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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맞춤형 정책으로 신흥 시장 잡은 크래프톤 인도 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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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인구 1위 국가가 중국에서 인도로 바뀌었다. 인도는 비단 인구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개발도상국이기에, 그 잠재력을 본 많은 글로벌 업체들이 신흥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뛰어들어 성과를 냈다.

그러나, 게임업계에서는 아직 인도에 발을 들여놓은 회사가 드물다. 5~6년 전만 해도 인도에는 자체적인 게임산업이라는 것이 사실상 없다시피 했으며, 해외 콘솔이나 PC게임, 인프라 등을 수입해 배급하는 정도가 거의 전부였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인도라는 거대 시장 규모를 놓고 보면 그리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2016년 이후 중저가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확산되며 인도에서도 모바일게임을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바야흐로 인도에도 본격적인 게임산업이 발돋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인도 게임산업의 중심에는 인도 국민 게임으로도 불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있다. 크래프톤은 일찍부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통해 인도 시장의 파워와 잠재력을 알아차렸으며, 인도 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에서 시장 개척과 관리에 힘써 왔다. 다만, 문화적 특색이 유독 강한 인도 시장에서는 기존의 글로벌 성공법칙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초대 인도 법인장인 손현일 대표 역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수많은 시도를 통해 다양한 노하우를 몸소 체득한 케이스다.

크래프톤 인도 법인 손현일 법인장 (사진제공: 크래프톤)
▲ 크래프톤 인도 법인 손현일 법인장 (사진제공: 크래프톤)

인도, 결코 만만치 않다

손 법인장은 인도 법인장을 맡게 된 경위에 대해 6년 전 펍지 CFO로 크래프톤에 합류한 이후 인도 쪽 투자에 관심이 많았으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서비스 당시에도 인도 쪽 지표를 눈여겨 봐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8~2019년부터 인도 쪽 핵심 성과지표가 잘 나와서 놀랐다. 매출이 바로 따라오진 않았지만, 유저 트래픽이나 리텐션 등이 엄청나게 높았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여기에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역시 2017년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도 출장을 다녀오며 인도라는 지역에 매력을 느껴, 크래프톤 내부적으로 인도 진출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결정적으로 인도 법인이 설립된 것은 2020년 인도와 중국 간 외교적 마찰로 인해 양국이 무력충돌까지 벌이는 와중, 인도 전역에서 틱톡을 비롯한 중국 앱들이 모두 서비스를 중지당한 사건이었다. 당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중국 회사인 텐센트가 퍼블리싱 하고 있었기에, 여기에 휘말리고 말았다. 이를 재개하려는 과정에서 BGMI라는 이름으로 직접 퍼블리싱 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고, 이는 곧바로 인도 법인 설립까지 이어졌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11월 인도 법인을 설립해, 직원 고용부터 시작해서 이듬해 7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이하 BGMI)’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재개하기까지 인도 법인의 활약이 컸다.

실제로 BGMI는 당시 인도 정부에서 서비스를 중지당한 앱 중 유일하게 재개된 사례다. 인도 법인 설립 초기라 대관업무 담당 조직도 없이 법무 담당자를 통해 인도 정부와 소통을 하는 등 지금 보면 아주 원활하다고 평가하긴 어려울 지라도 최선의 노력들이 뒤따랐다. 결국 BGMI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재개하고 매출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여기서 끝난다면 그저 한 차례 부침을 겪은 정도겠지만, 인도 시장은 정말이지 만만치 않았다. 1억 다운로드 등의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하던 BGMI는 또 다시 암초를 만났다. 2022년 7월 또 다시 임시 정지명령을 받으며 겨우 서버만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업데이트나 수익 창출 등이 모두 금지됐기에 크래프톤 인도 법인 입장에선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BGMI (사진제공: 크래프톤)
▲ BGMI (사진제공: 크래프톤)

