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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워 2' 북미 3차 CBT,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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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세계란 과연 어떤 곳일까. 이런 이야기는 마치 어른들이 송골매의 ‘모두 다 사랑하리’라는 노래를 뜬 구름 잡는 소리로 치부하는 것처럼 아득한 이야기로만 들린다.

이상향에 대한 집착은 보통 불평등함에서 비롯된 반항 혹은 사회 전복 심리에서 시작한다. “내가 이 사회를 변화시키겠어”, “기존의 편견을 전복시키겠다” 는 야망은 치기 어림으로 여겨지기에, 현실 사회는 물론 가상인 게임세계에서도 ‘신세계’를 구축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의지가 거대한 자본과 탄탄한 조직으로 뒷받침될 경우는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 현존하는 관례의 틀을 깬다 '길드워2' 자부심만큼 믿을만 할까?

왜 이런 생뚱맞은 이야기를 시작했냐면, 바로 ‘길드워2’ 때문이다.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길드워2’는 바로 국내 굴지의 게임 기업과 바로 이런 ‘이상적인’ 소리를 하는 아레나넷의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주말을 온전히 ‘길드워2’를 하며 보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이상적인 MMO를 체험할 수 있었다. 마치 제로섬의 법칙처럼,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는 곳, 딱히 승자도 없지만, 패자도 없다. 심심하지만 ‘길드워2’가 주는 느낌이 그랬다.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사실 얼마나 이상적인 일인가. ‘길드워2’의 법칙, EBS보다 쉽고 자세하게 알아 보자.

 

‘길드워2’와 나의 이야기 (주의: 말과 나의 이야기 아님)

‘길드워2’의 개발진이 밑줄 쫙- 돼지꼬리 땡을 치는 말이 있다. 슬로건처럼 하는 말. “플레이어 당신의 이야깁니다” 도대체 무엇이 나의 이야기란 어떤 것일까. 저물어져간 수많은 게임들이 몰입도를 높이고, 플레이어가 캐릭터에 보다 더 애정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구성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저 아이디: XXXXX ‘내 계정’이라고 느낄 뿐, 또 다른 나의 페르소나라고 느낀 적은 없었다.


▲ 차르족으로 설정 후, 볼 수 있는 게이머의 이야기

‘길드워2’는 게이머를 캐릭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한다. 게이머는 게임을 접속하고 캐릭터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마치 ‘프린세스메이커’를 할 때처럼 내 캐릭터의 자세한 성장 배경을 설정하게 된다. 마치 자기소개를 작성하는 마음가짐으로 각 종족별로 필요한 백그라운드를 지정해야 한다. 어떤 배경에서 캐릭터가 성장했느냐에 따라 ‘길드워2’의 메인 퀘스트의 이야기가 달라진다.

백그라운드 설정의 예는 이렇다. 인간족 네크로맨서의 경우 어떤 특성을 사용하여 문제를 극복해 나갈 것이냐를 고르게 된다. 매혹, 자신감, 혹은 흉포함 중에 선택해야 한다. 다음은 어린 시절 성장하게 된 장소를 설정한다. 거리의 아이로 자라났다고 정할 경우, 퀸이라는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로 변하고, 왕족들과 함께 유년시절을 보낸 경우 페렌 경을 만나 스토리 퀘스트를 진행한다.  

 
▲  육성 시뮬레이션처럼 배경 설정을 하게 된다

배경 선택은 종족별 직업별로 또 다르다. 차르족 워리어는 어떤 무장을 착용할 지를 결정한다. 투구를 쓰지 않는다를 선택하면, ‘나는 겁 없는 용감한 워리어로, 적들이 전장에서 투구도 없이 당당하게 나선 나를 보면, 겁에 질린다’는 설정이 된다. 모자 모양의 캡투구를 선택하면, ‘내 눈을 보고 적들은 자신을 짓밟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스팽겐 헬름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 모습으로 적을 위협하고, 동지들에겐 힘이 된다’이다.

