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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시드의 `매서운` 지명! 대한항공 스타리그 조지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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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 2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조지명식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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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명의 스타리거가 한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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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이 너무 많아 한 화면에 다 담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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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명식 도중 담소를 나누고 있는 김정우(좌)와 신상문(우)
당시 방송에서는 이들을 포함한 스타리거 전원이 출연한 영상이 방영되고 있었다;

항간에는 "조지명식이 결승전보다 더 기다려진다."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스타리그의 `조지명식`은 단순한 조 편성을 위한 이벤트로 남지 않는다. 스케줄 상, 평소 모이기 어려운 16명의 진출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선수들의 입담까지 즐길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조지명식은 `선수들의 뇌구조`, `뒷담화`, `꿈` 등, 확실한 테마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코너가 마련되어 선수들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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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시드다운 위엄을 제대로 보여주며 조지명식을 화끈하게 달군 김정우

그러나 보통 조지명식의 경우 식전 이벤트만 흥미로울 뿐 실제 지명 시에는 `깜짝` 대진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무난하게 흘러가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 조지명식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요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바로 `우승자` 김정우가 자신의 탑시드 권한을 철저히 이용해 팽팽한 긴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마음껏 사용하면서도 조지명식을 재미있게 이끈 김정우의 노련한 진행은 추후에도 많은 관계자 및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조지명식을 통해 완성된 16강 조 편성은 `택뱅리쌍`이 각기 다른 조에 한 명씩 들어가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구성되었다는 평을 얻었다. 그러나 그 편성 과정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았다. 그럼 아래를 통해 더욱 자세한 내용 알아보도록 하자.

평소에는 맛보기 힘든 선수들의 입담과 재치!

조지명식 1부에서는 선수들의 입담을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 코너가 진행되었다. 각 코너는 `뒷담화`, `꿈`, `뇌구조` 등 확실한 테마를 가지고 있었다. 평소 볼 수 없는 선수들의 색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 해당 코너는 선수들과 팬들에게 모두 즐거움을 선사했다.

첫 번째 코너인 `뒷담화`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는 STX의 김구현이다. 평소 클럽을 돌아다니며 유흥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익명의 선수로 지목받은데에 이어, 온게임넷의 신상문은 "김구현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라는 폭탄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평소 단정하고 순한 이미지로 기억된 김구현의 의외의(?) 모습에 팬들의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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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 아닌 악성루머(?)에 시달린 김구현...
나중에는 김은동 감독에게 한소리 들을까 걱정까지 되었다;

이에 김구현은 `평소 유흥생활`에 대해서는 "평소 그렇게 많이 즐기지 않는다. 이제 막 즐기기 시작한 사람인데, 너무한 억측이 아니냐?"라며 해명에 나섰다. 결국 먼저 말을 꺼낸 웅진의 김명운은 "익명으로 거론된 그 선수는 김구현이 아니다."라 언급했다. 또한 신상문의 발언에 대해서는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이상하게 닮아서, 인터뷰를 통해 느낌이 비슷하다고 말했는데 그것이 와전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에 신상문은 김구현에게 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내는 장난으로 선수들과 팬들에게 웃음을 줬다.

바로 이어진 2번째 코너에서는 16명 스타리거(스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들의 `꿈`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 부자가 되는 꿈부터 로또 1등, 돈 잘버는 회사원, 결혼, 집 장만하기, 효도 등 다양한 꿈이 거론된 해당 코너는 선수들 역시 자신들의 꿈을 쫓는 한 명의 사람임을 실감하게 했다. 해당 코너에서 SK의 정명훈은 자신의 꿈을 `콩라인 탈출(준우승만 거듭한 홍진호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선수들을 통칭하는 말)`이라 적으며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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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꿈들 속에 유달리 튀는 `콩라인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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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훈...이번에는 꼭 그 소망 이루길 바란다

