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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실화입니다, 막내 기자 북맨의 지스타 2014 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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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처음 찍을 때만 해도 설렜지...

게임메카에 온지 벌써 반년, 막내 기자 북맨은 오늘도 강대한 적 ‘리뷰’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북맨은 이윽고 키보드를 바로잡고 긴 혈투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리뷰’에 달려들었다. 그러나, 갑자기 엄청난 빛의 폭풍과 함께 강적 ‘리뷰’는 단숨에 소멸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크앙 선배가 서 있었다.

“북맨 드디어 때가 되었도다”
“벌써 수요일입니까?”
“그래, 그러니 리뷰 하나 붙잡고 계속 늘어지지 말고, 빨리 지스타 갈 준비나 해라”

지스타! 그 웅장한 울림에 북맨은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메카에 취직하기 전에는 풍문으로만 들어본 그 행사에 기자로 가게 된 것이다. 북맨은 결연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어깨에는 어느새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가 걸려 있었고, 한 손에는 노트북이 들려 있었다. 그는 기자 인생 첫 출장 ‘지스타 2014’으로 향했다.

부산 도착, 아직은 설렘과 기대감을 품고서...

북맨이 부산에 도착한 것은 11월 19일 낮 12시. 북두신권을 사용해서 8시간 가량 날아가던 크앙 선배 때와는 다르게, 기술이 날로 발전해서 KTX를 타고 2시간 반 만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직 오후라 벡스코는 아직 한창 준비 중이었다. 그래도 곳곳에 게임 현수막이 걸린 벡스코 본관에, 외부에는 커다란 ‘포코팡’ 인형들이 자리해 지스타 개막이 머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이젠 굳이 날아가지 않아도 KTX를 쓰면 되요 선배


▲ 셔틀버스를 타면 벡스코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 드디어 벡스코 도착!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B2C관 내부에 들어가자, 북맨은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무릎을 꿇을 뻔했다. 아직 모니터나 기기들이 설치되지 않은 회장이었지만, 북맨에게는 느껴졌다. 여기가 바로 영광의 무대라는 것을! 2년만에 참여한 웅장한 엔씨소프트, ‘파이널 판타지 14’를 전면에 내건 액토즈소프트, 진짜 공룡(?)을 데려온 넥슨 등 사방이 꿈의 무대로 보였다. 기쁨에 겨워, 한창 셔터를 누르고 있는 와중 누군가 어깨를 붙잡았다. 

“돌아가죠, 아직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예? 전쟁이라뇨?”
“때가 되면 알게 될 겁니다.”


▲ 랜선을 깔고 있던 중이라 한산했던 프레스룸


▲ B2C관 내부는 공사중


▲ '마비노기 듀얼'에 넋을 빼앗긴 기자 3명


▲ 비닐에 싸인 PS4 시연대


▲ '듀랑고' 홍보를 위해 공룡을 데리고 온 넥슨

북맨은 그렇게 선배들 손에 이끌려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그러나 그 날 주어진 업무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장 취재가 남아있던 것이었다. 지스타 전야제라고 할 수 있는 큰 행사인 만큼 북맨은 긴장에 몸서리쳤다.

시상식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포토라인에 걸려 촬영에 제약이 생겼고, 상황이 계속 변해 대응하게 어려웠다. 이리저리 뛴 탓에 몸은 힘들었지만 처음 가본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은 정말 지스타 전야제라고 하는 이유를 단박에 알만큼 눈부신 행사였다. 여기에 모바일 게임 최초로 액션스퀘어의 ‘블레이드 for Kakao’가 대상을 수상하며 화제에 올랐다.

“기사 마무리되면 전화 주고, 먼저 간다”

정신 없던 시상식이 끝나고, 시상식장에 같이 오셨던 편집장님은 홀연히 회식장소로 떠나셨다. 당시에는 몰랐다. 그게 올해 부산에서 본 편집장님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 상당히 먼 거리에서 촬영을 이어나갔다


▲ 그래도 사진을 건질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야생의 땅 지스타에 어서 오세요

다음 날, 게임메카 취재팀 기자들은 황망히 프레스룸에 모여 앉았다. 편집장님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그대로 남겨본다.


▲ 편집장님...?!

지스타라는 중요한 시기에, 편집장님의 부재는 북맨에게도 혼란을 안겨주었다. 누가 기사를 검토하고, 누가 임무를 내리는가? 갑작스레 발생한 사건에 북맨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그때 크앙 선배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업무는 초기에 주어진 대로 간다, 지휘는 내가 맡지”

단 한마디였지만, 모두를 정신차리게 하는 한마디였다. 북맨도 어느새 혼란에서 빠져 나와 사진 촬영을 위해, 미지의 영역 지스타에 뛰어들었다.


▲ 추운 날씨에도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보였다


▲ 로켓을 쏘아올린 '문명 온라인'


▲ 아이부터 어른까지 한데 모인 대기열

“............”

지스타 개막 때만해도 북맨은 분명 생생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입에는 카라멜 마끼아또를 물고, 여유롭게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복병 서병수 시장이 등장하며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개막식장에 있던 사진 기자들은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고, 영문도 모른 체 기자도 휩쓸려 갔다.

구르고, 밟히고 밀리고. 사진 촬영은 마치 군대에서 겪었던 각개전투를 방불케 했다. 처음에는 북맨도 마구 휩쓸렸다. 좋은 사진은 찍히지 않았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렌즈 앞에 다른 사람의 머리가 들어왔다. 그때였다!

“센터를 지배하는 자가 사진을 얻는다”

불현듯 편집장님께서 옛날에 들려주신 조언이 생각났다. 그는 반신반의하면서 조용히 사람들 틈을 비집고 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용히 왼손으로 사진기를 들고, 나직히 말했다.

