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헌군주국가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대 인기를 누리며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궁’을 기억하시는지? 대한민국 소녀들의 마음을 극장가 팝콘 마냥 콩닥이게 한 황태자 신이와 명랑깜찍 황태자비 채경의 사랑이야기에 우리는 울고 웃으며 속으로 한번쯤 외쳤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황실이 존재 했더라면!
우리나라에는 아쉽게도 존재하지 않지만 황실제도가 살아있는 나라가 저 먼 모로코나 영국만은 아니다. 바로 옆 나라 일본. 드라마처럼 쭉쭉 늘씬한 황태자가 아니라도 왕이 있고, 왕비가 있고, 황태자와 공주들이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오오카미(大神)’라는 게임은 그 일본 황실의 시조신 아마테라스 오오카미(大神)에 대한 이야기이다.
▲ ‘칡’이라는 힘찬 글씨가 보이는가
누구냐? 넌! - 아마테라스 오오카미(大神)
아마테라스는 태양의 신으로 일본의 시조신이다. 일장기(日章旗)에 그려진 햇살무늬나 일본(日本)이라는 국가명만 봐도 일본이 얼마나 해와 관련이 깊은지 알 수 있겠다.
우리나라 설화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의 세오녀가 아마테라스와 관련이 있다는 설도 있지만,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과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마테라스라는 이름을 여기에서 접해 보았을 것이다.
▲몇 년에 한 권씩 발매 된다는 그 만화책 주인공 아마테라스는 죽지도 않는다 |
일본에는 800여 신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잡신인데 별별 신이 다 있다. 아마테라스는 이 800여 신의 주신이다. 즉 800명이나 되는 잡신을 거느린 두목신이다. 거기다 그냥 두목도 아닌 여두목이다. 대부분의 신화에서 태양신은 남신인 경우가 많으므로 여신인 아마테라스는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신이다.
일본에 신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은 것은 그만큼 일본사람들이 신을 가깝게 여긴다는 의미이다. 일본의 사람들은 다양한 신을 믿는다. 그들이 믿는 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기독교나 불교 같은 종교적 의미의 ‘신’이라기보다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조금 다른 존재’다.
만화가 원작인 게임 중에는 현실과 신의 세계가 겹치는 이야기가 아주 흔하다. 이누야사, 샤먼킹, 블리치 등의 작품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모은바 있다. 토토로로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들은 특히 이런 일본인의 정서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토토로가 마이 자매와 춤을 추던 모습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인간처럼 느긋하게 입욕을 즐기던 그 깜찍한 신들을 떠올려 보시라.
게임의 주인공 오오카미는 늑대이지만 얼핏 보아서는 개와 다를 바 없다. 참 익숙하고 정감 가는 생김인데, 주인공이 개(의 모습)라는 것은 참 독특한 설정이다.
▲ 무서울정도로 살기가 느껴지지만 |
▲메이크업을 지우면 백구가 된다 |
주인공이 개의 모습이라는 것만으로도 참신한데, 플레이어를 위해서 여러 가지 다채로운 액션이 첨가되어있다. 마치 큰 개를 보는 것 같은 이 액션들은 달리기는 물론이고 잠자기, 짖기, 수영하기, 마을사람과 껴안고 부비부비 등 잔재미를 주는 요소가 가득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해진다.
▲ 수영은 오래하면 물에 빠진다
아름다운 배경에 붓을 들어 그어라
오오카미는 현실적인 3D 그래픽이 판치는 요즘의 게임들 속에서 아름다운 전통의 미를 살린 게임이다. 우리나라의 정서로는 왜색이 보인다는 이유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이런 아름다운 그림은 같은 동양권이라는 넓은 시각에서 보아 주었으면 한다. (중국에서도 예전에 수묵화 기법을 사용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간결하고 힘 있는 필체. 절제 된 선을 사용한 귀여운 인물들과 유려한 배경은 설명해 봐야 입만 아프다. 게임의 장면 장면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감동적이다.
기본 줄거리는 단순하다. 일본과 매우 흡사한 나카시쿠니라는 섬나라에 야마타노오로치(이무기)라는 괴물의 봉인이 풀린다. 이 괴물에 의해 세상이 생기를 빼앗기자 태양신 오오카미가 나타나 생기를 되돌린다는 내용이다.
생기를 되돌리려면 사람들의 신앙을 얻어야 하고 자연을 되살려야 한다. 사람들을 돕기 위해, 혹은 싸우기 위해서 붓질이 필요하게 된다. 화면에 붓으로 선이나 도형을 그리면 그린 곳이 잘리거나 꽃이 피는 등 다양한 힘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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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카미가 달리는 뒤로 꽃이 피고 풀이 자란다 |
일본인은 숲에 신이 산다고 생각하여 숲을 신성시한다. 숲은 곧 자연이다. 네이쳐 어드벤처라는 장르명은 말 그대로 자연을 위해, 자연 속을 달려 싸우는 것이다. 색이 없는 황량한 세계를 초록으로 바꾸자는 말처럼, 신성한 녹색은 당신의 붓 끝에서 쏟아져 나와 꽃을 피우고 나무를 자라게 할 것이다.
다양한 캐릭터
이 싸움은 오오카미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배경에 녹아들 듯 잘 어울리는 귀여운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데 대나무아가씨나 복숭아도령 같은 일본 유명 설화 속 주인공들도 조연으로 등장한다.
데빌 메이 크라이의 강아지 버전?
건 그레이브의 쌍권총 난타와 귀무자의 호쾌한 칼질, 데빌 메이 크라이의 스타일리쉬 액션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면? 이 게임의 전투 스타일에 굳이 이름 붙이자면 동양화 버전의 스타일리쉬 액션이라고 하겠다. 입에 문 검으로 적을 쳐 올리고 신기로 콤보를 날리는 새하얀 오오카미의 모습은 은빛 머리에 붉은 코트 자락을 휘날리던 단테와 겹쳐진다. 여기에 붓질의 호쾌한 일섬! 붓질이라는 신선한 조작이 더해진 오오카미의 전투는 두근두근 박진감이 넘친다.
붓질
붓질이라는 힘은 원래 아마테라스가 가지고 있던 신력인데, 게임 내에서 이 힘은 13명의 분신에게 흩어져 있다. 즉, 쓸 수 있는 붓질이 13가지나 된다는 말이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면서 이 분신들을 만나고 힘을 되찾게 된다.
▲ 분신과 만나다
세 가지 신기를 조합해 공격력을 높여라
검, 곡옥, 거울. 세 가지 신기(神器)는 각각의 특성이 있다. 검은 공격력이 상당히 높은 반면 스피드가 떨어지고 곡옥은 스피드가 제일 빠르다.
신기는 동시에 둘까지 장비할 수 있어 메인 장비로 할지, 서브 장비로 할지에 따라 공격법이 바뀐다. 신기의 특성에 따른 조합으로 다양한 공격이 발생 할 수 있고 각각의 신기에는 다양한 상위 버전도 존재 하므로 능력을 올리는 재미가 남다르다.
제작사인 클로버 스튜디오는 바이오 하자드, 데빌 메이 크라이, 뷰티풀 죠등 쟁쟁한 액션 게임을 만들었던 크리에이터들이 중심이 된 회사이다. 긴 개발 시간을 가졌던 오오카미는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은 화려한 그래픽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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