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시리즈 첫 작품이 발매된 뒤 완성도 높은 게임성과 플레이어에게 끊임없는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킨 게임시스템으로 현지 유저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율을 이끌어 내 제 8회 일본 CESA 게임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한 몬스터헌터. 비디오게임에서는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은 MO타입의 네트워크 대응게임 타이틀로 발매된 몬스터헌터 시리즈는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여느 게임보다 정식발매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그리고 1월 20일 시리즈 최신작인 몬스터헌터G가 PS2용 네트워크 서비스를 주관하는 KDDI의 국내 MMBB서비스 개시와 함께 정식 발매됐다.
▲헌팅액션, 그 정체는?
몬스터헌터 시리즈는 일반 액션게임과 달리 ‘헌팅액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하게 적과 치고 박으면서 상대를 물리쳐가는 타입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독특한 특징을 믹스해 단순한 액션장르와는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타이틀까지 모두 액션장르로 아우르는 이때 단순히 드래곤을 사냥하는 컨텐츠 하나만으로 액션이란 장르에 헌팅이란 수식어를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인가?
몬스터헌터는 주어진 퀘스트에 따른 몬스터를 사냥하고 사냥 중 얻거나 보상으로 받은 재료를 사용해 더 강력한 장비를 만든 뒤 그 장비를 이용해 이전보다 더 강력한 몬스터를 잡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타이틀이다. 그리고 최신작인 몬스터헌터G는 전작을 기반으로 해 쌍수무기와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G클래스의 몬스터를 추가한 일종의 버전 업 타이틀이다.
일련의 퀘스트가 주어지고 그것을 수행해 나가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 그리고 일부 난해한 퀘스트는 파티를 구성해서 클리어하는 과정은 일반적인 MO 또는 MMO 타입의 RPG 타이틀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레벨에 따른 성장개념이 존재하지 않아 헌터랭크가 올라감에 따른 능력치나 무기숙련도 상승없이 오로지 새롭게 제작한 장비와 전투를 할수록 숙련되는 플레이어의 실력만이 전투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캐릭터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무기는 각 타입에 따라 조작법이나 캐릭터의 움직임이 판이하게 달라져 각 무기를 능숙하게 다루려면 그 무기를 여러 번 사용해가며 캐릭터가 아닌 조작을 담당하는 플레이어가 익숙해져야 한다. 몬스터헌터G의 난이도는 바로 캐릭터 스테이터스에 표시되는 수치상의 숙련도가 아닌 ‘플레이어의 숙련도’가 결정하는 것이다.
대검의 경우 호쾌한 동작으로 광역의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지만 허점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회피와 체력 관리에 신경 써야 하며 랜스는 가드 한 상태로 리치가 긴 공격이 가능한 반면 한 점만 찌를 수 있는 단점을 갖는 즉 일장일단의 밸런스 조절이 무기별로 잘 돼 있어 원하는 스타일의 무기를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배려가 돋보인다.
보우건을 쓰면 탄환이 필요하고 직접공격용 무기와는 전혀 색다른 플레이방식이 요구되며 방어구도 검사와 건너로 구별돼 있어 각 직업에 따른 특징을 특화시키려면 나름대로 신경을 써야 한다. 무기 외에도 트랩을 놓아 몬스터를 덫에 빠뜨린 후 폭탄을 설치해 공격하는 등 아이템을 통해 다양하고 전술적인 공격 방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몬스터헌터G는 비디오게임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멀티플레이에 대한 완성도 높은 재미를 제공한다.
▲각 무기들은 상당히 과장된 디자인으로 멋을 강조했다. 원거리 지원공격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몬스터는 덩치값을 하지 못한다 |
강력한 몬스터를 이기기 위해 의미 없는 무한사냥을 하면서 레벨 업을 하는 것이 아닌 채집으로 재료를 구해 장비를 강화한 후 몬스터와 직접 싸워 패턴을 익히고 다양한 아이템을 사용해서 공략법을 찾아내야 하는 게임스타일이 바로 몬스터헌터G가 추구하는 ‘헌팅액션’인 것이다.
▲비룡이 주는 거대한 존재감 그리고 그것을 베는 손맛
몬스터헌터 발매 전 프로모션으로 공개된 스크린샷을 통해 대부분의 유저들이 기대한 것은 다른 타이틀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거대 몬스터와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였다.
플레이어를 압도할 정도로 거대한 몬스터들이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필드를 배회하다 플레이어의 접근을 눈치 채게 되면 순간 게임에는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흐른다.
이내 거대 몬스터가 포효를 하면서 플레이어에게 돌진해 올 때의 긴장감은 분명 ‘거대한 존재와의 전투’라는 느낌을 확실히 제공한다. 그러나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좀 둔하게 느껴지는 편이어서 마음껏 종횡 무진하는 액션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은 좀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다. 게다가 카메라 워크가 자유도 높은 액션에 따른 다양한 시점변경을 적절히 받쳐주는 듯 하면서도 벽을 등지는 시점이 잘 구현되지 않고 적의 공격으로 인해 벽에 부딪혀 몰리거나 할 때는 전황 파악이 안 될 정도로 제 시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해 3D액션게임으로서의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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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검을 장착하는 순간 이 게임의 장르는 ‘헌팅무협액션’이 된다 |
하지만 몬스터헌터G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적을 베는 ‘손맛’ 하나는 정말 확실하다. 쌍검의 화려한 연속베기나 랜스의 찌르는 감도 좋지만 베는 맛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대검이다. 대검을 사용한 가로베기로 다수의 적을 한 번에 날려 보내거나 거대한 비룡을 벨 때 느낄 수 있는 느낌은 액션게임의 손맛을 잘 살렸다고 평해지는 진 삼국무쌍보다 훨씬 더 묵직하다.
