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스 시리즈 최신작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스 9: 몬스트룸녹스’가 발매됐다. 오랜만에 나온 정식 넘버링 신작인 데다, 속도감 높은 전투와 풍부한 이벤트, 그리고 독특한 풍미의 스토리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다만 이스 시리즈를 이번 기회에 시작하는 게이머라면 조금 걱정이 될 수 있겠다. 이스 자체가 1987년에 나온 33년이나 된 장수 시리즈인 데다, 외전과 프리퀄을 빼도 정식 넘버링 작품만 아홉 개나 되는 방대한 볼륨을 자랑하니 말이다. 사실 워낙 시리즈 역사가 길다 보니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는 힘들고, 결국 빨간 머리 난봉꾼 주인공이 몸통 박치기로 적을 없앤다는 정도만 기억할지도 모른다.
이에 이번 주에는 33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스 시리즈, 그 스토리를 개략적으로 요약해 보았다. 사실 이스 시리즈 관련해서는 더 다룰 이야기들이 많지만, 워낙 시리즈 분량이 방대한 관계로 스토리 흐름만 다뤄도 지면이 가득 찬 점 양해 바란다.
*이 기사는 이스 시리즈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이스1~2: 아돌이 16세에 마왕을 물리치다
이스 시리즈는 프리퀄 이스 오리진을 제외하면 대대로 주인공 아돌 크리스틴이 세계의 명운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모험을 다루고 있다. 시리즈 첫 게임 ‘이스 1’과 ‘이스 2’도 그러한데, 어째 시작부터 내용이 다소 막 나간다. 16살에 불과한 아돌이 순전히 흥미만으로 모험을 떠나 그곳에 있던 마물을 모조리 잡고 마왕까지 무릎 꿇린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약관도 채 안 된 나이에 재미삼아 세상을 구하다니, 역시 인생은 불공평하다.
이스 1과 이스 2는 본디 하나의 게임으로 제작될 예정이었지만, 두 게임으로 나뉘어 출시됐다. 자연히 스토리도 이어진다. 이스 1은 고대에 존재했던 한 왕국의 전설로부터 시작한다. 이 왕국은 두 여신의 가르침에 따라 에스테리아 섬에서 번성하다 어느 날 자취를 감추었는데, 전설에 따르면 그 왕국은 하늘로 올라갔으며 악마들이 그 뒤를 따라 높은 첨탑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에스테리아 섬에는 분화구와 인근의 저주받은 ‘다암의 탑’이 있어, 사람들은 이를 무서워한다.
이후 게임 시작 시점으로부터 얼마 전, 에스테리아 섬에서 특이한 빛을 발하는 광물이 채굴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이 광물을 팔아서 큰 부를 얻었다. 오직 지역 사제만이 고대 전설을 근거삼아 이 광물의 채굴을 막았다. 하지만 그 사제는 불만을 품은 지역 주민들에 의해 살해되고, 채굴이 계속되는 어느 날 악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악마들은 지역 주민들을 살해하고 에스테리아 섬을 공포로 물들였다. 채굴로 활기를 띄고 부유해진 마을은 겁에 질린 피난촌으로 변했고, 사람들은 바다 건너 대륙으로 도망치고자 했다. 그러나 이마저 곧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에스테리아를 바다 건너 대륙과 단절시키는 영구적인 폭풍이 몰아 닥친 것이다. 이 ‘폭풍장벽’에 의해 에스테리아는 다른 지역들과 완전히 고립되고 말았다.
