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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스도 전기 온라인, 그냥 추억 속에 남아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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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귀환?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 (사진제공: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당신의 첫 번째 판타지’, 바로 지난 18일 정식서비스에 돌입한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의 캐치프레이즈다. 1995년 ‘마계마인전’으로 소개된 원작 소설이 국내 판타지계에 남긴 족적을 생각하면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국산 판타지의 고전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드래곤 라자’보다도 3년 먼저 나와 판타지 팬덤의 토대를 구축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원작이 고전의 반열에 들었다고 게임까지 고전게임스러울 필요가 있었을까. 처음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을 봤을 때 느낀 당혹스러움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같은 개발사의 2004년작 ‘붉은보석’은 물론이고 90년대를 풍미한 ‘리니지’와 비교해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그래픽이라니…

그렇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게임의 가치를 단지 그래픽이 구시대적이란 이유로 절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으리으리한 시각효과를 자랑하는 대작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언제나 레트로를 지향하는 게임들은 있어왔다. 더군다나 11년째 ‘붉은보석’을 서비스 중인 엘엔케이로직코리아의 신작이니 무언가 남다른 내공이 담겼겠거니 생각했다.


▲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 홍보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15년 전으로 회귀한 듯한 게임성

필자는 고전 쿼터뷰 RPG를 꾸준히 즐겨온 사람은 아니다. 그저 오랫동안 서비스되는 게임들을 보면서 무언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나 보다 하고 짐작만 했을 뿐이다. ‘붉은 보석’도 서비스 초창기에 잠시 즐겼던 것이 전부지만 특유의 변신 시스템이 참신했던 기억이 난다. 그 토대 위에 지난 11년간 쌓아 올린 내공이 신작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에 고스란히 담겼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기대였다.


▲ 12살 먹은 형이 있으니 뭐가 나아도 낫겠지 했다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은 10년, 아니 15년쯤 전 즐겼던 게임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단순히 쿼터뷰 시점이나 포인트 앤 클릭 조작방식이 구식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래픽이 별로라고 질타하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그래픽은 2D 감성이라고 포장이라도 가능하다.

그러나 몬스터와 가만히 마주보고서서 스킬 연타하며 물약만 마시면 끝인 무미건조한 전투와 어색한 모션, 실종된 타격감, 성의 없는 퀘스트 등은 정말 그 시절에나 보던 것들이다. 현재로서는 그저 몬스터 사냥을 반복하는 것 외에 즐길 거리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장차 로도스도의 영웅이 된다는데 초반엔 그냥 야생동물 학살자


▲ 그저 사냥의 반복, 그나마도 나중가면 파티플레이가 아니면 버티기 힘들어진다

‘가끔’ 로도스도 전기스럽다

다른 것은 몰라도 워낙 걸출한 원작으로 둔 만큼 퀘스트는 깊이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과거 ‘드래곤볼 온라인’처럼 원작 세계관만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자유기사 ‘판’, 엘프 ‘디드리트’ 등과 함께 소설 속 이야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기에 더욱 기대를 모았다. 원작의 저자 미즈노 료가 초기 설정작업에 참여하여 각종 내용이 소설에 위배되지 않도록 검수했다고 하니 ‘마계마인전’의 추억을 해칠 염려도 없어 보였다.


▲ 당장이라도 대모험이 펼쳐질 것 같은 대표이미지 (사진제공: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문제는 이 게임이 너무나 ‘가끔’ 로도스도 전기스럽다는 것이다. 메인퀘스트에서 ‘판’과 동료들을 만나는 것은 반갑지만 그걸 보기 위해선 무의미한 사냥을 무수히 반복해야 한다. 서브퀘스트는 대부분 “~를 ~마리 잡아와라”로 귀결되는데, 가령 단순히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곰을 사냥하는가 하면 ‘신혼 부부를 축복하기 위한 지팡이를 만들자’는 얘기도 어째선지 결국 곰을 사냥하게 된다.

어찌어찌 적정레벨을 맞춰서 메인퀘스트를 진행한다 해도 내용이 알차지는 것도 아니다. ‘판’과 함께 숨겨진 괴물 소굴을 찾으러 갔더니 자신이 주변을 탐색할 동안 고블린을 10마리 잡아오라고 시킨다. 다 처치하고 돌아가면 그새 소굴을 발견했다며 같이 가자고 하는데, 물론 따라가더라도 혼자 고블린을 몇 마리쯤 잡는 게 전부다.


▲ 곰에 대체 무슨 원수가 진건지...


▲ 지겨워도 조금만 참으면 곰 대신 성난곰을 상대할 수 있다...응?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은 원작소설 제1권 ‘회색의 마녀’를 배경으로 한다. ‘회색의 마녀’는 책 한 권에 암흑황제 ‘벨더’의 침략부터 ‘판’과 동료들의 공주 구출, 전란의 원흉 ‘칼라’와의 대립, 그리고 최고의 클라이맥스 영웅대전까지 여러 사건을 속도감 있게 풀어냈다. 이것을 MMORPG의 긴 분량에 맞게 잡아 늘리다 보니 중간중간 공백이 생기기 마련이다. 여기의 소설 속 내용을 묘사하는 방식조차도 너무 구식이니 당연히 몰입이 잘 되지 않는다.