이런 캐릭터의 성장 배경은 대화체에도 영향을 주어 퀘스트 때마다 캐릭터가 반응하는 방향성에도 차이를 준다. 임무가 주어져도 용맹하게 받아들이는 캐릭터도 있지만, 어떤 캐릭터는 자꾸 보상을 달라고 보채기도 하는 등 플레이어마다 다른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작은 설정의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플레이어가 좀 더 자신의 성격을 조합시켜 캐릭터를 설정한다면 실제 자신의 성격과 유사한 캐릭터가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대다수 MMORPG의 전사들처럼 용맹하기만 하는 건 이제 식상하니 말이다. 가끔은 겁에 떨 수도 비열할 수도, 불쌍하게 자랐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대단하고 대단했으며, 엄청나고 엄청났습니다

제 아무리 기자가 쓴다고 해도 주관이 섞일 수밖에 없는 법이지만, 그 어느 누구도 거부하지 못할 팩트도 있다. ‘길드워2’에선 엄청나게 넓은 세계, 이것이야말로 아무도 부정 못할 팩트다. 보통 어디든 근거지가 되는 도시는 큰 법이지 않느냐고 찔러보기에 ‘솔까말’ 너무 커서 가끔은 너무하잖아 싶을 정도의 사이즈다. 개발자를 탓할 수도 없는 것이 모든 공간이 미학적으로 완벽하고 장엄하다 보니 엄숙한 마음으로 감상을 하게 된다.

우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하는 시스템이 편리하며, 선택의 폭도 넓다. 우선 신체의 길이와 몸매를 고르고, 각각 분위기에 맞는 외모를 선택한다. 동양인 소녀 같은 느낌에서 주근깨가 가득한 백인 아가씨 그리고 고스족 메이크업을 한 소녀까지 개성 넘치는 얼굴을 만들 수 있었다. 헤어스타일도 영화 ‘밀레니엄’의 여 주인공 같은 펑크족 헤어에서 중국 고전 미인까지 미용실보다 다양한 스타일이 제시됐다.


▲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전체적인 분위기를 설정한 후 외형의 디테일한 마감처리도 돋보였다. 눈의 모양새를 다듬기 위해 눈의 각도, 홍채 색깔과 크기, 눈의 높이와 넓이, 눈썹 두께와 위치, 각도를 설정할 수 있었다.

넓기도 넓거니와 깊이까지 깊다. ‘길드워2’의 세계는 지하 세계와 지상, 그리고 공중으로 구분되어 있다. 엄청난 사이즈에 게이머가 압도당할 정도. 결국 이 방대한 세계를 걸어서, 혹은 탈것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무식한 소리였다. 한 도시 안에서 이동도 포탈을 이용하게 되는데, 문제는 바로 이 웨이포인트라고 불리는 포팅 시스템이었다. 현재까지 487개가 구현되어 있으며, 전체 맵을 통해 지금까지 플레이어가 발견한 웨이포인트의 숫자와 현재 위치한 지도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 발견된 수가 각각 확인할 수 있었다. 지도를 확인하면서 미리 웨이포인트를 찍어 놓으면 돌아다니는 시간을 절감할 수 있었다.

 
▲ 컴퓨터가 안 좋다고 쳐도 이런 로딩이 계속된다면 짜증날 법도 하지 않을까

하. 지. 만. 패키지 게임도 아니고 웨이포인트가 웬 말이냔 말인가. 그냥 이동도 아니고 로딩으로 이동한다. 시간이 너무 아깝다. 계속 존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로딩을 계속 해야 하다 보니 짜증이 난다. 기자의 컴퓨터가 딱히 좋지 않다고 쳐도, 아직 클라이언트 최적화가 덜 이루어졌다고 해도, 이건 좀 과하다.

 

제로섬 철칙 -그 곳엔 빈익빈 부익부도 없으리라

‘길드워2’의 퀘스트는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플레이어의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스토리 라인과 지역을 이동할 때마다 주요 근거지의 팩션을 올리는 임무, 그리고 그 유명한 다이나믹 이벤트다.

메인 스토리 라인은 백그라운드에 맞춰서 각 플레이어마다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이한 점은 NPC가 플레이어에게 질문을 던지는 상황 혹은 그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물론 대화를 한다고 해도 크게 스토리가 변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특이하잖아. NPC가 “너 잘할 수 있지?”라고 물었을 때 “당연한 걸 물어보지 마세요!”라고 답하거나, “제국의 평화를 위해!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혹은 “좀 무섭긴 해요”라고 말하는 캐릭터라니.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 뭐라 말하는 진 잘 알 수 없지만, 당신이 지구말을 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지

또한, 경우에 따라선 NPC의 질문에 맞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스테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게이머를 환기시키는 역할도 한다.

