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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심의에 막힌 한국 VR 시장, 이미 반년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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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8일 출시되는 오큘러스 리프트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오는 3월 28일, 오큘러스 리프트 출시일이 다가오며 전세계적으로 가상현실(VR)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 여기에 정부 역시 42억 원을 들여 VR을 비롯한 차세대 게임을 육성하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VR 게임 원년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는 현재, 그러나 정작 한국에는 VR 게임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심의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자체 오픈마켓 ‘오큘러스 쉐어’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이 중소 개발사 혹은 개인이 개발한 것이다. 글로벌 유저를 대상으로 한 해외 중소 업체가 한국 출시만을 위해 사전심의 절차를 진행하거나 한국을 위한 별도 버전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심의를 받지 않은 오큘러스 게임이 국내에 서비스될 경우 불법으로 간주된다.

즉, 한국은 VR 게임의 시작이라 불리는 오큘러스 리프트로 출시된 대부분의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600달러나 주고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도 오픈마켓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이 없어 기기를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게임을 비롯한 VR 콘텐츠가 서비스되는 오큘러스 쉐어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오큘러스 쉐어에서 서비스되는 모바일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협의를 맺고 자율심의를 통해 서비스된다. 그러나 오큘러스 리프트는 PC용 기기이며, 오큘러스 쉐어에 올라온 모바일게임은 오큘러스 리프트가 아닌 삼성 기어 VR용이다. 다시 말해 오큘러스 리프트의 주력 콘텐츠인 PC 게임이 사전심의에 막혀 국내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한 VR 게임은 현재까지 한 건도 없다.

심의로 인해 새 플랫폼 진입이 늦어지는 것은 기존에도 숱하게 있어왔다. 2011년에 문제시됐던 구글과 애플의 게임 카테고리 차단, 그리고 심의 문제로 아직까지 닫혀 있는 페이스북 게임이 그 대표적인 예다. 두 사례에서 모두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심의다. 사전심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글로벌 오픈마켓의 특성과 사전심의를 법으로 만든 정부의 의견충돌이 이어지며 오픈마켓 사업자가 한국에만 ‘게임 서비스’를 차단하는 상황이 나온 것이다.


▲ 심의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하며 페이스북은 한국에 게임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VR 게임 역시 심의가 받쳐주지 못하면 위와 같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가장 많은 VR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오큘러스 쉐어가 사전심의에 걸려 게임 수가 적거나, 한국에만 차단될 수 있다. 결국 기기 자체는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지만 잘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VR 게임 시대를 열고 싶다면 심의 진입장벽부터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심의 장벽 해결은 뒷전이고, 지원 사업만 밀고 있다. 문체부는 2016년에 VR 등 새 영역 발굴을 목적으로 한 ‘첨단 융∙복합 게임콘텐츠 활성화 지원’에 예산 42억 원을 투입한다. 여기에 부산시 역시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VR과 ICT를 결합하는 신생 산업을 지원 중이다.

그러나 VR 게임을 키운다고 예산을 쏟아 부어도, 이를 출시할 마켓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또한, 국내 개발사의 개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 VR 게임이 심의에 막히지 않고 서비스될 수 있도록 해 빠르게 글로벌 노하우를 받아들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VR 시장을 키우고 싶다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게임을 서비스하며 많은 사람이 VR 게임을 즐기게 해야 한다.

그러나 VR 게임만 기종에 관계 없이 ‘자율심의’를 허용한다면 기존에 사전심의를 받고 출시된 게임이 역차별 받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기종에 관계 없이 모든 게임을 자율심의로 전환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문제는 2015년부터 이야기된 ‘모든 기종 자율심의’가 2016년에도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2015년 11월에 박주선 의원이 성인 게임을 제외한 모든 게임을 자율심의로 전환하자는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19대 국회 임기가 마감될 때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며 폐기 수순을 밟았다.

여기에 다가오는 4월에는 20대 총선이 열린다. 즉, 총선 전에는 새로운 법안 통과를 기대할 수 없다. 여기에 4월 총선 이후 의원이나 혹은 정부가 바로 법안을 낸다고 해도 상임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통과를 밟을 때까지 적어도 6개월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VR 게임 활성화를 위해 전제되어야 할 자율심의 시행은 빨라도 2016년 하반기나 되어야 시행에 오를 수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3월에 출시되지만, 이를 대비하는 한국의 ‘게임 심의’는 6개월이나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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