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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고객센터 탐방 `서비스 만족 99% 아닌 100%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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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고객센터’라고 하면 으레 괴기한 소문부터 떠올리기 마련이다. 엔씨소프트에 덩치 아저씨들이 몰려와 칼부터 꽂고 시작했다더라, 넥슨에 중고생들이 몰려와 서버에 콩알탄 세례를 퍼부었다더라 등 고객센터를 둘러싼 소문은 흉흉한 것부터 시작해 우스갯소리까지 참 다양하다. 물론 이러한 소문들이 고객센터의 전반적인 인식에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아무래도 업체는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입장이다 보니 아예 신경을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이용자들도 소문에 따라 나름의 해석을 하게 된다.

사실 고객센터는 타 업계에서도 그 인식이 무조건 좋지만은 않다. 단적인 예로 물건을 구입한 뒤 교환이나 환불이 필요한 경우를 떠올리면 된다. 교환도 번거롭지만 환불은 까다롭고 여러 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이러한 체계가 잘 잡혀있는 해외와 비교해봤을 때 서비스 만족도 부분에서 확실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최근 기업들이 CRM(고객관계관리)를 적극화함으로써 차츰 나아지는 상황이긴 하다.

이는 게임업계도 마찬가지. 게임산업의 역사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긴 하나 비약적 성장을 이룬 만큼 고객 서비스도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 몇몇 대형 개발사나 퍼블리셔는 별도의 고객센터를 마련해두고 이용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게임메카는 이를 더 집중탐구해보고자 국내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몇몇 업체의 고객센터를 직접 방문해보았다. 아울러 괴기한 소문의 정체가 사실인지 확인도 할 겸.

▲ 맑고 화창한 것이 방문하기 좋은 하루였습니다


엔씨소프트 대면고객센터, 10년 노하우로 최고의 서비스 제공

아무래도 덩치 아저씨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소문에 따라 엔씨소프트는 대면센터로 발걸음을 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깔끔하게 정돈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고, 미모의 안내원이 기자를 반겼다. 번호표 기계가 설치돼 있고 상담 데스크가 분류된 것이 일반 대면고객센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행히 상담원들은 방탄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다.

 

▲ 대면센터 내부의 모습, 예상했던 것과 달리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었다

엔씨소프트 고객센터는 ‘엔씨소프트 서비스’라는 별도의 법인 아래 운영된다. 내부조직은 콜센터(81%), 이메일(12%), 대면(7%)으로 분류되며, 대면고객센터는 ‘리니지’가 전성기를 누리던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돼왔다. 1년 전 서울시 역삼동으로 이사해 새 단장을 했고, 현재 센터장을 포함 총 8명의 직원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직원들에 의하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성 고객들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따귀를 맞는 일도 있었고 심지어 여직원들은 성적 비하 발언까지 들어야 했다고. 물론 지금은 이런 폭력적인(?) 사례가 줄어 하루하루 불안할 정도는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대면고객센터 임창도 센터장은 “회사가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보다 체계적이고 짜임새 있게 제공/운영하다보니 강성 고객들이 많이 줄어든 거 같다. 물론 직원들도 회사를 생각하는 마인드가 잘 잡혀 있었기에 지금의 결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대기하는 고객들을 위한 별도의 PC도 마련돼 있다

엔씨소프트는 상담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사전에 충분히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라인업의 완벽한 이해는 물론 룰, 규정, 고객과 관련된 정보는 모두 꿰뚫게 하고 있는 것. 물론 논리적, 화술적인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해 고객들에게 최대한의 신뢰를 안겨준다는 방침이다. 대면고객센터의 직원들은 쉽게 말해 소수 정예인 셈.

확실히 흉흉한 소문과 달리 센터 자체의 분위기는 매우 좋은 편이었다. 하루에 평균 40명 정도의 고객들이 이곳을 방문하는데 큰 문제없이 만족스런 결과를 얻고 돌아간다고 한다. 직원들이 고객들을 대하는 태도나 문제가 복잡해졌을 때 해결해 나가는 유연성도 수준급이라 최근에는 감사의 의미로 받은 피로회복 음료에 중독될 정도라고.

참고로 엔씨소프트는 지난 08년 한국산업의 서비스품질지수(KSQI) 조사에서 온라인게임 부문 우수 고객센터로 선정된 바 있다.

