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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불꺼진 침대에서 느꼈던 공포, 리틀 나이트메어스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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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 나이트메어스'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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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는 별 게 다 무서웠다. 요괴나 귀신 같은 당연히 무서운 존재뿐만 아니라, 한 밤 중의 어두운 화장실이나 외딴 집, 그림자 등 일상적인 것들에도 겁을 집어먹기 마련이었다. 물론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안 그래도 할 일은 산더미인데, 굳이 시간을 들여가며 평범한 어둠이나 이상한 소리에 일일이 겁을 집어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잊고 있던 유년 시절 두려움을 되찾아줄 게임이 2017년 봄 출시된다, 바로 스웨덴 타르시어 스튜디오의 어드벤처게임 ‘리틀 나이트메어’다. 지금까지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리틀 나이트메어’는 음산한 분위기의 게임이다. 노란 우비를 뒤집어쓴 왜소한 체구의 주인공 ‘식스’는 말 한 마디 없이 기묘한 방을 배회하고, 팔이 긴 괴물이나 고기를 써는 주방장 등 보기만 해도 오싹해지는 괴물까지 있다.

이외에도 어딘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오르골 소리나 핏빛이 선명한 도마, 붉게 녹슨 철판 등 어쩐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리틀 나이트메어’를 무서운 호러게임이라고 부르기는 약간 석연치 않다. 마치 ‘어렸을 때는 이런 걸 무서워했었지?’라고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리틀 나이트메어’는 사람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서스펜스를 지니고 있다. 과연 어떤 요소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지, 14일 있었던 반다이남코 ‘TGS 2016’ 사전 컨퍼런스에서 직접 플레이해봤다.

▲ '리틀 나이트메어스' 로고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침대를 무섭게 만드는 방법

‘리틀 나이트메어’에서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익숙한 듯 하면서도 무언가 이질적이고 이상한 분위기다. 게임을 시작하는 방은 찬찬히 살펴보면 침대나 서랍장, 가방 등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물건들이다. 하지만 ‘리틀 나이트메어’는 표현의 왜곡을 통해 이러한 낯익은 것들을 기괴하게 느껴지도록 뒤튼다.

▲ 위태롭고 거대하게 왜곡된 서랍장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가장 먼저 사물들의 크기가 플레이어 캐릭터에 비하면 상당히 큰 편이다. 침대 다리만 해도 ‘세스’의 키에 육박할 정도이며, 서랍장은 암벽을 등반하는 것처럼 기어오를 수도 있다. 또, 가방은 양 손으로 붙잡고 질질 끌어와서 발판으로 삼게 되고, 고기를 갈아서 만든 소시지는 밧줄처럼 사용하게 된다.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문이라도 열라 치면, 발돋움할 수 있는 물건을 준비한 뒤에 온 몸으로 문고리에 매달려야 했다. 어린 시절에는 지금보다 덩치가 작았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처럼 극단적인 수준으로 왜곡된 사물의 크기는 플레이어에게 심리적인 위압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안 그래도 플레이어는 노란색 우비를 입고 있어 눈에 확 들어오는데,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이 훨씬 더 거대한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으니 위압감이 느껴진다.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다는 고독함과 함께 말이다. 또, 서랍장의 문이 한 쪽만 열려 있거나, 침대 다리의 길이가 맞지 않아 비틀어져 보이는 등 불안정한 외형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따라서 무의식적으로 ‘빨리 도망치고 싶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이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작용하며 두려움이 된다.

▲ 여기서 빨리 나가야겠어!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빛 하나로 떠올리는 유년 시절의 공포

유년 시절의 두려움이 대부분 어둠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빛을 사용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따라서 ‘리틀 나이트메어’ 역시 조명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두려움을 제공한다. 일단 광원 자체를 최대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배경이 어둑어둑하다. 특히 시연버전에서 플레이할 수 있던 방은 가운데에 전등 하나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을 뿐이라, 자연히 방을 나가기 위해서는 빛이 잘 들지 않는 가장자리로 갈 수밖에 없다. 또, 가구 등으로 생기는 그림자에서도 ‘손이라도 튀어나오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런데 조금만 진행했는데도 이 정도가 꽤나 밝은 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는 푸르스름한 달빛에 의지해서 게임을 진행해야 되는 곳도 있었고, 칠흑같이 어두워서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이 때는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라이터의 작은 불빛에 의지해서 진행해야 했는데, 새카만 화면 속에서 홀로 남아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 라이터 불빛은 너무나도 작다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방을 탈출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여기저기 돌아 다녀야 하는데, 라이터 불빛이 너무 작아서 직접 가서 확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 점프를 하거나 서랍장을 타는 등, 손을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그 조그마한 불빛조차 꺼지기 마련이었다. 귓가에는 계속 무언가 나올 것처럼 음울한 오르골 소리가 들리니 무서움이 몇 배는 커진 것 같다.