정지 명령 전 어떤 뚜렷한 징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손 법인장은 “지금 보면 몇 가지 우리와 연결될 징조라고 할 만한 것이 있었던 것도 같다. 예나 지금이나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수많은 압력이나 민원이 인도 정부를 향해 제기되고 있는데, BGMI가 임시 정지 명령을 받을 때 그런 민원들이 조금 더 많았던 것 같다. 다만, 지금 생각하니 연결고리가 있다 정도일 뿐, 당시에 알아채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지 명령에 대해 사전에 예고해 주진 않는다”라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해당 정지는 10개월 후에서야 풀렸다. 손 법인장에 의하면 인도 당국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산업 초기에 흔히 보이는 ‘명확하고 구체적이지 못한 규제 기준’이었다. 이는 국내 게임산업 초창기에도 마찬가지였던 문제로, 이제 막 발돋움하기 시작하는 인도 게임산업의 필수적인 진통과도 같았다. 손 법인장은 이에 대해 “게임사업과 관련된 법률과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서비스 재개에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올해 5월 서비스를 재개하며 하이 레벨에서는 정지 명령 전 지표나 성과를 거의 회복한 상태다. 제 입장에선 한 시름 놨다는 기분이 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2023년 하반기, 현재 인도 게임시장 분위기는?

그렇다면 BGMI 서비스가 재개된 지 4개월이 지난 현재 인도 게임시장 분위기는 어떨까? 일단 대외적으로 전해진 내용 중 하나는 인도 정부가 전반적인 게임산업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예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6월 인도 기술개발 및 기업활동부 장관인 라지브 칸드라세카가 “도박 요소가 있거나, 해악을 끼치거나, 중독성 있는 모든 게임은 금지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게임이 규제에 적합한지를 판단할 자율규제단체가 설립될 예정이고, 그 전까지 정부가 직접 게임 적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여기에 일부 지역에서 스팀 접속이 차단되고, ‘온라인게임에 대한 세율이 28%로 치솟았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인도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관측들이 줄을 이었다.

다만, 이에 대해 손 법인장은 사실과는 조금 다르게 와전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실제 현금을 게임에 지불하고 승부 결과에 따라 돈을 받아가는 이른바 ‘리얼머니 게임(RMG)’에 대한 단속과 세율이 강화됐을 뿐, 부분유료화 요금제를 사용하는 BGMI와 같은 일반적인 온라인게임에 대해서는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이유에 대해 묻자 손 법인장은 “인도에선 온라인게임이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사용되는데, 일각에서는 ‘온라인게임=리얼머니 게임’처럼 부르기도 한다. 최근 인도 정부가 도박성 게임과 일반 게임을 구분하기 시작하며 혼선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적인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특정 단체에서는 아직도 다 같은 게임이라는 편견이 있으며, 국내나 글로벌과 마찬가지로 게임 과몰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는 게임업체로서 매번 마주해야 할 주제지만, 최근 인도 게임산업 전반적으로 부정적 동향이 생각처럼 크진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도 시장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손현일 법인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인도 시장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손현일 법인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현재 인도 게임시장은 BGMI를 필두로 한 슈터 배틀로얄과 인도식 고포류라 할 수 있는 카드 기반 보드게임, 인도 전통 윷놀이라 비유할 수 있는 주사위게임 ‘루도’ 등에 치우쳐 있다. 배틀로얄의 경우 직관적인 게임성에 힘입어 BGMI가 시장을 선도하며 메인 장르로 치솟았고, 나머지는 예전부터 인도 국민들이 오프라인으로 플레이하던 보드게임 장르를 디지털 게임으로 바꾼 경우가 많다. 이처럼 편중된 장르 선호도는 인도 게이머들이 비교적 최근에서야 스마트폰을 통해 게임이라는 문화를 접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바꿔 말하면 배틀로얄처럼 다른 장르들이 파고들 수 있는 틈새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래프톤 인도 법인 역시 BGMI에만 올인하지 않고 이 같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도를 병행 중이다. RTS 장르인 로드 투 발러 등 다양한 장르 게임을 현지화해 소개한다거나, 누구보다 현지 문화에 정통할 스타트업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등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엔 향후 2~3년간 인도 게임, 기술, 콘텐츠 시장에 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2,008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미래 크래프톤 성장 동력의 한 축이 되기 위한 밑바탕 다지기에 한창이다.