▲마을 아니면 도시? 그것은 플레이어의 자유
몬스터헌터 시리즈가 수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상쾌한 타격감 뿐만 아니라 싱글플레이와 온라인플레이의 밸런스의 안배가 아주 적절하기 때문이며 이는 몬스터헌터G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몬스터헌터G는 싱글모드 만으로도 완성도가 높아 굳이 온라인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게임을 꾸준하게 즐길 수 있다.
▲싱글 모드는 마을, 온라인은 도시에서 진행된다. 온라인의 퀘스트는 규모와 난이도가 상승한다 |
그리고 싱글모드를 통해 성장시킨 캐릭터를 그대로 온라인플레이에 반영할 수도 있도록 한 점은 어떻게 보면 몬스터헌터G 플레이어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하는 캡콤의 배려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싱글모드 컨텐츠의 난이도가 낮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진행이 버거워 질 경우 거꾸로 온라인플레이를 통해 장비와 아이템을 다시 세팅한 뒤 싱글모드를 진행할 수 있게 해 온라인플레이는 전체적인 게임레벨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역할을 해 게임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게다가 몬스터헌터G는 싱글모드와 온라인모드에 동일하게 지역적인 특색을 강조한 5가지 맵이 준비해 유저는 항상 파티를 구하거나 하는 부담 없이 게임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위치를 파악하느라 로딩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로딩화면. 바이오에 이어 캡콤에게 또 속았다 |
▲액션으로 특화된 사냥이란 메인컨텐츠 그러나…
RPG성격을 띤 액션게임을 플레이할 때 플레이어를 지루하게 만드는 가장 큰 유유이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인 반복 사냥을 몬스터헌터G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승화시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즉각적이고 유연한 조작이 가능한 컨트롤러를 통해 키보드 조작으로는 느낄 수 없는 몬스터헌터G만의 독특한 손맛을 만들어 내고 있다. 플레이어가 아날로그 스틱을 연속으로 입력하는 대로 무기를 휘둘러 적을 베 버리는 손맛을 키보드와 마우스로 느낄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점은 액션장르에 약한 사람이나 여성 유저들(일부긴 하겠지만)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몬스터헌터G는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경험치를 올릴 수 있는 기존 게임에 비해 기본적인 액션게임의 플레이 감각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칫 조작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플레이어를 도태시킬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획기적인 조작체계에도 조금의 허점이 보인다. 아날로그 스틱을 계속 움직여 연계공격을 넣는 것은 분명 참신한 조작방법이긴 하나 상하좌우에 따라서 어떤 공격이 나가느냐가 결정되는 이 시스템에 8방향이 아닌 256방향의 입력 패턴을 가진 아날로그 스틱은 불편한 짐이 될 뿐이다. 더구나 연계기는 같은 방향으로 입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빠른 연속입력을 요구하는 한 손 검과 쌍검의 경우는 원하지 않는 공격이 자주 나가게 된다. 그냥 타이밍 좋게 버튼을 누르는 편이 훨씬 편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위로 연속 입력하는 것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고 꼬이기 일쑤다 |
또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이 공격에 사용되므로 시점 전환은 방향키가 맡게 돼 이동하면서 자유로운 시점변경이 불가능하며 그나마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L1버튼을 통한 조절도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가능해 불편함을 낳는다.
분명 이런 몬스터헌터G의 조작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하지만 편의성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몬스터헌터G의 조작방법은 이 게임이 액션게임임을 감안한다면 옥의 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 퀘스트를 클리어 할 때마다 메모리카드에 세이브하기 위해 소요되는 장시간의 로딩을 비롯해 단문만 처리할 수 있는 채팅기능, 한/영 키로 전환되지 않는 자판 등 불완전한 커뮤니케이션 기능 그리고 일관성 없는 번역 등 로컬라이징에 대한 부분에도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분
가볼짜요? 이건 또 무슨 말?
▲몬스터헌터G가 보여주는 일본 게임의 저력
가까스로 불황의 늪을 벗어나려고 하는 일본 게임업계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것은 불황을 거듭하고 있는 일본산업이 아니라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시리즈물과 리메이크물 그리고 캐릭터 게임으로 점철돼 점점 획기적인 면모를 잃고 있는 업계의 흐름이다.
최근 수십만 장의 세일즈를 자랑하는 작품들은 모두 시리즈물이며 문제는 그것을 구매하는 게이머들의 기대는 ‘그동안 즐겨 온 익숙함’에서 오는 것이지 지금까지 게임업계를 이 정도로 확장시킨 ‘획기적인 놀이에 대한 기대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매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몬스터헌터G는 확실히 비디오게임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저력을 실감케 한다.
몬스터헌터G를 비디오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액션게임의 장점과 MO타입 온라인게임의 특성을 잘 버무린 정도라고 평가하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기획을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로 구현해 낸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액션의 명가 캡콤의 헌팅액션 몬스터헌터G. 분명 천편일률적인 RPG나 액션과는 다른 재미를 가져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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