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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로 다가온 게임 질병코드, 거세지는 도입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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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하는 사람 (사진출처: 픽사베이)

2019년에 게임업계와 게이머가 동시에 들고 일어난 일이 있었다. 2019년에 WHO가 국제질병분류(이하 ICD)에 게임 이용장애를 추가한다고 결정하고, 이를 국내에 도입하려는 논의가 활발해지자 이에 대한 찬반논쟁이 격렬해진 것이다. 업계, 소비자, 학계 등에서 의견이 엇갈렸고 정부부처 사이에서도 의견이 합쳐지지 않았다. 이에 국무조정실에서 관계자를 모두 모은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여기서 국내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현재 게임 질병코드는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9년 당시에도 통계청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이하 KCD)는 5년마다 개정한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 개정 시점은 2020년 7월이며, 5년 뒤는 2025년 7월이다. KCD 개정이 다가오며 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7월 들어 관련 행사가 부쩍 늘어난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3월에 WHO가 공개한 진단가이드의 ‘게임 이용장애’

▲ WHO가 3월애 발갠한 ICD-11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 진단가이드 표지 (자료출처: WHO 공식 홈페이지)

주요 동향은 지난 3월에 발견됐다. 시작은 게임 이용장애를 ICD에 등재한 WHO다. WHO는 지난 3월 8일(현지 기준) ICD-11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 진단가이드(CDDR)을 발간했다. ICD에 포함된 장애 및 질환의 증상과 진단기준 등을 담은 가이드라 할 수 있다. 여기에도 게임 이용장애는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게임 이용장애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고, 상위에 제시된 3가지가 장기간 모두 나타나야 한다.

-게임 행동(시작∙빈도∙강도∙지속시간∙종료)에 대한 통제력이 저하됐다.
-게임이 다른 삶의 관심사나 일상활동보다 우선시된다.
-부정적인 결과(게임 행동으로 인한 가족갈등∙낮은 학업성적∙건강악화)에도 불구하고 게임 행동이 지속되거나 확대된다.
-게임 행동 패턴은 연속적, 간헐적, 반복적일 수 있으나 장기간(예시: 12개월)에 걸쳐 나타난다.
-게임 행동은 다른 정신장애(조울증)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물질과 약물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다.
-게임 행동 패턴이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또는 기타 중요한 영역에서 심각한 고통이나 장애를 초래한다.

▲ CDDR에 게재된 게임 이용장애 진단 기준 (자료출처: WHO 공식 홈페이지)

이 가이드라인에는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 게임 이용장애라 진단하면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남성 청소년과 같은 특정 연령 및 집단이나, 휴일에 모여 게임을 집중적으로 하는 특정 상황에 대해서는 또래집단이나 문화적인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게임 장애는 일반적으로 약물 사용 장애, 기분 장애, 불안, 공포 관련 장애, 주의력행동결핍장애(ADHD), 강박장애, 수면 장애와 함께 발생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게임 이용장애와 공존질환, 같이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찬성하는 측도 게임이 중독을 일으킨다는 논리에서는 벗어났다. 대신에 게임은 중독물질이 아니지만, 게임 이용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 어려운 사람이 있고, 이들을 돕기 위해 체계적인 진단 및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WHO 가이드라인에 포함되어 있듯이 게임 이용장애와 ADHD, 우울증과 같은 다른 정신질환과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 국내 보도를 찾아보면 “게임중독 증상이 있는 10명 중 9명이 ADHD, 우울증, 조울증 등의 질환이 동반될 수 있다” 등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이 다뤄진 병은 ADHD다. 이 질환을 가진 경우 충동 조절을 관장하는 전두업에 문제가 있어 중독에 취약하고, 게임 과몰입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ADHD와 게임 과몰입의 연관성에 대해 국내 게임 이용자를 4년간 종단연구한 한덕현 교수는, 게임 과몰입과 ADHD는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게임 과몰입이 ADHD를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한덕현 교수는 “기침을 예로 들면, 기침은 증상이지만 기침이 나는 원인은 감기·폐렴 등 여러 가지다. 게임은 ‘기침’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지난 5일 열린 게임 이용장애 국제 세미나에서 4년간 연구 결과를 발표 중인 한덕현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울러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은 혼자서 마음을 먹는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약물, 행동 외 새로운 치료방법으로 경두개 직류전기자극(tDCS)을 조명하고 있다. 두피에 2개 이상 전극을 놓고 약한 직류전기를 흘려 뇌 기능을 정상화하는 치료 방법이다.