이처럼 공포에 빠진 에스테리아 섬에 되레 흥미를 보인 이가 있었다. 바로 주인공 아돌 크리스틴이다. 16세 소년인 그는 정열과 남다른 호기심으로 인해 대륙에서부터 홀홀 단신으로 쪽배에 몸을 싣고 폭풍을 뚫는다. 비록 그 과정에서 난파를 당했지만 살아서 에스테리아 섬에 도착했고, 게임 이스 1은 그가 섬 해변에 도착한 시점에서 시작한다. 사실 여기까지 봐도 이미 아돌이 범상한 인물은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어쨌거나 섬에 도착한 아돌은 젊음의 힘으로 금방 몸을 회복하고 마물을 몰살시키며 도시로 향한다. 그 후로도 진행은 일사천리. 도시에서 아돌은 분화구 인근에 위치한 악마의 탑에 사태의 원흉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그곳으로 향해 악당과 대면하게 된다. 악당의 정체는 부모가 살해된 데 앙심을 품고 악인이 된 신관 후손 ‘달크퍽트’. 그는 지하에 묻힌 고대 유물을 사용해 마왕이 되고자 하는 목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달크퍽트의 불우한 가정사야 어쨌든, 주인공 아돌 크리스틴은 문답무용으로 그를 살해한다. 그 과정에서 겸사겸사 달크퍽트에게 납치돼 감금되어 있던 쌍둥이 여신 중 한 명을 구출하고 연애도 하는 건 덤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달크퍽트가 갖고 있던 고대 신관의 책을 얻은 아돌은 거기 써진 주문을 바탕으로 하늘로 사라진 고대 도시 이스에 입장하고, 덤으로 이스에 봉인됐다가 달크퍽트 때문에 깨어난 진짜 마왕 ‘다암’도 물리친다.
이렇듯 악마의 탑에서 달크퍽트를 쓰러뜨리는 게 이스 1, 그리고 이스에 올라가 다암을 물리치는 게 이스 2 내용이다. 딱히 당위성에 입각한 강한 목적의식으로 시작한 모험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아돌 크리스틴은 그렇게 세계를 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애인이 된 여신 ‘피나’는 마의 힘이 담긴 고대유물 흑진주와 함께 스스로를 봉인하고… 그렇게 애인을 잃은 아돌은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서인지, 다시 모험을 떠난다.
이스3~5: 유익인과 엮인 아돌이 또 몇 번쯤 재앙을 막다
1989년 발매된 이스 3와 1993년 발매된 이스 4는 훗날 스토리가 개변되거나 변경됐다. 이에 나중에 나온 게임이 시리즈 계보상 정식 스토리로 채택됐는데, 여기서는 이스 3 리메이크 버전 이스: 페르가나의 맹세, 그리고 외주로 제작했던 이스 4를 팔콤 본사에서 다시 새롭게 만든 이스: 셀세타의 수해를 위주로 스토리를 설명한다. 이스 3부터 이스 5까지는 주로 아돌 크리스틴이 ‘유익인’이라는 날개 달린 고대종족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을 다루었다.
이스 4는 시리즈 계보상으로는 이스 3보다 나중에 나왔지만, 스토리상으로는 앞선 시점을 다룬 프리퀄이다. 이스 1과 이스 2 이후 아돌 크리스틴은 전작에서 모은 장비도 전부 잃고 기억까지 상실한 채 셀세타라는 외지에서 깨어난다. 우연히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에게 자초지정을 들은 아돌은 자신이 셀세타의 수해라는 원시림으로 떠난 후 쭉 행방불명 상태였던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그는 셀세타 인근 숲을 떠돌며 자기 기억을 되찾을 실마리를 쫓기 시작한다.
숲에서 아돌 크리스틴은 자신이 고대의 날개 달린 종족 유익인의 최후 생존자인 엘딜과 조우했던 사실을 깨닫는다. 사실 엘딜은 전작의 쌍둥이 여신과 같은 종족으로, 그들과 함께 만든 도시 이스가 파멸한 후 떠나 셀세타에 정착하여 새로운 왕국을 만들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살아온 끝에 그는 차츰 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의 정신은 인간이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서 도전이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전세계급 재앙을 일으킬 정도로 악화되고 말았다.
다만 엘딜은 언젠가 자신이 미칠 것을 걱정해 안정된 인격으로 돌아오게 할 장비 ‘달의 가면’을 준비했었다. 이를 인간 친구가 씌워준 덕분에 엘딜은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그 사이에 이미 셀세타 왕국은 소멸하고 땅은 원시림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이에 그는 숲 안 탑에 칩거하고 왕국의 생존자들은 ‘하이랜드’라는 마을을 이루어 숲 변경에 살아가게 됐는데,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인근을 여행하던 아돌 크리스틴이 엘딜을 만났던 것이었다.
엘딜은 처음에는 아돌 크리스틴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많은 지식을 전수해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다시 광기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결국 아돌에게 자신을 정상으로 되돌릴 방법을 말해주고 도망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아돌이 충분히 멀리 도망치기 전에 정신이 나간 엘딜이 그를 추적해 급습했고, 그 결과 아돌은 기억상실에 빠지고 말았다. 이후 아돌은 엘딜과 재회해 그의 정신을 가까스로 되돌리지만, 어쩔 수 없이 그를 봉인하게 된다.
