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튜러스와 라그나로크로 유명한 김학규사단. 스타급 게임제작자인 그가 새로운 둥지 IMC Games에서 제작중인 MMORPG 그라나도에스파다의 첫 번째 비공개 테스트가 이루어졌다.
그라나도에스파다는 최근 공개된 NHN의 아크로드나 넥슨의 제라, 웹젠의 썬등 경쟁관계에 있는 MMORPG와 비교하면 관련 정보가 수년 전부터 간간히 공개돼온 타이틀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에 비해선 그다지 알려진 정보가 없는 상황이었으며, 그 와중에서 간간히 공개된 르네상스풍의 수준 높은 그래픽은 라그나로크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학규사단의 네임벨류와 맞물려 신비주의에 가까운 주목을 받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소수의 게이머들과 몇몇 게임관련 매체를 대상으로 최초의 비공개 테스트가 진행됐다.
3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실시되는 이번 임프레션 테스트는 150여명의 선별된 인원만을 대상으로 하며, 일반적인 베타테스트와는 달리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인상을 주는가 시험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게임을 접한 유저들을 시각적으로 한 순간에 잡아두는 것, 그래픽적으로 얼마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지를 크게 중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처음으로 대중 앞에 공개된 그라나도에스파다가 게이머들에게 어떤 재미를 전해줄 수 있을지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여러분 반가워요♡ |
0. 특징적인 요소들
그라나도에스파다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특징적인 요소는 특정한 ‘가문’아래에서 캐릭터를 편성할 수 있는 ▶배럭모드, 최대 3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MCC(Multi Character Control), 캐릭터가 장착한 무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특성이 변화하는 ▶스텐스, NPC를 PC로 활용할 수 있는 ▶동료 시스템, 게이머가 세계관에 직접 개입하는 ▶정치 시스템 등을 들 수 있다.
각각의 요소들은 MMORPG라는 장르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새롭거나 이질적인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다른 장르의 게임에서는 한번쯤 시도되었던 요소들이기도 하다.
MMORPG는 다른 게임장르와 비교해 역사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지난 10여 년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되어왔으므로 일정부분 정형화된 요소가 존재하는 분야다.
때문에 그런 정형화된 요소 중 다소 이질적인 요소가 있는 그라나도에스파다를 굳이 MMORPG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 필자는 다소 회의적이다. 장르의 명칭이 무엇으로 정의되는가가 크게 중요친 않더라도, 그로 인해 일련의 선입관이 플레이어에게 작용할 여지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로딩을 해야하는 존 방식. 최고의 그래픽을 위한 선택이라고
각설하고,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이 동일장르의 다른 게임과 이질적이라면 게임이 그 장치들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전해주려고 하는 재미의 형태나 접근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그라나도에스파다의 핵심적인 장치들은 이런 측면에서 일련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를 게임의 ‘직접적인 참여자’가 아닌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요소의 사용자’라는 제 3자의 입장으로 한걸음 물러 세웠다는 점이 그것이다(여기서 말하는 ‘참여자’나 ‘사용자’라는 표현은 전통적인 MMORPG의 기준에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각각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그러한 요소는 더욱 명백해진다.
1. MCC (Multi Character Control:멀티 캐릭터 컨트롤)
MCC는 최대 3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하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다. 동시에 여러 캐릭터를 사용한다는 것은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특정 캐릭터를 자기 자신으로 여기지 않고, 이들이 소속된 가문의 당주로써 참여하게 됨을 의미한다.
때문에 게이머는 캐릭터를 자신의 아바타로 여기기보단 육성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굳이 비교하자면 게이머는 프린세스 메이커의 보이지 않는 등장인물 ‘아버지’가 되어 실질적인 게임의 주인공인 ‘딸’을 육성하는 기분으로 캐릭터와 접촉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은 실제로 게이머가 게임을 즐길 때 상당히 큰 이질감으로 느껴질 것이다.
MMC의 유저인터페이스(UI) 측면을 살펴보자. 다수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조작하기 위해 이 게임에는 전략시뮬레이션에서 흔히 사용되는 유닛 단위의 인터페이스를 채용하고 있다.
3명의 캐릭터는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유닛과 마찬가지로 소대(팀)단위로 편성되며 각각의 유닛을 개별적으로 조작하거나 리더를 중심으로 한 파티로 운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MCC는 전략시뮬레이션의 기본 인터페이스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화면의 일정부분을 박스로 드래깅하여 유닛을 선택하거나 클릭한 지점까지 이동하면서 중간에 만나는 적들과 자동으로 전투를 벌이는 어설트 모드(일명 어택땅)는 MCC의 전략시뮬레이션 특징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문제는 과연 전략시뮬레이션의 인터페이스가 소수의 캐릭터를 조작하는데 적합하냐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C&C등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은 수십에서 수백 단위의 유닛을 전략적 측면에서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장르다. 때문에 개별 유닛의 정밀한 컨트롤보다는 전장의 상황에 따른 병력의 거시적 배치나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우선시되며(이를 위해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은 탑뷰에 가까운 원거리 고정시점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이는 소규모의 국지적인 전투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장르에선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이와 같은 조작체계가 던전시즈나 네버윈터나이트, 발더스게이트 등 온라인 환경을 지원하는 RPG에서도 사용된다고 반론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위의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스페이스 바로 언제든 시간을 정지시키고 각 캐릭터의 행동을 하나하나 지정할 수 있다는 큰 차이가 있다. 아쉽게도 플레이어 개개인이 게임 내의 시간을 정지시키는 것을 MMO 환경에서 구현하기란 힘들 것으로 보인다. MCC의 캐릭터 조작관련 부분은 앞으로 많은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배럭 모드
배럭 모드는 당주인 플레이어의 가문에 소속되는 각 캐릭터들이 모여있는 일종의 가상공간이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삭제/ 생성/ 관리할 수 있으며 최대 9명의 캐릭터를 보유할 수 있다.
