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어드벤처 '화이트데이' 출시!!!
화이트데이가 25일 출시됐다. 호러게임을 표방하고 나선 화이트데이는 기존의 게임과는 다른 여러 가지 소도구와 장치들이 게임내에 즐비하게 나열돼 있다. 그렇다면 화이트데이가 추구하는 공포의 근원은 무엇인가? 공포란 게이머가 상황에 몰입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심리적인 혹은 본능적인 감정이다. 공포란 무엇이고 화이트데이에는 어떠한 공포가 준비되어 있는지 알아보자.
▲ 임산부와 노약자들의 플레이를 금하는 경고문구로 일단 기선(?)제압 ▲ 정말 화이트데이가 무서운가? 일단 한번 해보자 |
치열한 두뇌싸움이 바탕이 된 ‘공포’
일반적으로 공포 혹은 호러물이라고 불리는 게임은 그 특성상 여타의 게임들보다 더욱 세밀하고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학교를 소재로 한 공포 영화들, '찍히면 죽는다', '여고괴담'
게이머가 게임을 하면서 진정으로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개발자들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장치된 도구들이 게임전반에 포함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피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게이머들이 공포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공포물을 지양하고 나서는 게임들은 이중, 삼중으로 더욱 치밀한 준비를 해야한다.
게이머들은 이미 공포물을 플레이 하기전부터 ‘무서울 것’이라는 심리적인 다짐을 하고 게임을 플레이 하기 때문이다. 공포란 괴로운 사태가 다가옴을 예기할 때나 현실적으로 다가왔을때 일어나는 불쾌한 감정을 바탕으로 한 정서적 반응이다.
▲ 공포는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게이머들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 이 공포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이나 영화나 공포물을 표명하고 나서는 것은 사람들에게 더욱 큰 자극을 줄 것을 암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준비된 게이머들에게 얼마만큼 허를 찌르는 공포를 선사할 것인가가 공포물의 성공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저 모퉁이를 돌면 귀신이 나와’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는 게이머들에게 ‘모퉁이 돌아 귀신’은 공포가 아니라 단지 예견된 상황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포물은 게이머와 개발자와의 치열한 머리싸움으로 게임을 이끌어가게 된다. ‘있을까? 없을까?’, ‘맞나? 틀리나?’, ‘과연? 역시?’, ‘저쪽? 이쪽?’ 등등. 치열한 두뇌싸움과 교묘한 장치가 공포물에서 공포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
화이트데이의 공포의 근원은 무엇인가?
화이트데이에서 나타나는 공포의 근원은 일상의 반전과 폭력, 심령현상과 폐쇄된 공간, 억압과 자유로 대표된다.
▲ 화이트데이는 학교를 폐쇄된 공간으로 묘사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몇가지의 공포를 적절하게 담아낸 화이트데이에서 게이머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사회관계를 목격하게 됨으로써 경험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화이트데이의 첫 번째 공포이다. 화이트데이에서 게이머들이 만나게 되는 일상의 반전은 우선 학교이다. 학교는 개인의 사회화에서 사람들이 가장 오랜시간 많은 세월을 지내는 공간이다. 당연히 게이머들에게는 추억과 사랑의 공간이다. 그러나 화이트데이에서 학교는 곧 미궁이다. 온갖 미스테리가 감추어져 있는 공간이며 사건, 사고의 집합소이다. 게이머들이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폐쇄성마저 나타난다. 학교는 이미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공포물의 주 소재였다.
▲ 공포영화와 게임의 차이는 무엇인가? 보는 것과 즐기는 것의 차이
화이트데이가 학교라는 소재로 해서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다. 그러나 가장 대중적인 소재를 잡았다는 데서 손노리의 자신감을 발견할 수 있다. |
수위아저씨를 보면 무조건 도망가라?
화이트데이에서 공포의 근원은 또한 사회적인 관계가 어긋나게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남녀의 역할도, 수위아저씨와 학생의 관계도 그렇다. 인간이 가장 불안을 느끼는 때는 편안했던 대상으로부터 위협을 느끼는 때다.