이스: 셀세타의 수해는 인간에게 재앙을 일으킬 계획이던 엘딜을 저지하고 봉인하는 내용으로 끝난다. 그 이후 이야기는 이스 3 리메이크인 이스 :페르가나의 맹세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아돌 크리스틴은 다시 한 번 유익인 문명이 남긴 유산과 대적하게 된다. 페르가나 지방에 온 그는 이 지역도 마물의 습격을 받고 있으며, 영주는 폭정을 일삼고, 근처 채석장에는 정체불명의 불길한 고대 석상들이 출토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말 가는 곳마다 문제가 생긴다.
사실 페르가나의 문제는 고대 유익인이 만든 거대병기 ‘용신병’ 중 작동오류를 일으킨 개체인 ‘갈바란’ 때문에 비롯된 것이었다. 지역 주교가 우연히 봉인된 갈바란을 발굴하고 그 힘에 압도당한 나머지 이를 신으로 숭배하게 됐고, 이후 갈바란의 봉인을 풀기 위해 영주를 속여서 모든 혼란을 획책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앞에는 아돌 크리스틴이 있었으니… 이번에도 그는 주교가 목숨 걸고 봉인을 푼 갈바란을 딱히 절실한 이유 없이 쓰러뜨리고 다시 제 갈 길을 떠난다.
이스 5: 사라진 모래도시 케핀은 아돌이 여행 중 우연히 조우한 저주받은 도시 이야기를 다루었다. 케핀은 연금술사 쟈빌이 현자의 돌이라는 마도구를 사용해 인간의 생명을 빨아 에너지로 사용한 도시이나, 이미 고대에 이를 좌시할 수 없던 이들에 의해 아공간에 봉인된 바 있었다. 그러나 케핀의 후예들이 이 저주받은 도시를 다시 한 번 불러내고자 하고, 주인공 아돌 크리스틴이 여기에 휘말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스 5: 사라진 모래도시 케핀은 PC 버전과 PS2 버전이 서로 내용이 다르다. 이들 중 유익인과 직접 관계가 있는 것은 PS2 버전이다. PC 버전에서는 쟈빌이 우연히 현자의 돌을 주운 것으로 나오지만, PS2 버전에서는 유익인을 고대 유물과 융합해 만든 사악한 마도구로 소개된다. 어쨌든 쟈빌은 아돌 크리스틴 심기를 거스른 죄로 처단 당하고, 현자의 돌도 마찬가지로 파괴된다. 그렇게 수세기 동안 악명을 떨친 저주받은 도시 케핀은 아돌에 의해 그날로 소멸한다.
이렇듯 이스 3~5는 이스 1~2와는 달리 긴밀하게 이어지지는 않는 독립적인 스토리들로, 주로 유익인이나 그들의 유산을 소재로 삼았다. 단 이 중 이스 5: 사라진 모래도시 케핀은 아직 리메이크가 나오지 않았고, 출시일도 1995년으로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러므로 시리즈 전통대로 이스: 셀세타의 수해와 이스: 페르가나의 맹세처럼 리메이크 되면서 어느 정도 스토리가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언급해둔다.
이스 6~8: 지역구로는 질린 아돌이 세계도 몇 번쯤 구하다
이스 1부터 5까지 아돌은 꽤나 활약하긴 했지만, 사실 그가 해결한 사건들을 보면 지역구 정도의 스케일들이었다. 그게 지겨워서였을까, 아돌은 이스 6부터 슬슬 대륙, 더 나아가서는 세계를 구하기 시작한다. 대놓고 한 문명의 파멸과 인류의 멸종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세상을 관장하는 대지모신과도 직접 만난다. 그러면서 그 역시 슬슬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스토리상 가장 먼저 진행되는 것은 이스 8: 라크리모사 오브 다나다. 여기에서 라크리모사란 이스 세계관에 나오는 주기적인 대멸종이다. 이스의 무대가 되는 세계는 이전에도 이미 여러 지성 종족이 있었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 번성할 시 여신 마이아의 뜻에 따라 대멸종이 이루어진 바 있다. 지금의 인간은 세계에 번성한 여섯 번째 종족으로, 아무도 모르는 사이 이미 여섯 번째 라크리모사가 임박했다.