각각의 캐릭터는 1~3명 단위의 팀으로 구성되며 플레이어는 게임을 즐기던 중 언제든 원한다면 배럭 모드로 전환하여 팀을 재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성된 팀은 그에 해당된 캐릭터들이 새로운 팀으로 편성되기 전까진 이전팀으로 저장되며, 플레이어는 마지막에 즐겼던 지역에서 동일한 캐릭터 구성으로 게임을 속행할 수 있다.
배럭 모드는 이 외에도 플레이어간에 캐릭터를 교환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수행한다고 개발사측은 밝히고 있지만, 현재는 해당 기능이 구현되어 있지 않다.
▲게임진행중 언제든 배럭모드로 들어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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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무기를 다루는 파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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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파와 환술계 보조마법을 사용하는 위자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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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함정의 대가 스카우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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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공격의 대가 머스캐티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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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마법이 강력한 워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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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탠스
스탠스란 캐릭터가 장착한 무기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전투 태세다. 각각의 스탠스는 캐릭터의 전반적인 특성과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체계에 영향을 미치며 언제든 원하는 스탠스로 변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이터 캐릭터가 펜싱계열의 무기를 착용하면 다양한 스탠스 중 '에페 갸르트'와 '사브르 갸르트'라는 두 종류의 스탠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각각의 스텐스는 찌르기와 베기에서 특화되어 있다.
하나의 스탠스를 오래 사용하면 캐릭터 레벨과는 별개로 해당 스탠스의 레벨이 오르고, 이를 통해 얻게되는 스킬 포인트를 이용하여 그 스탠스에 속하는 기술의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다.
4. 동료 시스템
동료 시스템은 MCC 시스템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플레이어는 NPC(Non-playable character)의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 그 NPC를 PC(Playable character)로 변환시킬 수 있다. PC로 변환된 NPC는 배럭에 저장되며 일반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게임에 참가시킬 수 있다.
현재의 테스트 버전에서 동료시스템은 구현되어 있지 않아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알 수 없다. 허나 이를 통해 싱글플레이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새로운 동료 영입을 MMO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기대되는 부분이다. 직접 조작할 수 없는 PC의 형태는 있었지만 직접 조작할 수 있는 NPC라니 얼마나 기발한가.
5. 정치 시스템
정치 시스템은 현재 버전에서 구현되지 않을뿐더러, 구체적인 내용도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필자는 정치 시스템이 향후 그라나도에스파다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가 직접 참여하는 컨텐츠가 될 것인가?
처음에 언급했던 『플레이어를 게임의 ‘직접적인 참여자’가 아닌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요소의 사용자’』로 만드는 다양한 장치들은 정치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가 게임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에 ‘직접적인 참가자’로 접근하는 사전 포석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 시스템 관련정보가 언제쯤 공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방향에 따라 그라나도에스파다의 전체적인 게임성의 레벨이 결정될 것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6. 임프레션의 요소
(먼저 필자 개인적으론 게임의 그래픽이나 사운드가 일정 수준만 만족시킨다면 다른 것에 우선하는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함을 미리 밝힌다. 스타크래프트는 재미있어서 하는거지 그래픽이 좋아서 오늘날까지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최초에 언급했지만 이번 테스트는 임프레션 요소를 시험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배럭 모드의 실내 묘사와 캐릭터들의 모습은 유럽의 르네상스풍 분위기를 고급스러우면서도 치밀하게 살려주고 있다. 가장 훌륭한 부분은 코지마 아야미(小島文美)풍의 탐미적인 캐릭터 일러스트를 3D 캐릭터로 이질감 없이 옮겨놨다는 점이다. 미형을 넘어 탐미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 그래픽은 비주얼을 중요시하는 신세대 게이머들 및 여성 게이머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 사망 |
▲현란한 광원효과가 돋보인다 |
▲파이터의 머리연타(?) 기술 |
▲위저드의 어스퀘이크 작렬 |
대도시 ‘리볼도외’ 지역의 묘사도 훌륭하다. 고증에 충실한 각종 건물과 재래시장의 모습은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며 보는 즐거움이 있다. ‘알 쿠엘트 모레자 던전’은 본격적인 전투를 위한 던전으로 시각적으론 훌륭하지만 전반적인 레벨 구성이 단조로운 점은 아쉽다.
7. 마치며
개발사는 그라나도에스파다의 완성도를 50% 수준으로 밝히고 있다. 게다가 4~5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즐겨본 것이라 이 게임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를 내리긴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게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 가지의 참신하고 완성도 높은 시스템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닌. 이제까지 소개되었던 여러가지 봐줄만한 시스템들의 양적 조합에 치중하고 있는게 작금의 온라인게임들이 내새우고 있는 특징 아니던가. 다른 형태의 접근방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을텐데 말이다.
게이머들은 새로운 재질을 사용한 MMORPG를 기대하겠지만, 단지 새로운 금형에 부어진 MMORPG를 만나게 될 뿐일지도 모른다. MMORPG가 가지고 있는 특성. 더욱이 게임 자체의 방식이나 패러다임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 것이 현재의 흐름이니….
게이머들의 그라나도에스파다에 대한 기대는 크다. 다양한 측면에서의 새로운 시도가 그 의도에 걸맞는 훌륭한 게임성을 갖추길 기대하며 그라나도에스파다의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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