세 번째, 다이나믹 이벤트다. 이것이 바로 ‘길드워2’에 관례를 깨는 게임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현존하는 대다수의 MMORPG가 따르는 퀘스트-수락-발동이라는 단계를 버린 시스템. 간단히 말하자면 노란 느낌표가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게이머라면 응당 노란 느낌표를 보고 MBC 간판 개그 프로그램 ‘느낌표’를 떠오르기보다 ‘퀘스트?’하고 반응할 것이다. 게이머들에게 게임은 노란 느낌표가 나타나면 비로소 시작된다. 하지만 ‘길드워2’에는 그 과정이 사라졌다. 어느 곳에도 이 노란 느낌표를 찾을 수 없다. 그래, 초록색도 없고 파랑색도.. 그냥 느낌표가 없다.


▲  게이머의 플레이 스타일이 오픈 월드의 안전을 좌우한다

‘길드워2’의 다이나믹 이벤트는 타인과의 공유라는 점에서 ‘워해머 온라인(이하 워해머)’의 퍼블릭 퀘스트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워해머’의 퍼블릭 퀘스트가 진화된 형태인 다이나믹 이벤트는 영향력에서 구분이 된다. 다이나믹 이벤트는 사건이 실제 ‘길드워2’의 오픈월드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퀘스트 시스템이 유기성을 가짐에 따라, ‘길드워2’의 세계는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기존 게임에서 장승의 역할만 하던 NPC가 실제적인 존재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 크라이타 지방의 인간 마을에서 벌어지는 다이나믹 이벤트는
 거진 켄타우르스 족과 관련이 많다

처음 다이나믹 시스템이 알려졌을 때,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다. “아니 그럼, 몬스터가 마을을 쑥대밭을 만들어 놓으면, 아무도 그곳에서 퀘스트를 못할 게 아닙니까” 맞다. 못한다. 앞서 말했듯이 ‘길드워2’는 웨이포인트를 통한 지역이동이 중요한 게임이다. 만일 몬스터 습격 이벤트로 인해 NPC가 사살 당할 경우 그 지역 내 이동이 불가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게이머들이 이미 완료한 이벤트일 지라도 참여하기도 하고, 이벤트라 생각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지나가다 현장을 목격하고 힘을 모으는 일이 발생한다. ‘길드워2’에서 다이나믹 이벤트는 그냥 내가 사는 마을의 사건 사고를 해결하러 다니는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또한, ‘길드워2’의 장점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평등한 분배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데 있다. 지나가다 한 대만 쳐도 경험치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다이나믹 이벤트의 보상과 경험치는 사건에 대한 플레이어의 공로를 기초에 두어 계산한다. 한 대를 치면 한 대 친 만큼, 자신의 공로가 99%일 경우 그만큼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과다한 이익을 얻은 자도, 억울한 느낌이 드는 유저도 없는 평등한 분배의 원칙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러 명이 힘을 합하다 보니 이벤트 난이도가 낮아지는 느낌은 있었다. 메인이벤트나, 팩션 임무에 비교하자면 확실히 그렇다. 유저 수에 비해 아직 즐길 거리가 많지 않다보니 많은 유저들이 하이에나처럼 이벤트를 찾아다니는 것이 사실. 결국 숫자가 깡패라고 일반 이벤트에 소규모 레이드 급의 부대가 나타나는 기현상을 볼 수 있었다.

 

‘유기성’ 무거운 용량만큼의 가치


▲ 검은 성채를 순찰 중인 차르 경비병 (上)

아수라 어새신과 티리아 숲의 생물체 스켈크의 대결 (下)

‘길드워2’가 지향하는 세상은 실제 세상처럼 모두가 살아 숨 쉬는 소(小)세계였다. 그곳의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고 스토리 안에서 생동하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스토리 모드로 사건이 흘러 게이머는 좀 더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인 게임 이벤트에 참여하게 됐다. 아니, ‘참여’라기 보다 그 안에 사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를 한 거라고 말하는 것이 적당하겠다.

현재 엔씨소프트와 아레나넷은 5년의 공을 들여 철골 구조를 세우고 시멘트를 발라 집을 완성했다. 그리고 대형 가전 가구들을 구입하여 가득 채워 놓았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세간들이 부족하다. 사람 사는데 필요한 물건, 그릇, 청소기, 드라이기 등 자잘한 집기들이 없다. 그러다 보니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집 같다. 콘텐츠의 밀도를 높여 ‘길드워2’의 유기성을 더 단단하게 묶어줄 필요가 있다. 조금은 미적지근한 느낌의 메인 스토리 진행, 이벤트가 목적 없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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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워 2 2012. 08. 28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아레나넷
게임소개
'길드워 2'는 '길드워'의 정식 후속작이자 전작의 250년 후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MMORPG다. 전작에서 등장했던 5개 종족(차르, 노른, 아수라, 실바리, 인간)이 연합하여 티리아 대륙(월드)을 위협하는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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