▲ 이 장면을 통해 게이머는 게임내에서 본능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새’에서는 ‘새’가 인간을 공격하는 황당한 설정으로, 손노리의 화이트데이와 비슷한 컨셉의 ‘여고괴담’에서는 바로 옆 ‘친구’가, 공포 영화의 도식을 영화로 패러디한 ‘스크림’에서는 ‘남자친구’가 바로 위협의 대상이었다. 게이머들은 게임을 즐기면서 이러한 이상한 사회적인 관계를 체험하게 된다. 매일 학교앞에서 아무 관심도 없이 스쳐지나가버리는 수위아저씨가 몽둥이를 들고 학생들을 쫓아다니는 설정에서 게이머들은 ‘왜?’라는 이유와 야릇한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만약 현실이라면?’하는 이상한 상상과 함께 말이다. 주인공인 게이머는 환풍구에서 수위아저씨에게 무차별적으로 구타(?)를 당하는 학생을 목격하게 된다. 게이머에게는 ‘왜?’라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수위가 게임상에 등장하면 무조건 도망을 가야한다는 게임시스템을 자각하게 된다. 게임내에서 수위에게 느끼는 불안감은 게임내내 개발자의 치밀한 장치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게이머는 게임내내 ‘왜, 내가 도망을 다녀야 하지?’라는 의문보다 ‘어디로 도망을 가야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심리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다.
▲ 이제 수위를 보면 '왜?' 라는 생각보단 '어디로?'를 생각하게 된다
공포는 조건반응 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흰쥐를 무서워하지 않는 유아에게, 그 유아가 흰쥐에 가까이 갈 때마다 철판을 크게 울려서 두려움을 가지게 하면 쥐와 공포의 정서가 결합하여 유아는 쥐를 무서워하게 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대상, 예컨대 연필의 뾰족한 끝이라든지, 면도칼 같은 대상물에 대하여 이상할 정도로 공포를 느끼는 공포증은 어렸을 때 공포의 조건반응 이 형성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번 공포가 조건반응 으로 형성되고 나면 그것을 없애기는 매우 어렵다.
이러한 조건반응에 의한 공포형성으로 게이머들은 화이트데이를 즐기는 동안, 약간의 장치속에서도 놀라고 당황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화이트데이의 초반 게임설정은 치밀한 계획속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
화이트데이의 여자귀신이 무서운 이유?
여성과 남성의 차이도 이 게임에서는 상당히 큰 역할을 한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전학을 온 남학생이다.
▲ 화이트데이의 여성은 이미 게임을 이해(?)하고 있다
힘의 우위를 지닌 남성도 이 게임에서는 여성보다 무서움을 더욱 타는 듯한 인상이다.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는 듯하며 미리 곳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여학생의 모습에서 여성이 주인공인 남성을 이끌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걸 이미 다 알고 있는 듯한 여성들의 모습에서 주인공 남성만 홀로 외로운 탐험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화이트데이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외형적으로는 상당히 연약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심리적이거나 정신적으로 게이머보다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 여고괴담의 여성들
결국, 이러한 차이는 게임내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을 한 귀신의 등장과 함께 공포의 수위가 극에 달하게 된다. 게이머는 화이트데이 플레이를 진행하는 동안 결국 여성들을 지켜줘야 한다는 사명감대신 어느 여성이 나를 도와줄 것인가를 기대하게 된다. 이 기대를 저버리고 나타나는 여자 귀신. 게이머들은 당연히 당황하게 된다. |
화장실은 왜 무서운가?
일반적으로 공포에는 불수의반응(不隨意反應)이 따르는데, 식은땀, 안면 창백, 심장 박동의 증진, 타액분비 정지, 눈동자의 확대, 항문 ·방광의 괄약근 이완, 기모(起毛) 현상 등이 일어난다.
▲ 놀랐을때 일어나는 여러가지 반응들
또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리고, 숨이 멎고, 떨리고, 진행 중인 행동이 중지되는 것과 같은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적 표출은 강한 정서반응, 말하자면 분노 의 경우에 일어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라도 분노 와 공포의 정서가 반드시 병행하지는 않는다. 화이트데이는 기본적으로 화장실을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세이브포인트가 화장실로 설정이 돼있기 때문이다.
▲ 화이트데이는 화장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게 되면 신체적인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신체적인 반응을 해소할 수 있는 장소는 현대문명의 산물인 화장실이다. 그러나 신체적인 반응은 본능이고, 화장실은 문명의 상징이다. 본능과 문명이 충돌할 때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게 된다. 죄를 짓고 불안해 하는 이치와 마찬가지이다. 본능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사람일수록 죄에 대한 죄의식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게이머들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자신의 신체적 반응과 게임내의 화장실을 연관짓게 된다. 그 자체가 공포다. |
충분한 지식, 과거에 형성된 적절한 습관?
