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위닝’의 기치를 내걸고 막바지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피파 2004는 그동안 ‘이전의 피파 시리즈와는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라는 내용 외에는 게이머들에게 거의 알려진 것이 없었다. 공을 가지지 않은 선수를 움직일 수 있다는 혁신적인 ‘Off the ball player control 시스템’도, 킬패스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패스 시스템도, 향상되었다는 인공지능도, 실제 경기와 흡사하다는 몸싸움 시스템도, 킥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코너킥과 프리킥 시스템도, 정품 사용자만 가능하다는 EA스포츠 온라인에서의 멀티플레이도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궁금한 것이 있다면 밝히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게임메카 앞에서는 피파 2004의 베일도 걷혀져버릴 수밖에 없다.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피파 2004 한글판 체험기를 스크린샷과 함께 감상하도록 하자.
1. 이것이 말로만 듣던 ‘오프 더 볼 플레이어 컨트롤’이란 말인가?
EA스포츠가 내세운 피파 2004의 모토는 ‘공을 가진 공격수와 수비수 중심의 축구게임이 아니라 공간 만들기를 할 수 있는 진정한 축구게임’이라는 것이었다. 현대 축구에서 스트라이커의 가장 큰 역할은 골을 넣는 것 이외에도 항상 수비수를 2~3명씩 끌고 다니면서 공간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축구게임은 미들필더가 공을 가지고 있으면 최전방공격수나 라이트/ 레프트 윙이 정해진 동작만을 반복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공간만들기 동작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피파 2004부터는 스트라이커나 좌우 윙이 공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상대편 진영에서 마음대로 움직이면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표시를 하고 있는 선수가 볼을 잡았을 때 오프 더 볼 플레이 키를 누르면 |
①번이라고 되어 있는 선수를 움직일 수 있다 |
① 번 선수는 볼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수비수 사이를 헤쳐나간다 |
우리측 공격수가 적당한 위치를 잡았다고 생각하면 <A>키를 눌러서 바로 패스한다 |
피파 2004에서 오프 더 볼 플레이어(공을 가지지 않은 선수들) 컨트롤을 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리편이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오프 더 볼 플레이어들을 호출하는 키<기본키 Z>를 누르면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들 3명의 머리 위로 ①, ②, ③ 등의 번호가 뜬다.
게이머는 이 번호 중 하나를 선택하고 <Shift>키를 누른 상태에서 화살표키를 움직이게 되면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들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된다. 이때 게이머가 <A>키를 눌러주게 되면 선택한 오프 더 볼 플레이어들에게 볼을 패스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NBA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다이렉트 패스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특정 플레이어에게 손쉽게 공을 패스할 수 있어서 쓸데없이 다단계로(?) 패스를 해야만 하는 불편을 크게 덜었고 볼 키핑력과 헤딩력이 좋은 최전방 스트라이커에게 직접 패스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실제 경기에 아주 많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지만 손가락에 굳은살이 배길 때까지 연습할 가치가 있는 기술이다.
2. 독특한 ‘커리어 모드’로 우리 모두 히딩크감독이 되어봅시다
최근의 스포츠게임들의 특징을 한가지 꼽으라면 시뮬레이션의 성격이 그 어느 때보다도 뚜렸해졌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게임속에서 숨가쁘게 뛰어다니는 스포츠게임이 아닌 머리를 쓰는 스포츠게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베이스볼 모글(Baseball Mogul)이나 챔피언쉽 매니저 시리즈와 같이 전문적이고 세세한 관리가 필요한 스포츠경영시뮬레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의 구단주나 감독이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모드를 제공하는 게임들이 많아졌다는 말이다.
커리어 모드는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직접 운영할 수 있는 모드를 제공한다 |
팀의 훈련관리를 맡아 팀의 능력치를 높일 수 있다 |
특정 선수에게 특정 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시킬 수도 있다 |
팀을 장악하고 보다 나은 조건을 얻기 위해서는 명성치를 올려야 한다 |
피파 2004도 커리어 모드(Career Mode)라고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골라서 운영할 수 있는 모드를 제공한다. 게이머들은 커리어 모드에서 주간훈련 관리, 개인훈련, 팀 체력훈련 등을 담당할 수 있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능력치를 훈련을 통해서 높일 수 있다. 또 트레이드를 직접 담당할 수도 있어서 팀에서 필요한 선수를 받아들이거나 필요 없는 선수를 방출할 수도 있다. 물론 능력있는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며 명성치도 필요하다. 또 이런 캐리어 모드가 자칫 지루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계약조건을 이행해야만 하는데 이 계약조건에는 리그우승, 70개 이상의 골 기록 등 실제 경기에서도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조건이 들어있다.
