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연스럽게 넥슨하면 카트라이더, 엔씨소프트하면 리니지를 떠올린다. 이는 유명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수없이 듣고 보고 체험하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해당 브랜드를 저절로 기억해 버린 것이리라.
게임에 있어 명칭은 단순히 이름이라는 일면에서 떠나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EA는 브랜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이용해 성공한 케이스라고 말할 수 있다. NBA, NFL, NHL, NCAA 등 단순히 브랜드만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게임들의 라이센스를 사들이며 굉장한 수익을 올려 지금은 일약 메이저 게임 업체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영향력이 큰 FIFA 시리즈는 초반 게이머들의 주목을 이끌어내는데 성공을 거두나 시간이 지날수록 코나미의 위닝일레븐에게 뒤쳐지며 이제는 지금은 2인자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이에 EA에서 반격의 기회로 삼고자 기존 고수하던 게임 시스템을 전부 바꿔버리고 초심으로 다시 개발한 게임이 바로 FIFA 07이다. 다시 말해 이번 FIFA 07은 EA가 라이벌 위닝일레븐에 맞서 꺼내든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다.
■ 새롭게 태어난 FIFA 07의 복귀
지난해 9월 27일 PC판 FIFA 07이 수많은 게이머들의 기대 속에 그 모습을 공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대는 곧 열광으로 바뀌었다.
사실 이 같은 모습은 예상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PS 축구게임으로 일부 콘솔 게임 마니아들에게 알려져 있던 위닝일레븐은 국내에 PS2가 보급되면서 빠르게 성장, 순식간에 킬러타이틀로 거듭났다. 비록 라이센스 문제에 있어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박진감 넘치는 게임 진행은 게이머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기에 충분 했다.
이 때문에 FIFA 07이 출시된다고 할지라도 위닝일레븐의 아성에 근접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FIFA 07은 도대체 어떻게 달라졌기에 게이머들의 주목을 다시 받기 시작한 것일까? 우선 게임성이다. 전작들은 사실 일정패턴으로 인한 승리 공식이 존재, 게이머들이 게임에 오랫동안 흥미를 느끼기 힘들었다. 그래서일까? 2인 이상이 플레이 할 경우 그 박진감이나 긴장감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서로 이기기 위해 비슷한 플레이만 하니 당연히 게임이 지루해지는 것이다. 이는 FIFA 06를 기초로 한 지금의 피파온라인이 갈수록 그 인기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 게이머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200% |
그러나 FIFA 07로 오면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축구처럼 볼에 대한 반응을 불확실하게 만들어 다양한 액션들이 자연스레 발생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을 바깥으로 차느냐 안쪽으로 차느냐에 따라 그 공의 회전 방향이 달라질 수 있고 크로스 패스도 단순히 올린다는 개념이 아니라 휘어서 찔러주는 형태로 바뀌어 단순히 헤딩만 하던 선수들이 때때로 발리슛이나 오버헤드킥을 하는 등 축구에 대한 사실성을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업그레이드된 퍼스트 터치 시스템과 몸싸움 경합도 흥행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퍼스트 터치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상대를 등지고 공을 받을 경우 그냥 단순히 공만 받을지 아니면 받는 동시에 턴으로 상대를 제치고 나갈지 등 여러 동작들을 가능하게 해 게이머들이 게임에 재미를 느끼고 몰입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
또한 몸싸움을 단순히 공을 뺏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볼이 떨어지기 전까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펼치는 흥미 요소로 재탄생 시킴으로 이전보다 리얼함을 한층 더 강화시키기도 했다.
전략의 도입과 감독 모드의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윙 플레이, 압박 수비 등 축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본 전술들을 쉽게 재현할 수 있도록 하고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던 감독 모드의 단점을 해결하고자 비주얼 시뮬레이션 기능을 추가해 경기 상황을 지켜보다가 게이머 의지에 따라 경기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그냥 경기를 끝내는 것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밖에도 국가대표 선수들의 얼굴 모델링 수준이 뛰어나고 인기가수 에픽하이의 ‘FLY’가 게임의 OST로 삽입되어 국내 게이머들에게 한층 친근감을 더해준 것도 장점으로 부각되어 도움을 줬다.
