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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조이 후기 `50% 아쉽지만 내년이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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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조이에 다녀왔습니다. 기자는 이번 중국 출장이 처음인데요, 가기 전부터 지인들이 상해의 기온을 비롯한 열악한 취재 환경 등을 들먹이며 워낙 ‘겁’을 주는 바람에 사실 걱정이 되긴 했어요. 그러나 막상 경험해보니 ‘최악’으로 꼽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죽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거든요(웃음).

통상적으로 차이나조이는 게이머들에게 ‘볼 게 없는 행사’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번 행사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중국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몇몇 대형 업체의 신작 게임과 부스를 빛내주는 모델 외에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이에 이번 후기는 게임 자체보다 행사 전체의 관점에서 내용을 다뤄볼까 합니다.

▲ 차이나조이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


# 1.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거친 땀방울입니다. 행사장 밖은 정오를 기준으로 기온이 38도까지 치솟는 바람에 무척 무더웠고, 행사장 내부는 에어컨을 가동시켰다고는 하나 어마어마한 인파와 습도가 합쳐지면서 무척 답답하게 느껴지더군요. 평소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지만, 오후 4시쯤 되니 온 몸에 힘이 풀리면서 무기력해지는 게 조금 힘겨웠습니다.

행사장 입장 자체도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한국 기자단은 사전 등록을 모두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바로 들어가 확인만 하면 됐는데요, 우리의 보안들이 ‘이쪽’이 아닌 ‘저쪽’으로 들어가라며 물을 먹였기 때문이죠. 행사는 W1관~W5관에서 진행됐는데요, 전시관 하나가 부산 벡스코의 규모와 맞먹습니다. 결국 땀방울을 온 몸으로 쏟아내며 W1관에서 W5관까지 걸어가 등록을 마쳤고, 다시 W1관으로 돌아와서야 입장에 성공했습니다. 동선설계도 웃기지만, 사전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점도 참 의아했죠.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행사 두 번째 날, 게임메카는 엠게임에서 서비스할 예정인 ‘열혈강호W’의 인터뷰가 있었는데요, 통역이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해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엠게임 관계자가 발을 동동 구르며 통역 분과 통화를 하는데 어찌나 표정이 어둡든지. 분명 그분도 ‘뺑이’쳐야 할 텐데, 얼른 뛰어가 부채라도 주고 오고 싶더군요(웃음).

▲ 여기서 입장 안 된다니 돌아가 주세요

이와 대조적으로 현지 관람객들의 모습은 참 차분해 보였습니다. 뙤약볕에 서 있는 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느긋하게 입장을 대기하는 모습이 참 신기했죠. 상상이 안 되실 텐데요,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줄만 해도 W1관부터 W2관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기자는 현지에 거주하는 친구(통역)에게 “한 20~30분 정도면 표 구입해서 입장할 수 있다”고 쉽게 얘기를 해줬는데요, 약 1시간 30분 뒤에 땀으로 온 몸이 젖은 채 등장하더군요. 정말 맞을 뻔 했습니다.

관람객들과 이야기도 나누어 봤는데요, 대체로 평소에 게임을 좋아해 행사장을 찾게 됐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물론 부스모델과 선물에 끌려 방문했다는 이들도 종종 있었죠. 꽤 흥미로울 거 같아 객관식 형태의 설문지를 만들어 실험삼아 해봤는데요, 죄다 1번에 체크하는 모습을 보고 포기 했습니다. 아니, 귀찮으면 그냥 안 하겠다고 하든가!

▲ 입장할 때는 질서정연하게 대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행사장 내부 환경은 무척 열악했습니다. 가장 무서웠던 건, 입장은 무조건 한번만 가능하다는 으스스한 규칙. 이는 수많은 인파를 통제하고 보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함인데요, 결과적으로 한번 들어가면 다시 못 나오니까 피부로 느껴지는 고통은 더 심했어요. 관람객들도 이 규칙 때문에 밖으로 나가질 않으니 행사장 안은 미어터질 지경인데다가, 내부에는 그 어떤 휴식공간도 없었기 때문이죠. 최소한 ‘만남의 광장’ 정도는 있겠지 생각했으나 그냥 저의 바람일 뿐이었습니다. 덕분에 공간이 있는 어느 곳이면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앉아 휴식을 취하더군요. 기자도 오후 4시가 넘어가니 기진맥진해 결국 땅바닥에 앉게 되더군요.

그렇다면 식사는? 뭐 비슷합니다. 행자장 내에는 패스트푸드 같은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는데요, 이 역시 먹을 곳이 마땅찮아 대충 공간이 있는 곳이면 거기가 곧 식사장소가 됩니다. 전시관 사이사이에 있는 야외공간을 활용하기도 했죠.

