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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kg 거구 `키넥트`로 온몸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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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E3 취재를 가게 돼 가장 기대를 했던 것은 단연 ‘프로젝트 나탈’이었습니다. 보조기기 없이 온 몸을 이용하는 컨트롤러, 이것 참 매력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한때 사무실에서 팀원들과 소리 지르며 Wii를 플레이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쉽게도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동작인식 컨트롤러가 주는 ‘맛’이 어떤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죠. ‘프로젝트 나탈’은 분명 여기서 한 단계 발전했을 것이니 그 느낌은 어떤지, 그리고 어떤 소프트웨어가 나와 줄지 너무 궁금했던 것입니다.

곧 죽어도 ‘프로젝트 나탈’만은 꼭 체험해볼 것을 다짐한 채 E3가 개최되는 미국 LA로 향했습니다. 12시간이란 긴 비행시간 동안 티아라의 귀여운 뽀삐춤도 슬쩍 떠올려 보았습니다. 주위 시선만 없다면 한번쯤 흉내내볼 수도 있을 테지요(웃음).


프로젝트 나탈, 표현을 의미하는 키넥트로...

키넥트를 직접 체험해보기 이틀 전, 기자는 MS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나탈’ 미디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행사에서 키텍트란 이름이 최초 공개됐죠.

행사장에는 요상하게 디자인된 하얀색 가운을 반드시 입어야 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가운은 상반신과 무릎을 감싸고 어깨뽕까지 달려 있어, 뭔가 분장을 하고 키넥트를 체험하려는 것이겠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내 어색하기만 했지만 함께한 방문객들 모두가 우스꽝스런 모습을 하고 있어 점점 분위기에 익숙해지더군요.

바로 이 자리에서 키넥트를 최초로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기기가 있었냐고요? 아닙니다. 행사장에는 직접 시연할 수 있는 시연대도, 그리고 기기도 없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체험이란 직접적인 체험이 아닌 ‘간접적인’ 체험을 의미합니다.

▲ '프로젝트 나탈' 미디어 행사에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행사장 안에는 ‘태양의 서커스단’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원주민 복장을 하고 나타나 알 수 없는 행위를 하며 방문객들에게 팬터마임을 시도했습니다. 춤을 출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한판 붙자는 시늉을 하기도 했죠.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방문객들도 서서히 그들을 받아들이며 흉내 내기 이르렀습니다. 하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말이죠.

메인 스테이지 중앙에 서 있던 기자에게도 이런 어색한 경험은 찾아왔습니다. 한 원주민이 굉장히 중요한 물건일 것이라 추정하게 되는 ‘그것’을 가슴에 안고 기자를 뚫어져라 쳐다봤기 때문이지요. 그는 가까이 다가와 그 물건을 건네주려는 시늉을 했습니다. 온몸이 경직됨을 느꼈지만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것을 받는 리액션을 취했습니다. 소심한 탓에 주위 시선이 의식됐지만 애써 감내하며 옆에 있던 외국인에게 ‘그것’을 넘겨주었습니다. 이 장면을 여러분이 봤다면,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고 깔깔 웃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키넥트의 경험은 바로 이것입니다. ‘표현’이죠. 몸을 움직여 무엇인가를 표현하는데 그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영화 ‘300’의 전사가 전투하는 장면을 보며, ‘헤일로’의 마스터 치프가 전장을 누비는 것을 보며, ‘철권’의 대전을 보며 여러분은 한번쯤 그 주인공이 직접 돼보고 싶은 충동을 느껴보지 않았나요? 키넥트는 특별한 보조기기 없이 온몸을 감지하는 동작인식을 통해 이러한 장면들을 직접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사실 몸으로 무엇인가 표현한다는 건 연기자가 아닌 이상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방에서 혼자 칼을 붕붕 휘두르는 시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옵니다. 클럽에 음악과 조명, 무대가 있듯 키넥트는 화면과 아바타를 통해 ‘표현’의 구실을 제공해 줌으로써 표면적인 만족감을 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모두가 흰색 가운을 입은 채로 행사에 참여했고, 서커스단은 팬터마임을 적극 요구했습니다

 

▲ 유비소프트의 '유어쉐이프' 플레이 장면, 화면 없이 저 모션을 취할 수 있을까요?


