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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3차 CBT, 꽃은 있으나 향기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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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출시될 온라인 게임들 중 ‘테라’는 단연 눈에 띄는 게임이다. 화려한 그래픽, 쭉쭉빵빵 S라인 캐릭터, 논타겟팅 MMORPG라는 카드는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더없이 좋은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저들의 관심은 3차 CBT 테스터 선정기간 당시, “내가 테라를 해야만 하는 이유”까지 구구절절 올려가며 기존 테스터들의 ‘테스터 추첨권’을 얻기 위해 발품을 팔던 진풍경만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선택 받은 자의 반열에 오른 이들에겐 설레임을, 떨어진 자들에겐 아쉬움을 남겨둔 채 테라는2월 26일부터 3월 7일까지 약 10일간 테스트를 진행했다. 과연 그 10일간, 테라는 테스트에 참가한 유저들에게 무엇을 남겨주었을까?

 

상상 속 판타지의 세계를 담아내다

테라의 세계는 게임 내내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 한 컷들마다 모두 포토제닉 감이다. 플레이를 하던 도중 컨트롤+Z를 누르고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했던 게임이 얼마나 될까? 테스트 기간 내내 UI를 일부러 가려두고 사냥보다 풍경 스크린샷을 찍는데 더 열중했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베스트 스크린샷, 다음 테스트는 꼭 포포리 여캐로…


▲하늘을 나는 동안 보이는 경치는 멋지지만, 상당한 랙도 불러온 지역간 이동 '페가수스'

하지만 화려한 그래픽은 그만큼 컴퓨터에 부담을 안겨줄 수 밖에 없다. 게임에서 지원하는 그래픽 옵션상 시야거리를 비롯 한 화면에 출력될 캐릭터의 수까지 상당히 세부적인 설정이 가능했지만, 그 옵션을 조절하더라도 간헐적인 랙과 팅김 현상이 발생했다.


▲M모 게임에 이미 단련된 몸이기에 “이정도 서버점검쯤이야” 싶었지만
일반 유저들은 충분히 불편을 느꼈을 만한 수준

테스트 버전 클라이언트임에도 상당한 하드 용량을 차지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클라이언트를 설치하기 위해 14GB를 받고 이를 원활히 설치까지 하려면 40GB정도의 용량은 족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용화 및 서비스 중인 다른 경쟁작들이 작게는 10GB에서 많게는 30GB를 요구하는 것으로 볼 때, 게임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저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논타겟팅 마우스 컨트롤의 오묘한 세계

테라의 전투 방식은 널리 알려진 대로 ‘논타겟팅’ 방식이 맞다. 내 공격이 향하는 대로, 그 범위에 있는 적들이 피격 당하는 컨트롤적인 요소가 강한 전투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C9나 마비노기 영웅전, 드래곤 네스트 같은 최근의 액션 MORPG들에서 생각했던 ‘논타겟팅’과 같은 방식을 상상했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논타겟팅이지만 ‘액션 게임'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MMORPG속에서 ‘논타겟팅’을 구현한 대가였을까? 타겟이 지정되지 않는 것은 맞지만 모든 공격기술은 ‘제자리’에 서있는 상태에서만 시전 되었고, 공격 중 방향전환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조작상의 불편함은 ‘원거리 직업군’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쿨타임이 없는 마법이라 해도 한 번 사용할 때마다 단축키를 클릭해야 하는 번거로움부터(마우스가 단축키였을 경우 버튼 연타클릭을 통한 엄청난 소음을 발생시키며 플레이해야 한다) ‘멀티샷’을 쏘기 위해 일일이 다수의 공격타겟을 크로스헤어에 위치시킨 후 마우스 클릭으로 지정해줘야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등, 빠른 속도로 유저의 의지에 대응되는 전투라 보기 힘든 부분들이 많았다. 몬스터의 크기가 작고 날렵할수록 이러한 불편함은 점점 더 배가 되었다.


▲마법을 사용하는데 왜 손가락이 아프지?

 

풍성해진 퀘스트vs여전한 반복성

이번 테스트는 예전보다 레벨대별 보상과 퀘스트 배치도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적당한 레벨 대에 유저들의 동선에 맞춰 퀘스트와 그 목표가 되는 몬스터들이 잘 배치되어 있었기에 초반 레벨업은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지역별로 쌓아야 하는 ‘영향치’를 채우려고 수없이 무의미한 반복 퀘스트를 깨야 했던 예전에 비하면 훨씬 쾌적해져 있었다.