하나 더, 각 부스에는 게임 시연이 가능한 PC가 있는데요, 여기가 식사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기자가 게임 하나를 해보려고 뒤에서 기다리는데, 한 분이 도통 일어나지 않더군요. 뭐하나 슬쩍 봤더니 식사를 하면서 시연을 동시에 하고 있더라고요. 기름에 튀긴 음식을 손가락으로 집어 먹고, 그 손가락을 그대로 마우스에 가져가는 모습에 경악했습니다. 꿀밤이라도 한 대 쥐어박으며 밀어내고 싶었으나, 상대는 여성. 어쩌겠습니까, 참아야지.

▲ 간단히 앉을만한 의자도 없으니, 아무대나 앉아서 꾸역꾸역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요, 확실히 현지 관람객들의 시민의식 수준은 부족해 보였습니다. 특히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동. 시연존에서 새치기하는 건 기본이고, 그 안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관람객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음식 찌꺼기도 그냥 내팽개치고 자리를 뜨는데, 덕분에 행사가 끝날 무렵에는 그 어디를 가도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브러진 상황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죠. 외부에서는 보안에 의해 통제가 심한데, 내부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너무 미약하더군요. 솔직히 보면서 좀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행사가 종료되는 순간까지 울려 퍼지는 소음은 ‘짜증’을 극도로 끌어올려주는 카운터펀치로 작용합니다. 행사 규정이 명확히 확립되지 않은 탓인지, 부스모델의 노출 정도나 소음 등에 대학 제약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덕분에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 잡다한 소리에 달팽이관이 마비되는듯한 고통에 휩싸이게 되죠.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더군요.

결과적으로 차이나조이가 매년 내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고는 하나, 글로벌 게임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아직 많다고 느껴집니다. 관람객들에 대한 배려가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겠고요, 내부 규정도 명확히 해 조금 더 안정적인 운영도 필요해 보입니다. 추후 설명할 행사 본연의 의미에도 더 충실할 필요가 있을 거 같고요.

▲ 기자가 보고 경악했던 광경


# 2. 부스모델과 이벤트, 관람객 몰이를 위해서라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차이나조이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단연 부스모델이었습니다. 특히 텐센트나 샨다, 스네일 게임즈 등은 부스모델을 ‘물량’으로 밀어붙여 관람객들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모습이었죠. 관람객들 역시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인파를 헤쳐 나가는데, 그 광경을 통해 부스모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보기 좋지 않았던 건 부스모델이나 스탭들조차 제대로 휴식을 취할만한 공간이 없었다는 것. 이들은 시간대에 맞춰 교대로 행사에 참여하는 것 같았는데요, 환경이 열악한 곳은 휴식시간 동안 어디 있을만한 곳이 없으니 관람객들에게 그대로 노출돼 있는 곳에 앉아 쉬거나 수면을 청하더군요. 물론 보수를 받고 하는 일인 만큼 힘든 건 당연하겠지만,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적나라하게 노출되니 썩 보기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후에는 웃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더군요.

▲ 관람객은 물론 스탭들도 마땅히 쉴 공간이 없다

부스모델 외에 각 부스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도 하나의 볼거리였습니다. 사회자가 특정 게임에 대해 질문을 하고 관람객이 정답을 맞추면 선물을 제공하는 전형적인 이벤트는 물론, 부스모델이 팀을 이뤄 댄스경연을 펼치거나 초대받은 연예인들이 나와 공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또 부스 내에서 시연을 마치고 설문에 응하면 기념품을 제공해 주기도 하더군요. 이벤트 내용 자체는 국내 지스타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떤 부스에서는 시원한 콜라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는데요, 그 줄이 어찌나 길든지 무슨 지스타에서 ‘블레이드앤소울’ 시연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그런 모습 같았어요.

그러나 두 볼거리는 너무 ‘물량’으로만 밀어붙인 탓인지 운영이 미숙해 보였습니다. 특히 시연존 내 도우미들은 게임지식이나 이해도가 너무 부족하더군요. 실제로 기자가 한 도우미에게 게임 정보를 물어보니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이어진 다른 질문 공세에 무척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결국 스탭을 데리고 오더라고요. 물론 직접 시연해 보이며 잘 알려주던 도우미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해 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준비도 미흡해 보였습니다. 한번은 부스모델이 팀을 이뤄 진행하는 댄스 경연을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무리 중 두어 명의 안무가 계속 틀리더군요. 급기야 앞에 다른 모델을 보고 힘겹게 따라가기까지. 언뜻 봐도 급하게 불려 나와 대충 연습 한번 해보고 뛰쳐나온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무대행사에서도 서로 호흡이 맞지 않는 부분이 적잖이 연출돼 보는 이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지요. 관람객 몰이를 위해 ‘물량 공세’를 퍼붓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최소한의 학습과 꼼꼼한 준비는 꼭 필요해 보이더군요.

