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지순례의 Ryunan 인사드립니다. 전 이번에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꽤나 재미난 전시회를 보고 왔는데요, 만화 원작으로 게임도 몇 건 나왔고 각종 게임에 컬래버 형태로도 등장한 '도박묵시록 카이지(정발명)' 특별전입니다. 굉장히 독특한 경험이었던 터라 여러분들께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도쿄 츄오완행선 스이도바시역에서 내리면 도쿄에서 콘서트 등 각종 큰 행사가 열리는 명소인 도쿄돔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 도쿄돔 옆에 '갤러리 아모(Gallery AaMo)' 라는 전시 공간이 있어요.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이 곳입니다.
일본의 초인기(?) 만화 '대 도박묵시록 카이지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1996년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연재 중인 작품으로, 단행본 수만 무려 80권에 달하는 작품입니다. '술렁술렁(자와자와)'이라는 유명한 효과음을 비롯해, 달군 철판 위의 사죄, 지하 노역소,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등 국내에서도 수많은 유행어와 밈을 만들어 냈습니다. 참고로 이 전시회는 지난 5월 12일까지 열리고 종료되었는데요, 미처 방문하지 못 한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그 때 분위기와 전시 내용을 기사로나마 전달하고자 합니다.
사전 예약을 한 뒤 일본 어디에나 있는 패밀리마트 편의점에서 티켓을 출력했습니다. 한국에선 낯선 시스템이지만, 일본에선 다양한 행사 티켓을 이렇게 편의점에서 출력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입장료는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카이지를 어떻게 안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
전시회 입구로 들어가기 전, 모든 방문객들은 재미있는 게임을 하나 하게 됩니다. 바로 카이지 '지하 노역장'에서 반장과 함께 하는 도박인 '친치로'입니다. 주사위가 해당되는 패에 맞춰 나오면 선물로 지하 노역장의 화폐인 '페리카' 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제일 좋은 족보인 1-1-1패가 나올 경우 5,000페리카! 가장 낮은 족보는 1,000페리카를 받을 수 있고 위에 적혀있는 패가 안 나올 경우 꽝이라고 하는군요.
그릇에 담겨 있는 세 개의 주사위까지 작품 내의 소품을 완벽히 재현하였습니다. 주사위를 들고 그릇 안으로 주사위를 던졌는데, 운 좋게도 당첨되어 효도 카즈타카의 얼굴이 새겨진 '1,000페리카' 를 경품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만화에서나 보던 화폐인 페리카를 이렇게 실물로 보니 느낌이 색다르네요. 이 화폐는 전시장 안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기념으로 가지면 됩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우리를 맞이해주는 건 당연하겠지만 주인공 이토 카이지! 원작자 후쿠모토 노부유키 작가가 직접 그린 카이지전을 축하하는 축전 원화도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공간을 지나가면 이제 본격적인 전시회장에 돌입하게 됩니다.
'대 카이지 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라며 누군가 우리를 맞이해주고 있습니다.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의 술렁거리며 울부짖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왠지 들어가선 안 될 지옥에 발을 들인 것 같네요. 제애그룹의 2인자, 토네가와 유키오의 실물 인형이 위압감넘치는 표정으로 전시회에 찾아 온 우리를 맞이해주고 있었습니다. 스핀오프 만화 '중간관리록 토네가와'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 분 맞습니다.
전시는 카이지 원작 만화 스토리라인에 따라 진행됩니다. 당연히 첫 번째 스토리는 '묵시록' 부분의 1부, '희망의 배'에서 벌어진 한정 가위바위보 편입니다. 벽에 판넬로 만화 원작의 주요 내용들과 함께 줄거리를 표기해 놓았기에, 만화를 봤던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원작 내용을 곱씹으며 전시에 몰입하게 됩니다. 벽의 '술렁술렁(자와자와)' 하는 효과음이 유독 눈에 띄는군요. 작품 내에서 최고로 유명해진 유행어죠.
단순 판넬 전시만 있는 게 아니라, 곳곳엔 포토 존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게임에서 진 사람들이 옷이 전부 벗겨진 채 절망하는 장면을 3D 입체 포토 존으로 재현해 놓았는데, 저 안으로 들어가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수가 오는 전시공간이기 때문에 옷을 벗어선 안 되지만요.
두 번째는 '브레이브 맨 로드' 라는 이름의 인간 경마 게임. 예선, 본선 두 번에 걸쳐 진행되는 이 게임은 예선의 경우 4~5미터쯤 되는 높이에 놓인 철골을 건너면 되는 단순한 방식의 게임이지만, 본선으로 가면 건물과 건물 사이 지상 74미터 높이의 철골을 건너는 죽음의 게임으로 변모합니다. 게다가 철골에 전류가 흘러 붙잡을 경우 감전되어 바로 떨어지는 등 악의가 가득하죠. 안전한 창문 너머에서 이를 키득대며 바라보는 부유층들의 모습 또한 충격적입니다. 참고로 이 게임은 VR 초기에 오큘러스 게임으로도 나온 적이 있지요.
