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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 1800, 직접 만든 도시 탐험하다가 밤 샜다

'아노 1800' 게임 내 대기화면
▲ '아노 1800' 게임 내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블루바이트에서 개발한 ‘아노’는 1998년부터 현재까지 총 7편이 출시됐지만,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다. 20년 넘게 쌓아온 게임성, 생생하게 살아있는 디테일과 훌륭한 서사 등 분명히 매력을 어필할 요소들을 갖췄음에도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수많은 영어 스크립트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게임이었고, 결국 ‘아는 사람만 아는 게임’ 취급이었다.

그 언어의 장벽이 지난 16일, ‘아노 1800’ 출시로 무너졌다. 시리즈 최초로 공식 한국어 지원이 되면서, 더 많은 국내 유저들이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에 국내 게이머들도 ‘아노’ 시리즈에 속속 입문하기 시작했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시리즈인 만큼 과연 쉽게 입문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문명’이나 ‘트로피코’ 같은 비슷한 장르 게임들과 비교해 특별한 재미가 있는지 묻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의문들을 해소하기 ‘아노 1800’을 직접 플레이 해봤다.

▲ '아노 1800' 공식 출시 트레일러 영상 (영상출처: 유비소프트 공식 유튜브 채널)

디테일이 살아있는 진짜 타임머신

‘아노 1800’을 개발한 블루바이트는 유비소프트 자회사다. 유비소프트는 다양한 미담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역사적 고증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런 유비소프트에 영향을 받았는지, 블루바이트 역시 고증에 있어 일가견이 있다.

19세기 영국 산업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아노 1800’은 시대상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다. 빅토리아 양식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당시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다양한 건축물들은 물론, 시꺼먼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굴뚝, 다양한 원자재를 생산하는 농장과 광산 등 생산시설까지 당시 모습 그대로 묘사돼 있다. 또한 농민과 노동자, 그리고 자본가까지 다양한 계층의 일상까지 표현돼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게임을 즐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 주민들의 일상을 구경하거나, 지어진 건축물들을 감상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19세기 당시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19세기 당시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건설경영 시뮬레이션을 하다 보면 도시나 국가를 플레이어가 직접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3인칭 탑뷰 시점만 제공되기에 현장감을 느끼기 어려워 아쉬움을 준다. 그러나 ‘아노 1800’에서는 키보드 Ctrl+Shift+R키를 누르면 플레이어가 직접 주민이 되는 1인칭 시점으로 전환돼 자신이 만든 도시 안을 거닐 수 있다. 이는 ‘문명’이나 ‘트로피코’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독특한 기능이다.

1인칭 시점으로 길거리를 거닐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1인칭 시점으로 길거리를 거닐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1인칭 시점에서는 주민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는 물론, 작은 발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기자는 이 기능을 애용했다. 돼지우리나 밀밭 등 농민들의 삶의 현장과 광산과 제철소 등 산업시설을 둘러보고, 길거리를 거닐며 흥겹게 여가를 즐기는 주민들과 만나기도 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도시를 둘러보다 보니 순간 정말로 19세기 한복판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 내가 만든 마을을 직접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만들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아노 1800’이라는 타임머신은 플레이어를 19세기 과거로 보내기도 하지만, 미래로 보내기도 한다. 게임을 플레이 하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2, 3시간은 훌쩍 지날 만큼 몰입감이 강하며,  ‘악마의 게임’이라 불리는 ‘문명’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런 몰입감을 뒷받침 하는 두 가지 요소는 도시건설과 캠페인 모드다. 정교한 도시건설 시스템은 ‘아노’ 시리즈만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전작 ‘아노 2205’에서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이유로 대폭 간소화됐고, 결국 시리즈만의 매력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과거의 실패를 반성하듯 ‘아노 1800’은 정교한 도시건설 시스템을 부활시켰다.

게임을 시작하면 섬 하나에 작은 항구 하나만 주어진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주민들이 살 작은 주택부터 시작해서 농장과 공장, 그리고 치안과 오락을 위한 다양한 시설들까지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를 플레이어 손으로 직접 건설해야 한다. 가장 백미는 주민관리다. 5계층으로 이루어진 주민들은 각기 가능한 노동과 요구하는 생필품이 다르기에 단순히 건물만 늘려나간다고 능사가 아니다. 이렇듯 정교한 도시건설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하며, 자연스레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게임은 이렇게 항구 하나만 있는 텅 빈 섬에서 시작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은 이렇게 항구 하나만 있는 텅 빈 섬에서 시작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텅 빈 섬을 이런 수준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텅 빈 섬을 이런 수준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싱글플레이 캠페인 모드에서는 정해진 스토리에 따라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 나만의 도시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대자본가 가문의 정당한 상속인이자 주인공인 플레이어가 재산을 강탈한 삼촌에게 맞서 자신만의 도시를 세운다는 내용인데, 훌륭한 서사와 함께 다양한 컷신 연출로 마치 잘 만들어진 시대극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어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 다양한 컷신 연출과 함께 신문 발행까지, 스토리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사업은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아노 1800’은 치밀한 고증과 생생한 현장감, 그리고 ‘문명’ 시리즈와 다툴만한 강한 몰입감 등으로 ‘아노’ 시리즈가 2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주는 게임이다. 그러나 게임을 처음 접하는 초심자가 마음 편히 입문하기에는 난이도가 다소 높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이 점은 앞서 언급한 정교한 도시건설 시스템이 지니는 그림자이기도 하다.

게임 초반, 농부와 농업만이 이루어지는 작은 마을이라면 관리가 매우 쉽다. 그러나 노동자가 등장하고, 기초적인 산업이 필요해지는 시기가 오면 겉잡을 수 없이 복잡해진다. 특히 노동력 관리가 문제인데, 함선을 만드는 조선과 같은 산업은 순간적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투입되기 때문에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에 철광과 제철소까지 세워진다면, 노동자 부족 현상이 극심해지고, 농부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렇듯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모든 부분이 맞물려 있기에 도시건설을 진행하면서 한치라도 틀어진다면,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노동력 부족으로 생산성이 떨어진 생산시설들, 그 주변으로 화재까지 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경상수지가 나락으로 떨어진 기자 본인. 결국 다시 시작하는 수 밖에...(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경상수지가 나락으로 떨어진 기자 본인. 결국 다시 시작하는 수 밖에...(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노 1800’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대기업 회장으로서의 독특한 경험을 게임을 통해 생생하게 제공한다. 물론 실감나는 만큼 가볍게 즐기기는 어렵다. 그러나 넉넉한 시간과 심적인 여유를 갖춘 이들이라면 꼭 플레이 해보길 권한다. 분명 ‘아노 1800’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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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걸
제가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기사에 담아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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