 게임 잡지를 모아놓은 ‘온고잉 라이브러리’, 1992년부터 2019년까지 주요 사건을 정리한 ‘온고잉 히스토리’ 등이 있다.

▲ 와, 이게 언제적 컴퓨터야... (사진: 게임메카 촬영)

▲ 1994년에 나온 고전 게임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90년대 잡지를 모아둔 '온고잉 라이브러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역사하면 빠질 수 없는 연대표도 한 켠에 자리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추억도 빠트릴 수 없는 소중한 역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유저들과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게임에 대해 남긴 의견을 정리한 '온고잉 데피니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역사를 다룬 전시물에 ‘진행 중’이라는 뜻의 ‘온고잉’이 붙은 이유는 한국 게임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윤아 관장은 “이번 전시가 온라인게임 역사 25년을 망라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현대미술의 산실로 통하는 ‘아트선재센터’에 전시하며 산업, 미디어아트를 넘어 예술로서 바라보는 게임에 대한 담론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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