▲반복 퀘스트의 비중이 준 것은 환영할만한 소식!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후반 지역들로 갈 수록 조금씩 그 의미가 희석되기 시작했다. 레벨이 올라가고 새로운 지역을 향할수록 ‘반복 퀘스트’의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후반 콘텐츠 부족’을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다양한 던전들의 추가로 파티 플레이를 통한 경험치 획득 기회가 늘어났다지만, 이 역시 던전 클리어를 조건으로 내건 퀘스트의 보상아이템 때문에 가는 것이 대부분이라 순수 던전 플레이를 즐기기 위해 다닐만한 요소도 희박했다.

1차 CBT 때 보였던 단점도 남아있다. 대부분 퀘스트 아이템들이 파티원들 간에 공유되지 않고, ‘몬스터 XX마리 처치’같은 목표마저 이미 퀘스트를 완료한 사람에게까지 강제적으로 순차분배 카운트되어 일반 필드에서는 파티 플레이로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진다.


▲퀘스트 아이템, 몬스터 카운트마저 순차적용이다
결국 '몬스터를 좀 더 쉽게 잡는다' 밖에는 별 다른 이득이 없는 파티 플레이

PK시스템 속에 승자는 없었다

테라는 기본적으로 PVP(Player vs Player)와 PK(Player Kill)를 모두 지원하는 게임이다. PVP란 유저들간에 1:1결투를 벌이는 방식인 반면, PK는 그 이니셜 그대로 사냥중인, 혹은 지나가는 유저 중 아무나 몬스터인 마냥 적으로 돌려세우고 뒤치기를 감행할 수 있다.


▲2차 지역부터 PK와 PVP가 자연스럽게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PK활성화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카오틱 성향으로 변하니 주의하자

하지만 ‘시스템’의 취지는 좋으나, 이를 정말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준비가 부족한 상태였다. PVP나 PK시에는 ‘사제’나 ‘정령사’의 범위형 버프나 치유기술이 대결상대에게까지 들어가 사실상 제대로 된 결투가 불가능했고, 카오에 대한 별다른 패널티가 없이 등장한 ‘PK 시스템’은 사냥터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말았다. 컨디션 하락을 통한 최대생명력 감소와 장비 파괴를 겪는 등 오히려 ‘PK의 피해자’가 된 쪽이 카오보다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 PK가 1회 활성화 때마다 상당량의 골드와 5초 전 ‘PK선언 경고문’의 절차를 거치지만, 게임적인 즐거움을 넘어선 ‘학살’적인 횡포를 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PK는 테스트 8일차부터 제외되고 말았다

 

전 정말 이겨보고 싶었어요: 어느 슬픈 정령사의 사연

3차 CBT와 함께 다수의 스킬이 추가되었다지만, 여전히 직업별 사용 스킬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테스트 동안 함께한 ‘정령사’와 ‘사제’ 캐릭터만 해도 그렇다. 행동형 기술을 제외한 고유 공격 스킬이 20레벨 후반까지 단 2종류 밖에 없으니 전투 방식이 단순하고 지루해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게다가 전투 중에는 치유기술을 넣을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움직여야 하기에 “공격력이 약하고 회피기도 없는 대신 치유를 통해 지속적으로 체력을 회복하며 싸울 수 있다”와 같은 장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저 레벨 시절부터 오직 ‘파티 플레이를 위한, 파티 플레이에 의한, 파티 플레이용 캐릭터’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파티에서만 상전일 뿐, 15레벨 정령사를 키우는 동안
동레벨 몬스터 한마리를 홀로 잡을 때마다 생사의 고비를 넘겨야 했다

‘정령사’와 정반대 성격의 공격위주 클래스인 ‘광전사’도 크게 입장이 다른 상태는 아니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더라도 “이 기술을 배움으로써 더 강해졌다!”는 느낌이 제대로 전달될 정도로 실제 전투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리고 ‘창기사’의 ‘도발’과 같은 탱킹 기술의 판정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도발’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시전 시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어그로 축적이 아닌 ‘3초간 타겟 돌리기’ 정도의 효과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방패는 들고 있으나 탱킹을 못해 슬픈 ‘창기사’

반면에 오버파워라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면모를 보인 클래스도 존재했다. 특히 ‘검투사’는 근접계열 공통의 ‘구르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격모션에 ‘무적판정’이 많아 필드 보스급 몬스터도 일명 ‘무한회피 콤보’로 쉽게 상대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런 직업간 밸런스 불균형은 그대로 PVP와 PK에 까지 이어져, 상대적으로 ‘약체’에 속한 직업들의 상실감은 배가 되었다.