그러나 `꿈` 코너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는 화승의 구성훈이다. `세계를 정ㅋ벅ㅋ`이라는 `꿈`을 적은 구성훈은 "동심으로 돌아가고픈 소망을 표출한 것인데, 웃음을 위해 절친인 박지수 선수의 유행어를 패러디해봤다."라는 재치있는 멘트로 시선을 끌었다. 여기에 구성훈은 해당 자리를 통해 "팬까페에 원하는 세리모니를 주문하면 그 중 하나를 골라 실제 경기에서 승리할 때 반드시 하겠다. 또한 선정된 1분에게는 공짜로 치킨 1마리를 보내겠다."라며 화끈한 팬서비스 정신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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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리모니에 치킨 서비스까지! 화끈한 팬서비스로 어필한 구성훈

마지막 코너인 `선수들의 뇌구조`에서는 선수들의 평소 관심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진출자 모두가 프로게이머다 보니 뇌의 가장 큰 부분에는 "우승"이나 "스타리그", "경기" 등의 항목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중, 눈길을 끈 것은 평소 `리쌍`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불리며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KT 이영호와 화승 이제동의 뇌구조였다. `뇌`의 주요 부위에 서로의 이름이 언급된 것이다. 특히 이제동의 경우, 없던 칸까지 만들어 이영호의 이름을 넣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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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이제동`의 이름이 2번이나 들어간 이영호의 뇌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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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뒤에 공개된 이제동의 뇌구조...`이영호`의 자리를 따로 마련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제동이 형이 없었으면 우승 몇 번 더 했을텐데"라는 부분에 대해 이영호는 "평소의 생각을 적은 것 뿐이다."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제동은 "서로 이기고 지고 했으니 공평한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더욱 많은 이득을 위해! 비시드 선수 12명의 치열한 대결

1부가 선수들과 팬들이 웃고 즐긴 자리였다면, 2부에서는 본격적인 조지명식이 거행되었다.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 2의 조지명식은 우선 시드를 받지 못한 12명의 진출자들이 입장할 때, 뽑은 순서대로 먼저 지명을 선택한 뒤, 시드권 행사자들의 추가 편성을 기다리는 구조로 진행되었다. 12명의 선수는 총 2자리를 추첨을 통해 뽑을 수 있으며, 이 중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했다. 이러한 조지명식의 전체적인 진행 분위기는 매우 일관되었다. 최대한 자신이 챙길 수 있는 이득은 챙기자는 것이 선수들의 선택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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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장 시, 뽑은 번호 순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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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개의 자리를 추첨을 통해 선정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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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 중, 원하는 자리로 들어가면 조지명 완료!

특히, 초반에 이영호와 SK 김택용이 자리한 B조에는 최후의 2명의 선수들이 남을 때까지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았다. KeSPA 1위에 랭크되어 있는 이영호와 최근 프로리그를 통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김택용과의 대결을 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상문, CJ 신동원, 정명훈 등의 선수들이 B조를 뽑았음에도 모두 나머지 한 자리를 선택해 다른 조로 갔다. 결국 마지막에 남은 김명운과 구성훈이 일단 B조에 편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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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부담스러워 한 이영호-김택용 조합의 B조
본인들 역시 그리 탐탁히 여기지 않는 눈치였다

또한, 같은 B조에 편성된 이영호와 김택용 역시 서로를 상대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했다. 김택용이 B조에 들어온 직후 이영호는 "부담스러운 상대이니 시드권 행사를 통해 다른 조로 보내야겠다."라 밝혔다. 또한 김택용 역시 "이영호가 있는 B조는 약간 피하고 싶었다."라 언급했다.

평소 자신이 상대하기 좋아하거나 강한 면모를 보이는 종족이 많이 편성된 조를 선택하는 경우 역시 적지 않았다. 신상문의 경우, "저그가 2명 포함되어 있는 A조에서 경기하고 싶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평소 저그전을 선호하는 자신의 경기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서인 것이다. SK의 박재혁 역시 "저그가 많은 A조보다는 프로토스가 포함된 D조가 더 마음에 든다."라고 D조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16강에서의 경기, 그 대진을 스스로 정하는 것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차지하는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꾸려진 1차 조편성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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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를 쥐락펴락! 김정우, 이것이 탑시드의 위엄

비시드 선수들의 지명이 마무리된 직후, 바로 시드권자들의 지명이 이뤄졌다. 전 시즌에서 우승해 탑시드 권한을 부여받은 김정우를 포함해 준우승자 이영호, 4강에 진출한 박세정과 김구현은 비시드 선수들이 사용할 수 없는 특별한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 바로 `골든볼`이라는 것으로, 이 권한을 사용하면 원하는 선수와 자신의 조에 편성된 1명의 선수의 자리를 맞바꿀 수 있다. 만약, 원하는 선수가 이미 같은 조 내에 있을 경우, 타 시드권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조 편성을 변경할 수 있다. 단, 탑시드인 김정우는 `골든볼`을 행사하지 않으면 다른 조에서 총 2명의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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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지명 당시, 모든 시드자들에게 기피 대상 1순위였던 이제동...

