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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디테일에 목숨 건 이유는 '사랑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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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키런: 킹덤 초기 및 3개월 간 성과 (사진출처: NDC 강연 갈무리)

올해 1월에 출시된 쿠키런: 킹덤은 업계에서 이례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리니지M으로 대표되는 PvP 중심 MMORPG가 득세하는 모바일시장에서, 유행이 지났다고 평가되는 소셜 게임과 수집형 RPG를 결합한 게임성으로 출시 초기에 구글 매출 2위, 3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0만을 돌파했다. 아울러 쿠키런 킹덤 이은지 공동 PD는 “통상적으로 출시 2~3개월이 지나면 유저 수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4개월이 지난 후에도 유지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쿠키런: 킹덤을 플레이하며 기자가 가장 인상깊엇던 부분은 쿠키들을 굉장히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특히 마을을 운영할 때 쿠키마다 시설에서 일하는 모습이 모두 다르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보여주는 행동도 똑같지 않다. 빗자루로 청소하는 동일한 액션에 대해서도 쿠키마다 고유 애니메이션이 있다. 게임 기자의 시선으로 보면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가’ 싶지만, 유저 입장에서 생각하면 마을에서 쿠키들이 대화하며 노는 것만 봐도 즐겁다.

▲ 연금술사맛 쿠키에게 수상한 종교를 전하고 있는 석류맛 쿠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실제로 쿠키런은 유저들의 2차 창작이 활발하다. 점검이 길어질 때 유저들이 쿠키 캐릭터로 만든 짤로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고, 정성스럽게 그린 팬아트를 공유하는 유저도 적지 않다. 쿠키런: 킹덤 및 기존 작품 설정을 뜯어보면서 다음에 추가될 쿠키나 스토리, 콘텐츠 등을 예상하며 놀기도 한다. 쿠키런: 킹덤의 흥행 비결에는 애정을 이끌어내는 ‘덕심 저격’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 쿠키런: 킹덤 팬아트 (사진출처: NDC 강연 갈무리)

쿠키런: 킹덤 개발진이 어떻게 보면 소셜 게임에서 불필요할 정도로 세밀한 부분까지 마련한 근본에도 중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사랑’이다. 쿠키런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는 과하다고 보일 정도의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NDC 2021에서 진행된 ‘쿠키런 킹덤 포스트모템’에서는 개발진이 ‘사랑을 위한 디테일’을 완성하기 위해 4년간 고군분투했던 여정이 담겼다.

▲ 쿠키런 킹덤 감정을 움직이는 사랑받는 게임 만들기 강연 (영상출처: NDC 공식 유튜브 채널)

2박 3일 논스톱 회의에서 ‘사랑’을 전할 콘셉트를 잡다

쿠키런: 킹덤을 총괄하는 조길현 PD와 이은지 PD는 둘 다 10년 동안 쿠키런 IP 게임을 만들어왔다. 이은지 PD는 “말 그대로 쿠키런에 청춘을 바치고 있으며, 쿠키런 세계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라며 “쿠키런은 너무 귀엽고, 달콤한 세계이지만 귀엽기만 하면 애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먹히고 싶지 않아서 마녀의 오븐을 탈출한 용감한 쿠키라는 시놉시스 뒤에는 의미 있고 날카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 쿠키런에 진심인 개발자들 (사진출처: NDC 강연 갈무리)

그간 런 게임에 집중해온 데브시스터즈가 이번에는 다른 장르에 도전해보자는 결심은 ‘쿠키런을 좋아하는 유저들이 어떤 장면을 보고 싶어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2016년에 쿠키런 초창기 멤버가 2박 3일 동안 제주도에서 “밥 먹고 회의하고 밥 먹고 회의하는” 행군을 이어가며 초기 방향을 완성했다. 오븐을 탈출한 쿠키들이 왕국을 이뤄 살아가고, 여정을 이어가며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왕국 건설과 쿠키 모험은 모두 쿠키런: 킹덤에 필요했다. 소셜 게임과 수집형 RPG의 만남은 장르에서 출발했다기보다 유저가 보고 싶어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구축된 개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2박 3일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쿠키런: 킹덤이라는 이름과 화면 구성, UI, 초기 설계가 모두 잡혔고 프로토타입도 두 달 만에 나왔다.




▲ 초기 콘셉트와 프로토타입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사진출처: NDC 강연 갈무리)

개발팀이 쿠키런: 킹덤을 만들며 디테일에 목숨을 건 이유도 ‘유저 사랑’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사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쿠키와 왕국이 현실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길현 PD는 “게임 속 세계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쿠키런: 킹덤의 핵심이고, 개발팀 스스로가 사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세계여야 유저들도 사랑하고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개발팀이 작업 도중에 나온 ‘누가 쿠키 왕국을 세웠고, 왜 멸망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작업을 멈추고 한 달이나 게임 속 왕국에 대한 역사서와 백과사전, 지도 제작에 매진했던 것도 세밀함을 살리기 위함이다. 이은지 PD는 “건국신화, 위치, 자연환경, 식생, 산업, 국민성, 음식문화까지 담았다. 사랑할 수 있는 세계는 실제로 있을 것 같은 디테일이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반지의 제왕도 엘프어까지 만들지 않았나”라고 설명했다.




▲ 세계관을 구축하며 제작한 백과사전과 지도 (사진출처: NDC 강연 갈무리)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쿠키들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조길현 PD는 “쿠키 설정, 애니메이션, 목소리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다. 쿠키 역시 실재감이 있어야 애정이 샘솟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필요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디테일이 쿠키 왕국과 쿠키들을 사랑하게 해준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 개발진의 진심은 쿠키에도 스며들었다 (사진출처: NDC 강연 갈무리)

개발팀이 강연에서 전하고 싶은 것은 ‘디테일이 살아야 사랑받는다’가 아니다. 각 게임은 특성이 모두 다르고,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감정도 동일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통해 유저들에게 어떠한 감정을 전하고 싶은지 정하고, 콘텐츠 제작 전반에 걸쳐 이 감정을 전하는데 총력을 다해야 유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팀 입장에서 ‘감정과 전달’에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고, 필요하다면 핵심 가치에 집중해 외부를 설득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고된 과정에서 개발팀이 지닌 확실한 목표는 프로젝트를 끌고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은지 PD는 “개발 내내 또 다른 의심이 든 부분인 ‘이게 될까?’라는 점이었다. 이 과정에서도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분명히 누군가 함께 사랑해줄 것이라 생각하며 만들었다’라며 “개발 과정에서 마주친 여러 질문과 의심은 결국 게임에 확신을 갖게 되는 과정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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