반대로 빛이 너무 많은 곳도 있다. 트레일러에서도 등장한 기괴한 요리사가 있는 곳이다. 이 요리사는 주인공보다 몇 배나 큰 덩치에다가, 외모까지 혐오스럽게 생겼다. 그런데 요리사가 있는 주방에 빛을 강하게 내리쬐니 그 모습을 눈으로 보기도 쉽고, ‘자칫하면 들키겠다’라는 느낌을 준다. 또, 저 요리사가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목격한 것도 아닌데, 음산한 분위기로 인해 ‘들키면 잡아 먹힌다’고 생각하게 된다. 들어가기 전부터 무서워지기 마련이다.

▲ 차라리 좀 어두웠으면 좀 더 편했을 것을...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사실 시연을 하면서 주방에서 몇 번씩이나 실패를 거듭했다. 무턱대고 앞으로 달려나가면 잡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바로 앞에서 친절하게 ‘은신’을 하는 법까지 알려주는 터라 ‘아, 그늘에 숨어서 진행해야 하는구나’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요리사에게 발각되고, 혼신의 도주 끝에 붙잡히길 수 차례… 겁쟁이인 기자는 멘탈이 붕괴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결국 포기하려던 찰나,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 ‘나루티밋 스톰 4 로드 투 보루토’ 발표를 해준 사이버 커넥트 2 마츠야마 히로시 대표와 반다이남코 나카가와 미호 프로듀서였다. “저는 10초 만에 돌파할 수 있어요”라며 패드를 받아가, 기자와 달리 은신 따위는 하지 않고 그대로 돌진해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 것이다. 예상외의 공략법에 다소 허탈해지기도 했지만, 덕분에 시연을 끝까지 마칠 수 있었다.

▲ 다음 세션이 시작할 때까지 기자를 응원해주었다

‘분위기’ 하나는 일품!

‘리틀 나이트메어스’는 이러한 분위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다른 어드벤처게임에서 볼 수 있던 익숙한 진행 방식을 취했다. 플레이어는 자신을 위협하는 갖가지 존재들에게 대항할 수단 없이 다양한 장소를 배회하며 퍼즐을 풀어내며 다음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시연 버전에서 주어진 퍼즐은 맵 2개를 오가면서 풀어야 하는 것이었다. 먼저 위층에서 서랍장 위 같이 조금 생각을 해서 올라가야 하는 위치에 있던 고기 2개를 찾아 떨어트리고, 아래층으로 돌아가 소시지 기계에 고기를 넣고 돌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줄줄이 소시지 3개가 나오고, 이를 밧줄처럼 활용해 건너편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 이처럼 다른 게임과 퍼즐을 푸는 방식 등은 크게 다르지 않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 시연 버전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긴 팔'의 정체는?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리틀 나이트메어스’는 사물과 광원의 배치, BGM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전해지는 특유의 분위기로 플레이어를 사로잡는다. 비명 소리가 귓가를 가득 메우고 여기저기 피가 튀는 건 아니지만, 짧은 시연 과정에서도 불안감으로 인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난관을 돌파했을 때 찾아오는 쾌감은 다른 호러게임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았다.

▲ 이 곳에 담긴 충격적인 사건은 본편에서 확인하시길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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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액션
제작사
타르지어스튜디오
게임소개
‘리틀 나이트메어스’는 타르지어스튜디오에서 개발한 플랫포머 게임으로, 악몽과도 같은 세계에서 펼쳐지는 ‘식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작품에서 플레이어는 주인공 ‘식스’가 되어, 이 위험천만한 세계에서 탈출하기...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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