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발사 마멜러스 인터렉티브의 '발할라 나이츠'는 한 젊은 모험가가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얼핏 보면 뻔해 보이는 스토리지만 게임의 구조는 의외로 견고하다.
■ 좋거나 혹은 별로거나
발할라 나이츠는 얼핏 보면 몬스터 헌터와 비슷한 면을 보이기도 하고, 판타지스타 온라인과 닮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게임은 일반적인 MMORPG와 흡사한 진행 방식을 보인다. 처음 캐릭터를 생성할 때 성별을 정하고 이름을 정한 후 4종류의 클래스 중 하나를 선택한다. 선택한 캐릭터의 능력치를 조정하면 초반설정은 끝난다.
게임은 게임의 일반적인 일본식 RPG처럼 처음부터 친절하게 게임의 이모저모를 설명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MMORPG를 플레이하는 기분이다. 보통 대부분의 RPG의 경우 캐릭터 선택이 끝나면 일정한 스토리가 흐르며 게임이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발할라 나이츠는 덩그러니 마을에 떨어뜨려놓을 뿐 별 구체적인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다.
당황한 나머지 마구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하 “이 게임은 퀘스트를 받아서 진행해야하는 게임이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몬스터헌터 같은 퀘스트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스타일이다.
이런 식의 진행방식은 일장일단이 극명하게 나뉜다. '몬스터 헌터'처럼 자유도가 있으면서 복잡한 게임을 마다하지 않는 층이라면 이 게임도 재미있게 하겠지만, 아기자기한 스토리 텔링의 재미를 바라는 유저의 경우 쉽게 질려버릴 수 있다.
150여명의 캐릭터와 68,000개의 아이템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그 복잡한 게임성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캐릭터 팔다리는 물론 거의 모든 부분에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어 아이템을 세팅하는 것도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전투 시스템은 돌아다니는 몬스터와 조우하게 되면 전투화면으로 넘어가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몬스터 중에는 시야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들이 있는데 그 시야를 피해 소위 뒤치기를 하게 되면 보너스 대미지와 함께 전투를 좀더 쉽게 풀어 갈 수 있다. 따라서 잠입의 묘미도 약간이나마(정말 약간이다)느낄 수 있다.
이 게임의 백미는 전투다. '발할라 나이츠'의 전투는 박진감 넘친다. 무턱대고 덤벼서는 전멸하기 십상이다. 마법계열의 경우 항상 거리를 신경 써서 마법을 구사해야 한다. 또한 최대 6명을 거느릴 수 있는 동료들도 일일이 직접 움직일 수 있다. 이는 자신이 파이터라 해도 메이지나 닌자 등의 다른 클래스를 조정할 수 있어(캐릭터는 전투뿐만 아니라 일반 필드를 돌아다닐 때도 교환이 가능하다.)
하나의 캐릭터만을 조종할 수 있었던 몬스터 헌터와는 다른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각 클래스마다 고유한 스킬이 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분화된 클래스를 어떻게 잘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투의 흐름은 완전히 변한다. 또, 각 캐릭터가 죽지 않도록 계속 컨트롤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전투는 그야말로 박진감 있게 진행되는 것이다.
■ MMORPG의 노가다까지 답습하다
발할라 나이츠의 전투는 한마디로 너무 어렵다. 컨트롤적인 요소가 아닌 레벨적인 요소로 인해 전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몬스터의 레벨이 너무나 높게 설정되어 있어 노가다를 하지 않으면 진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지역에 들어서게 되면 레벨노가다는 필수다. 마치 리니지와 같은 MMORPG를 PSP로 플레이하는 듯하다.
캐릭터가 전멸하면 성당에서 부활하는데 이때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전멸은 되도록 피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노가다를 해야 한다. 물론 전투가 재미있기 때문에 노가다도 즐겁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벼운 게임을 원하는 라이트 유저들에게는 너무나 큰 부담이다. 또, 노가다를 싫어하는 유저라면 분명 전투 몇 번 치러보고는 살포시 봉인모드로 들어가게 될 수도 있다.
■ 어렵지만 중독성을 최고! ?
앞서 계속 언급했듯이 이 게임은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이다(물론 이는 다른 게임에 비해서다.) 수많은 아이템과 동료, 그리고 퀘스트 형식의 진행방법 만으로도 적응하기가 만만찮다. 그런 게임이 일본어 그대로 출시됐으니 그야말로 라이트 유저들에게는 ‘설상가상’이다. 물론 정말 잘 만들어진 한글 매뉴얼이 동봉되어 있지만, 이 매뉴얼로는 게임이 가진 스케일을 다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퀘스트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아이템은 어떨 때 사용하는 것인지 이 장비를 착용하면 어떤 속성을 갖게 되는지 등이 모조리 일어로 나오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는데 턱턱 막히는 가장 큰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한글화가 절실한 게임이지만 애석하게도 이는 일본어를 아는 게이머만의 특권으로 남게 됐다.
'발할라 나이츠'는 분명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게임이다. 이는 해외 언론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을 만큼 발할라 나이츠는 완성도나 게임성 모두 좋은 수작이다. 후속편이 제작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훌륭한 토양에서 완벽하게 한글화를 꽃피운 발할라 기사단을 보고 싶다는 바램은 비단 필자 혼자만의 공염불은 아니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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