당연히 이 철골도 포토 존으로 전시해 놓았습니다. 철골 위에 올라가 넘어질 것 같은 포즈를 잡으며 기념 사진을 찍는 것이지요. 물론 추락한다고 죽거나 다치지 않으니 여유있게 사진을 찍으면 되겠지만 다들 여기서 기념사진을 찍을 땐 당장에라도 넘어질 것 같이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제애그룹의 총수이자 이 만화의 최종보스라 할 수 있는 효도 카즈타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겉보기엔 침이나 질질 흘리고 인상 고약한 노망 할아버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작품의 최종 흑막입니다. 일반인의 몇 배나 되는 통찰력과 생각, 그리고 비정한 성격으로 작품 내에서 엄청난 포스를 자랑하는 인물입니다.
다음은 제애그룹의 토네가와 유키오와 카이지가 직접 1 대 1로 대결한 E카드 편입니다. 황제, 시민, 노예의 세 가지 카드를 이용하여 서로 대결하는 게임으로, 카이지는 이 게임의 속임수를 간파하여 토네가와에게 이기기 위해 자신의 귀를 잘라버리는 초강수를 두어 토네가와에게 승리합니다. 그 후 작품 내에서 역대급 전설이 된 '달군 철판 위의 사죄(야키도게자)' 라는 것이 나오게 됩니다.
달군 철판 위의 사죄를 위한 철판이 실제 전시장에 재현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그 위서 토네가와와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채 절을 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손과 머리가 닿는 부분에 버튼이 설치되어 있고, 이를 누르면 주변으로 연기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 모습이 마치 진짜 철판 위에 올라가 몸이 노릇노릇 익는 것처럼 연출되어 더 실감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시장 내에서 유일하게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곳이기도 합니다. 실제 전시장 전체에선 사진 촬영은 되지만 동영상 촬영은 불가능합니다.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카이지 원화 전시장으로 이어집니다. 이 전시장에서는 원작 연재 당시 사용됐던 원화가 액자에 담겨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 당시엔 디지털 작업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때라 실제 원고용지에 펜으로 그림을 그린 뒤 스크린톤을 붙여 마무리한 것을 전부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게 특징. 식자 작업이라고 하여 대사까지 말풍선 위에 인쇄하여 붙여놓은 걸 전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 게임은 지하 친치로. E카드에서 토네가와에게 이긴 카이지는 이후 제애그룹 총수인 효도 카즈타카와 '티슈상자 제비뽑기' 라는 게임을 하였으나, 여기서 크게 지는 바람에 다시 엄청난 빚과 함께 제애그룹 지하 노역장에 끌려오게 됩니다. 그 곳에서 반장 오오츠키와 친치로 도박을 하게 되는데요, 당시 사기를 쳐서 돈을 끌어모으던 오오츠키의 사기 계략을 밝혀내어 그에게 크게 이긴 뒤 오오츠키가 모은 전재산 1,774만 페리카를 손에 쥐게 됩니다. 이 게임의 경우 도박에 사용된 돈이 엔화가 아닌 지하 화폐인 '페리카' 를 사용하는데, 아까 제가 받은 그 돈 맞습니다.
이 곳에도 포토 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다미방이 깔린 지하 노역장의 휴게 공간에서 손에 페리카를 쥐고 도박을 하는 반장, 오오츠키의 모습이 실감나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오오츠키만 입체 인형, 그의 측근인 누마카와, 이사와는 그냥 흑백 판넬로 세워져 있는 것이 대비되네요. 참고로 오오츠키는 당시만 해도 그저 그런 악역에 불과했으나, 훗날 스핀오프작 '일일외출록 반장'이 나오며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해 지금은 카이지보다도 오히려 인기가 높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다음은 아마 도박묵시록 카이지라는 만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까지 보고 하차했을 거라 생각하는 '늪' 편입니다. 늪은 도박묵시록 카이지에 등장하는 파칭코 게임으로, 제애그룹에서 운영하는 비밀 카지노 안에 있습니다. 구슬 한 개가 무려 4,000엔(한화 약 3만 5,000원)이나 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자랑하는 파칭코로, 앞서 사람들이 넣은 구슬을 당첨자 1인이 몽땅 쓸어가는 시스템입니다. 작중의 경우 5억 5천만엔(한화 약 48억 원)의 구슬이 쌓여 있었습니다. 지하 노역장에서 외출권을 얻어 지상으로 올라온 카이지가 이 파칭코를 통해 결국 모든 빛을 청산하게 되는 게 '늪'의 주요 스토리입니다.