▲ 뭔가 열창하는 듯 하지만 립싱크입니다. 빅뱅의 '거짓말'이 그대로 흘러나오더군요


# 3. 눈여겨볼만 게임은 아직 그 수가 부족해

일단 첫인상은 ‘다 비슷해 보인다’ 였습니다. 뭐냐고요? 차이나조이에 출품된 게임을 말하는 겁니다. 몇몇 대작이나 콘셉이 독특한 게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퀄리티가 아쉬웠죠.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무협 특유의 세계관을 차용한 평범한 온라인 게임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게임의 첫인상만을 두고 평가하기에 무리가 따릅니다. 비주얼 위주로 보게 되니까요. 이에 직접 게임을 해보고 조금 더 자세히 들춰내 보려고 했는데요, 시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그것마저 불가능했습니다. 대부분의 부스에는 시연존이 있긴 했으나 그냥 PC 몇 대 가져다 놓은 것뿐이고, 아예 없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니까요. 일부는 앞서 언급했듯, 식사장소나 휴식장소로 전락해 버리기도 했고요.

확실히 시연존의 열악한 환경은 차이나조이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어차피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게임쇼라면 환호를 받을 만한 큰 발표 외에 신작을 미리 접해볼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요인임이 분명합니다. 행사 본연의 의미에 가장 맞닿아 있기도 하고요. 때문에 게임 자체보다 부스모델과 이벤트가 더 우선시되는 운영은 참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 자 게임을 한번 해보자, 그 전에 선 정리부터 하고

그렇다고 모든 부스가 그랬던 건 아닙니다. 스네일게임즈의 경우 부스를 높게 설계해 위층에서는 메인이벤트를, 아래층에서는 ‘구음진경’의 시연존을 구성해 눈길을 끌었죠. 특히 게임시연의 경우 한 대의 PC당 한 명의 도우미가 붙어 방문객이 빠르게 게임에 적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형태로 운영하더군요. 레드5스튜디오의 ‘파이어폴’도 FPS 장르인 만큼 관람객들 배치를 체계적으로 해 팀을 이뤄 대전을 붙을 수 있게 구성해 둬 만족스러웠습니다. 두 부스가 거의 유일하게 ‘게임 플레이만을 위해’ 관람객들이 줄을 섰던 거 같네요.

이처럼 내부 운영이 아쉽긴 했지만 게임장르나 플랫폼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그 어떤 게임쇼보다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중국 게임시장 분석을 보면 여전히 시장의 헤게모니는 온라인 게임이 휘어잡고 있긴 하지만, 웹게임과 모바일게임 역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차이나조이에서도 대형 업체가 주로 포진돼 있는 W1관을 제외하고 W2관부터는 모바일 게임과 웹게임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일부 부스는 아예 거대한 규모로 설계하고 여러 종의 모바일 게임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워낙 행사장 내 관람객의 수가 많았던 탓도 있겠지만 이들 부스도 하루 종일 소란스러웠으며, ‘매직더게더링’을 포함한 보드게임 부스 등도 꽤나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 훈훈한 광경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참, 몇몇 눈여겨볼만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직접 플레이해본 결과, 앞서 언급한 ‘구음진경’도 무협 특유의 경공 시스템을 잘 살려내 감탄을 이끌어냈고, 텐센트에서 자체 제작한 ‘투전신’도 ‘디아블로3’와 흡사한 느낌을 주며 잘 만들어진 느낌이었죠. 이 외에도 기존의 ‘던전키퍼’를 온라인화한 ‘던전키퍼 온라인’이 RTS와 RPG의 조합을 꾀해 신선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관련 게임 소개는 내일(4일) 특집기사 페이지에서 다시 제공해 드리도록 하지요.

사실 기자는 차이나조이를 관람하기 전, 중국 내 게임제작 능력의 발전으로 퀄리티가 뛰어난 다수의 게임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구음진경’이나 ‘투전신’ 등의 게임이 그런 부류였지만, 그 수가 워낙 적고 뭔가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낄만한 정도는 아직 아니었어요. 세기천성 부스에서 ‘마비노기 영웅전’만 봐도 ‘급’이 다르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해서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될 거 같습니다. 중국 게임시장의 규모와 자본력,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여러 기술적 시도는 여전히 견제해야 할 대상이니까요. 좀 어설프긴 했지만 이번 차이나조이에 시연존에는 유독 3D 입체영상을 지원하는 PC가 많았습니다. 직접 해보니 솔직하게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 보이긴 했지만, 이런 시도를 꾸준히 한다는 것 자체에 높은 점수를 줄만했습니다. 아직은 세계시장에서 중국 게임의 위치가 높은 건 아니라 판단되지만, 잠재 성장력은 아직 유효하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느낄 필요는 있을 거 같습니다. 막상 와보니 내년 차이나조이가 은근히 기대되는군요.

▲ 꼬마야, 형이 알기로 그 게임은 니가 하면 안 된단다...

▲ 아이들 보는데 뭐하는 짓입니까! 100위안에 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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