2시간 기다릴 필요 없었던 사연

E3가 시작되고 마침내 진짜 키넥트를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MS 부스에 키넥트 전용 공개 시연관이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본론에 앞서 재미있는 일화 하나를 들려드리자면, 일단 MS 부스는 워낙 방문객들이 많아 키넥트 시연관 입장까지 최소 1~2시간은 기다려야 했습니다. 할 수없이 기자도 맨 뒤에 줄을 서 멍하니 기다리는데 스탭으로 보이는 흑인 남자 한 명이 다가와 “저쪽이 미디어 전용 체험관이 있다.”고 전해주더군요. 바로 할 수 있으니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거였죠. 좋다고 달려갔지만 아뿔싸! 전용 체험관은 사전 등록을 한 미디어만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소통이 안 되니 썩소를 보탠 사정 한번 못해보고 쫓겨날 수밖에 없었죠.

결국 돌아와 다시 끝에 줄을 섰습니다. 흑인 남자는 “왜 다시 왔냐?”고 물었고, 기자는 적절한 바디랭귀지와 함께 “미디어 등록이 안됐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본인을 따라오라고 하더군요. 그는 기다리는 인파를 뚫고 유유히 안으로 들어가 가장 앞쪽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갓길 150km로 주행하는 기분이었죠. 덕분에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키넥트를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해외에서도 통하는 글로벌 페이스(-,,-;)...는 절대 아니고 VIP가 된 기분.

▲ 사흘 내내 북적였던 MS '키넥트' 부스 전경


몸무게 85kg 거구, 키넥트로 온 몸을 흔들다

살짝 들뜬 상태를 유지하며 마침내 키넥트 시연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키넥트를 구동하면 일단 소프트웨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 역할은 손짓이 합니다. 팔 한쪽을 앞으로 뻗고 이리저리 흔들면 화면에 커서가 나타나면서 내가 움직이는 방향대로 따라 움직입니다. 이후 하고 싶은 소프트웨어에 커서를 올리고 약 2초정도 가만히 있으면 로딩과 함께 게임이 실행되는 방식이죠. 물론 이 과정은 음성으로도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시연관에는 여러 소프트웨어가 마련돼 있었는데요, 기자는 ‘키넥트 어드벤처’, ‘키넥트 스포츠’, 그리고 ‘키넥티멀즈’까지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총평부터 말씀드리면 ‘대체로 만족스럽다’입니다. 확실히 몸을 움직이는 대로 아바타가 따라하고, 여러 모션을 적극 요구하는 소프트웨어 덕분에 진행과정이 참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몰입감도 뛰어나고요. 하지만 아바타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가벼워 크게 실감이 나지 않고(확 와 닿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한박자 반(체감상 0.5초) 정도 느린 반응속도도 조금 아쉽습니다. 몇몇 게임을 진행할 땐 게임 내용보다 반응속도에 더 신경을 써야 했을 정도니까요. 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니 살짝 허전한 느낌도 들더군요.

▲ 시연존 내부에서 댄스를 즐기고 있는 방문객들...

그럼 게임을 통해 세부적으로 좀 살펴볼까요?

우선 ‘키넥트 어드벤처’는 경쟁/협력 게임입니다. 먼저 했던 것은 레일 위에 올라 장애물을 피하는 레이싱 게임인데요, 스키를 타는 것처럼 무릎을 굽힌 채로 손을 앞뒤로 흔들면 더 빨리 달릴 수 있습니다. 장애물은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나타나 서 있는 자리를 계속 교체해가며 움직여야 했고, 아래로 깔리는 경우엔 점프, 위로 깔리는 경우엔 몸을 웅크려야 했습니다. 선로가 교체되는 위치에서는 점프를 여러 번 뛰어야 했죠.

재미있는 건 질주를 하며 먹을 수 있는 돈(게임내 화폐)입니다. 이 돈은 ‘ㄷ’ 형태나 ‘ㅅ’, 혹은 ‘ㅎ’ 형태로 나타나기도 해 몸을 최대한 비슷하게 구부려줘야 더 많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죠. 열심히 했더니 운동량도 상당해 운동장을 반 바퀴 정도 뛴 듯 했습니다.

▲ 다른 팀이 하고 있는데요, 이 분들 엄청 '진지하게' 뛰시더군요 하핫

이와 비슷한데 강에서 레프팅을 즐기는 형태의 게임도 있습니다. 이는 한 보트에 두 사람이 같이 올라 바위를 피해가며 질주하는 형태인데요, 동시에 같이 움직여야 더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호흡이 중요했고 점프가 필요한 경우에도 둘이 타이밍을 맞춰 힘껏 뛰어 올라야 비로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둘 중 한명만 뛰면 원래의 반만 점프가 되고, 한명은 왼쪽으로 한명은 오른쪽으로 가 버리면 보트는 아예 움직이지 않더군요.