그 '늪' 파칭코도 그대로 재현이 되어 있습니다. 파칭코 기기 아래의 수많은 4,000엔짜리 구슬, 그리고 그 옆의 파칭코 대박이 터진 당첨자들의 액자까지. 만화에 나오는 것을 그대로 재현시켜 놓은 것이 특징입니다. 일정 시간마다 이 늪이 작동하는 연출도 보여주는데 실제 구슬이 저 안을 오가는 건 아니고 그냥 기기가 번쩍이며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는 게 전부입니다. 사실 저 기기에는 당첨을 막는 갖가지 술수가 적용돼 있지만, 그것까진 재현되지 않았겠죠?
늪에서 대박이 터져 엄청난 금액을 쥐었던 순간은 카이지 만화 역사상 최고로 통쾌한 순간으로 다들 기억하고 있지요. 어쩌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여기까지 만화를 보고 하차했기 때문에 아예 엔딩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늪 편의 최종보스였던 카지노의 운영자 이치죠 세이야와 카이지가 서로 노려보며 기싸움을 하고 있는 포토 존을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카이지에 나오는 캐릭터가 워낙 개성적인 그림체인지라 이렇게 입체로 재현해놓으니 만화 이상으로 엄청나게 현실성이 느껴지는 게 특징. 당장에라도 움직이며 뭐라 대화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다음 게임은 지뢰 게임 17보.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여기서부터 마작 룰을 몰라 하차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마작을 변형시킨 2인용 마작입니다. 이 곳의 최종 보스는 무라오카 타카시라는 인물로, 사기도박을 일삼는 제애그룹의 사기꾼입니다. 카이지가 지하를 탈출할 때 함께 구제해줬던 제애그룹 지하노역장의 동료, 미요시와 마에다를 배신하게 만든 인물이기도 하지요. 이 게임의 경우 마작의 룰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사람들만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전편과 달리 대중적인 인기를 얻진 못했습니다. 심지어 내용도 굉장히 길어져서 국내 카이지 독자층이 빠르게 감소했죠.
이 곳에도 지뢰 게임 17보 게임이 전시되어 있어 실제 게임을 어떻게 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는 포토 존으로 마련되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이런 게임이었다... 라는 재현 뿐. 실제로 만지면서 플레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음 게임에서는 제애그룹 회장인 효도 카즈타카의 아들, 효도 카즈야가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그가 아버지의 후광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모습을 직접 나타낼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길을 선택하여 직접 쓴 소설 '사랑보다도 검' 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게임을 다루고 있습니다. 게임의 내용은 해적 룰렛을 연상시키는 데스 게임으로, 인물 두 명을 상자 안에 결박한 뒤 14곳의 구멍을 만들어 그 중 9군데를 철판으로 막고 나머지 다섯 군데엔 실제 칼이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한 뒤 칼을 순서대로 찔러넣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게임입니다. 소설 속 가상의 게임이라고 하지만 나중에 실제 있었던 게임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됩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이자 효도 회장의 아들인 효도 카즈야는 당시 일본에서 엄청 인기를 모았던 한류스타인 배용준 '욘사마'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캐릭터라고 합니다. 그래서 머리스타일부터 얼굴 느낌까지 배용준과 상당히 유사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 물론 실제 잘 생기진 않았습니다.
이 게임 역시 실제 게임 모형을 똑같이 전시해 놓았습니다. 저 판넬 안으로 들어가 숫자가 써 있는 칼집에 칼을 넣는 방식인데요, 그나마 6, 7번은 양쪽 무릎 부분이라 칼에 찔려도 크게 부상을 입을 뿐 사망하진 않지만 위의 다섯 개 구멍은 급소와 연결된 부분이라 어느 한 쪽이 칼에 찔려도 즉사하거나 서서히 죽도록 만들어진 것이 특징입니다.
다음 게임은 '구출' 이라는 게임. 이 게임의 경우 특이하게 카이지가 직접 참가하는 게임이 아닌 회장 효도 카즈타카와 카즈야와 함께 관전만 하는 내용입니다. 우정확인 장치를 통해 '자신의 목숨을 걸 정도의 우정'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실험해보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죠. 세 참가자가 타인과의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음악이 나오는 헬멧을 착용한 후 플레이하는 게임으로, 실패할 경우 머리에 쓰고 있는 헬멧이 서서히 압축되어 사망하게 됩니다. 작중에선 다행히도 사망자 없이 게임이 끝나게 됩니다.
