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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사무라이 쇼다운에 한국인 캐릭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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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사무라이 쇼다운 3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5년 12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사무라이 쇼다운 3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5년 12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지난해 리부트를 감행한 SNK 대표 무기 대전액션 게임 ‘사무라이 쇼다운’. 비록 후반부로 가면서 게임성과 스토리 등에서 삐걱이다 경쟁작에 밀려 한 차례 몰락한 시리즈지만, 이번에 성공적인 리부트라는 평을 들으며 잘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사무라이 시리즈를 즐기며 자라 온 오락실 키즈로서 마음이 뿌듯합니다.

이쯤에서 잠시 사무라이 쇼다운이 한창 잘 나갈 당시인 1995년으로 떠나 보겠습니다. 당시는 스트리트 파이터 2와 용호의 권, 아랑전설, 버추어 파이터, 철권 등으로 인해 대전격투게임이 최고 대세 장르였는데요, 그 와중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사무라이 쇼다운 3이 1995년 11월 일본에서 아케이드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1, 2편이 대히트를 기록했었기에, 3편도 한국에 발빠르게 수입됐죠. 다만,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적 의욕만 앞섰는지 여러 가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아래 광고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사무라이 쇼다운 3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사무라이 쇼다운 3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사진은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5년 12월호에 실린 사무라이 쇼다운 3 광고입니다. 일본 가동이 11월인데, 국내에도 11월 초 가동됐으니 사실상 한일 동시 발매라고 볼 수 있겠죠. 일단 게임명은 ‘파이터스 소드’인데, 일본명인 ‘사무라이 스피리츠 잔쿠로 무쌍검’이나 해외 수출명인 ‘사무라이 쇼다운 3: 블레이드 오브 블러드’와는 또 다른 이름입니다. 국내 전용 명칭과 버전이 따로 있는 이유는 아래에 설명합니다.

이 광고의 재미있는 곳은 아랫부분입니다. 초록색 박스와 함께 소개된 두 개의 문구가 있는데, 각각 주인공 및 한국인 캐릭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헛웃음이 나옵니다.

일단 첫 번째 문구, 히로인 ‘히아메 칸마루’가 활약한다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사무라이 쇼다운 3는 직전까지 주인공이던 하오마루를 살짝 제쳐두고,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입니다. 그런데 주인공 이름부터 틀렸습니다. 일단 저 캐릭터의 이름 표기는 緋雨 閑丸입니다. 이것을 읽으면 히사메 시즈마루가 되는데요, 이 광고에서는 훈독 음독을 헷갈려서 히아메 칸마루라는 전혀 엉뚱한 이름으로 읽었습니다. 또 하나 치명적인 실수라면, 여주인공을 뜻하는 ‘히로인’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죠. 실제로 시즈마루는 얼핏 여성처럼 보일 정도의 미소년이긴 한데, 대놓고 히로인이라니…

다음 부분은 조금 특이한데요, 무려 한국의 캐릭터 ‘김웅재’가 투입됐다는 멘트가 적혀 있습니다. 설명을 조금 더 읽어보면 ‘아랑전설 시리즈의 김갑환과 견줄 수 있는 고유의 캐릭터 김웅재가 채택되어 활약’ 한다고 되어 있네요. 아랑전설 김갑환은 격투게임 한국인 캐릭터의 시조이자 대표격 캐릭터인데, 이에 견줄만한 캐릭터라니… 뭔가 흥분됩니다.

사무라이 쇼다운 3 국내판 출전 캐릭터 소개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사무라이 쇼다운 3 국내판 출전 캐릭터 소개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그러나, 그 정체는 다음 장으로 넘어가 보면 밝혀집니다. 제일 아래에 ‘산도 움직이는 괴력의 사나이, 김웅재’가 쓰여 있긴 한데, 딱 봐도 격투승 출신인 가후인 가이라 입니다. 이 캐릭터는 사실 한국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본 승려인데요, 단순히 김갑환 캐릭터가 한국에서 먹히니 여기도 한국인 캐릭터를 넣으면 먹힐 것 이라는 판단 하에 기존 캐릭터의 설정을 한국판에서만 바꿔서 둔갑시킨 것입니다. 

즉, 처음부터 한국인 캐릭터를 하나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일본 캐릭터를 국내판 포장만 바꿔 내놨다는 것이죠. 어찌 보면 성의 없는 반쪽짜리 한국인 마케팅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이었다면 비웃음을 크게 샀음직한 광고인 셈이죠. 실제로 일본의 사무라이 스피리츠 팬들은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가이라가 한국인이라고?’ 라며 어이 없는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가이라가 한국인이 되었는가… 하면 다른 캐릭터들은 도무지 한국인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2편부터 나온 사무라이나 닌자 캐릭터들을 한국인으로 둔갑시킬 수도 없는 거고, 그렇다고 3편부터 출전한 주인공 시즈마루나 나코루루의 동생 리무루루를 건드릴 수도 없었겠죠. 그렇다고 살짝 정신이 나간 바사라를 한국인이라고 우겼으면 역효과만 날 게 뻔하고… 결국 그나마 가장 정상인이면서 한국인으로 우길 수 있음직한 가이라가 만만했던 것이죠. 참고로 캐릭터 이름은 아랑전설 김갑환이 실존인물을 모델로 했던 것처럼, 빅코 대표이사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뭐, 그 외에도 캐릭터 소개를 보면 하오마루가 본명 대신 패왕자라고 소개돼 있고, 사무라이 쇼다운 2가 1994년 10월 가동됐으니 아무리 길게 잡아도 1년 1개월 만에 나온 게임인데 ‘3년을 기다렸다’고 표기돼 있는 등 딴지를 걸 만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당시의 한정됐던 정보망과 열악했던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인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지금 기준으로는 흑역사 광고로 박제될 뻔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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