실제로 5월 9일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 연구팀은 ‘인터넷 게임 중독 증상’이 있는 20대 남성 22명을 대상으로 한 경두개 직류자극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게재한 바 있다. 다만 이 치료는 현재 비급여라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가정용 기기도 있지만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 경두개직류자극을 '인터넷 게임중독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가톨릭대학교 김대진 교수팀 (자료출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상건강증진센터 공식 홈페이지)

마약, 도박, 스마트폰, 살인사건과 같이 언급되는 게임

게임을 둘러싼 언급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청소년 마약, 청소년 도박, 청소년의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 등 청소년에 관련한 문제를 지적한 보도에서 게임은 그 이슈의 핵심이 아님에도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약 예방에 초점을 맞춘 활동에서 인천교육청관계자가 “중독(약물, 마약, 게임, 도박, 흡연, 음주 등)은 학생의 학습 결손으로 이어진다”라고 언급하거나, 흡연(액상담배)∙마약∙게임까지 3가지 중독과 관련된 정책토론회를 연다면서, 정작 게임 이야기는 없고 불법도박만 거론된 경우다. 

특히 도박의 경우 불법 토토, 바카라처럼 명백한 도박임에도 ‘게임’이라 언급되고 있다. 국민통합위가 지난 6월에 연 도박 극복프로젝트 특별위원회에서 김한길 위원장은 “초등학생들이 온라인게임을 통한 도박에 상당수 빠져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도박과 게임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을 반복한다면, 일반 독자들은 게임 역시 연관성이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여기에 정점을 찍는 최근 이슈가 지난 6월에 방영된 KBS의 ‘스모킹건2 – 아내가 욕조에 넘어져 죽었어요’편이다. 범인의 동기를 설명하는 부분에 이광민 정신과 전문의가 남편이 게임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길게 풀이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게임을 살인의 결정적 동기로 단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이 해명은 설득력을 얻지는 못했다.

▲ 2024년 6월 6일에 방영된 '스모킹건2' (영상출처: KBS 추적60분 공식 유튜브 채널)

게임업계 반격이 절실할 때

게임 이용장애 국내 도입은 내년으로 다가왔다. WHO의 결정은 권고일 뿐이며, 이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다만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조문석 교수는 지난 5일 열린 게임 이용장애 국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ICD에 등록된 질병코드가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없다. 과거 추세를 따른다면 게임 이용장애는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게임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직접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국게임정책학회가 게임 이용장애 등 현안을 살펴보는 워크숍을 개최했고, 7월 2일에는 게임문화재단 게임과학연구원이 게임의 문제적 행동에서 벗어나 다른 측면을 조명하는 연구결과를 다수 발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게임 이용장애 국제 세미나에서는 조문석 교수와 한덕현 교수가 4년 간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게임이 사람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조승래 의원 등 국회의원 다수가 자리한 ‘게임정책포럼’에서 게임 이용장애를 포함한 현안을 점검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 당시 정당 공약에 게임 이용장애가 질병코드에 등재되는 것을 막기 위해 통계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게임정책포럼 세미나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지난 5일 열린 게임 이용장애 국제 세미나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정부부처에서는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있다. 이중 문체부에는 게임산업 육성 주무부처로서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강유정 의원이 문체부의 대응이 안일하다 지적했다. 강 의원은 “ICD-11 개발이 시작된 2007년 이후 WHO-FIC(ICD 개발∙개정∙보급 협력센터)에 등록된 게임 이용장애 관련 의견은 8건이며, 문체부 의견 제출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진단척도가 개발되고 있음에도 문체부에서 손을 놓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에 대해 문체부 유인촌 장관은 “나에게 그런 의견을 물어온 적이 없는데 다시 확인해보겠다. 게임은 무조건 진흥이라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지 않으며 충분한 의견제기를 할 것이라 답변했다.

게임업계와 문체부 등 관련 기관에서 질병코드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하며 대응하고 있으나, 도입을 찬성하는 쪽 역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과 인식을 획기적으로 뒤집을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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