그나마 가끔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매력을 살린 데는 성우진의 역할이 주효했다. ‘판’ 심규혁 성우, ‘디드리트’ 김율 성우를 비롯한 모두가 ‘마계마인전’을 읽으며 상상하던 바로 그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근래에 접했던 게임 속 성우연기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 등장인물들이 반갑긴 한데 컷신 구성도 15년 전 방식이라 당황...


▲ 그래도 성우연기는 매우 훌륭하게 잘 됐다

버그까지 복고풍일 필요는 없었는데…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을 리뷰하기로 했을 때 가장 우려됐던 점은 이 게임이 애당초 필자를 겨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20대 후반에 접어든 필자보다 ‘마계마인전’을 훨씬 또렷이 기억하고, 복잡한 조작이나 시스템을 꺼려하는 유저라면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에 대한 감상이 전혀 다를 수 있다. 즉, 주요 타겟층도 아닌 사람이 나서서 게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러나 버그나 서버불안에 있어서는 이러한 시각차이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게임 진행 불가나 잦은 튕김을 즐기는 유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이 예스런 시스템뿐만 아니라 그 당시 횡행하던 각종 버그나 문제점까지 그대로 복원했다는 것이다.


▲ 예나 지금이나 이런걸 좋아하는 유저는 아무도 없다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은 지난 18일 정식서비스 첫날부터 현재까지 서버 불안정과 각종 버그 발생, 이에 따른 점검 수순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첫날에는 극초반 퀘스트인 무뽑기를 하러 모여든 인파에 무가 가려 아무도 퀘스트를 해결하지 못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결국 이 문제는 긴급점검으로 캐릭터보다 오브젝트가 먼저 선택되도록 수정함으로써 해결됐다. 유사한 쿼터뷰 2D게임 ‘붉은 보석’을 지난 11년간 서비스해온 엘엔케이로직코리아가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 자칫 화제의 신작 '무도스도 전기'가 될 뻔 했다 (사진출처: 위키)

이 밖에도 청소년보호법에 의거한 ‘게임 셧다운제’가 모든 유저에게 적용돼 다같이 튕겨버린다던 지, 겨우 다시 들어왔더니 캐릭터가 사라져있다든지 하는 기상천외한 사건이 줄을 이었다. 필자는 튜토리얼을 진행하던 중 캐시에 해당하는 ‘대금화’ 사용법을 배우는데 정작 ‘대금화’를 주지 않는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대금화’가 없는데 자꾸 뭔가 사보라고 하니 튜토리얼에서 과금을 유도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아니 한 푼이라도 쥐여줘야 구매해 볼 거 아냐ㅜㅜ

서버가 불안정하다 보니 90년대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위치랙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증상이 심해질 때는 한참 멀리 떨어져있는 몬스터의 공격에 비명횡사하기도 한다. 서버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필자가 함부로 말하긴 어렵지만, 으레 복고풍 게임이라면 적어도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플레이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최신게임도 무리 없이 돌리는 컴퓨터에서 버벅이는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을 보고 있으면 서버 탓을 할 수 밖에 없다.


▲ 거리가 꽤 벌어져 보이지만 위치랙 때문에 얻고 맞고 있다

발전할 의지가 없다면 그냥 추억 속에 남아있어 줘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은 지난 13일 테스트가 끝나고 불과 5일만인 18일 정식서비스에 돌입했다. 피드백을 소화하기엔 턱없이 짧은 5일이란 기간을 보고 당시에는 테스트 결과가 어지간히 좋았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감 넘치는 행보가 결국 독이 됐다. 지난 11년간의 내공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물론 15년 전보다 나아진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플레이어마다 NPC나 오브젝트의 위치가 달라 보이는 기술은 당시에는 없던 것이다. 스킬 시전 중 무작위로 발동하는 ‘리액션’ 스킬이나 필드에서 숨겨진 아이템을 찾아내는 ‘다우징’도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에 개성을 부여할만한 요소였다. 그러나 실제 게임 속 ‘리액션’ 스킬은 흔한 패시브 효과와 다를 것이 없고 ‘다우징’은 소소한 재미는 주지만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 응용 가능성이 보이는 '다우징'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액션RPG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 ‘디아블로’는 2편에서 전작의 큰 틀은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스킬트리를 없애는 등 혁신을 보여줬다. 그 변화가 좋았는가 나빴는가를 떠나서 발전하려는 시도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은 11년 전 ‘붉은 보석’으로부터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차라리 ‘마계마인전’의 추억 속에 남아있어 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 게임을 끄고 문뜩 마계마인전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사진출처: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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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엘엔케이로직코리아
게임소개
'로도스도전기 온라인'은 미즈노 료가 자신이 즐겼던 TRPG 리플레이를 기반으로 연재한 판타지 소설 '로도스도전기'를 기반으로 개발된 MMORPG다. 원작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개발된 '로도스도전기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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