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버스’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을 때만 해도 이 게임을 보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은 ‘하스스톤 아류작’ 정도였다. 하지만 ‘섀도우버스’는 다른 TCG와는 차별화되는 쉽고 빠른 게임성을 선보이며 인기몰이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서비스 2개월 만에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35위까지 치고 올라올 정도로 고속흥행을 거듭했다.
하지만 순탄한 상승세를 기록 중인 ‘섀도우버스’에도 약점은 있었으니, 바로 카드 종류가 적다는 것이었다. 최근까지도 ‘섀도우버스’ 카드 종류는 600종 남짓에 불과했는데, 이는 온라인 TCG 선발주자인 ‘하스스톤’이나 ‘판타지 마스터즈’ 등에 비하면 턱 없이 적은 수였다. TCG에서 카드 종류는 전략적 다양성으로 직결되므로, 카드 종류가 적다는 ‘섀도우버스’에게 있어 치명적인 문제였다.
그런데 얼마 전, ‘섀도우버스’ 카드 종류의 부족함을 해소시켜줄 새로운 확장팩이 발매됐다. 지난 2017년 3월 30일 발매된 이번 확장팩 이름은 ‘신들의 폭풍’. 과연 그 이름처럼 막강한 카드들이 104종이나 추가되어, 전보다 훨씬 특이하고 다양한 덱을 구성하게 해준다. 게다가 묘하게 발매시기도 '하스스톤'의 새 확장팩 '운고로를 향한 여정'과 겹치는 만큼, 이번 확장팩으로 '섀도우버스'가 얼마나 성장했을지 더욱 관심이 쏠린다. 과연 ‘신들의 폭풍’에는 어떤 새 카드들이 나왔고, 그로 인해 게임환경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우선 ‘신들의 폭풍’에서 가장 특기할 점은 역시 막강한 성능을 지닌 거대 추종자들의 등장이다. 지금까지 ‘섀도우버스’에서는 줄곧 빠른 속도의 덱이 성행해왔다. 이는 게임 특징인 ‘진화’ 시스템 덕분에 초반부터 적을 강하게 몰아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초기에 발매된 여러 카드가 초반 공세에 특화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탓에 대다수 플레이어가 초반부터 공격적인 하수인을 깔아 빠르게 적을 패배시키는 ‘어그로’ 계통 덱을 사용했다. 반면 초반에 방어적으로 진행하다 후반을 도모하는 ‘컨트롤’ 계열 덱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적의 거센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초반에 패배해버리거나, 후반이 되도 초반 열세를 역전하지 못하고 지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들의 폭풍’에서는 이러한 ‘어그로’ 위주의 게임환경을 크게 바꿔버릴 만한 카드가 다수 등장했다. 비록 소환 비용이 높아서 후반에만 나올 수 있지만, 일단 나오기만 하면 불리한 전세를 단번에 역전시켜버릴 만큼 막강한 성능을 지닌 카드들이다. 이 중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제거할 수 없는 ‘불사신’ 추종자는 물론, 적 리더를 한 번만 공격해 맞추면 무조건 적을 패배시키는 ‘일격필살’의 추종자도 있다. 이처럼 한 방에 게임을 끝내버리는 신규 카드들의 위용은 확장팩의 이름 그대로 가히 ‘신급’이라 할 만하다.
‘신들의 폭풍’에서 특기할 만한 카드를 몇 장 꼽아보면 우선 ‘바람의 군신 그림니르’를 들 수 있다. 모든 직업 공용 카드인 ‘그림니르’는 기본적으로 3마나에 2/3 수호라는 준수한 성능의 추종자로, 초반에 나와도 적의 공격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다. 그러나 10마나를 내고 ‘강화’ 효과를 적용하여 소환하면, 필드에 등장하는 즉시 적 리더와 필드상의 모든 적 하수인에게 4점씩의 피해를 입힌다. 후반에는 내는 것만으로도 리더 라이프와 필드 주도권을 동시에 역전시켜주는 셈이다.