임창도 센터장은 “일부 고객 분들이 워낙 게임을 좋아해 간혹 게임의 룰을 이해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엔씨소프트가 즐거운 게임, 건전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고객 분들도 여기에 일조해 주면 더 나은 게임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며 10년 경력의 실무자로서 꼭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놓았다.

◀ 대면센터 임창도 센터장, 원래 남대문에서 옷장사를 했었다고.

 

에피소드1) 노년의 부부가 대면센터를 방문했다. 할아버지는 78세, 할머니는 77세였다. 이 부부는 아들이 칠순 때 사준 PC를 이용해 인터넷과 게임을 배웠는데, 그 게임이 바로 ‘리니지2’였다고. 게임 내 아바타를 본인들과 똑같이 만들고 싶었는지 할아버지의 레벨은 78, 할머니의 레벨은 77이었다. 센터장이 감격해 큰절을 올렸다고. 방문 목적은 비번퀴즈 변경.

에피소드2) 의외로 연예인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알고 보니 ‘엔씨소프트 게임을 플레이하는 연예인 모임’도 있다고 한다. 대외적인 활동을 해서인지 상담원들을 오히려 더 잘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매스컴에서 보던 것과 이미지가 완전히 다른 연예인도 많다고 한다.

 

넥슨 고객센터, 혹시 홍하나씨 기억하세요?

아무래도 넥슨은 저연령층을 위한 게임이 많다보니 콜센터로 방문했다. 왠지 이곳이 가장 할말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화상담에서 오는 특유의 스트레스 때문에 직원들 대부분 어두운 얼굴에 지친 기색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의외로 밝고 화사한 모습이었다.

 

▲ 넥슨 콜센터의 내부 모습, 업무에 집중하고 있어 말걸기가 힘들더군요~

넥슨 고객센터는 ‘넥슨 네트웍스’라는 자회사를 통해 운영된다. 내부는 크게 고객 서비스와 PC방 영업으로 분류되며, 고객 서비스는 다시 한번 전화상담, 이메일상담, 대면상담으로 나누어진다. 삼성동에 위치한 이곳은 전화상담과 이메일상담이 전문적으로 진행된다.

단도직입적으로 직원들이 겪는 가장 ‘힘든 점’부터 물어봤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전화상담 시 비하발언, 욕설을 응대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대답했다. 여직원들의 경우 간혹 너무 속이 상해 눈물이 나려는 것을 이를 악물고 참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직원들 책상에는 모두 거울이 비치돼 있는데, 이는 간혹 감정조절이 안 되는 경우 얼굴을 보며 끝까지 ‘스마일’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듣고 보니 얼마나 고생하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고객지원부의 최은경 부장은 “녹취콜을 들어보면 과연 상대가 상담원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욕설이나 비하 발언이 심한 고객 분들이 많다.”며 “상담원들은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이를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너무 심한 욕설 및 비하발언은 삼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 더헛? 저 음료(?)의 정체는 무엇인가?

넥슨은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 상담센터’를 꾸준히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이미 제주도에 '제주센터'를 설립하고 ‘던전앤파이터’ 전용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7월에는 ‘메이플스토리’ 전용 상담센터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이는 라인업이 너무 많은 관계로 최대한 분산을 막고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제주센터를 설립한 이유는 비용대비 효과를 봤을 때 더 이익이고 지역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나아가 회사 이미지 향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참고로 넥슨은 오는 6월 제주센터에서 ‘온라인 게임 CS 전문가 양성’이라는 목적 아래 한 달 정도 인턴쉽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담원 교육은 기본적인 것 외에 내용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게임별 ‘백과사전’ 형태로 진행된다. 최은경 부장은 “백과사전 형태는 메이플 스토리를 기점으로 시작됐으며, 곧 모든 게임에 적용시켜 전문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넥슨 네트웍스 고객지원부 최은경 부장

 

에피소드1) 한 초등학생이 전화를 했다. 비밀번호를 알고 싶다는 것. 개인정보가 포함된 부분이라 절차를 안내했더니 본인은 너무 어려 그것을 못하겠다며 본인 집 문 앞에 비밀번호를 가져다주면 안 되겠냐고 호소함. 이거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방침과 내규에 따라 해결해주지 못함.

