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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꿈을 꾸는 국산 정통 TCG ‘판타지 마스터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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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가지 일에 통달한 이를 ‘장인’이라 하고 그 ‘장인’이 집단을 이루면 ‘명가’라 한다. 게임 또한 장르마다 ‘믿고 쓰는’ 명가가 존재하는데, 이를테면 액션명가 KOG, SNG명가 파티게임즈, 캐주얼명가 넥슨, MMO명가 엔씨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여기, 일반 유저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마니아 장르에 15년간 몰두해온 또 다른 명가가 있다. 바로 TCG(트레이딩 카드게임) 전문 개발사 제오닉스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월 17일, 제오닉스 신작 ‘판타지 마스터즈 2’가 공개서비스에 돌입했다. 등급심사 과정에서 존재가 확인된 지 채 한 달도 안되어, 상당히 기습적인(?) 론칭이 아닐 수 없다. 이렇다 할 홍보가 없었음에도 2000년대를 풍미한 국산 TCG ‘판타지 마스터즈’를 기억하는 이들이 아름아름 모여들었다. 대체적인 평은 특유의 게임성은 살리되, 거추장스러운 요소는 처내어 한결 가벼워졌다는 것. 최신 트렌드인 모바일화를 염두에 둔 구성이 돋보인다.


▲ 특유의 게임성은 살리면서 시스템 간소화를 꾀한 '판타지 마스터즈 2'

“특별히 비밀리에 론칭하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본래 내부 검수 기간을 조금 더 길게 잡았는데, 생각보다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테스트 인원이 필요한 시점에서 때마침 등급심사 중인 게임 공개되자 더는 지체하지 말자고 결정했죠. TCG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장르니까요”

가산디지털단지 내 자그마한 사무실에서 만난 제오닉스 허윤 PD의 변이다. 그는 ‘판타지 마스터즈’부터 ‘슈미드디바’, ‘소드걸스’ 그리고 다시 ‘판타지 마스터즈 2’에 이르기까지 10년간 카드 밸런싱을 해온 이 방면 최고의 베테랑이다. 기획자 둘, 개발자 셋, 디자이너 두 명인 소규모 개발팀을 이끌고 1년 2개월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판타지 마스터즈 2’를 만들어냈다.


▲ TCG 개발 10년차 베테랑, 제오닉스 허윤 PD

모든 것은 ‘판마’ 모바일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판타지 마스터즈’를 모바일화하자는 가벼운 프로젝트였어요. 지난 15년간 모바일화에 대한 요구가 정말 많았고, 그간 시장의 동향도 바뀌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모바일 환경에 맞게 게임을 뜯어고치다 보니 점차 더 많은 부분을 개선하고픈 욕심이 생겼고, 결국 정식 후속작을 만들기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팀이 다소 작긴 했지만 10년 이상 합을 맞춰온 친구들이라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죠”

모바일에 최적화된 ‘판타지 마스터즈’를 만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기존에 복잡한 시스템을 그대로 우겨 넣는 것은 기기 특성에도, 유저의 입맛에도 맞지 않았다. 게임 도중에 유저가 확인해야 하는 수많은 텍스트는 작은 화면에 담아내는 것도 역부족이었다. 그렇다고 주요 시스템을 다 빼고 보니 더는 ‘판타지 마스터즈’라 할 수도 없었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냐의 싸움이었다.


▲ 애초부터 모바일화를 염두에 두고, 무엇을 넣고 뺄지 신중히 결정했다

“개발 단계부터 모바일화를 염두에 둔 만큼, 진입 장벽을 낮추고 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어야 했습니다. 지나치게 복잡했던 ‘인챈트’를 전면 개편하고 ‘지형’ 카드는 아예 삭제했죠. 매 전투마다 코인을 던져 카드에 변화를 주는 ‘코인’ 시스템은 고민 끝에 간소화만 시켰습니다. ‘코인’이 없으면 더 이상 ‘판타지 마스터즈’가 아니니까요. 이외에도 작은 화면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UI와 조작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텍스트를 더 담고 싶은데, 기기 환경과 적절히 타협해야 했죠”

아무리 간소하다 해도 TCG는 더 큰 화면에 적합할 수밖에 없다. 허윤 PD는 PC버전을 먼저 내놓을 이유로 ‘익숙함’을 들었다. 개발자와 전작을 즐긴 유저 모두 모바일보다는 PC에 익숙하다 보니, 모바일화에 앞서 ‘판타지 마스터즈 2’를 소개하고 점검하기에 PC버전이 안성맞춤이었던 것.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내부에서는 이미 모바일버전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6월 중 구글플레이를 통해 출시할 예정이라 밝혔다.

주 단위 패치, 매달 신규 카드 100장 업데이트한다

그렇다면 시스템 간소화로 인한 부작용은 없을까? 현재 ‘판타지 마스터즈 2’ 내에서는 물속성 덱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편중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전작에 비해 게임성이 가벼워지면서 덩달아 덱 구성에도 변수가 줄어들어, 너도 나도 획일화된 카드뭉치를 들고 다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간소한 룰을 강점으로 내세운 ‘하스스톤’에서도 나타나는데, 허윤 PD는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운을 뗐다.