“왼손은 거들 뿐”

지스타에 도착하기 이전에, 북맨은 한낮 나약한 기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진정한 기자로 다시 태어났다!


▲ 이 사진을 찍은 직후, 기자는 인파에 밀려 B2C관에 쓸려갔다


▲ 이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셔터를 수백 번 눌러야 했다


▲ 찍다보면 길은 나온다

지스타에서 치킨은 전략 무기로 쓰인다

2일차부터 북맨은 사뭇 달라졌다. 부산인데도 춥다는 이유로 입고 있던 패딩 코트는 이미 던져버린 지 오래, B2C관을 사진기 하나 들고 반팔로 누비는 그는 지스타에 완전히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부스걸을 찍는데도 거침없이 찍었으며, 사다리와 대포 렌즈는 기자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북맨 이제 돌아가자꾸나! 오늘은 발할라에서 연회가 열릴 예정이니라!”
“치킨입니까?”
“액토즈소프트 치킨이니라, 10마리나 보낸다고 했지만 2마리로 줄였지. 하하하!”

치킨이 온다는 발언에, 북맨은 뛸 듯이 기뻤다. 치킨, 이 얼마나 사람 마음을 울리는 단어인가? 특히 밤에 먹는 치킨은 신들이 먹는다는 ‘암브로시아’에 비견할 만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보약도 과하면 독이 되는 법, 우리는 2마리로 타협을 보았다.


▲ 항상 이쁜 표정을 지어주신 부스걸 분들, 감사합니다


▲ 인상적인 춤사위를 선보인 '포코팡' 3형제


▲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한 게임도 눈에 많이 띄였다

때는 9시, 저녁까지 배불리 먹고, 쉬고 있는 숙소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하지만 치킨 2마리라는 소소한 행복을 맞으러 간 그의 앞에는 의문의 쇼핑 바구니 3개가 놓여졌다. 

“원래 계획은 두 마리였다, 어떻게 된 것인가?”
“많이 먹으라고 5마리를 보냈다”
“우린 이미 배가 부르다, 무리다”
“뚜- 뚜-”

전화를 마친 선배는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당황하지 않던 크앙 선배는 이번 지스타 들어 2번째로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북맨은 그래도 어떻게든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치킨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내부에는 두 마리 같은 한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은 여섯, 치킨은 5마리. 북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상자를 닫고선 베란다로 향했다. 그리고 부산 밤하늘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 여기는 지스타였다. 상식과는 거리가 먼 정글이었다.


▲ 아...마음은 참 감사한데...

귀환 전 날, 뭐랄까……그때 저는 미쳐있었죠

그 후 많은 일이 있었다. 치킨을 과하게 섭취해서 그런지, 북맨의 멘탈은 환상과 현실을 오갔다. 부스걸 대신에 피규어를 찍으면서 멘탈을 회복하거나, 자꾸 먼 산을 쳐다보는 등 세상을 다 산 듯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여기에 문재인 의원 같은 유명인사가 깜짝 방문하면 자동으로 위치를 탐지하는 더듬이까지 생겨 지스타에 사는 토착 생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 NC 다이노스 사인회 촬영 중 뭔가 느낌이 와서 나가봤더니


▲ 문재인 의원 등장


▲ 피규어를 찍고 있으면 멘탈이 회복되었다


▲ 기자를 보고 한 가지 포즈만 취하던데...설마


▲ 무대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문명 온라인' 여제들도 찰칵!

“북맨이 미쳐가고 있어”
“안되겠다, 선물을 풀도록 하지”

지스타 마지막 날 밤, 크앙 선배를 비롯한 게임메카 기자들은 다 같이 모여 현장에서 받은 선물을 나눌 준비에 들어갔다. 북맨의 임무는 선물 추첨에 사용할 룰렛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선배, 다 작성했습니다”
“으억, 선물 종류를 룰렛에 다 적으면 어떡해! 그냥 사람 이름만 적어!”
“.........”

북맨의 상태가 급격하게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입꼬리가 기묘하게 올라갔고, 룰렛을 들고 안절부절 못했다. 이윽고 추첨식이 시작되자, 그는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돌변해버렸다.

“자 이제부터 추첨식이 시작되겠습니다! 자 과연 오늘 행운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자, 이 플라스틱 빨대 정말 귀하죠. 보통 빨대는 땅에 던지면 구부러지는데, 이건 무려 깨집니다! 여기에 돌아가시는 길 적적하지 않게 부피 많이 나가는 플라스틱 물컵을 무려 2개나 드립니다! 놀라운 상품이죠.’

갑자기 홈쇼핑 진행자가 된 막내의 우디르급 태세전환에 선배 기자들은 당황했다. 이곳은 비명과 탄식이 오가는 홈쇼핑, 기자들은 하나같이 푸짐한 크기의 ‘좋은’ 상품들을 손에 넣기 시작했다. 북맨의 광란이 끝날 때쯤에는, 모두의 손에는 하나씩 커다란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 문제의 룰렛, 여태까지 받은 선물을 모두 입력했다가 다시 지웠다


▲ 군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더플백을 받고 기뻐하는 기자님


▲ 이제 그만 줘...너무 많아

그 후 숙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정신 차렸을 때, 북맨은 이미 셔틀버스에서 벡스코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북맨에게는 ‘지스타 2014’는 상상하던 것과는 다른 고통과 시련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 만큼 고생하면서 경험한 사건과 사고는 앞으로 기자 생활에 뼈와 살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스타 현장에서 다진 튼튼한 다리 근육과 어깨처럼 말이다.


▲ 떠나기 직전에 찍은 사진, 왠지 플레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 으잉? 크앙 선배가 복사되고 있는 현장


▲ 이제는 정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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