기자의 경우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일본 방문객과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요. 처음에는 서로 몸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는데, 1분 정도가 지나니 척척 맞더군요. 게임이 끝나면 키넥트가 자동으로 캡쳐한 게임 플레이 장면을 보여주는데요, 점프를 뛰며 좋다고 웃고 있는 기자의 모습을 보니 이렇게 재밌게 했구나 싶더군요. 아주 그냥 온몸을 이용해 뛰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찍힌 사진은 DB에 저장되며 친구나 가족, 애인에게 전송할 수 있습니다.

▲ 둘이 동시에 같이 뛰어야 이 정도로 높이 오를 수 있습니다

‘키넥트 스포츠’는 허들 넘기와 볼링을 해봤습니다. 허들 넘기는 실제 경기를 하는 선수들처럼 빠르게 달리는 모션(역동성에 따라 속도 차이 있음)을 취하다가 허들이 나타나면 폴짝 뛰면 됩니다. 앞서 언급했듯 반응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반템포 정도 빠르게 점프를 뛰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뛰어야 할 타이밍에 알아서 녹색 표시를 해주긴 했지만, 우리는 친절한 안내보다 감을 더 믿는 편이잖아요? 하핫

볼링의 경우 볼링공을 쥐는 장면부터 굴리는 화면까지 연출할 수 있습니다. 오른손을 옆으로 쭉 뻗으면 공을 쥘 수 있고, 굴리는 세기에 따라 속도까지 차이가 납니다. 놀라운 건 회전이 먹힌다는 것. 공을 굴리며 손목을 살짝 뒤틀어주면 스핀이 돼 공이 휘어집니다. 이런 섬세한 것까지 구현해 두었다는 데 조금 감탄을 했습니다.

확실히 ‘키넥트 어드벤처’와 ‘키넥트 스포츠’는 가정용 게임으로 정착하기 좋아 보입니다. 디테일하게 설계됐다기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맞춤제작됐기 때문이죠. 멀티가 지원된다고 하니, 한번하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 조금 흉해보인다고요? 당신도 막상 앞에 서면 저렇게 할 수밖에 없을걸요?

마지막으로 해본 ‘키넥티멀즈’는 일종의 펫키우기인데요, 이게 좀 신선합니다. 화면에 호랑이 새끼 한 마리가 나오는데 오라는 손짓을 하면 가까이 다가오고, 가라는 손짓을 하면 도망갑니다. 가까이 왔을 때 두 손을 앞으로 뻗어 만져주는 시늉을 하면 실제 화면에서도 만져주는 듯한 연출이 표현됩니다. 옆으로 드러누우면 따라서 눕고, 뒤로 자빠지면 따라서 자빠져 일종의 훈련까지도 시킬 수 있습니다. 양손을 펼치고 다리 한쪽을 들어 올렸더니, 이것도 따라하다 혼자 넘어지더군요. 참 귀여웠습니다.

‘키넥티멀즈’는 여성용, 유아용으로 적합해 보입니다. 특히 유아들은 동물과 간접적으로나마 소통할 수 있어 동물원의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겠네요. 대리만족의 퀄리티가 이토록 뛰어나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 거짓말같지만 정말로 위 영상처럼 됩니다... 어른이 해도 재밌다니까요


체험은 여기까지입니다. 더 해보고 싶어 두 타임이나 뛰었는데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도 댄스와 요가가 포함된 ‘댄스 센트럴’과 ‘유어 쉐이프’를 못해본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사실 할 수도 있었는데 부끄러워서 못 하겠더군요. 거대한 몸을 이끌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춤과 요가를 하기엔... 이 체험기는 후에 몰래 해보고 꼭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댄스 센트럴’과 ‘유어 쉐이프’는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굉장히 실용성이 있어 보입니다. 특히 ‘유어 쉐이프’는 건강 소프트웨어의 성격을 띠고 있어 두루 사랑받을 것이라 예상되는군요. 직접 체험해보면 달라질 수 있겠으나, 지금은 모션캡쳐 동작인식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자, 그럼 정리를 해보죠. 현장에서 이것저것 보고 느낀 점만으로 따져보면 확실히 키넥트는 소유욕을 자극하는 그런 기기가 맞습니다. 아주 대단한 기기라서가 아니라 그냥 집에 하나쯤 두고 이것저것 즐겨보고 싶은 그런 기기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국내 발매와 가격일 것입니다. 음성까지 지원한다고 했으니 이게 어디까지 한글화될 것인지, 그리고 소프트웨어까지 염두에 두었을 때 얼마나 효과적인 가격이 책정될 것인지가 관건이겠죠.

아, 그러고보니 오늘 MS를 통해 최종 가격은 149달러로 발표됐군요. 한화로 약 18만원... 이대로 나온다면 흠 글쎄요. 판단이 어렵군요. 여러분이라면 구입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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