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듯 ‘피파’라는 단어는 게임가(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터넷)에서 대단한 이슈를 불러일으켜 왔다. 마치 쳇바퀴 굴러가듯 매년 소개되는 게임이라지만 PC 플랫폼에서 축구게임이 전무한 상황 아래 피파는 독야청청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고 위닝일레븐 팬들에게 항상 조롱에 가까운 비난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이 시리즈가 보여주고 있는 성적은 독보적이다.
얼마 전 LA에서 열린 E3 전시장에서도 어김없이 피파 2005는 등장했다. 비록 알파버전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피파가 갖는 네임밸류는 1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에 맞는 관심을 촉발시킬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피파 2004가 워낙 많은 변신을 시도한 작품이었던 만큼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는 적게 받았으나(일반적으로 홀수버전이 그랬듯이…) 적잖은 변화로 또 다시 색다른 느낌을 띄고 돌아온 피파 2005. 피파시리즈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대니얼 아이작의 말처럼 커다란 개혁이 일어날만한 타이틀인지는 좀 더 지켜볼 만한 일이지만 항상 변화무쌍한 시도를 거듭하는 피파시리즈의 발전은 분명 즐거운 기다림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만남이라 할만하다.
▶ 피파 2005에서는 경기장 디테일의 놀라울만한 발전을 보여줄 예정이다 |
군살은 빼고 허리는 날씬하게
이젠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피파 2005에서도 역시 그래픽의 발전은 놀라운 수준을
자랑한다. EA가 보유한 12,000명의 선수들은 전작보다 정교한 얼굴로 등장해 클로즈업신이
나타날 때마다 관람객들의 환호성을 자아냈으며 도트가 비교적 큰 PS2 버전에서도
선수들의 유니폼에 적힌 이름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퀄리티가 인상적이었다(Xbox 버전과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수준인 만큼 PC버전에서의 퀄리티도 기대할만하다).
그래픽부문에서 무엇보다 가장 큰 발전은 TV중계를 무색케 하는 선수들의 모션이다. 이는 단순히 외부적인 시각에서 보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게이머가 직접 조작하고 느낄 수 있는 체감적인 발전을 뜻하고 있는 내용이다. 항상 위닝일레븐 시리즈와 피파가 비교될 때 지적되곤 하는 세밀한 모션 부문에서 피파 2005는 비약적인 향상을 이뤘다. 약 32~38방향으로 전환이 가능한 선수의 컨트롤은 터치라인 부근에서 엉뚱한 움직임으로 게이머들의 분노를 일으키곤 하던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정도의 발전을 이뤘다.
이는 피파 2005의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우는 퍼스트 터치(First Touch) 시스템에 근거한다. 퍼스트 터치 시스템은 말 그대로 패스된 공을 받았을 때 그 공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뜻하는 것으로 게임플레이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는 특징이다. 퍼스트 터치는 것은 공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드리블에서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되는데, 더 실제적이며 운동역학적인 모델이 적용되어 빠르고 자연스러운 진행을 유도한다.
실제 E3에서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퍼스트 터치 시스템의 기능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은 볼트래핑 시스템이었다. 피파 2005에서의 볼트래핑은 적당한 위치를 잡아 적당한 버튼으로 받아내는 것이 아닌, 게이머의 조작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즉 볼을 안정적으로 받아내기 위해선 볼이 선수의 발에 닿을 때까지 유연한 조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작이 더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것은 아니다. 패스를 받거나 차는 동작은 이전보다 더욱 수월해졌으며(특히 롱패스조차 건성으로 차는 듯한 2004의 느낌이 사라졌다는 점이 기쁜 소식) 선수의 회전이나 갑작스러운 방향 변경 역시 감도가 향상돼 전체적으로 빨라진 느낌을 준다.
지금도 찬반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오프-더-볼’ 시스템이 축소됐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EA스포츠가 의도한 방향에서 다소 어긋나 많은 팬들에게 실망을 자아낸 오프-더-볼 시스템은 이제 온-더-볼 형태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화했다. 게이머를 되려 귀찮게 만들어버린 이 시스템은 아마 2006년 더 많은 테스트를 거쳐 선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그렇듯 선수들의 로스터는 유럽리그의 트레이드가 끝나는 8월 31일이 마지막 반영시기가 될 계획이다. 350개 이상의 정식구단과 1만 2,000명에 달하는 선수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피파 2005가 선보여줄 또 다른 특징은 향상된 커리어 모드, 팀 매니징 시스템이다. 단지 ‘향상되었다’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특징으로 부각시키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EA 측은 지능적인 부분에서 큰 향상을 보였다는 설명으로 게이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피파 2005는 과거 독자적인 팬층을 구축한 가장 큰 특징인 ‘스피드’를 부활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이 되고 있다. 물론 ‘과거로의 회귀’라는 의미보다 군살은 빼고 장점은 부각시키는, 어려운 선택에 봉착했다는 의미가 더 적합할 것이다.
축구게임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게이머라면 위닝일레븐 시리즈의 오묘한 컨트롤 감각과 피파만의 스피드(그리고 그래픽)를 적절히 혼합한 작품의 탄생을 기원할지도 모를 일이나, 당분간 피파는 고유의 특징을 신세대의 감각에 맞게 풀어내는데 개발의 핵심을 둘 것임이 분명하다.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