이에 4명의 시드권자는 자신의 `골든볼`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유리한 조 편성을 완성해보고자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노력`에 뜻하지 않은 `시련(?)`을 겪은 선수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제동이었다. 원래 D조였던 이제동은 김구현이 `골든볼`을 사용해 C조의 윤용태를 데려오며 자연스럽게 C조에 합류했다. 그러나 C조의 탑시드, 박세정 역시 이제동을 다른 조로 보내고자 했다. 그러나 `골든볼`로 지명한 염보성이 이미 자신의 조에 편성되어 타 시드권자와의 합의를 이끌어내야만 이제동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A조의 김정우, B조의 이영호, D조의 김구현이 모두 거절한 탓에 권한 행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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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시드의 위엄을 내가 보여주겠다!...마지막으로 지명에 나선 김정우

그러나 조지명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선수는 김정우였다. 제일 마지막에 지명을 행사한 김정우는 이영호가 시드 권한을 행사해 D조로 보내놓은 김택용을 자신의 A조로 데려오고 싶어했다. 그러나 A조에는 김택용과 같은 팀 소속인 정명훈이 자리하고 있었다.

따라서 김정우가 정명훈이 아닌 다른 A조 선수를 D조로 보낼 경우 팀 동료를 상대로 8강 진출을 노려야 하는 `팀킬`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제공된 것이다. 특히, 함께 합숙하며 연습을 진행하는 선수들은 팀원을 개인리그에서 만나는 것을 매우 꺼린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분리되어 연습하는 과정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서로의 스타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 직후, 승패 때문에 관계가 약간 서먹해지는 경우 역시 발생한다.

이에 김택용과 정명훈은 모두 김정우에게 때 아닌 호소를 해야 했다. 특히 김정우의 소속팀 CJ와 김택용, 정명훈의 소속팀 SK는 지난 주, 프로리그 준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고 다툰 사이이기 때문에 심리전이 상당했다. 해당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팀을 준플레이오프에 올린 김택용과 정명훈은 "CJ는 정말로 강한 팀이다. 상대하기 매우 어려웠다."라며 김정우의 선처를 바랐다. 특히 정명훈은 "양대리그(스타리그와 MSL)에서 모두 팀킬이라니 너무한 것 아닌가? 우승자다운 아량을 베풀어주길 바란다."라며 동정을 구하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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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우의 선처를 바라는 김택용의 때 아닌 아부(?))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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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대 팀킬은 싫어요"....정명훈의 눈물 서린 호소가 이어졌다

이에 김정우는 "정명훈 선수가 먼저 김택용과 붙고 싶다고 말했다...(중략)...우리팀을 상대로 승리해놓고 이제 와서 강팀이라 하다니 말실수 아닌가?"라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또한 김택용을 보내고 A조에서 온 다른 선수와 대결하는 D조 선수들 역시 정명훈이 아닌 다른 선수를 원했다. 따라서 여론은 SK의 팀킬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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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선수의 호소가 먹혀든 것일까? 김정우는 두 선수의 자리를 바꿔 팀킬 발생을 저지했다

그러나 김정우는 결국 김택용과 정명훈의 자리를 서로 바꿔주며 팀킬이 발생하지 않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 편성을 마무리했다. 김정우는 "같은 팀끼리 16강에서 붙는 팀킬이 발생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SK 선수들과의 기싸움은 조지명식의 재미를 위해서 시도한 것으로 처음부터 같은 팀원끼리 매칭시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무엇보다 `김택용`과의 대전을 노렸음으로 내 목적은 이룬 셈이다."라며 우승자다운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우승자로서의 무게감을 세삼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탑시드 김정우의 지명 이후, 완성된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 2의 최종 16강 조편성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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