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는 100명이 넘는 챔피언,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음에도 게임의 설정을 깊이 파고드는 사람은 적은데, 왜냐하면 운영 초기부터 여러 번 스토리와 배경을 다시 정립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2015년 이후부터는 개편 보다는 내용을 더하는 방식으로 세계관의 확장을 노렸고, 롤의 배경 스토리를 다루는 코믹스나 소설이 제작됐다.
이후 2021년 두 작품 ‘아케인: 리그 오브 레전드’와 게임 ‘몰락한 왕: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가 좋은 평가를 받으며 롤 세계관과 스토리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2023년 국가 ‘데마시아’와 챔피언 ‘사일러스’를 다룬 게임 ‘마력 척결관: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이하 마력 척결관)’가 출시됐다. 과연 롤 스토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게임일지 게임메카가 체험해 보았다.
마력 쳑결관의 스토리와 진행
마력 척결관은 롤 챔피언 중 사일러스의 스토리를 다룬 게임이다. 사일러스는 마법을 탄압하는 국가 데마시아에서 죄인으로 15년 갇혀있다 처형 직전 탈옥한 뒤 혁명 지도자가 된 인물이다. 하지만 롤에서의 대사나 배경 설명 등만 보면 지도자 보다는 복수자에 가깝기 때문에, 어떤 연유로 사일러스가 사람들을 이끌게 되었는지 궁금해 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마력 척결관은 이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작품이다.
게임은 사일러스의 삶을 간략하게 요약한 뒤, 처형식부터 시작된다. 그는 럭스의 마법을 탈취해 식장 주변을 초토화시키고 탈출하며, 이후 마법사 반군 리더 레이라니와 만나 본격적으로 반군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사일러스의 1차 목표는 혁명 이전에 마력척결관에 대한 복수다.
하지만 동료를 모으고 복수를 이루는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희생을 치름에 따라, 사일러스는 개인적 원한을 우선시하는 복수귀에서 마법사의 해방을 위해 혁명을 이끄는 반군의 대장으로 성장하게 된다. 약간의 신파가 함유된 전형적인 전개지만 개연성이 충분하며, 등장하는 동료 캐릭터의 서사도 짜임새 있고, 결론적으로 도트 그래픽 연출이 훌륭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 부분은 좋게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반군의 마스코트, 요들 동료 ‘욥스’가 매우 귀엽다.
하지만, 진행이 단조롭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마력 척결관은 기본적으로 스테이지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스테이지 하나 하나가 전투, 이동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퍼즐도 없고, 이동도 플랫포밍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기 때문에 메인 스토리 진행이 약간 지루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더해서 메인 스토리, 서브 퀘스트 2종을 제외하면 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콘텐츠 부족 역시 단조로움을 더한다.
여담으로, 컷신을 넘기는 기능이 없어서 여러가지로 불편했다. 잘 만들어진 스토리를 보여주길 원하는 것은 알겠지만, 이상한 곳에서 자동 저장되는 세이브와 컷신을 무조건 봐야 하는 시스템이 좋지 못한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오죽하면 보스전을 치루는 시간보다 컷신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서 자주 죽는 최고 난이도를 차마 플레이 하기 꺼려질 정도였다.
그래픽과 원작 구현
마력 척결관의 도트 그래픽은 개발사의 전작 문라이터 만큼이나 훌륭하다. 전체적인 색감이 독특하고 명확하며 동시에 롤과 연관이 있는 것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되어있다.
우선 주인공 사일러스와 그를 축복하는 여신 모르가나의 그래픽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두 캐릭터 모두 사슬과 어둠이 주요 콘셉트이며, 등장인물 모르가나에는 사슬의 이미지를 강화했고 사일러스에는 어둠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원본 롤의 사일러스는 보라색과 밝은 노랑색이 눈에 띄지 않게 섞여있는데 마력 척결관에서는 밝은 노란색과 모르가나를 상징하는 짙은 보라색이 섞인 것 또한 포인트이다.
여기에 더해 게임에 출연하는 챔피언과 이들의 스킬이 도트로 표현되어 색다르게 느껴진다. 모르가나, 자르반, 쉬바나, 가렌, 럭스 등이 보스전에서 적, 혹은 조력자로 등장하는데, 모두 롤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그대로 선보이며, 이런 스킬이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으로 재창조된 모습이 신선하고 동시에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몇 가지 디자인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특정 스킬과 변신 ‘해방된 자‘ 모드 이펙트가 너무 커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다. 또한, 원본 사일러스가 그렇다고 해서 마력 척결관에서도 상의와 신발 실종 패션을 고수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반군의 지도자가 아무리 해방과 자유를 외치더라도 최소한의 품위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심지어 다른 동료들은 다 멀쩡하게 옷 입고 있다.