3. 이제 배틀넷도 부럽지 않다. EA스포츠 온라인으로 피파 지존에 오르자
피파 2004 시연을 제공해준 EA코리아의 사정으로 아쉽게도 이번 체험기에서는 EA스포츠 온라인에서의 피파 2004를 경험해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EA스포츠 온라인의 로그인 화면으로 보아 NFL이나 NHL 등 기존 스포츠게임의 로그인 화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A스포츠 온라인에 접속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CD-KEY가 정품인지 아닌지 체크하게 된다. 여기서 정품 CD-KEY라면 이 CD-KEY를 가지고 등록을 한 유저가 있는지 확인한다. 등록한 유저가 있다면 이미 등록된 유저가 있다고 나오면서 ‘EA 타임쿠폰’을 구입하겠느냐고 물어온다. ‘EA 타임쿠폰’은 정품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일정 기간 EA스포츠 온라인에서 멀티플레이를 가능하도록 해준다. 물론 정품 사용자라면 이런 과정은 필요 없다.
멀티플레이는 LAN을 이용한 네트워크 플레이와 EA스포츠 온라인을 지원한다 |
EA스포츠 온라인에 접속하면 최신 뉴스와 함께 자신의 성적과 향상된 매치메이킹 시스템을 볼 수 있다 |
EA스포츠 온라인에 접속하면 우선 EA스포츠 온라인의 최신 뉴스와 함께 자신의 지금까지의 성적과 랭킹을 볼 수 있고 이번 달에 피파2004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올린 사용자와 최고의 승률을 올린 클럽(우리 개념으로 보면 길드나 클랜), 현재 최장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온라인 플레이어들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다. 게이머는 손쉽게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 밀 수도 있고 자신과 뜻이 맞는 게이머들과 함께 클럽을 조직할 수도 있다. 이것저것 설정하는 것이 귀찮다면 그냥 ‘퀵 매치(Quick Match) 버튼을 눌러 쉽게 한판 하고 나오는 초간편 모드도 가능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설정은 EA스포츠 온라인에서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게이머는 전세계의 다양한 피파 게이머들과 일전을 벌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
4. 맥도날드 콤보 세트처럼 단순무식한 세트플레이는 NO!
이전의 피파 시리즈에서의 세트플레이는 좀 과하게 혹평을 하자면 단순히 경기가 끊어졌을 때 ‘한번 해보는 수준’의 세트플레이에 불과했다. 실제 세트플레이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전략전술 중에서 1~2가지 밖에 적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피파 2004에서는 세트플레이를 할 때 기존의 피파시리즈 보다 월등히 많은 세트플레이를 적용할 수 있다.
직접슛의 확률이 떨어지는 지점에서의 프리킥 |
왼쪽에서 뛰어들어오는 선수의 이마를 겨냥해서 감아찬다 |
프리킥의 정확도는 이렇게 연습을 통해서 향상시킬 수 있다. 베컴이나, 베론의 슛도 어렵지만은 않다 |
세트플레이는 경기 전에 미리 정해놓은 포맷으로 이루어진다 |
예를 들자면 간접 프리킥의 경우 동료가 살짝 밀어준 볼을 그대로 슛을 때리는 것도 가능하며 골 에어리어 앞에 있는 우리 동료에게 패스하는 것도 가능하고 패널티 박스 외곽에서 진입해 들어오는 선수의 이마를 겨냥하고 패스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5. 축구는 전투다. 거친 몸싸움이 가능해진다
이전의 피파시리즈에서도 몸싸움은 존재했다. 특히 공격수가 상대편 진영에서 드리블을 하고 갈 때나 볼을 쫓아갈 때 상대편 선수를 어깨나 손으로 미는 몸싸움은 다른 축구게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피파 2004에는 이 몸싸움을 좀 더 발전시켜서 현실적인 몸싸움이 되도록 했다.
우선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최전방 공격수가 공을 받아 수비수를 등지고 우리편 선수에게 패스를 할까 아니면 수비수를 제치고 슈팅을 날릴까 하는 모습이다. 이런 장면은 실제 축구에서는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는 장면이고 실제로 많은 최전방 공격수들이 이렇게 다른 공격수에게 볼 배급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받는 것은 공격수라면 당연히 익혀야할 기술이다 |
너무 공을 오래 가지고 있게 되면 가랑이 사이로 볼을 빼앗기게 된다 |
코너킥시에 문전은 거친 몸싸움으로 전쟁터가 된다 |
상대편의 프리킥 시 수비수로 벽을 쌓고 상대의 킥에 맞추어 점프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중요부위(?)는 칼같이 가려야 한다 -_-; |
두번째는 코너킥에서의 몸싸움이다. 예전의 피파는 코너킥 시에 키커만 조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키커뿐만이 아니라 날아오는 코너킥을 슛으로 연결할 선수들까지 직접 조종할 수 있다. 문제는 보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 피파 2004에서 코너킥을 할 때는 수비수와 거친 몸싸움을 벌여야만 골을 얻을 수 있다.
