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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삑! 근무시간 초과해 회사에 못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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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1주 52시간을 기준으로 월 최대근로시간을 초과한 직원은 회사에 들어갈 수 없는 게이트 오프제다. 엔씨소프트 사옥에는 직원들이 출입증을 찍고 사무공간에 입장하는 스피드게이트가 있는데, 최대 근무시간을 넘겼을 경우 출입증을 찍어도 게이트가 열리지 않는다.

게이트 오프제를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월 최대근로시간에 도달한 직원의 스피드게이트 출입을 제한해 과도한 근로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고자 하는 제도다”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1월 중순에 직원들에게 게이트 오프제에 대해 공지했고 현재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다만 현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사 재택근무 중이기에, 게이트 오프제가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게이트 오프제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기존에도 엔씨소프트는 제도 및 상황 변화에 맞춰서 지속적으로 근무방식을 개선해왔고, 이번에 발표한 게이트 오프제는 회사 차원에서 직원 근무환경 개선에 장기간 고민해온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52시간 근무제 전부터 게임업계 최초로 시행한 유연 출퇴근제

52시간 근무제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고용노동부 공식 홈페이지)
▲ 52시간 근무제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고용노동부 공식 홈페이지)

엔씨소프트 근무 방식이 가장 크게 변화한 시기는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2018년 7월이다. 유연근로제 중 엔씨소프트는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한다. 신작 출시, 비공개 테스트 등 중요 일정을 앞뒀을 경우 필요한 주에 더 많이 일하되 다른 기간의 근무시간을 줄여서 1주 평균을 40시간으로 맞추는 탄력근로제를 진행한다. 그리고 통상적인 시기에는 직원이 일하는 총 근무시간만 관리하고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할지, 출퇴근은 언제 할지는 직원이 결정하는 선택근로제를 운영한다.

당시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대형 게임사 모두 52시간 근무제에 맞춰서 유연근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경우 선택근로제를 채택하는 비중이 높았던 국내 업계 추세와 달리 집중근로도 커버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도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근무제를 정비해서 기존보다 발전된 형태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유연근로제 도입 이전인 2018년 1월부터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직원 스스로 출퇴근시간을 정할 수 있는 유연 출퇴근제를 도입해서 눈길을 끌었고, 그해 10월에는 야근 원흉으로 손꼽혔던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면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직원 재량에 따라 출퇴근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근무방식도 새로 만들고,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며 3단계로 장시간 근로 차단에 힘을 기울여왔다고 볼 수 있다.

잘 다져놓은 근무체계가 코로나19 대응에 성과를 냈다

그간 다져놓은 근무방식은 코로나19로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변했던 2020년에도 큰 차질 없이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기본적으로는 부서별로 직원 중 50%는 출근하고, 50%는 집에서 일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고, 코로나19 확산 상황 및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일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바꿔왔다.

그중 눈에 뜨이는 것은 완전 자율 출근제다. 기존 출근시간은 오전 7시에서 11시 사이였는데. 이 제한을 완전히 없애서 원하는 시간에 출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도입한 이유는 대중교통에 사람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서 출근할 수 있게 하여 감염 위험을 낮춘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월 27일부터 3월 6일까지 7일간 게임사 처음으로 전사 유급휴가를 줬고, 4월 6일부터 29일까지 약 한 달간은 매주 하루씩 특별휴가를 주는 방식으로 주4일제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에도 엔씨소프트는 2020년에도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했고, 온라인 채용설명회도 열어 예비 게임인이 채용에 관해 궁금해할 정보를 제공했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까지 직원 수는 4,025명에 달했으며, 3분기 기준 직원 수는 4,114명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리고 현재도 AI전문연구요원을 신입사원으로 공개 채용 중이다.

이를 토대로 엔씨소프트는 작년에 근무환경 부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작년 7월에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됐고, 이후 10월에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고용주’ 상위 100위에 뽑혔다. 다년간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다듬어온 것이 결실을 보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1월 중순부터는 게이트 오프제를 도입하며 장시간 근로 근절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고용주에서 엔씨소프트는 국내외 게임사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사진출처: 포브스 공식 홈페이지)

선두기업이 먼저 나선 게임업계 야근 관행 해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작년 12월 30일에 발간한 2020년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며 과한 야근도 감소하는 추세다.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하면 1주 평균 근무시간도 줄고, 52시간을 넘겨서 일한 비율도 15.4%에서 0.9%로 줄었다. 출시 등을 앞두고 야근을 반복하는 크런치 모드를 경험한 비중도 60.6%에서 23.7%로 줄었다.

다만 장시간 노동 문제가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작년 5월에 게임 취업포털 게임잡이 게임업계 종사자 3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중 72.2%가 과로 중이라 이야기했으며,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힌 것이 야근, 초과근무를 당연시하는 회사 분위기였다. 회사 차원에서 야근을 일상으로 여기지 않아야 직원들의 근무시간도 줄어들 수 있다.

산업을 이끌어가는 선두기업의 움직임은 게임업계 전체에 큰 메시지를 던진다. 그런 의미에서 근무시간을 넘기면 회사 출입을 막는 게이트 오프제를 도입한 엔씨소프트의 행보는 초과근무 관행 해소에 먼저 나서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올해 1월부터 52시간 근무제가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되며, 중소 게임사 역시 근무시간 관리가 화두에 떠올랐다. 이러한 시기에 과도한 근무를 지양해야 한다는 취지의 근무제도를 도입한 엔씨소프트의 결정은 게임업계에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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