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국내 정식 발매된 '인저스티스 2'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모탈 컴뱃’ 제작사 네더렐름 스튜디오가 이번에는 DC 코믹스 영웅들이 등장하는 대전액션 게임을 들고 왔다. 지난 4월 17일, 국내에 정식 발매된 ‘인저스티스 2’가 그 주인공이다. 네더렐름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국내에서는 격투 게임 마니아층을 제외하면 딱히 대중적 인기를 끌진 못했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사정이 다르다. 콘솔 유저가 대다수인 북미/유럽권에서 ‘인저스티스 2’는 격투게임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혀 왔으며, 출시 전부터 세계적인 격투 게임 대회 'EVO' 출전이 확정됐을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저스티스 2’는 2013년 발매된 전작의 뒤를 이어, DC 유니버스 영웅과 빌런들이 총출동한다. 전작에서 호평받은 요소는 유지하는 한편, 액션 연출이나 스토리 모드 등은 더욱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캐릭터 성장과 커스터마이징 요소인 ‘기어 시스템’이 추가돼 게임의 몰입도를 높였다.
▲ '인저스티스2'의 게임 플레이를 볼 수 있는 트레일러 영상 (영상출처: 공식 홈페이지)
더욱 강화된 연출과 스토리 모드
일반적으로 대전격투게임에서 스토리는 덤이다. 초기 대전격투게임들은 스테이지 사이사이에 이미지 몇 장과 텍스트를 넣는 것으로 때웠고, 이후에도 약간의 애니메이션이나 3D 컷씬 등으로 스토리를 보여주는 부분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스토리 전개 방식 역시 각 캐릭터의 참가 계기와 중간 보스, 엔딩 등을 보여주는 방식이라, 볼륨이 부족하고 메인 스토리와 서브(혹은 if) 엔딩을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반면, 네더렐름 스튜디오는 미드웨이 시절 제작한 ‘모탈 컴뱃 vs DC’부터 이후에 내놓은 ‘모탈 컴뱃 9’와 ‘인저스티스: 갓즈 어몽 어스’, ‘모탈 컴뱃 X’에 이르기까지 꽤나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보여줬다. 3~4시간에 걸쳐 게임 내 다양한 캐릭터들의 행적을 3인칭으로 따라가며 게임 속 메인 사건들을 영화처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계관의 메인 스트림을 게이머가 직접 경험하는 체험형 내러티브 방식은 유저들의 많은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네더렐름 특유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이번 ‘인저스티스 2’에서 정점에 달했다. 영웅들이 편을 갈라 대결하는 독특한 설정은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유지된다. 자세한 스토리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생략하지만, DC 캐릭터들의 반목과 대립이라는 설정을 완성도 높고 흥미진진하게 전개하는 흡입력은 일품이다. 예전에 개봉된 ‘배트맨 vs 슈퍼맨’ 보다 ‘인저스티스’의 스토리 모드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토리텔링이 일품이다.
전작으로부터 4년이 지나 출시된 차기작답게 비주얼적인 발전도 눈에 띈다. 가장 인상깊은 점은 컷씬과 배틀 화면의 그래픽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전작에서는 컷씬 후 배틀로 넘어갈 때 그래픽 저하 현상이 눈에 뛸 정도였는데 이제는 정말 주의깊게 보지 않는 한 컷신과 플레이 화면이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전체적인 그래픽 수준이 향상됐다.
▲ 영웅과 빌런이 뒤섞여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컷씬과 전투 화면의 그래픽 차이가 거의 없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비주얼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인저스티스’ 시리즈 특유의 스케일 큰 액션은 이번 작품에서 더욱 강화됐다. 특히 초필살기 ‘슈퍼무브’의 경우 행성 단위 이동이 우스울 정도로 더 역동적으로 진화했다. 개인적으로 하이에나를 불러내 상대방을 물도록 한 후 배트를 들고 다가와 머리를 내려치는 모습을 2인칭 관점에서 공포스럽게 그려낸 ‘할리퀸’이나, 우주 스케일의 광활한 액션을 펼치는 ‘슈퍼맨’과 ‘슈퍼걸’, 전투기에 영웅을 매단 채 기관총 난사를 퍼붓도록 지시하는 ‘배트맨’ 등 슈퍼무브 액션이 특히 인상깊었다.
다만, 전작의 흥행으로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어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불행 중 다행으로 패키지에 한글 공략집이 동봉돼 있는데, 전체 스토리 자막이 모두 번역돼 있고 간단한 공략 및 팁도 수록돼 있어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출퇴근길에 들고 다니며 소설 읽듯 즐길 수 있어 좋았지만, 아무래도 이 정도 정성이었으면 게임 자체도 자막 한국어화를 시켜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호평할 수 밖에 없는 게임성
‘인저스티스 2’는 살짝 뻑뻑해 보이는 캐릭터 움직임과 호쾌한 특수기로 무장한 전형적인 네더렐름식 2D 격투 게임이다. 특히 네더렐름은 ‘모탈 컴뱃 9’부터 커맨드 입력 난이도와 번거로운 조작을 최소화해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인저스티스2’는 그 정점에 달해 있다.
PS4 컨트롤러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X 버튼으로 약-중-강 기본 공격이 나간다. 그리고 방향키를 다르게 하면 다른 방식의 공격이 나간다. 예로 방향키를 아래로 하고 중 공격을 누르면 적을 공중에 띄우는 어퍼컷이 나가고, 앞으로 하고 강 공격을 누르면 제자리에 앉아서 상대의 가드를 무너뜨리는 오버헤드기가 발동되는 식이다. 보통 위 버튼을 약한 쪽에서 강한 순서대로 조합하면 2~4연타의 기본적인 콤보가 이루어지며, 여기에 커맨드로 발동되는 특수기를 섞으면 간단한 공중/지상 콤보가 가능하다.
