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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20년 지나도 잊히지 않는 첫 사랑, 투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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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로 전설적인 미소녀게임 ‘투하트’가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과거 그 시절 ‘투하트’를 즐긴 게이머는 이제 모두 30대 중반이 넘는 아저씨가 될 정도로 기나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플레이한 미소녀게임' 혹은 ‘첫 사랑’이라는 타이틀을 단 채 길이 남을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죠.

하지만, 아무리 명작이라고 주장해도 무려 20년이라는 세월! 아마 ‘투하트’와 인연이 없는 현 세대의 게이머들에게는 이 평범해 보이는 미소녀게임이 어째서 명작이라 불리는지 이해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래서 이번 미소녀메카에서는 순애 미소녀게임의 대명사, ‘투하트’가 어떤 작품인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 '투하트' 오프닝 영상 (영상출처: 유튜브)

일본을 대표하는 미소녀 비주얼노벨 개발사 ‘리프’

‘투하트’의 개발사 리프(Leaf)는 1995년 설립된 아쿠아플러스(AQUAPLUS)의 계열사입니다. 사실 계열사라고는 하지만, 하나의 회사나 다름이 없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전 연령 게임을 만들 때는 아쿠아플러스, 성인용 게임을 만들 때는 리프의 이름으로 발매했을 뿐, 사실상 개발진은 같았기 때문입니다.

리프가 미소녀게임 개발사로 두각을 드러낸 작품은 바로 1996년에 만들어진 ‘시즈쿠’라는 비주얼노벨입니다. 사실 1995년 데뷔작 ‘DR2 나이트작귀’와 ‘필스노운’도 있었지만, 당시에 영 신통치 않은 성과에 그쳤죠.

리프의 비주얼노벨 시리즈, 통칭 ‘LVNS’의 시작을 끊은 ‘시즈쿠’는 1992년 발매된 사운드노벨 ‘오토기리소우’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선택지에 따라서 사건의 흐름이나 진상이 전혀 달라지는 방식을 선보였죠. 당시 게임은 인간의 광기 묘사로 큰 호평을 받으며, 리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 두 작품 모두 성공을 거두며, 리프는 단번에 인지도를 높이게 된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이어 발매된 ‘키즈아토’ 역시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리프는 단숨에 일본에서 알아주는 비주얼 노벨 개발사로 자리매김합니다. 특히 이 ‘키즈아토’는 나중에 타입문이 제작한 전설적인 게임 ‘월희’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죠.

이렇게 두 번에 걸쳐, 환상적인 성과를 올린 리프. 두 게임 모두 독특한 소재를 선보여서 3번째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컸지만, 정작 리프가 선보인 3번째 작품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평범한 학원 연애 이야기를 다룬 ‘투하트’였습니다.


▲ 전설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투하트' (사진출처: 필자 촬영)

지극히 평범한, 하지만 그래서 더 끌리는 ‘투하트’

‘투하트’는 1997년 발매된 리프의 비주얼노벨로, 학원에서 청춘 남녀들이 펼치는 러브 코메디를 다룹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후지타 히로유키’가 되어, 여러 미소녀 친구들과 인연을 맺는 한편, 학교 생활을 즐기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 개개인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구성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어떤 미소녀 캐릭터를 공략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제각각 진행되는 한편, 다양한 캐릭터와의 이야기도 즐길 수 있죠. 어떤 의미로, 전작들에 비해서는 조금 ‘느슨해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 학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연애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스토리부터 광기 넘치고, 피 튀기는 전작들과 달리, 갑자기 이러한 방향으로 선회한 이유는 매출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시즈쿠’와 ‘키즈아토’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당시에 해당 장르를 즐기는 유저 수 자체가 적은 편이었고, 판매량 역시 F&C의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나 엘프의 ‘동급생’에 비해 확연히 밀리고 있었죠. 이런 상황을 타계하고자, 리프는 기존에 고수하던 어두운 분위기를 버리고, 좀 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선회합니다.

언뜻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는 리프의 전략은 적중하여, 당시 PS버전을 기준으로 10만장 판매를 기록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게 됩니다. 특히 ‘투하트’는 위에서 언급한 경쟁사의 게임보다도 젊은 연령의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데 성공하여, 향후 리프의 열혈 팬층을 형성하게 되죠.


