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시리즈. 굳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게이머라면, 그리고 게임메카에 들어와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만한 타이틀일 것이다. 그 삼국지 시리즈의 10번째 작품이 마침내 공개되었다.
10이라는 숫자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9 다음에 이어지는 숫자다. 이처럼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10은 1부터 9까지의 수와는 달리 두 자리라는 점에서 생각하면 의미가 남다른 숫자기도 하다. 코에이는 이 기념할만한 삼국지의 10번째 작품에 대해 단단히 각오를 했는지 기존 시리즈를 즐겨온 팬들에게 모두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걸 목표로 삼았다.
10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7, 8에서 채용된 무장 담당제(군주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무장의 신분이 군사, 장군, 문관, 재야장수 등 모든 무장으로 확대되었다)를 바탕으로 원작 ‘삼국지연의’의 가장 큰 매력인 무장과 스토리를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게임으로 삼국지를 즐겨온 사람뿐만 아니라 원작을 통해서만 삼국지를 아는 삼국지(게임)의 초보자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특징은 삼국지 9과 마찬가지로 중국전토를 한 장의 맵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삼국지 9부터 도입된 시스템으로 전쟁, 도시 행동 장면이 모두 맵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삼국지 10의 화면사진을 보면 전쟁, 도시 행동 장면이 다른 화면으로 바뀌어 진행된다. 코에이가 목표로 하고 있는 많은 팬들에게 어필한다는 목표에 맞게 각 작품의 장점만을 채택해 10에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삼국지 10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모든 무장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삼국지 9 + 몇 가지 진화요소”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 삼국지 10의 맵 모습. 광활한 통짜 맵 위에서 부대가 오가는 모습은 삼국지 9과 흡사하다 |
더욱
흥미진진해진 게임진행, 눈돌릴 틈이 없다
삼국지 10의 컨셉은
‘삼국지 세계의 철저한 창조’다. 무장 담당제가 가진 높은 자유도와 삼국지 시리즈가
지금까지 견지해온 특유의 드라마성을 동시에 높임으로써 이를 달성하는 것이 삼국지
10의 가장 큰 목표인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코에이는 ‘다이나믹
히스토리컬 시스템’을 채택했다. 역동적인 역사 시스템…. 말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우니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 삼국지의 가장 큰 소재는 다양한 인물들에게서 나오는 그들의 활약상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비, 관우, 여포, 장비 |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원소, 방덕, 동탁, 우금, 제갈탄, 반림, 온회, 왕윤, 장포, 조진 |
문관들의 일기토, ‘설전(舌戰)’의 도입
무관계
장수들이 일대일로 겨루는 ‘일기토’는 삼국지 시리즈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우, 장비를 비롯해 하후돈, 여포, 손견 등의 쟁쟁한 용사들이 자신의 명예와 아군의
승리를 위해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는 일기토 모드는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역동감과
흥미진진함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하게 변화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전쟁에서 활약한
사람들이 어디 무관들뿐이랴. 무관들의 활약상에 비해 문관들의 활약은 지금까지의
시리즈에서 경시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삼국지 10에서는 문관들의 일기토라고 할 수 있는 ‘설전’ 시스템이 채용되었다. 설전은 외교나 적 도시에 잠입할 때 생기는 특수한 모드로 외교를 위해 상대세력을 방문한 사자가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 세력에 있는 문관들과 설전을 벌이는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이 경우 설전을 어떻게 잘 치루었는지에 따라 외교 결과가 바뀌므로 문관들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삼국지연의에서 오와 동맹을 맺기 위해 사자로 찾아온 제갈량이 오의 쟁쟁한 문관들을 상대로 설전을 펼쳐 모두 물리친 경우가 이번 설전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예다).
▲ [설전시작] 주유 : 내 설봉을 네가 막을 수 있을까? (쉽게 풀어 설명하면 "내 말빨을 네가 당해낼 수 있겠냐" 정도) |
▲ [제갈량의 선공] 제갈량 : 의는 모든 일의 시작이자 만사의 근본임을 모른단 말인가! |
▲ [주유의 반격] 주유 : 경서를 공부하지도 않은 네가 군자의 도리를 입에 담느냐! |
▲ [1차전 종료] 주유 : 그, 그럴 수가…. 그랬구나! (승부가 결정되면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빙고판에 자신의 말을 하나 놓을 수 있다) |
▲ [빙고 완성] 이 과정이 반복되다 빙고가 완성되면 설전은 끝난다 |
▲ [승리대사] 제갈량 : 내게 도전하기엔 아직 멀었다(이번 설전의 승부는 제갈량의 승으로 끝났다) |
이벤트가 이벤트를 불러일으키는 콤비네이션
이벤트
지금까지의 삼국지 시리즈 이벤트라면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 이벤트가
발생하고 그 결과가 반영된 후 그대로 종료되는 경우가 많았다. 원작의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 이벤트든 게임상의 오리지널 이벤트든 이런 이벤트는 발생당시의 달성감만
만족시켰을 뿐이지 게임의 전개, 특히 전국의 현황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보너스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삼국지 10의 이벤트는 크게 달라졌다. 우선
이벤트를 성격에 따라 세 개로 정리한 아래 부분을 보자.