사일러스로 체험하는 사슬 액션 전투
게임의 핵심은 화려한 도트 그래픽으로 펼쳐지는 전투다. 전투는 크게 마법과 물리공격으로 이루어지는데 사일러스는 롤에서의 설정, 방식과 유사하게 주먹과 쇠사슬, 그리고 적이 사용하는 마법을 복사해 사용하는 것으로 전투를 수행한다.
물리공격은 일반공격, 강공격, 사슬 돌진이 있다. 일반공격은 빠르지만 약하고 사거리가 짧으며, 강공격은 쇠사슬을 느리지만 강력하게 휘두른다. 사슬 돌진은 사일러스의 E 스킬 ‘억압’과 유사하게 적에게 사슬을 걸고 돌진하는 기술이다. 쇠사슬 끌리는 소리, 주먹을 휘두르는 소리와 타격감이 상당히 좋아 적을 공격하는 맛이 있다
또한 사일러스는 적의 스킬을 복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롤에서 궁극기 ‘강탈’과 모션이나 효과가 같다. 마법에는 총 6개의 속성이 있고, 같은 속성끼리는 약한 대미지가, 약점 속성끼리는 더 많은 대미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전투를 좀 더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 한 번이라도 복사한 스킬은 은신처에서 학습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총 24개의 마법이 있다.
마력 척결관 전투의 단점은 반복적이라는 점이다. 스킬이 여러 가지고 타격감이 좋은 대신, 큰 틀에서 변화가 적다. 기본적으로 적에게 근접공격이나 복사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전투의 핵심이다. 새로운 무기를 얻어 전투 방법이 바뀌거나, 획득한 마법을 개조하거나 등의 변화는 없다. 그러므로 시작부터 끝까지 일반공격, 마법복사, 마법사용으로 적을 물리치고 보스와 싸워야 하며 이런 반복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전투 난이도도 높은 편은 아니다. 이유는 전투가 편하도록 약점 속성의 적을 무조건 필드에 같이 배치해주는 게임의 구성 때문이다. 적이 근접 저항력이 높거나, 까다로운 스킬을 사용한다면 주변 약점 속성의 적의 스킬을 복사해 쉽게 적을 제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의식적으로 전투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적어 비슷한 전투를 반복하게 된다.
보스전의 경우는 롤 챔피언에 맞는 공격, 화려한 모션과 이펙트, 그리고 적절한 패턴과 판정으로 다채로운 전투를 즐기게 해주지만, 이마저도 지나치게 우수한 회피 성능 때문에 약간은 빛이 바랜다. 보스를 처음 만나면 어렵게 느껴지고 도전의식이 불타지만, 패턴이 조금만 눈에 익으면 우수한 회피를 연속으로 사용해 모든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어 공들여 만든 전투가 퇴색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군 은신처의 디테일
주인공 사일러스가 반군의 일원인 만큼 마력 척결관에는 반군 거점이 존재한다. 메인 스토리도 해당 거점에서 사일러스가 미션을 받고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거점에는 동료와 이단 마법사들이 있으며, 동료와 대화를 하거나 사일러스의 능력치를 강화하고 마법을 배울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반군에 가담할 마법사들을 영입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건물이 업그레이드 되고 더 많은 장소들이 개방되며 더 은신처가 더 북적이게 변한다. 또 메인 스토리를 클리어하다 보면 반군의 일원들이 하는 대화 내용이 계속해서 바뀐다. 예를 들어 ‘기드온’을 동료로 영입하고 나면 은신처의 마법사들이 마력 척결관을 영입했다며 불만에 찬 목소리를 낸다.
또 메인 스토리와 서브 퀘스트에 지역에는 귀여운 ‘은빛날개 짹짹이(새끼)’가 숨어있는데, 이들을 구출할 때마다 은신처에 짹짹이가 추가된다. 게임의 수집요소, 세계의 변화가 은신처에도 고스란히 적응되는 것은 분명 작은 부분이지만, 이런 디테일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점은 게임의 장점이며, 동시에 개발사의 훌륭한 기획력에 대한 증명이라 할 수 있다
마력 척결관은 롤을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추천할 정도로 매력적인 타이틀은 아니다. 롤을 알지 못하면 게임의 장점인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고, 모르가나 등이 등장하는 전개를 개연성이 없다고 생각 할 것이다. 또한 원작에서 등장하는 캐릭터가 마력 척결관에 등장했을 때 설렘이나 반가움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롤을 해왔고, 스토리와 설정에 관심이 있던 플레이어에겐 매력 포인트가 있는 게임이다. 마력 척결관은 롤 세계관 데마시아라는 국가와 연관 인물의 스토리를 많이 다루며 동시에 확장하고 있다. 또한 각 챔피언과 스킬이 도트 그래픽으로 재구성 된 모습이 매력적이고 색다르기 때문에 롤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게이머에겐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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