하지만 세계의 법칙인 대멸종 라크리모사도 아돌 크리스틴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에 의해 저지된다. 아돌은 지난 여행 이후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던 중, 거대한 괴물의 기습을 받고 그만 난파되고 만다. 하지만 16세에도 홀홀 단신으로 쪽배를 타고 폭풍을 건너던 몸, 당연히 아돌은 그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당연하다는 듯 살아난 아돌은 자신이 표류한 세이렌 섬을 수색하는데, 그 과정에서 푸른 머리 소녀의 꿈을 반복적으로 꾸게 된다.
이는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꿈의 인도를 받은 아돌 크리스틴은 섬의 정글 깊은 곳에 위치한 유적에서 그 소녀 다나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났지만,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곧 자신이 다섯 번째로 멸종한 종족의 마지막 후예임을 깨닫게 된다. 다나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는 그가 각 종족 중에서 한 명만 선택된, 영원한 삶을 살며 다음 시대로의 이행을 관장하는 ‘진화의 참관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사실은 아돌 크리스틴도 인간 중 가장 뛰어난 존재로서 여섯 번째 진화의 참관인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돌은 인간이 멸종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고, 결국 여신 마이아가 만든 대멸종의 화신 ‘테오스 데 엔드로그램’을 파괴해버리고 예정된 라크리모사를 막는다. 이렇게 될 경우 본래대로라면 세상 그 자체인 여신 마이아에 의해 이 세상도 사라지게 되나, 간신히 이 사단은 다나가 진화의 화신이 되어 ‘테오스 데 엔드로그램’의 역할을 대신하는 걸로 정리된다.
그렇게 이스 8: 라크리모사 오브 다나에서 대충 인류 멸종과 종말도 막은 아돌 크리스틴 다음 행보는 출시 순서상 더 이른 시기 나온 이스 6으로 이어진다. 이스 6은 조금 이른 시기 출시된 탓인지 아직 유익인 설정이 사용된 게임이다. 여기서도 고대에 번영했다가 사라진 고대의 종족 유익인의 생존자 ‘아르마’가 나오는데, 기존 시리즈의 쌍둥이 여신이나 엘딜을 보면 알 수 있듯 그가 남긴 유물도 세계멸망 위기의 발단이 된다.
고대 쌍둥이 여신과 엘딜이 함께 고대 도시 이스를 만들고 번성시킬 때, 다른 유익인 생존자 아르마는 다른 지역에서 ‘나피쉬팀의 상자’라는 유물로 다른 지역의 인간들을 도왔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진실에 따르면 사실 유익인은 첨단 과학기술을 지닌 고도의 문명이었고, 원래 보통의 인간이었으나 인공육체를 통해 날개를 얻었다는 것이다. 또한 나피쉬팀의 상자는 기상제어 및 해수면제어 설비였다. 아르마는 이 장비를 사용하여 인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르마는 자신이 비호하던 다른 문명의 인간들에 의해 파멸하고 만다. 일단의 인간들이 나피쉬팀의 상자 통제장치를 빼앗아 함부로 건드리다 사고가 나고, 갑작스러운 해수면 상승이 발생해 왕국이 멸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뒤늦게 아르마가 자신과 나피쉬팀의 상자를 자신과 함께 봉인했지만, 그러고도 주변의 해류가 통제불능 상태에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스 6은 아돌 크리스틴이 이 소용돌이 지대에 나타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예상했겠지만 이번에도 아돌 크리스틴은 순전히 개인적인 흥미 때문에 해적선을 얻어 타고 인근 지역을 여행 중이었다. 하지만 여행 쉽게 하겠다고 범법자들과 손을 잡은 탓일까? 제국 함대의 추적을 받아 포격을 당하던 와중 바다에 빠진 아돌은 이번에도 표류하게 되고, 외딴 제도에서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렇게 아돌이 자신과 해적들을 쫓아온 제국 해군과 마찰을 빚던 중, 사실 제국 해군 장교 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이 제도에 왔음이 드러난다.