6. 최신 로스터의 반영, 더욱 사실적으로 변한 선수들
아직도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구닥다리 로스터를 가진 야구게임을 하는 게이머가 있을까? 스포츠게임에서 로스터는 사실성이라는 측면에서 게임엔진보다도 더 큰 위력을 자랑한다. 피파 2004에는 2003년 여름까지 이루어진 대부분의 드래프트와 트레이드 로스터를 반영한다. 올해 맨체스터에서 레알로 이적한 베컴은 ‘7’번을 달고 레알의 오른쪽 미들필더로 뛰고 있으며 박지성과 이영표는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의 PSV 아인트호벤에서 뛰고 있다. 개구장이(?) 데니스에서 이성남이라는 토종이름으로 개명하고 한국인으로 귀화한 성남 일화의 이성남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생일 축하해, 지썽? 하늘만큼 땅만큼 |
한국팀의 기본 오른쪽 코너키커인 송종국 |
코너킥 라이커 배컴. 스타플레이어는 실제얼굴과 별차이가 없이 세밀하게 묘사되었다 |
속알머리 없는 지단과 볼을 다투고 있는 선수는? 데니스가 아닌 귀화한 '이성남'선수다. 이성남 선수의 유니폼을 유심히 보시라 |
로스터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얼굴도 2003 버전에 비해서 더욱 사실적으로 변했다. 특히 각팀의 키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실제 얼굴과 아주 비슷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을 예로 들자면 송종국, 박지성, 설기현, 안정환, 이천수 등의 얼굴은 판박이처럼 비슷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얼굴은 아쉽게도 별로 닮지 않았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AC 밀란 등 대부분 스타플레이어들이 뛰는 유명 클럽의 선수들은 거의 실제 얼굴과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7. 관중과 광고판도 변했다
대체적으로 스포츠게임들은 관중석에 대해서 무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수만명씩 들어오는 관중들을 모두 폴리곤 처리를 하다가는 시스템 과부하로 PC가 터져버릴 지도 모르고 관중들을 표현 안하자니 밋밋한 경기장에서 스타플레이어들이 뛰는 맛이 안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관중석은 2D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피파 2004에서도 기본 관중석의 그래픽은 2D다. 그것도 타일이 반복되는 기존의 2D 스타일이다. 하지만 색감과 타일 처리를 다르게 해서 기존의 관중석보다 더욱 사실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광고판도 마찬가지다. 피파 2004에서는 실제 경기장에 있는 광고판처럼 광고판이 경기 중간에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골을 넣고 환호하는 지단의 뒤로 보이는 관중석을 전작과 비교해 보자 |
골라인 뒤에 있는 광고판이 계속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8. 화면에 밑줄 쫙! 이제 화면에 줄까지 그어 가면서 리플레이를?
스포츠게임에서 리플레이의 기능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경기화면을 다시 볼 수 있는 리플레이 기능이 있어야만 자신이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찬찬히 분석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A스포츠게임의 리플레이 기능은 지금까지도 괜찮았지만 피파 2004에서는 이 리플레이 기능을 한 차원 더 발전시켜서 화면에 도형을 그려가면서 설명을 할 수 있는 모드로 바뀌었다.
골이 들어가면 화살표 애니메이션으로 공이 전달된 순서를 표시해준다 |
최종적으로 슛을 성공시킨 플레이어의 화살표는 주황색으로 표시된다 |
특히 멋진 크로싱이나 코너킥, 프리킥 패스에 의한 골은 여지없이 화면에 줄을 쫙쫙 그어가면서 골이 들어간 루트를 분석해준다.
9. 전세계 20여개의 리그. 그러나 ‘일본은 없다’
피파 2004에는 빅리그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 A,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와 독일의 분데스리가 등 세계 유수의 축구리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K-리그, 벨기에리그, 네덜란드리그 등 세계 유명 리그가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애초에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던 네덜란드리그는 막판에 라이센스가 타결되면서 극적으로 합류하게 되어 송종국, 이영표, 박지성 등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아쉽게도 일본의 J-리그는 리스트에서 빠져 있다. 일본은 국가대표 리스트에도 빠져 있어서 한일전을 통해 일본을 대파하는 모드(?)를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세계의 인기있는 프로리그의 팀은 대부분 플레이할 수 있다 |
그러나, 아무리 뒤져봐도 J-리그는 보이지 않는다. 한-일전은 이번 시리즈에는 없다 |
피파 시리즈의 발전은 현재진행형
항상 축구게임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결국에는 액션게임을 만들고 마는(-_-;) 피파시리즈는 피파 2003부터 액션에서 시뮬레이션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다가 피파 2004에서는 혁신적인 모드를 앞세워 위닝의 사실성을 능가해 보겠다고 하는 중이다. 과연 피파 시리즈가 오프 더 볼 플레이어 시스템과 EA스포츠 온라인, 캐리어 모드, 향상된 사실성 등을 앞세워 축구시뮬레이션게임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피파 시리즈의 발전은 항상 현재진행형이었고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지속적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피파 2004가 침체된 국내 패키지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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