한 마디로 확 달라진 게임 성, 더욱 리얼해진 플레이, 전작의 문제점 해결 3박자가 조합한 FIFA 07이 FIFA 시리즈의 명성을 다시 찾아준 것이다.
■ FIFA 07, 또 한번의 진화를 시작하다
PC판 FIFA 07이 출시되고 나서 EA는 차세대 게임기 중에 하나인 Xbox 360으로 또 하나의 FIFA 07를 선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FIFA 07은 게이머들에게 또 한번의 충격을 안겨 주었다.
흔히 멀티 플랫폼으로 게임을 출시할 경우 인터페이스나 게임시스템 등 여러 가지 부분들이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Xbox 360용 FIFA 07은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확 바뀌어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 Xbox 360용 FIFA 07은 도대체 어떻게 또 변했을까?
차세대 게임기 타이틀답게 그래픽의 퀄리티가 PC판에 비해 진일보했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움직임도 자연스럽고 공, 광고판, 골대 그물 하나에도 세심함을 더해 흡사 실제 축구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는 Xbox 360용 FIFA 07이 PC판과 전혀 다른 새로운 물리 엔진을 채택함으로 보다 사실적인 게임 플레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실제로 EA는 현실감 있는 플레이 구현을 위해 총 6만 6천 7백 번 이상의 매치를 반복하는 등(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2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한글화에 많은 신경을 쓴 부분도 많이 보인다. 단순히 텍스트 위주 번역에 그치지 않고 김동연 캐스터와 박문성 해설위원 콤비의 해설까지 곁들여 국내 게이머들을 위한 배려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이번 Xbox 360용 FIFA 07에서는 유명 스타 플레이어가 득점할 경우 그 선수의 이름을 해설자들이 직접 불러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다양한 장점들을 가진 라이브 기능도 매력적이다. Xbox 라이브를 통해 바로 상대방과 대전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게이머를 직접 찾아서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은 물론 리그나 토너먼트 매치까지 지원, 축구로 즐길 수 있는 모든 경기를 재현하고 있기도 하다(필자는 유럽 쪽 게이머들과 몇 번 라이브로 경기를 해보았는데 수준이 비슷해서 상당히 재미있게 즐겼다).
무엇보다 프리미어, 분데스리가 등 세계유명 리그들에 속한 모든 구단들의 실시간소식을 라이브를 이용해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신선하게 느껴졌다.
■ FIFA 07 VS FIFA 07 ??
PC판 FIFA 07은 전작에 비해 너무나 많은 발전을 보여줬다. 아니 한 단계 진보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항상 게이머들로부터 지적 받아오던 일정 플레이 방식에 의한 승리 공식이 없어졌다는 점이 아마 FIFA 07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유도한 것 같다. 실제로 플레이 했을 때 선수들의 움직임은 전작에 비해 훨씬 부드러웠으며 몸싸움의 경합, 센터링과 코너킥의 현실성 부가는 게임을 긴장감 넘치게 만드는 요소로 확실하게 뒷받침 해줬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Xbox 360용 FIFA 07이 시리즈 타이틀로써의 부담감을 떨쳐내고 변신에 성공한 게임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서일까? 차세대 게임기답게 그래픽적으로는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재미를 좌우하는 게임 플레이는 실망 그 자체였다.
본래 스포츠 게임은 빠른 진행과 긴장감 넘치는 요소들로 게이머들의 승부욕을 자극시켜야만 한다. 그래야 게이머들이 플레이에 더욱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Xbox 360용 FIFA 07은 선수들의 무거운 몸놀림, 반 박자 늦은 컨트롤 반응, 전체적인 포메이션 변화의 엉성함 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점들을 노출해 차세대 게임기 타이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 메뉴나 모드도 기존 PC판 FIFA 07에 단순히 색깔이나 인터페이스만 바꾸어 색다른 시스템을 찾아보기 힘들며 손에 꼽힐 만큼 리그가 줄어들어 방대한 FIFA 로스터에 매료되어 있는 게이머들에겐 큰 악재로 작용할 것 같기도 하다(사실 라이벌인 위닝일레븐의 Xbox 360용 최신작 ‘위닝일레븐X’도 다른 플랫폼에 비해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실망을 주었다).
이름은 같지만 서로 다른 플랫폼과 컨셉으로 출시된 FIFA 07. 올 겨울 이 둘의 매력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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