제국 해군 장교 에른스트는 사실 아르마를 배신한 일족의 후예였다. 이에 그는 선조의 기록과 유물을 모아 나피쉬팀의 상자를 손에 넣고 패자가 될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그렇게 유익인의 기술을 손에 넣어 자신도 날개를 얻은 에른스트였으나, 사실 날개가 있고 없고는 아돌 크리스틴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번에도 아돌은 흑막 에른스트는 물론이고, 나피쉬팀의 상자까지 통으로 박살 내버린다.
스토리상 마지막 이야기는 바다 건너 남쪽 땅인 알타고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서도 아돌은 다시 한 번 알타고 전역을 구한다. 본디 알타고는 다섯 용이 만든 땅으로, 이 땅에서 사는 민족은 모두 이 용들을 섬겼다. 그러나 용들의 축복은 공짜가 아니었다. 용들에 대한 숭배가 끊기면 대지에 조화가 끊기며 생물 모두가 고통받다가 죽는 극악한 저주가 있었던 것. 그렇기에 알타고는 이미 여러 번 절멸과 재탄생을 반복해온 역사가 있었다.
그런데 근래에 다시 한 번 조화가 끊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룡을 숭배하던 물의 민족이 바다 건너 문명과 소통하며 용에 대한 숭배를 그만 두고 해외의 바다 신을 섬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알타고는 알게 모르게 차츰 조화가 깨지며 병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모든 생물이 고통받다 죽는 저주의 열병이 퍼지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용 숭배가 단절된 지 너무 오래 됐기에 사람들은 이 병이 절멸의 징조라는 것도 잊었고, 사태를 파악하고자 아돌 크리스틴에게 조사를 부탁한다.
이번에도 아돌 크리스틴은 흥미본위로 의뢰를 수락하고 사태의 진실에 다가간다. 그리고 결국 그는 용들이 고대에 정해준 법칙, 즉 절멸의 대행자인 달의 민족 제사장에게 알타고 생물들의 대변자인 용의 전사가 도전해서 승리하면 절멸을 피할 수 있다는 규칙을 알게 된다. 다만 달의 민족 제사장은 뛰어난 힘을 지닌 전사로, 지금까지 반복된 역사 중 한 번도 용의 전사가 이긴 적이 없었다. 본래대로라면 별 의미가 없는 규칙이었던 셈이다.
여기까지 오면 독자분들도 대충 이후 어떻게 될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세계 구하기가 취미인 아돌 크리스틴이 용의 전사가 되어 나서고, 그는 아예 알타고에 존재하는 만물 뿌리의 화신과 싸워 이를 파괴한다. 이로서 알타고는 용 숭배의 전통과 절멸의 저주에서 해방된다. 과연 세상 몇 번 구한 영웅답게 통이 큰 처사다. 이렇게 되자 용들은 어쩔 수 없이 알타고 문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사라지고, 이후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자신들만의 문명을 재건해 살아가게 된다.
이스 9: 몬스트룸녹스: 또 위기, 또 아돌
그리고 2019년 출시된 이스 시리즈 최신작 ‘이스 9: 몬스트룸녹스’가 지난 2월 한국어 자막과 함께 국내 정식 출시됐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전통의 아돌 크리스틴이며, 그가 발두크라는 우중충한 도시로 여행을 와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발매된 지 아직 얼마 안 된 게임이니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이번에도 단순한 취미로 시작한 여행이이 신들과 엮이고 대재앙을 막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렇듯 이스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아돌 크리스틴이 여행하며 흥미본위로 그 지역 마왕을 잡고 세계멸망도 막는 것을 반족한다. 대체 이 세계는 얼마나 많은 위험을 안고 있는 건지, 왜 아돌이 갈 때마다 세계가 멸망할 뻔하는지 궁금해지지만, 지금까지 시리즈가 전통적으로 그래왔으니 이해하는 수밖에 없겠다. 어쨌거나 이스의 세계는 앞으로도 계속 위기에 처하고 아돌은 계속 취미 삼아 세계를 구할 것이다. 1987년부터 쭉 그래왔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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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 9: 몬스트럼 녹스
2019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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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소개
- '이스 9'은 8편과 6편의 중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에스테리아 북동쪽에 위치한 감옥 도시 '발두크' 지역이 무대이며, 특별한 능력을 지닌 유령 '몬스트럼'과 도시에 숨겨진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나선 주인공의 모...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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