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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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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관련 기사: 게임위 조사관 2명, 향응·금품수수 혐의... 파문

게임위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내용을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게임위 조사관 2명이 수뢰연루로 조사를 받고 있고, 연루 대상자가 경찰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담겨 있었기 때문이죠.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이번 사건은 참 한심합니다. 조사관 2명이 ‘큰일’을 사소하게 판단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죠. 보도된 뉴스에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조사관 2명은 게임위의 창립멤버로써 지방으로 파견 나가 불법 게임물을 단속하는 경찰을 도와주는 게 주 업무였습니다. 단속 과정에서 아케이드 기기가 불법으로 개조되진 않았는지 혹은 소프트웨어가 바뀌진 않았는지 경찰이 기술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지원해주는 것이었죠. 연루된 조사관 2명은 몇 년간 해당 업무를 하며 여러 경찰들에게 도움을 줬고, 친분을 쌓아 왔습니다.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경찰관 2명도 이들 조사관과 친분이 있던 관계였습니다. 여러 차례 함께 일을 하며 알게 된 사이였죠. 그래서 가진 술자리였습니다. 경찰관들은 매번 도와줘서 고마운데 함께 술 한번 못 먹었다는 명분으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 자리서 10만원권 우체국 수표 30장이 든 봉투가 건네졌습니다. ‘용돈’이라는 이름으로요. 조사관들은 만취한 상태서 받은 상황이라 봉투의 내용물을 다음날에서야 확인했다고 해명했지만 어쨌든 ‘뇌물’이 오간 자리였습니다. 애석하게도 ‘비리’의혹이 발생하는 순간이기도 했죠.

조사관 2명은 엄연한 국가기관의 직원들인 만큼 위 사건이 ‘큰일’임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뼈에 각인될 정도로 교육도 받았겠죠. 그러나 두 조사관은 “우리가 청탁한 것도 없고 경찰이 준 것이니 나쁜 돈일 리가 없다”는 아주 한심한 생각으로 결국 받아 챙겼습니다.

▲ 해당 사건에 대한 게임위의 사과문


이번 사건을 통해 게임위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알다시피 게임위는 영등위의 ‘바다이야기’ 비리 파문으로 산업 전체가 흔들릴 위기에 놓였을 때 출범했습니다.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이라는 목표와 함께요. 때문에 ‘비리’의 ‘비’자도 비춰지지 않아야 했습니다. 출범 목적은 물론 기관의 가치까지 스스로 무너뜨리는 꼴이 될 테니까요. 그간 기치로 내건 ‘공정성’에도 큰 구멍이 생겼습니다. 심의과정이 아닌 사후관리 중에 발생한 사건이고 연루된 조사관이 공무원은 아니라지만, 적어도 ‘게임위’가 문화부 산하의 국가기관인 만큼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할 테니까요. 거센 비난도 피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법에 의거 인디게임은 물론 어린 학생이 제작한 플래시 게임에까지 손을 뻗친 ‘정통 방식’을 고수한 덕분에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아온 게임위인 만큼, 연관된 사건은 아니라지만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 전처럼 당당하게 대응하기 껄끄럽게 됐습니다. 실수 아닌 실수 하나 때문에 말이죠. 저녁 9시. 구구절절 안타까운 감정이 배어있는 메일 내용을 정독하며 씁쓸했던 이유였습니다.

관련 뉴스가 보도된 이후 게임메카 독자 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남겨 주셨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비난이었죠. 어쩔 수 없습니다. 이번만큼은 모두 받아들여야 하겠죠.

ID WarDragon “가혹한 처벌을 내리는 법규정이 있어야 한다.”

ID 데니군 “역시 XX집단이네. 잘하는 짓이다 정말”

ID till “타이밍이 겁나 묘한데요? 어제 한국입법학회에서 통계자료 보내서 셧다운제 시행해도 미미하다는 기사가 떴는데 이건 분명 현재 국회에 올라간 청보법 개정안(셧다운)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하는데 게임위가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네요 ㅋㅋㅋ 나도 게임위가 미워보이진 않는데 타이밍 진짜 안 좋다”

ID 아이매트 “게임위가 직접 말했던 ‘영등위와는 다른 공정투명함’이 고작 이거였나?

ID stella “경찰이 욕먹어야 하는 상황인데 게등위 하는 짓이 워낙 XX니까 오히려 욕을 더 먹는구나”

ID Kuler “상황이 불법 게임장 -> 경찰 -> 게임위 이렇게 흘러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사행성 게임에는 돈을 받고 일반 게임에는 매를 드는 게 대한민국 게등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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