‘비숍’ 클래스 전용 카드인 ‘천상의 아이기스’는 기본적인 공격과 방어 수치도 8/8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 추종자의 진짜 우수한 점은 바로 특수능력에 있다. 바로 ‘받는 피해가 0이 되며, 다른 카드의 능력 효과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소환된 ‘천상의 아이기스’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단 이 추종자가 소환되고 나면 상대 입장에서는 손도 못 쓰고 당할 수밖에 없다. ‘천상의 아이기스’가 지닌 단 하나의 약점은 소환비용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엘프’ 클래스 전용 카드 ‘깊은 숲의 변종’도 8이라는 높은 소환비용을 지니고 있지만, ‘상대방 리더를 공격하면 상대방 리더의 체력이 0이 되도록 피해를 입힌다’는 특이한 특수능력을 지니고 있다. 즉, 이 하수인으로 상대 리더를 한 대만 맞춰도 상대는 즉시 게임에서 패배한다.
이 외에도 ‘신들의 폭풍’에 추가된 많은 카드가 상술한대로 순식간에 게임을 역전시켜주는 막강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높은 소환비용 탓에 후반에만 사용 가능하다. 개발사 사이게임즈의 카드 디자이너 사토 유이치로는 인터뷰에서 이처럼 ‘신들의 폭풍’에 고성능 고비용 카드를 대거 추가한 의도가 바로 “덱 구성의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어그로’ 위주였던 기존 게임 환경을 다변화시키기 위해, ‘컨트롤’ 덱에게 힘을 실어줄 강한 후반 전용 카드를 추가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클래스마다 존재하는 특성을 보다 쉽게 발휘하게 해줄 보조 카드도 다수 추가됐다. ‘섀도우버스’ 클래스는 저마다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고, 그에 따라 다른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부 클래스는 특성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특성 효과를 누릴 수 없었다. 예컨대 ‘뱀파이어’ 클래스는 자신의 라이프가 최대치의 절반 이하일 때부터 ‘복수’ 특성이 활성화된다. 이 상태에서는 일부 ‘뱀파이어’ 전용 카드가 훨씬 강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실제로는 이로 인해 얻는 이득보다 라이프 감소로 인한 손해가 더 커서 대부분의 이용자는 ‘복수’ 특성을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발매된 ‘흑사병 의사 가면’과 ‘블러드 문’ 등의 카드는 적의 공격을 조건부로 흡수해주거나, 한시적으로 ‘복수’ 특성을 라이프 수치와 관계 없이 활성화시킨다. 덕분에 ‘뱀파이어’는 클래스는 전보다 능동적으로 특성을 활용하는 덱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그 외의 클래스들도 전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특성을 응용할 수 있는 새 카드들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신들의 폭풍’에서는 유저 인터페이스도 소소하게 개선됐다. 게임 진행 내역은 그림뿐 아니라 텍스트도 함께 표시되며, 카드도 예전처럼 한 장씩 직접 분해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여러 장을 일괄적으로 분해할 수 있게 됐다.
이상 살핀 바와 마찬가지로, ‘신들의 폭풍’ 확장팩으로 ‘섀도우버스’에는 ‘컨트롤’ 덱을 강화시켜줄 다양한 카드가 추가됐다. 덕분에 천편일률적이던 ‘어그로’ 위주 게임 환경도 어느 정도 다양화가 이루어질 토대는 갖추어졌다. 그렇다고 ‘어그로’ 덱이 약화된 것은 아니다. 이번 ‘신들의 폭풍’은 어디까지나 ‘컨트롤’이 ‘어그로’에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게 새로운 카드로 힘을 실어주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카드의 너프는 최소화하고, 새 카드의 추가를 통해 점진적으로 게임 환경의 다양화와 밸런스 조정을 이루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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