어드벤처 게임이 공포를 가장 잘 느끼게 해주는 이유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공포에 따른 행동의 본질적 특징 때문이다. 공포에 따르는 행동의 본질적 특징은 고뇌대상(苦惱對象) 및 협박적인 사태로부터의 도피 와 회피 경향이다. 공포를 일으키는 사태(事態)는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고뇌대상이나 협박적 사태를 당했을 때 이것을 적절히 처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든지 또는 처리하기가 곤란할 때 공포가 일어난다. 따라서 이러한 사태를 적절하게 처리하는 행동은 공포를 해소하는 해독제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행동은 당면한 사태에 관한 충분한 지식, 과거에 형성된 적절한 습관이 있어야 한다. 어드벤처 게임은 상상력을 발휘, 게임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과거에 형성된 적절한 습관과 지식이 있을 수 없다.
▲ 조건반사적인 공포형성은 영화에서는 중요한 요소
게임내에서 그냥 부딪쳐 자연스레 알아가야 한다. 어드벤처 게임은 이 알아가는 과정에서 게이머들을 몰입시킨다. 게이머와 게임내 캐릭터를 동일시하게 된다면 그 게임은 십중팔구 성공할 수 밖에 없다.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화이트데이가 게이머들을 몰입시키기 위해 포함시킨 장치들은 음악, 음향, 색감 등이다. 현악기인 가야금으로 연주되는 배경음악과 쇠소리와 싸이렌 소리가 중심이된 음향, 파란색과 빨간색 그리고 검은색으로 이어지는 색감과 광원처리가 게이머들을 오감으로 자극하는 요소이다. 이 같은 장치들은 일단 기존의 도식화된 공식들을 정확히 구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흔히 개발자들은 게이머의 입장이 아닌, 자신의 입장을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쉬운데 이같은 유혹을 화이트데이는 잘 극복했다고 할 수 있다.
▲ 화이트데이에서는 앵글의 조작으로 조건반사를 유도한다
공포물에서는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의 형식을 유지하는 것도 공포를 유발하는 큰 방법이라는 것을 개발자들이 잘 알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가장 일반적인 상식이야말로 게이머들의 상상력을 크게 자극할 수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도 이 철저한 공식속에서 공포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자의 비명, 어두컴컴한 지하실, 하얀 소복에 선명하게 찍힌 핏자국 등. 소리와 색감이야말로 이제껏 심리적인 공포보다 더욱 사람을 무섭게 만드는 요인이다. 황병기 교수의 미궁이나 주로 역광을 사용한 광원처리, 빨강과 파랑으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색감 등은 화이트데이를 공포물로서 더욱 빛나게 해주는 요인이다. |
화이트데이가 아직도 게임으로 보이나?
화이트데이는 공포 어드벤처 게임으로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한 게임이다. 그러나 공포물은 캐릭터들간에 관계속에서 불안을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캐릭터들의 관계설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 롤플레잉 게임과 달리 어드벤처 게임에서는 게임내에서 주인공의 개성을 설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손노리가 잠시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드벤처 게임에서 주목적은 캐릭터의 성장이 아닌, 미로에서의 탈출 혹은 문제의 해결이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이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고 문제의 해결을 동시에 진행하기에는 게임진행이 너무 단선적이다.
▲ 화이트데이와 공포영화는 비슷한 장면들이 많다
캐릭터 개성이 드러나 있지 못했던 것은 이후 여러 캐릭터와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가 불명확하게 나타난다. 대사선택이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이다.
▲ 너무도 친절한 설명은 어드벤처 게임으로서는 좀...
어드벤처 게임을 싫어하는 국내 게이머들의 입장을 고려한 친절한 안내들은 좋으나, 게임을 너무 편하게 진행시키고 있다는 단점도 있다. 어드벤처 게임은 실 플레이 시간이 짧은 대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진정한 재미가 있다. 공책과 볼펜은 어드벤처 게임을 진행하는데 필수. 그러나 화이트데이는 너무도 친절하다. 게이머는 별다른 다리품을 팔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표지판을 따라 길을 찾을 수 있다. |
화이트데이,‘꽝’!!!
영화 식스센스를 본 게이머들은 알겠지만, 영화나 게임이나 소설이나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매체에서는 극적반전 또한 중요하다.
▲ 마지막 반전이 절묘한 '식스센스'
식스센스는 마지막 한 장면으로 수천달러를 벌어들였다. 과연 화이트데이는 어떨까?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좋겠다. 자장면 배달부가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던 연인들에게 ‘브루스 윌리스는 유령이에요’하고 지나갔다는 식스센스 유머를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메카 누가 그러는데 끝이 어떻대요라는 화이트데이 유머를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다.
▲ 화이트데이는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까?
화이트데이, 꽝!!! 대박터지는 소리 ‘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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