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겜ㅊㅊ]은 매주 특별한 주제에 맞춰 게이머들이 즐기기 좋은 게임을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25일 발매된 엘든 링이 높은 난이도로 유저들의 혼을 쏙 빼놓고 있습니다. 전작들에 비해 빠른 템포를 가져가야 하면서도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엇박 공격, 막기와 패링을 거부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무자비한 연타 등 소울라이크의 매운 맛을 제대로 선사하고 있죠.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보스와의 장기전 끝에 한 틱만을 남겨놓고 죽었을 때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소울라이크가 유저들을 ‘열불’나게 하는 방식 중 하나랄까요.
위에서 서술한 내용이 엘든 링의 방식이라면,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유저들의 화를 돋우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게임 자체의 난이도가 악랄할 수도 있지만, 이외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게이머들을 화나게 만드는 게임들이 즐비해 있죠. 이번에는 이렇게 ‘열불’나는 매운 맛을 선사하는 스팀 게임을 모아보려고 합니다. 아마 이 기사에 소개된 게임들을 모두 섭렵한 이들은 이미 열반에 들지 않았나 싶네요. 그럼 확인해보시죠.
1. 다크 소울 2: 스콜라 오브 더 퍼스트 신
시작부터 엘든 링과 너무 비슷한 게임을 들고 와서 실망했다면, 진정하시고 글을 계속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같은 소울라이크지만 악랄함은 다른 부분에서 찾아오니까요. 우선 2014년에 발매된 게임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느릿느릿하고 그래픽도 요즘 게임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물론 이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죠. 하지만 타 소울 시리즈보다 게이머들에게 어렵게 다가오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우선, 불친절함의 끝판왕입니다.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시작되는 마을 ‘매듀라’로 가다가 엉뚱한 길로 빠지는 것은 기본에다가 마을에 도착해서도 초반 지역을 찾지 못해 다른 곳으로 진입하게 되고, 예상보다 너무 높은 난이도에 절망해 삭제하는 경우도 많죠. 어디 그뿐일까요. 죽으면 최대 체력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나중에는 잡몹에게 한 방 맞고 죽는 경우도 생깁니다. 여기에 타 시리즈에 비해 긴 길이의 던전과 수많은 함정, 필연적으로 적 다수와 맞닥뜨리게 되는 구성은 프롬소프트웨어 작품 중에서도 독보적입니다. 망자들이 괜히 ‘스콜라, 스콜라’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2. 점프킹
오로지 점프만을 이용해 정상까지 올라가야 하는 플랫포머 점프킹은 스팀 페이지에 ‘심리적 공포 게임’으로 분류돼 있을 정도로 무자비한 게임입니다. 단순히 어려운 난이도 때문이 아닙니다.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것에 모든 것을 집중한 것이 문제죠. 엘든 링은 계속 죽더라도 끊임없이 보스방 앞에서 다음 트라이를 위한 준비가 가능하지만, 점프킹은 삐끗하면 그동안 본인이 올라왔던 모든 구간을 하염없이 구경하면서 아래로 떨어져야 합니다. 추가 코인도 없죠. 몇 십분, 혹은 몇 시간 동안 점프 하나로 등반했던 본인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순간을 차례차례 보여주는데, 어쩌면 열불나는 것 이상으로 허탈함이 더 클 지도 모르겠네요.
3. 게링 오버 잇 위드 버네트 포디(항아리 게임)
게임 설명부터 ‘특정 종류의 사람들을 해치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하며 매운 게임임을 예고한 게링 오버 잇 위드 버네트 포디(이하 항아리게임)는 오로지 망치만을 이용해 항아리 속에 갇힌 남자를 산 정상으로 등반시켜야 하는 게임입니다. 전형적인 ‘남이 하면 쉬워 보이지만 직접 하면 어려운 게임’이죠. 점프킹과 같이 삐끗하면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항아리게임은 여기에 불편한 조작감을 한 술 첨가했습니다. 망치를 원하는 곳에 두는 조작은 많은 연습이 필요할 정도로 익숙해지기 힘들죠. 분명 위를 향했는데 이상한 위치로 이동하는 망치, 그리고 이로 인해 수직하강하는 캐릭터를 보고 분노가 차오름을 느끼는 것은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4. 프롭나이트(살인마 시점)
프롭나이트는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지만 주변 사물로 변신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생존자 4인과 살인마 1인이 벌이는 생존게임에 재미있는 요소가 하나 달라붙었죠. 주변 환경에 동화돼 살인마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이를 통해 살인마를 놀리는 극성 플레이가 매우 자주 보이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공중을 나는 인형이나 빵 한 덩어리가 쉴 새 없이 주변을 뛰어다니며 자신을 괴롭히고 게임 진행을 방해합니다. 살인마 입장에서는 일부러 게임을 끝내지 않고 자신을 괴롭히기만 하는 생존자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요?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는 살인마들의 개성이라도 넘치죠. 프롭나이트의 살인마는 극한직업입니다.
5. 알트에프포(ALTF4)
돈키호테를 연상시키는 갑주 입은 기사가 닭을 등에 메고 목표 지점까지 달리는 플랫포머, 알트에프포는 3D 항아리 게임이라 불릴 정도로 악명 높습니다. 정교한 점프 플레이를 요구하는데, 바닥에 기름칠을 한 듯 떨어지는 일도 잦고, 풍선을 달고 하늘로 날아가는 세이브 포인트는 닭으로 맞추지 못하면 영영 이용할 수 없죠. 물론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룡점정은 마치 플레이어를 조롱하는 듯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입니다. 마지막 구간에서 세이브 없이 죽었을 때, 유쾌하면서도 심기를 건드리는 음악이 들려오는 것만큼 분노가 차오르는 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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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지금까지 게임이 제 손을 떠났던 적이 없었습니다. 늘 옆에서 즐거운 게임 이야기를 전하는 기자가 되고자 합니다.kdyoung1028@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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