▲ 전작에 비해 밝아진 분위기... 큰 도전이었지만, 성공했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이렇게 많은 팬을 끌어 모으며 성공한 ‘투하트’지만, 사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투하트’는 지극히 평범한 미소녀게임입니다. 다른 게임에서 보기 힘든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나리오도 그다지 특출난 편이 아니죠. 그럼에도 2000년대 전후로 ‘투하트’를 이러한 순애 미소녀게임을 대표하는 명작이라고 부르는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두 가지, 시대적 상황과 캐릭터입니다.

미소녀게임의 ‘정석’을 세우다

우선, 시대적 상황부터 설명 드리자면, ‘투하트’가 발매된 1990년대 중후반은 시뮬레이션 요소가 있는 미소녀게임이 대세였던 시절입니다. 물론 ‘투하트’ 이전에도 ‘시즈쿠’나 ‘키즈아토’가 성공한 것처럼 시뮬레이션 요소가 없는 작품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미소녀게임 중에서 시뮬레이션 요소가 없는 작품으로 크게 히트를 친 작품은 없었죠.

대표적인 예로, 앞서 말한 ‘동급생’과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 등의 작품을 보면 시뮬레이션 요소가 굉장히 강하고, 하나의 이야기보다는 히로인과의 연애 관계를 성립시키는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가령, 원하는 히로인과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마을을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때로는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육성에 전념하기도 하죠.


▲ 그 전까지만해도 이런 류의 미소녀게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그런 의미에서 ‘투하트’는 순수하게 학교의 연애 이야기만으로 성공한 게임입니다. 이 같은 성공 이후로, ‘메모리즈 오프’… 나아가 Key사의 ‘카논’, ‘에어’ 등과 같은 눈물계 미소녀게임들이 줄줄이 등장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죠.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캐릭터’입니다. 히로인, 반장, 안경, 땋은 머리… 앞의 4개 키워드를 보신 대부분의 독자 분이라면 머리 속으로 특정 캐릭터를 떠올리셨을 것입니다. 서브컬쳐에서 이 키워드를 가진 캐릭터는 흔히 존재하고, 어떤 의미로는 여러 작품에서 자주 쓰이는 ‘클리셰’로 인식되고 있죠.




▲ 이제는 흔한 클리셰가 된 '반장'의 모습 (사진출처: 필자 촬영)




▲ 일상물이지만, 무려 로봇이 등장하는 파격적인 모습 (사진출처: 필자 촬영)

이러한 클리셰를 처음 퍼뜨린 것이 바로 ‘투하트’의 미소녀 캐릭터 ‘호시나 토모코’입니다. 또한, 현재는 보기 힘들지만, 2000년대 중후반에 유행한 ‘메이드 로봇’도 ‘투하트’에서 선보인 ‘HMX-12 멀티’로 처음 시작되었죠. 이후, 그 계보는 ‘투하트 2’의 ‘이루파’, ‘미루파’, ‘시루파’로 이어지고, 다른 작품에서도 줄줄이 나오게 됩니다.

이 외에도,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격투계 소녀, 초능력자 등의 캐릭터를 평범한 학원 연애물에 투입시킨 것 역시 ‘투하트’가 시작입니다. 이처럼 ‘투하트’는 이전 학원 연애물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볼 수 없는 기묘한 캐릭터들을 처음으로 투입하면서, 이후 출시된 순애 미소녀게임에 하나의 기준점을 마련하게 됩니다.


▲ 격투계 소녀부터...(사진출처: 필자 촬영)


▲ 마법사까지...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에는 파격이었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첫 사랑이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지금까지 ‘투하트’가 미소녀게임 시장에 미친 거대한 영향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사실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은 90년대 중후반 ‘동급생’과 ‘피아캐롯’, 그리고 ‘프린세스 메이커 2’와 같이 추억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여러 게임잡지와 PC의 보급으로 국내에도 미소녀게임이 들어오던 시기라는 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투하트’ 그리고 그 히로인을 떠올리며 기뻐하는 유저가 많다는 점만으로도 높이 평가 받을만하죠.

아쉽게도 개발사 리프의 도산으로 세 번째 ‘투하트’를 만나볼 기회는 없어졌지만, 앞으로도 최소 10 ~ 20년 정도는 추억되고 회자될 다시는 없을 미소녀게임 명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투하트' (사진출처: 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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