“현재 ‘판타지 마스터즈 2’에는 카드가 450장 정도 있는데, 전작에선 그보다 수십 배 많은 1만6,000장 가량이 제공됐습니다. 일단 카드 수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그만큼 전략이 다양해지고 메타가 확장되죠. 기존에 강한 카드를 카운터치는 카드가 나와 서로 물고 물리는 가운데 TCG의 참 맛이 살아납니다. 이를 위해 주 단위 업데이트로 매달 100여 장의 신규 카드를 추가할 계획입니다. 신규 속성도 준비 중이고, 같은 속성이라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2차, 3차 ‘마스터’도 곧 투입됩니다”


▲ 전략의 깊이를 더하는 카드, 현재 450장이 있으며 매달 100여 장이 추가된다


▲ 새롭게 도입된 '마스터'를 통해 같은 속성이라도 다른 플레이가 가능하다

아울러 덱 획일화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카드 밸런싱을 10년 이상 해왔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밸런스란 마치 닿을 수 없는 이상향과 같습니다. 아무리 내부 데이터가 적정 수치를 가리키고 있어도 사람마다 체감하는 밸런스는 천양지차에요. 매 패치마다 여론에 따라 소위 ‘꿀속성’으로 쏠림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유저 분포가 편중될 뿐이지 해당 속성의 승률이 오르진 않아요. 정작 승률이 높게 나오는 유저는 패치마다 속성을 갈아타는 쪽이 아니라, 하나의 덱을 꾸준히 가꿔나가는 부류입니다”

밸런스 붕괴 없이 소장가치로 승부하는 과금 요소

이제 가장 예민한 부분이 남았다. 바로 업체와 유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인 ‘과금’ 요소다. TCG는 오래 전부터 ‘페이 투 윈’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장르로 익히 알려졌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핵심 카드가 없어선 게임이 되지 않는다. ‘매직 더 개더링’이나 ‘유희왕’이 괜히 ‘살림을 거덜 낸다’고 악명을 떨치는 게 아니다. 자연히 여러 제오닉스표 TCG도 매번 과금 때문에 크고 작은 홍역을 치러왔다.

‘판타지 마스터즈 2’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론칭 이벤트를 통해 게임 내 재화를 대량으로 풀었고, 자유로운 트레이드와 원하는 카드를 만들어내는 제작 시스템으로 유저의 부담을 덜어냈다. 그러나 서비스 한 달을 넘기며 내놓은 패키지 상품에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11만 원에 달하는 스페셜 패키지에만 껴주는 한정판 카드가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과금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카드는 자칫 게임 밸런스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허윤 PD는 "한정판 카드는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 논란을 낳은 한정판 카드, 그러나 밸런스에 영향은 미비하다


▲ 모든 카드는 제작을 통해 만들 수 있는 것도 큰 위안거리

“한정판 카드는 TCG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성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수집하는 재미 때문이죠. 실제로 스페셜 패키지에 포함된 한정판 카드는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것들입니다. 다만 한정적으로만 얻을 수 있기에 희귀하고 소장가치가 있는 것이죠. 앞으로도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한정판 카드를 선보이려 합니다. 꼭 과금이 아니라 일정 시간을 플레이하거나 도전 과제를 완수하면 얻을 수도 있습니다”

허윤 PD는 ‘판타지 마스터즈’는 신규 유저가 정착하기 극히 어려운 구조였다고 회상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에는 다양한 일일퀘스트와 주간 보상으로 게임에 쉽게 적응하도록 돕고, 향후 모바일버전에 맞춘 출석 이벤트 등도 기획 중이라는 것이다. 현재 한 달에 현금으로 2~3만 원 상당의 게임 내 재화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무과금 유저도 충분히 자신만의 덱을 짤 수 있다는 것이 허윤 PD의 설명이다.

TCG명가의 방망이 깎기는 계속된다

2014년 ‘하스스톤’ 흥행 이후 게임 업계에서 TCG의 위상은 몰라보게 치솟았다. 이미 10년 전부터 TCG 대중화를 위해 여러 차례 도전을 이어온 제오닉스로서는 만감이 교차했을 법하다. 이제는 도전자의 입장이 된 허윤 PD는 “과거 ‘판타지 마스터즈’는 국내에서 TCG라는 볼모지를 개척하여 롱런할 수 있었지만, 모바일에서는 후발주자에 불과합니다. 이미 시장에 안착한 ‘하스스톤’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판타지 마스터즈’만의 영역을 공고히 하고자 합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판타지 마스터즈’만의 고유한 재미로 떠나간 유저를 불러들이고, 새로운 팬덤을 육성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인 셈이다. TCG라는 비주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들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닌 장르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까닭이다. 허윤 PD는 ‘하스스톤’의 이례적인 성공만으로 TCG 대중화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국내 게임이 블리자드만한 후광을 보여주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유저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사라져간 TCG를 수집 개는 봤습니다"

“이제껏 ’판타지 마스터즈’를 서비스해오며 유저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 사라져간 TCG를 수십 개는 봤습니다. 그만큼 녹록치 않은 시장이고 누구도 선뜻 도전하지 않지만, 제오닉스는 계속 정통 TCG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유저 여러분이 응원해주는 만큼 좋은 게임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언젠가는 ‘소드걸스 2’를 반드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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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TCG
제작사
제오닉스
게임소개
‘판타지 마스터즈 2’는 온라인 TCG ‘판타지 마스터즈’의 정식 후속작으로, 이전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덱을 구성해 다른 사람과 대전하는 게임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요 시스템은 계승하고 있으며, 여기에 내가...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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