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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한국에 '택틱스' 열풍 불러온 파랜드 택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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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파랜드 택틱스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PC챔프 1997년 5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파랜드 택틱스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PC챔프 1997년 5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1990년대, 한국 PC게임계에 '택틱스' 열풍이 불었습니다. '전술'을 뜻하는 영단어인데, 전세계에서 오직 국내에서만 유독 흥한 게임명입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사실 파랜드 택틱스의 정식 명칭은 파랜드 스토리 외전인 '파랜드 사가'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앞서 1996년 발매된 파랜드 스토리 8편이 국내에 '파랜드 사가'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파랜드 스토리 자체가 1993년 시작된 고전게임류에 속하는데다 1편부터 차례차례 국내에 소개된 것이 아니라, 8편 발매 시 넘버링을 떼어 부담을 낮추고자 새로운 이름을 지은 듯 한데, 운명의 장난처럼 진짜 '파랜드 사가'가 나와버린 것이죠. 국내 유통사는 고심 끝에 진짜 파랜드 사가의 이름을 파랜드 택틱스로 개명했는데, 이 게임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며 상관없는 작품들에까지 '택틱스'가 붙는 기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어른의 사정으로 파랜드 사가라는 원제를 못 달고 나온 파랜드 택틱스
▲ 어른의 사정으로 파랜드 사가라는 원제를 못 달고 나온 파랜드 택틱스

첫 번째 광고는 제우미디어 PC챔프 1997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가운데는 스토리의 핵심 캐릭터이지만 약하기 짝이 없는 성능으로 유명세를 탄 리안이 앉아 있으며, 그 주변으로 게임 주요 캐릭터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파랜드 스토리 시절부터 사용해 온 석상 모형과 함께 '3D 필드, 다이렉트 X3 사용, 윈도우 95 전용' 같은 당시에만 볼 수 있던 문구들이 돋보입니다.

2면에는 본격적인 캐릭터 일러스트와 함께 게임 스크린샷이 나옵니다.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레온, 마시아, 리안, 팜, 카린, 오필리아군요. 저도 저 게임을 감명깊게 했기에, 세월이 23년쯤 흘렀지만 어제 본 것처럼 생생합니다. 출시와 동시에 일본 PC게임 순위 각 차트를 석권했다는 문구가 정중앙에 적혀 있는데, 실제로 일본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죠.


전작의 인기를 한 단계 가속시킨 파랜드 택틱스 2
▲ 전작의 인기를 한 단계 가속시킨 파랜드 택틱스 2

어쨌든 파랜드 택틱스는 국내와 일본 등지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고, 얼마 후 바로 후속작이 나왔습니다. 일본 명칭은 파랜드 사가 2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작인 전작 명칭을 그대로 이어 파랜드 택틱스 2가 됐죠. 광고 1면에는 여성 캐릭터로 도배돼 있는데, 좌측 상단의 보스 캐릭터 '손'과 우측 하단의 주인공 '알'을 제외하면 전부 여성 캐릭터로 바뀌었습니다. 참고로 중강에 있는 포니테일 소녀는 전작에 나왔던 소녀 마법사 '카린'의 성장형이죠. 전작 캐릭터 일부도 게임 내에 까메오처럼 등장합니다.

광고 2면에는 게임 설명과 스크린샷 등이 나와 있습니다. 그래픽이나 기능 등은 전작에서 한 보 발전했으며, 전작으로부터 8년 후 이야기라는 세계관 설명도 보입니다. 사실 전투 시스템은 1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는데, 안정성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훨씬 나아지긴 했습니다. 또한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의뢰를 받고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파트가 추가돼서 호평을 받았죠. 이로 인해 '택틱스' 열풍은 더욱 거세졌고, 밴티지 마스터 택틱스, 파이널 택틱스, 엔젤 얼라이언스 택틱스, 판타스틱 택틱스, 윈드 판타지 택틱스 등 전혀 관계 없는 게임들도 택틱스를 붙여 출시됐습니다.


전혀 다른 외전인데 택틱스 시리즈로 묶여 출시돼 버린 파랜드 택틱스 3
▲ 전혀 다른 외전인데 택틱스 시리즈로 묶여 출시돼 버린 파랜드 택틱스 3

사실 정식 발매명이 꼬이긴 했지만, 파랜드 택틱스 2까지는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3편이 출시되며 또 한 차례 문제가 생겼습니다. 위에 소개한 파랜드 택틱스 3는 사실 파랜드 사가 3가 아니고 파랜드 오딧세이라는 별개의 작품이었거든요. 파랜드 시리즈 외전이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작품이기에 사실상 3편이라는 네이밍은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이 게임의 명칭이 파랜드 택틱스 3이 된 것은 1, 2편의 유명세에 묻어가기 위한 국내 유통사의 만행 때문이었는데요, 다른 예를 들면 전혀 관계 없는 토니 쟈의 영화를 옹박 2로 들여온 것과 같은 느낌이죠. 어쨌든 전작과의 연관성이 많지 않았던 게임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머지않아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파랜드 오딧세이 2와 파랜드 심포니도 각각 파랜드 택틱스 4, 5편의 이름을 달고 발매되긴 했지만, 1, 2편 당시의 인기를 되찾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국내에 택틱스 열풍을 불러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택틱스라는 이름에 얽매여 스스로의 커리어를 꼬아 버린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 캐릭터성도 좋은데 이 세계관만 따로 뽑아서 별도의 미디어믹스라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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