이 게임도 실제로 앉아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는 포토 존이 존재합니다. 헬멧은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고 그냥 게임을 진행하는 의자에 앉아 어떤 분위기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지 가볍게 체험해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 게임 다음은 '원 포커' 편으로, 카이지와 효도 카즈야의 20억엔(한화 약 175억원)을 건 트럼프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경우 룰은 쉽지만, 카이지에 등장한 각종 도박 중 가장 평가가 박하고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린 졸작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질질 끄는 심리 묘사가 반복돼 진행이 엄청나게 느리고 답답해졌기 때문입니다. 스케일은 어마어마하게 커졌지만 독자 반응은 그에 따르지 못했던, 비운의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은 현재 연재 중인 24억 탈출편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앞서 소개한 원 포커를 통해 총 24억을 획득한 카이지 일행이 제애그룹의 눈을 피하는 도주극입니다. 도박이 주요 스토리가 아니란 점에서 기존의 카이지와는 상당히 이질적인 내용인데요, 원 포커에서의 지지부진하고 느린 전개와 달리 굉장히 빠르게 스토리가 진행되는 점이 특징입니다. 다만 이 작품도 후반으로 갈수록 늘어지기 시작하여 전편의 원 포커만큼이나 지지부진한 스토리 진행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말이지요.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현재 24억 탈출편이 진행 중이며, 80권을 마지막으로 2023년부터 장기간 휴재에 들어가 현재 약 1년 가까이 연재 중지 상태입니다. 언제 재개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스토리 본편에 대한 전시는 여기까지, 24억 탈출편을 지나면 그 뒤엔 카이지의 스핀오프작을 다룬 전시 공간이 나옵니다. 카이지의 인기에 입어 원작 속 주요 빌런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작이 총 세 개 나왔죠. 맨 위부터 각각 '중간관리록 토네가와', '일일외출록 반장', 그리고 '상경생활록 이치죠'입니다.
각각 제애그룹의 토네가와, 지하노역장의 오오츠키, 제애그룹 파칭코의 이치죠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작으로, 본편의 설정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본편와 스토리 공유를 하지 않는 완전히 다른 스토리로 전개되는 게 특징이지요. 이 중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진 건 토네가와지만, 실제로 가장 큰 인기를 얻으며 장기 연재 중인 만화는 '일일외출록 반장'입니다. 이 두 작품의 경우 애니메이션화까지 진행되며 본편보다 더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일일외출록 반장의 경우 굉장히 훈훈하고 밝은 힐링물로 사랑받고 있기에,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경생활록 이치죠에 나오는 제애그룹 카지노의 점장, '이치죠 세이야' 의 모습. 파칭코에서의 간악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굉장히 밝은 표정이 이게 정말 같은 만화가 맞나? 하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이 작품들은 원작을 기반으로 하여 다른 스토리작가와 다른 작화가가 그린 완전 별개의 작품이지만요. 그래도 원작자 감수는 받았으니 완전히 관련이 없는 작품은 또 아닙니다.
전시 공간 후에는 기념품 샵과 연결되는 공간이 나옵니다. '이런 그림체와 캐릭터들에게 어떻게 상품이 나올 수 있냐!' 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생각 이상으로 많은 기념품들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랜덤으로 뽑을 수 있는 캔 뱃지부터 시작하여 아크릴 피규어, 제애그룹 지하노역장의 빈약한 식사를 배경으로 한 테이블보, 각종 클리어 파일과 스티커, 심지어 제애그룹 지하노역장의 1일 외출권 모양으로 만든 카드 케이스까지. 무려 50만 페리카의 가치가 있는 물건이군요! 저는 여기서 아크릴 피규어를 구매했습니다.
기념품샵을 지나면 밖으로 나가는 길이 나옵니다. 완전히 나가기 전, 기념품샵에서 4,000엔 이상을 구매한 방문객들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이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티슈상자 제비뽑기입니다.
카이지와 효도 카즈타카가 1 대 1로 맞붙었던 제비뽑기 도박을 한 판 즐길 수 있습니다. 방법은 지극히 간단합니다. 티슈 통에 들어있는 수많은 제비 중 당첨 제비가 들어있는 O가 인쇄된 제비를 뽑으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기회는 단 한 번이라, O제비를 뽑지 못하면 바로 꽝입니다. 원작에서는 티슈상자 옆면 틈새에 당첨 제비를 끼워놓았는데요, 필자도 그걸 떠올리고 박스 안쪽 측면을 손가락으로 긁어 봤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직원이 알아차린 듯 웃음을 터뜨렸는데요, 아쉽게도 거기 당첨 제비는 없었습니다. 필자는 결국 꽝을 뽑아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30년 가까이 연재되며 수많은 유행어와 밈을 탄생시키며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수많은 매체로 재해석된 도박묵시록 카이지. 그 역사를 충실히 담은 이번 전시회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였습니다. 실제 게임에 사용했던 도구나 배경이 충실하게 재현되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체험해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언젠가는 이 전시회가 한국에서도 열릴 수 있길 바라며 이번 성지순례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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