활발히 진행 중인 BGMI e스포츠 역시 이러한 투자와 개척의 일환이다. 앞서 BGMI에 대해 ‘인도 국민게임’이라고 소개했는데, 실제로 인도에서는 상관 없는 분야의 가게(식당, 카페 등)들에도 ‘배틀그라운드’나 ‘PUBG’ 같은 간판을 다는 등 그 열기가 매우 높다. e스포츠 역시 매년 2~3개 공식 경기가 열리는데, 인도 내에만 프로팀이 1,000개가 넘을 정도로 성황이다. 현재 진행 중인 BGMI 시리즈 2023(BGIS)의 경우 256개 프로팀과 온라인으로 선별된 아마추어 팀들이 섞여 대회 중이며, 10월 14일~15일에 그랜드 파이널이 개최된다. 시청 시간이나 수치 등은 전세계 글로벌 e스포츠 이벤트를 통틀어서도 순위권에 들 정도로 팬이 많다. e스포츠라는 개념에 대해 초기부터 접근해야 하는 인도 시장 특성 상 OTP 스포츠 중계 섹션이나 스포츠 관련 공중파/위성 채널에 송출을 시작하는 등 정말 바닥부터 다져나가는 중이지만, 인도 e스포츠 산업을 키워나간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투자를 진행 중이다.

BGMI 한국 vs 인도 친선전 (사진제공: 크래프톤)
▲ BGMI 한국 vs 인도 친선전 (사진제공: 크래프톤)

오는 10월 26일 인도 델리에서 개최되는 BGMI 인도-한국 인비테이셔널 친선전도 e스포츠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한 걸음이다. e스포츠 직관이 일상적이지 않은 인도 현지에 뜨거운 반응을 이끌고,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가 한국 식음료를 맛보는 체험존 등을 운영해 게임 외적인 양국 문화 교류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최근 주한 인도 대사가 크래프톤을 격려차 방문한 데는 이러한 크래프톤 인도 법인의 노력을 인도 정부에서도 눈여겨 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앞으로의 인도, 앞으로의 크래프톤 인도 법인

현재 인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게임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앞두고 있다. 14억 명으로 추산되는 인도 인구 중 스마트폰 보유자가 7억 명이기에 수많은 잠재 유저층이 남아 있으며, 매년 17% 급성장하는 시장 규모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그러나 구매력이 충분한 유저층을 뽑는다면 숫자는 급격히 줄어든다. 크래프톤 인도 지사가 추정하는 타겟 유저는 약 8,000만 명에서 1억 명 정도다.

이러한 유저층에 대해 크래프톤 인도 법인은 지난 몇 년간 축적된 경험치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손 법인장의 설명에 의하면 인도라는 나라가 워낙 넓고 지역에 따라 언어와 종교, 교육과 소득 수준까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이나 채널에서 특정 언어로 진행하는 포커스 그룹 테스트는 자칫 틀린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여기에 동아시아나 서구권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인도 특유의 문화도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하며, 한국이나 글로벌에 비해 게임 룰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주요 주의사항으로 꼽힌다.

다양한 문화와 인종, 언어, 종교가 뒤섞여 있는 인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다양한 문화와 인종, 언어, 종교가 뒤섞여 있는 인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앞으로의 인도가 십수년 전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급성장을 거듭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게임시장이 될 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크래프톤 인도 법인과 손 법인장은 ‘이 정도 큰 규모를 가진 나라 중 이 정도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역은 인도 뿐’이라는 생각으로 선도적으로 인도에 뛰어들었다. 인도 정부 당국과 긴밀한 소통을 기반으로 ‘현지화가 잘 된 글로벌 퍼블리셔’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과연 크래프톤의 미래 재정 보고서에 인도 시장 매출 비율이 얼만큼이나 성장할 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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