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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e스포츠 행사, 외면과 쓰레기로 얼룩진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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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주말, 7일과 8일 이틀에 거쳐 e스포츠 종목 프로리그의 결승전이 진행되었다. e스포츠의 메카로 자리한 부산 광안리에서 진행된 결승전에는 다양한 진기록들이 쏟아졌다. KT가 창단 11년 만에 고질적인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우승을 차지해 많은 올드 팬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줬다. 또한 결승 MVP를 차지한 이영호는 정규 시즌 MVP와 다승왕을 포함해 단기 시즌에서 가장 많은 수상을 한 선수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이번 결승전은 그 화려한 ‘빛’만큼 뒤에 남은 ‘그림자’ 역시 매우 짙었다. 결승전 직후, 관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뒤덮인 광안리 해변은 공중파 뉴스에도 언급될 정도로 사태가 매우 심각했다 또한 작년에 무참한 ‘흥행 참패’ 기록을 세운 ‘스페셜포스’는 올해 역시 그 성과가 다소 미비했다.

총 관객수 3만, 그러나 모두가 스타크래프트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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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셜포스 결승전 당시 관객 상황...준비한 좌석의 3분의 1도 차지 않았다

이번 프로리그 결승전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스페셜포스’와 ‘스타크래프트’ 두 종목의 경기가 함께 진행되었다. 올해 광안리에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관객수는 약 3만, 통상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에 1만에서 2만 사이의 관객들이 방문하는 것을 기준으로 생각할 때, 상당히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중 거의 대부분의 관객이 ‘스타크래프트’ 종목 결승에 집중되었다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스페셜포스’의 흥행 참패는 `스타크래프트` 외의 종목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KeSPA는 종목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작년 대만e스포츠협회와의 협의 하에 국내와 대만 선수들이 동시에 참여하는 ‘인터리그’를 실시하는 동시에 경기 도중, ‘선수 교체’를 허용하는 등 규칙을 변화를 주어 경기 자체의 재미를 살리려는 노력을 기했다. 또한 결승에 진출한 양 팀의 팬들을 직접 초청하는 등, 최대한 많은 관객을 동원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페셜포스’의 결승전은 준비한 좌석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한 초라한 무대로 남고 말았다. 또한 광안리 해변을 방문한 관광객들 역시 밖에서 잠깐 상황을 ‘관망’하다가 떠나버릴 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금방 자리를 뜨는 행인들을 보며 필자는 보다 적극적인 현장 홍보에 나서 그들을 관람객으로 끌어들이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연히 방문한 그들이 결승을 통해 ‘스페셜포스’의 새로운 재미를 알아가는 것 역시 종목의 인지도를 넓히는 한 가지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년 간, 줄곧 ‘스타크래프트’ 1종목에 관심이 집중된 국내 e스포츠는 오랜 기간 애정을 보여온 올드 팬들에게도 ‘식상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현재 KeSPA에 등록된 정식 종목의 수는 24개, 그러나 이들 중 정식 방송 대회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스타크래프트’와 ’스페셜포스’, ‘철권 6’뿐이다. 종목의 생명을 길게 연장하기 위해서라도 ‘스페셜포스’를 포함한 다른 종목들의 육성 및 인지도 향상이 절실하다.

마무리도 즐거운 결승전이 되었으면! - 쓰레기로 뒤덮인 광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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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승전이 모두 끝난 관객석...끝이 안 보이는 쓰레기에 필자까지 덜컥 겁이 났다

관객 3만이 동원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전은 매우 흥겨웠다. e스포츠의 전통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SKT와 KT의 대결은 양 팀 팬들간의 응원전에 불을 붙여 관객석 전체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이끌었다. 그러나 뜨거운 응원 뒤에 남은 결승전 현장은 눈이 저절로 찡그려질 정도로 더러웠다. 응원에 사용된 1회용 응원도구와 관객들이 경기를 즐기며 먹고 마신 간식들의 잔여물, 포장용기 등이 그대로 방치되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관객들의 무관심 혹은 귀찮음 때문에 쓰레기로 뒤덮인 광안리 해변은 정리에 나선 관계자들이 인력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없어 정리 작업에 중장비를 동원했을 정도로 심각했다.

성숙한 관람문화는 해당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 9회 말 전, 주황색 비닐봉투를 응원도구로 미리 준비해 경기가 끝난 후, 쓰레기를 모두 담아 한 곳에 버리는 부산 프로야구팀 응원단의 관람문화는 유명한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따라서 관객들 스스로가 안 한다면 주최 측에서 미리 나서 쓰레기를 바로 처리할 수 있는 도구 및 공간을 제공해 관객들이 뒷정리를 하도록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

플레이 온 비치, 기업과 팬의 만남은 좋으나 더위는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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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모바일 게임 시연 부스가 설치된 플레이 온 비치

이번 프로리그에는 전에는 볼 수 없던 색다른 사전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그 중 하나가 게임 업체와 e스포츠 팬들 간의 만남을 유도한 ‘플레이 온 비치’였다. 올해 처음 도입된 ‘플레이 온 비치’ 행사에는 모바일 게임의 시연 부스가 설치되어 미리 현장에 방문한 팬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경기 시작 전 딱히 갈 곳이 없는 외지 팬들에게 ‘플레이 온 비치’는 기다리는 지루함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아직 시작 단계라 참여 업체의 수 및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이를 계기로 앞으로 행사 규모를 키워간다면 e스포츠와 국내 게임 업체, 그리고 팬들을 직접 연결하는 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행사 진행 부분에서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이 눈에 보였다. 우선, 시연 부스에서 연령 등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날, 부스에 공개된 게임 중 ‘하얀섬 감독판’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었다. 그러나 게임 플레이 화면이 청소년들이 집중된 부스에 그대로 노출되었을 뿐 아니라, 참가자들의 연령 역시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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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 게임에 대한 관리가 다소 소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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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만 덩그러니 남아있던 시연 부스...좀 더 세밀한 안내가 필요했다!

오후의 따가운 햇살을 막아줄 부대 시설이 부족했던 점 역시 아쉬움으로 남았다. 행사에 참여하길 원하는 팬들은 체감온도 40도에 다다르는 땡볕 아래 최소 2시간 이상 그대로 노출되었다. 특히 다른 곳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정도의 충분한 경제력이 없는 학생 팬들 대부분은 한낮의 더위와 싸우며 행사에 참여하고 경기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각 행사 부스 앞 및 많은 팬들이 몰리는 경기장 주변에 ‘그늘막’ 등의 간단한 부대시설을 설치했다면 좀 더 시원한 결승전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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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감온도 40도...땡볕에 그대로 노출된 수많은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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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을 피하고 싶어 홍보 풍선 아래 자리한 팬들

행사용 홍보 풍선 아래 생긴 작은 그늘 아래 모여 앉은 학생 팬들을 보며 이들이 좀 더 쾌적하게 대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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