시류 이벤트 : 기존에 흔히 봤던 이벤트. 역사의 흐름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에 담당 무장이 누구냐와 관계없이 발생한다
세력 이벤트
: 플레이어의 담당 무장이 속한 세련과 관련된 이벤트. 다른 세력과 관련된 이벤트는
물론발생하지 않는다
개인 이벤트 : 특정 무장에게만 발생하는 이벤트
이벤트의 종류 자체는 무장 담당제를 도입했던 삼국지 8과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 이벤트가 발생한 후 생기는 결과가 참으로 대단하다. ‘아이템의 취득’이나 ‘능력치의 변화’처럼 기존 시리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벤트 결과는 물론이고 ‘전쟁의 발생’, ‘일기토의 발생’, ‘설전’의 발생, ‘세력분포의 변동’, ‘공략목표의 변경’ 심지어 적 AI(알고리즘)의 변경’까지 이벤트 결과에 따라 전황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는 엄청난 결과들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어떤 이벤트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그 도화선이 되는 이벤트를 먼저 발생시켜야 하는 등 이번 삼국지 10의 이벤트 시스템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시리즈 사상 최고를 자랑한다.
▲ 유비와 제갈량의 삼고초려 이벤트. 말 그대로 세 번 방문해야
한다. |
그 도시만이 갖고 있는 특징, 지방색
삼국지
시리즈에는 각 세력들의 거점이 되는 많은 도시가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각
도시들은 맵상에서의 위치와 숫자에 의해서만 차이점을 지닐 뿐 개성을 지니지 못했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 보면 이 도시가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위치와 숫자의 차이로만
추측해야 했다.
그러나 삼국지 10에서는 도시마다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특수한 시설을 지을 수 있게 되는 등 개성이 강조되었다(참고로 각 도시의 특수한 시설에서는 특수한 병과를 편성할 수 있게 되는 등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치게끔 되어 있다). 이로 인해 아군의 병력 증강을 위해서는 일부러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멀리 떨어진 도시를 손에 넣거나 절대 지켜내야만 하는 도시가 생기는 등 게임 진행에 흥미진진함이 더해졌다.
▲ 하북지역의 도시 남피. 어느 지역, 어느 도시냐에 따라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
▲ 오월지역의 도시 장사. 강에 인접한 지역이라 독특한 건물인 조선소가 있다 |
▲ 이쪽은 서북지역의 도시 무위. 황량한 지역적 특색이 잘 나타나있다 |
전투와 전역으로 나뉜
전쟁 시스템
삼국지 10의 전쟁은 국지적인 전술을 그린 ‘전투(戰鬪)와
대국적인 전략을 그린 ‘전역(戰役)’의 두 가지로 나뉜다.
전투는 지금까지의 삼국지 시리즈에서 계속되어 온 ‘전쟁’과 마찬가지로 도시 하나의 지배권을 둘러싼 야전 또는 공성전을 의미한다. 도시를 공격하기 위해 이동하는 부대는 삼국지 9처럼 전체 맵상에서 표시되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삼국지 9과 달리 전쟁 맵으로 화면이 바뀐다. 즉, 삼국지 9에서는 출진 전에 모든 지시를 내려놓고 그 지시를 플레이어가 지켜봐야했지만, 이번 삼국지 10에서는 담당 무장의 부대를 비롯해 부하 무장들의 부대까지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는 것. 아직 자세한 전투 시스템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국지 7과 8의 전투 시스템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 진군 전에 명령을 모두 입력했던 삼국지 9과는 달리 전장에서 직접 명령을 입력할 수 있다 |
▲ 또한 전투 발생시 화면이 바뀌어 전투 전용 화면이 펼쳐진다 |
한편 전역은 큰 세력을 지닌 군주들만 벌일 수 있는 대규모 전쟁으로 여러 개의 도시가 참여해 전쟁이 전개된다. 전역에서는 한 개의 주(州)가 거의 통째로 들어갈만한 넓은 범위를 전장으로 삼기 때문에 도시와 중간지점, 그리고 이들을 잇는 도로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역시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투와 달리 도시에서 출발한 부대들의 모임인 군세(軍勢) 단위로 전쟁이 진행되는 걸로 짐작된다.
▲ 전투가 부대와 부대간의 싸움인데 비해 전역은 이처럼 넓은 지역을 무대로 세력과 세력간의 싸움을 그린다 |
삼국지여,
영원하라
지금까지 삼국지 10의 개발 발표와 더불어 공개되었던
자료를 토대로 간단하게 삼국지 10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시리즈를
거듭해오면서 꾸준하게 게이머들의 사랑을 유지해왔다는 건 그만큼 제작자들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삼국지 10 역시 9과 비교해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 변화가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는
플레이어마다 평가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삼국지 10이 발매되면
또 다시 밤새워가며 즐기는 게이머들이 많다는 것이리라.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더 다듬어진 모습으로 발매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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