 

거래의 요정 호문쿨루스를 만나다

마을과 대도시의 광장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작은 요정들, ‘호문쿨루스’는 테스트 기간 내내 자칫 허전할 수 있는 빈자리를 훌륭하게 채워주었다. 내구도만 잘 관리해준다면 알아서 물건 판매까지 척척 해주니 유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을 수밖에! ‘호문쿨루스 알’을 부화시켰을 때 랜덤한 종류의 ‘호문쿨루스’가 등장한다는 점과, 해당 ‘호문쿨루스’의 기능을 ‘오브’를 장착시켜 자신의 취향대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독특하게 느껴졌다.


▲주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묵묵히 거래를 대행해주는 듬직한 ‘호문쿨루스’

‘호문쿨루스’가 다른 게임의 ‘개인 상점’이라면, ‘거래중개소’는 유저들간의 흥정이 오가는 ‘경매소’같은 곳이다. 다만 특이하게도, 테라의 ‘거래중개소’는 판매자가 제시한 가격을 일방적으로 구입자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흥정하기]를 통해 판매자에게 직접 자신이 생각하는 가격을 적어내는 방식이었다. 상호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거래중개소’에 등록되어 있는 가격보다 더 싼 금액으로 좋은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도 가능했다.


▲진짜 ‘리얼’한 흥정이 가능한 ‘거래중개소’

하지만 ‘거래중개소’는 [흥정하기]를 통해 판매자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에, 해당 아이템을 판매하려면 ‘판매자’가 반드시 게임을 플레이하는 상태여야만 한다는 단점이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수수료까지 부담하면서 접속까지 계속 하고 있어야 하는 ‘거래중개소’의 패널티가 탐탁지 않을 터. 결국 접속이 종료되더라도 ‘내구도’가 있는 한 계속 자동으로 장사를 해주는 ‘호문쿨루스’쪽을 더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유명무실해진 파티 모집 게시판

이번 3차 CBT때 ‘거래중개소’와 함께 새로 추가된 ‘파티 모집 게시판’ 역시 ‘거래중개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 지역별로 모집 게시판이 고정되어 있을뿐더러 게시판이 설치된 곳도 소수였고, 결정적으로 현재 파티에 필요한 클래스를 가려서 모집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특정 클래스, 특히 정령사와 사제 같은 힐러 계열만을 모집하는 일이 다분한 상태에서 포괄적인 ‘파티 모집 광고’만을 지원하는 ‘파티 모집 게시판’은 유저들의 관심을 끄는 데 역부족일 수 밖에 없었다. 테스트 내내 각종 던전 관련 파티모집들은 여전히 채팅창 광고를 위주로 진행되었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파티 모집’만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향기 없는 꽃이 되지 않기를

WOW 하면 레이드, 아이온 하면 어비스. 지금까지 여전히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들은 그 게임의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특징’이 항상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테라’라는 이름을 적어둔 뒤로 테스트가 끝난 뒤에도 나는 ‘테라’의 천생연분이 될 만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테라는 분명 ‘잘 만든’ 게임이다. 하지만 그런 게임 속에 다른 모두가 “확실히 이건 테라 만의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이번 3차 CBT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다. ‘논타겟팅’을 특징이라 하기엔 아쉬운 점들이 많고, ‘PK’를 특징이라 하기엔 기존의 게임들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테라만의 장점, 테라가 다른 유저들의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수 있는 ‘향기’는 무엇일까? 그 정답을 유저들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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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비디오
장르
MMORPG
제작사
크래프톤
게임소개
논타겟팅 MMORPG '테라'는 '발키온' 연합과 '아르곤'과의 전쟁을 그린 게임이다. 언리얼 엔진 3를 기반으로 개발된 '테라'는 화려한 그래픽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휴먼과 케스타닉, 아만...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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