에피소드2) 홍하나씨를 기억하는가. 인터넷에 ‘카트라이더 VS 넥슨 직원’을 검색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캐릭터의 머리가 너무 커 카트가 느리다고 호소하는 초등학생과 끝까지 친절함을 유지하며 센스있게 답변한 넥슨 직원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주인공 홍하나씨는 여전히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출산휴가 중이라고.

에피소드3) 나 잠실구에 사는 송파구란 사람인데요. 이거, 웃을 수도 없고.



CJ인터넷 고객센터, 가족 같은 분위기가 최고!

CJ인터넷 고객센터는 엔씨소프트나 넥슨과 달리 가족 같은 분위기가 참 인상 깊었다. 간부와 직원, 직원과 직원 사이의 관계가 절제된 느낌이 아닌 개방된 느낌이 더 강하게 스며들어 왔달까? CJ인터넷 김형준 게임운영 팀장은 “직원들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밝게 웃으며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주기적으로 직원 엔조이 브레이크 타임을 갖고, 회식 등을 통해 활력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몇몇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본 결과 업무에 있어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특히 해결이 곤란한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안 된다’고 치부하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등 서비스 마인드가 자립적으로 잘 확립돼 있었다. 한 직원은 “고객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만족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몇 분이라도 이러한 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이 담긴 의견을 털어놓기도 했다.

 

 

▲ 미남/미녀 분들이었으나 부득이하게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합니다

CJ인터넷 고객센터는 ‘CJ 텔레닉스’라는 자회사를 통해 운영되며 구로디지털단지에 자리 잡고 있다. 내부는 게시판 상담, 전화 상담, 교육/지원으로 분류되며 총 100명 정도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원래 이곳에 대면고객센터도 함께 있었으나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전됐다.

서비스 최고의 장점으로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게시판 상담을 꼽았다. 고객들이 문의를 하면 10분 이내에 답변을 해 궁금증이나 문제를 빠르게 해소해준다는 방침이다. 전화 상담이 종료된 야간에도 “급해서 전화번호 남긴다. 연락해달라.”는 게시물을 보면 바로 전화해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김형준 팀장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직원이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나 원격 서비스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좌) CJ 텔레닉스 고객센터 김효진 센터장, (우) CJ인터넷 게임운영팀 김형준 팀장

 

에피소드1) 상담원 A씨는 한 고객과 2시간이 넘도록 통화했다. 해결이 절대 불가능한 문제였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답답했다. A씨는 전화기 mute키를 누른 채 ‘제발 좀 끊어’라고 혼잣말 했는데, 잘못 누르는 바람에 고객이 다 들어버렸다고. ‘뭐 임마?’로 시작해 1시간가량 설교(?)를 더 들어야 했다는 후문. 현재 A씨는 퇴사. 물론 이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에피소드2) 1인 2역을 하는 어린 친구들이 의외로 많다고한다. 부모인척 전화해 “우리 애가 실수로 결제를 했는데 취소 좀 해주세요. 너 이 녀석 빨리 잘못했다고 해!” (목소리 바꿔) “잘못 했어요 아빠. 용서해 주세요.” 허, 이거 참 놀릴 수도 없고.

 

NHN 고객센터, 춘천이 아니라 우리 청주에 있어요~

NHN 고객센터는 ‘G PLUS’라는 자회사를 통해 운영된다. ‘G PLUS’는 한게임 운영, 고객지원 업무 등을 총괄하고 있으며 온라인센터는 충청북도 청주시에, 대면센터는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하고 있다. 콜센터, 이메일, 팩스, 대면 등을 통해 서비스가 제공된다.

NHN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규 게임 오픈시마다 고객센터 인입 건을 감안해 직원 수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상담원들의 서비스 이해도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 교육을 세밀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이후에도 주 1회 이상 개별 교육을 빠뜨리지 않는다. 서비스 이용 로그나 결제 내역 등 고객정보 조회 수준을 넘어서는 건들에 대해서는 해당 서비스 담당자에게 직접 확인해 응대하는 세심함도 보이고 있다.

온라인 고객센터가 청주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는 지역 경제 활성화 도모와 운영비용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NHN 관계자는 밝혔다.

* 아쉽게도 NHN 고객센터는 거리가 너무 멀어 직접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자세한 내용 전달해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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