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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영웅 로테이션, 양날의 검에 유저만 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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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오버워치가 영웅 로테이션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공개했다. 2돌격, 2공격, 2지원 역할 고정 룰이 도입된 이후로 메타가 지나치게 고착화되고 매칭 시간도 지나치게 길어지자, 이를 방지하고 지속적인 메타 변경을 위해 추가한 금지 영웅 규칙이다. 영웅 일부를 금지한다는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메타가 오랫동안 고정되어 있던 터라 이를 통해 게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막상 경쟁전 21시즌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영웅 로테이션이 적용되자 많은 플레이어들이 불만을 토해냈다. 의도적으로 메타를 바꾼다는 미명하에 금지된 영웅을 피해 다양한 조합과 영웅을 사용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매주 게임의 재미를 헤치는 무분별한 밴으로 인해 이 제도의 효용성을 스스로 깎아 먹고 있는 것이다.

▲ 오버워치 운영진은 영웅 로테이션의 효용성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중이다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유저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영웅 로테이션

영웅 로테이션이 적용된 21시즌 첫 주차에는 유저들의 반응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첫 주 금지 영웅인 오리사, 메이, 한조, 바티스트는 실제로 8개월 가까이 메타의 중심에 있던 영웅들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강제이긴 했지만,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메타가 바뀌었고 다양한 조합이 경쟁전에서 쓰였다. 

문제는 2주차부터 생겼다. 과반수 이상이 밀집한 공격군이 아닌 힐러군에서 두 명의 영웅이 금지된 것이다. 심지어 가장 인기 있는 힐러였던 아나와 모이라가 나란히 밴을 당한 것이 화근이었다. 힐러 입장에선 고를 수 있는 영웅이 딜러진의 3분의 1밖에 안 됐기 때문에 게임을 할 의지가 없어졌으며, 다량의 힐을 줄 수 있는 두 영웅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면서 탱커나 딜러 유저도 게임을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 많은 힐러유저가 이 밴픽 목록을 보고 1주일 동안 게임에 접속하지 않았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커뮤니티)

원성은 4주차에 폭발했다. 그동안 딜러를 편애한다는 여론을 의식했는지 딜러진에서만 무려 4명의 영웅을 금지했는데, 맥크리, 솔져: 76, 솜브라, 위도우메이커 등 전원 히트스캔 영웅이었다. 결국 히트스캔 영웅 위주로 플레이하던 유저는 게임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였고, 탱커나 힐러 입장에선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파라나 둠피스트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 계속 발만 동동 구르는 극단적인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 4주차에선 지정사수 히트스캔 영웅만 4개가 금지되면서 많은 유저들이 폭발하고 말았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커뮤니티)

로테이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블리자드

영웅 로테이션 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도 이런 우려는 있었다. 가뜩이나 영웅 수도 적은 와중에 선택할 수 있는 영웅이 축소된다는 것은 게임의 재미를 크게 훼손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고정된 메타가 바뀌어야 할 필요는 있었기 때문에, 이왕 도입하는 거 원활히 운영하길 바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 실제로 1주차까지만 해도 제대로 작동될 여지가 충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모습만 놓고 보자면 영웅 로테이션은 게임성만 해치는 실패한 업데이트가 되어 가고 있다.

일단 영웅을 금지함으로써 여러 조합을 쓰게 된다는 제작진의 이야기는 결국 허상이었다. 매주 여러 메타가 실현되는 것 같지만, 이는 순전히 억지로 만들어진 다양성에 불과하다. 메타는 선택의 자유도가 만든 산물이다. 게이머들이 여러 캐릭터를 능동적으로 활용해가며 창조하는 것이기에, 운영진이 억지로 만든 메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리 없다. 더불어 그 억지로 만들어진 메타를 제대로 연구하고 즐기기엔 1주일이란 시간은 매우 짧다. 

▲ 한 시대를 풍미한 3탱 3힐도 모두 유저들이 직접 고민하고 연구해서 만들어낸 메타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금지 영웅이 일관성 없이 결정되는 것도 문제다. 영웅 로테이션이 도입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탱커 1, 딜러 2, 힐러 1로 포지션에 따라 금지되는 개수가 정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가장 영웅 수가 적은 힐러에서 두 명이 밴 되거나, 딜러에서 4명을 밴하는 등 매주 금지되는 영웅 기준이 모호하다. 특히 4주차에는 영웅 간의 밸런스를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한 히트스캔 딜러 밴으로 조합이나 메타 할 것 없이 게임이 엉망진창으로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이와 별개로 경쟁전과 e스포츠 오버워치 리그 로테이션이 따로 노는 것도 문제다. 프로게이머 입장에선 혼자서 연습할 곳이 없으며, 일반 유저는 프로 경기에서 조합이나 영웅의 활용법, 전략 등을 배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경쟁전 자체의 질적 하락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실제로 현 경쟁전은 메타와 무관하게 딜러의 기량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 경쟁전과 e스포츠의 밴 목록이 다른 것도 큰 문제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유저가 원하는 건 예전 그때의 자유로움

많은 오버워치 유저들이 게임이 처음 나왔을 당시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던진다. 게임 내 역할 고정이나, 영웅 로테이션 같은 것이 없고 조합에 대한 강박관념도 없던 가장 자유로웠던 그때를 꿈꾸는 것이다. 그만큼 현재의 오버워치는 게이머의 능동적인 플레이를 많이 제한하고 있다. 

제프 카플란 오버워치 수석 디렉터는 영웅 로테이션을 공개할 당시 "영웅 로테이션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저들의 피드백을 얻어 기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등 변경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 그대로 하루빨리 오버워치가 유저들의 불만을 수용해 다시금 자유도 높은 예전 그 모습으로 돌아와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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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2016. 05. 24
플랫폼
온라인, 비디오
장르
FPS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오버워치'는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FPS 게임이다. 6 VS 6, 12명이 치고 박는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오버워치'는 블리자드 특유의 무거운 이미지가 아닌 '가벼움'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격과 수비, ... 자세히
이재오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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