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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키, 해외 우회구매 하면 왜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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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인기 게임들을 정가보다 훨씬 싸게 파는 광경 (자료출처: 네이버 쇼핑)
▲ 스팀 인기 게임들을 정가보다 훨씬 싸게 파는 광경 (자료출처: 네이버 쇼핑)

포털사이트에 스팀 게임 구매를 검색해 보면 단순 할인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게임 코드를 싸게 파는 곳들이 있다. 확인해 보면 십중팔구는 값싼 해외 코드를 국내에서 재판매하는 곳들이다. 이들은 스팀 국가 설정을 바꾸고, IP 우회를 통해 해당 국가에서 게임을 구매한 후, 코드 선물 기능을 통해 국내에서 게임 코드를 판매한다.

이는 스팀이 국가 별로 게임 가격을 달리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행위다. 일례로 지난 3월 20일 출시된 둠 이터널의 경우 스팀 국내 정가는 6만 7,000원이지만, 러시아에서는 반값도 안 되는 1,999루블(한화 약 3만 3,36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그밖에 터키(3만 5,260원), 우크라이나(3만 6,780원), 중국(3만 4,420원), 아르헨티나(3만 9,020원) 등도 게임을 싸게 파는 국가다. 반면, 일본에서는 약 47% 비싼 8,618엔(한화 약 9만 8,530원), 스위스에서는 약 35% 비싼 71.9 스위스프랑(한화 약 9만 680원)에 구매해야 한다.

둠 이터널 기준으로, 게임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 일본과 가장 싸게 팔리는 러시아 간 가격차는 무려 2.95배다. 게임에 따라서는 이보다 큰 차이가 난다. 반면, 게임 내 콘텐츠는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간혹 지역에 따라 지원 언어를 다르게 한다거나, 문화/제도적으로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일부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기본 베이스는 대부분 같다. 실물 패키지 게임 시절이라면 모를까, 물리적 거리가 의미 없는 디지털 세상에선 누구나 이 같은 가격차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흔히 ‘해외 우회구매’라고 한다.

같은 게임이라도 지역 별로 가격이 다른데, 이를 이용해 싼 가격에 게임을 구매하는 것을 해외 우회구매라 한다 (자료출처; Steamdb)
▲ 같은 게임이라도 지역 별로 가격이 다른데, 이를 이용해 싼 가격에 게임을 구매하는 것을 해외 우회구매라 한다 (자료출처; Steamdb)

국내에서 우회구매 키를 판매하는 업자들은 이를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게임메카 취재 결과, 네이버스토어에서 국내 정가 대비 낮은 가격에 스팀 우회키를 판매하고 있는 한 업자는 “다른 물품의 해외 직구와 마찬가지로 스팀키도 직구해서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며 구매를 부추기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는 실제로 해외 우회구매를 시도하다 적발되어 계정이 정지되었다는 이용자들의 글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밸브는 스팀 회원가입 약관을 통해 이 같은 해외 우회구매에 대해 계정 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내릴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스팀 이용자 약관 3조 A항 “거주지를 위장하기 위해 IP 프록시나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 게임 콘텐츠에 대한 지리적 제한을 회피하거나 당신의 지역에 적용되지 않는 가격으로 구입하기 위해 거주지를 위장할 경우, 밸브는 귀하의 계정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라는 항목이 그것이다.

IP 변경 등을 통한 우회구매를 금지한다는 스팀 약관 (자료출처: 스팀)
▲ IP 변경 등을 통한 우회구매를 금지한다는 스팀 약관 (자료출처: 스팀)

그렇다면, 우회구매에 대해 계정 정지를 내리는 밸브 측 약관에는 문제가 없을까? 대부분의 해외 직구가 허용되는 마당에, 디지털 직구만을 문제삼는 것은 불공정약관이 아닐까? 게임메카가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밸브 사의 위와 같은 약관은 합당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지역별로 인터넷망 사업자에 지불하는 사용료, 서비스 이용자들의 구매수준, 이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 수준/범위 등이 상이하므로 지역별로 상이한 요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각 지역별로 서비스 운영 시 소요되는 제반 비용이 상이하므로 각기 다른 서비스 이용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되며, 각 지역/국가별로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규제도 다르므로 지역별로 이용자를 구분하여 달리 취급할 필요성도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CI (사진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 공정거래위원회 CI (사진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계정 이용금지라는 처벌 수준 역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답변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로 해당 사업자들은 서비스에 대한 지리적 제한을 회피하거나, 해당 지역에 적용되지 않는 가격으로 구입하기 위해 거주지를 위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이용정지라는 수단을 이용하고 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 특성상 이용정지 외 위 금지의무에 대한 이행확보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라며 “이러한 이유로 스팀 이용 시 고객이 해당 지역에 적용되지 않는 가격으로 구입하기 위해 거주지를 위장한 경우 이용정지를 허용하는 약관조항은 불공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약관 해석은 스팀 외에도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 디지털 게임 판매 플랫폼, 그리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로 서비스되는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에 폭넓게 적용된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물건의 해외 직구는 가능한데 디지털 직구만 제재하는 것은 왜일까?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해외 직구와의 비교는 동일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외형은 유사해 보이나, 동일상품이라도 구입한 지역에 따라 AS 제공 등 기타 서비스 적용에 차등이 생길 수 있는 점, 오프라인 물류 체계를 통해 유통이 되어 관세 부과 등 행정기관에 의한 일정 수준의 관리감독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디지털 직구와 오프라인 직구 간 차이점이 있음을 밝혔다.

정리하자면, 직접 IP 우회를 사용해 자신이 사는 지역을 속여 싼 가격에 게임을 구매하거나 대리 업체를 통해 같은 행위를 하다 적발 시에는 스팀 계정이 정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러한 약관 및 결정에 대해 합당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이 같은 음성적인 해외 구매가 계속될 경우 십여 년에 걸쳐 조금씩 개척해 온 한국 게임시장의 패키지 구매력 신뢰도를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해, 현지화 등에 불이익을 받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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