○버튼은 입력만으로 다양한 특성을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 전용기다. 전용 게이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일종의 소 필살기로도 볼 수 있다. 특정 커맨드 없이 방향키 지정과 버튼 연타만으로 레이저, 불꽃, 속성 부여 등 캐릭터 특성에 걸맞는 기술이 발동되기 때문에 게임의 조작 난이도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한다.
▲ ○버튼은 전용 게이지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전작애서 호평받았던 기믹 액션도 여전하다. 맵에 놓여 있는 각종 상호작용 기믹을 활용해 색다른 연출을 보여주는 것이다. 드럼통을 던지는 등의 원거리 공격이나, 맵이 파괴되면서 확장되는 것과 같은 연출은 전작보다 더욱 화려하고 활용도 높게 진화했다. 이 역시 R2 버튼이나 차지 공격 하나만으로 손쉽게 발동된다.
다시 말해 조작 난이도는 낮아지고, 전투 연출은 더 좋아진 셈이다. 실제로 게임 내 튜토리얼 모드를 플레이 해 보면 넉넉잡아 10분 안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간편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캐릭터 당 특수기 수도 적고 조작도 평이하기 때문에, 사실상 연습해야 할 부분은 공중 콤보 넣는 타이밍 정도다. 전작을 해보지 않은 유저라도 튜토리얼 완료 후 스토리 모드 한 번만 완주하면 무리 없이 멀티플레이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될 정도다.
그러나 대전액션은 상대와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기에 명확한 대결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저스티스 2'에서 전반적인 조작 난이도가 낮은 대신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슈퍼 미터’ 관리다. 슈퍼 미터는 일종의 기 게이지인데, 공격 강화에서부터 회피, 반격까지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가장 간단한 활용 테크닉은 4칸 모두 모은 후 발동하는 초필살기 ‘슈퍼무브’지만, 전략적 활용 차원에서 보자면 그보다 더 다양한 사용법이 존재한다. 게이지 한 칸을 소모하면 특수기의 대미지와 연출을 강화시키는 ‘미터 번’, 적의 공중 콤보나 밀어뭍이는 지상 공격을 회피하는 ‘탈출기’, 순식간에 먼 거리를 이동하는 ‘특수 이동’ 등을 사용할 수 있어 전투를 보다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또한 적의 공격을 가드하는 도중에 발동할 수 있는 ‘클래시’ 시스템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슈퍼 미터’를 배팅해서 승패를 겨루게 되는데, 여기서 이기면 체력이 회복되거나 큰 대미지를 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패턴 외우기와 스피디한 컨트롤 보다는 '슈퍼 미터' 관리에 초점을 맞춘 심리전과 타이밍 싸움, ‘미터 번’과 ‘탈출기’, ‘특수 이동’과 ‘클래시’ 등 '슈퍼 미터'를 사용하는 전술 활용 여부가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
즉, 기본적인 조작은 쉽지만 마스터까지 가능 길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타이밍 맟추기와 ‘슈퍼 미터’ 관리, 각종 특수기 성능 파악과 역가드, 낙법, 기상공격과 같은 다양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타 격투게임 못지 않은 연습과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
▲ 화면 아래쪽에 '기 게이지'처럼 자리잡고 있는 슈퍼 미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슈퍼 미터를 모두 사용해 펼치는 초필살기 '슈퍼 무브'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으로 이번 시리즈에서 새롭게 추가된 ‘기어 시스템’의 경우 게임의 성취욕을 북돋아주는 데 한 몫을 했다. 기어 시스템은 쉽게 말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으로, 전투 보상으로 주어지는 각종 파츠를 수집해 나만의 독특한 영웅을 꾸밀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각 파츠에 힘이나 체력, 방어력, 기술 위력 등 캐릭터 성능을 강화시키는 능력치가 붙어있다는 점이다. 고능률 장비로 무장한 캐릭터와 기본 캐릭터의 능력 차이는 꽤나 크기 때문에 단순 꾸미기 아이템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이렇게 키운 캐릭터는 온라인 멀티플레이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랭크 게임에선 공정성을 위해 스탯 변화치가 적용되지 않지만, 일반 매치에서는 자신이 키워낸 강력한 캐릭터로 상대방을 압살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런 파츠들은 전투 후 랜덤으로 얻는 것이 원칙이지만, 별도의 결제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의 고 능률 장비를 빠르게 얻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대전격투게임의 추가결제에 대해 고깝게 생각하는 게이머들이 많지만, 모바일게임 감각으로 접근해 보면 충분히 양심적인 결제 시스템이 아닌가 생각된다.
▲ 직접 키운 캐릭터를 사용해 전투를 펼칠 수 있는 온라인 일반 대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게임의 결과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각종 파츠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대중성과 깊이를 모두 잡은 진정한 대전격투 게임
‘인저스티스 2’에 대한 결론을 내리자면, 대전격투게임의 핵심인 ‘게임의 깊이’와 초보 유저 유입을 위한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이상적인 모습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싶다. 쉽게 말해 ‘진입장벽은 낮추고 깊이는 유지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말을 하니, 이제껏 많은 대전격투게임을 리뷰하면서 칭찬의 의미로 입버릇처럼 썼던 관용어구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격투 게임 마니아인 기자가 플레이 해 본 게임 중, 이 말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은 단연 ‘인저스티스 2’다. 게임의 깊이와 초보의 진입 장벽 사이에서 고민하는 격투 게임들 사이에서 차세대 대전격투게임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히 제시해줬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인저스티스 2’는 높은 평가를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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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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