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MMORPG ‘블레이드 앤 소울’은 무협을 기반으로 하는 동양적인 세계관, 그리고 화려한 액션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힘을 보탠 것이 바로 일러스트레이터 김형태의 캐릭터 디자인입니다. 미려한 일러스트를 그대로 구현한 3D모델이 보는 맛을 더했죠. ‘진서연’부터 ‘남소유’ 등 아리따운 미녀 NPC는 물론, ‘화중’이나 ‘도천풍’같은 남성 캐릭터도 나름의 매력을 지니며 게임 재미를 한층 더 높여줬습니다.
▲ 김형태가 그린 '블소' 원화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2013년 김형태는 8년간 공들였던 ‘블소’를 떠났습니다. “규모가 작더라도 나 자신의 그림을 돌아보고, 이를 토대로 하는 게임을 찾아보려고 한다”는 것이 이유였죠. 그리고 2015년에 공개된 것이 바로 모바일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입니다. 여전히 남심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일러스트, 그리고 이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라이브 2D가 ‘역시 김형태’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했죠. 다만 지난 3월에는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테스트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며 아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후 8월 22일, ‘데스티니 차일드’가 다시 도전장을 내밉니다. 과연 캐릭터의 매력과 게임의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았을까요?
‘데스티니 차일드’는 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평화를 바라는 악마지만 실수로 ‘마왕쟁탈전’에 말려들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차기 마왕으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이를 위해 인간의 영혼과 악마의 힘이 결합되어서 만들어지는 부하 ‘차일드’를 모아야 하죠. 그래서 강한 욕망을 지닌 인간을 찾아 소원을 이뤄주고, 그 대가로 ‘차일드’를 얻게 된다는 것이 ‘데스티니 차일드’의 줄거리입니다.
▲ 곳곳에 개그 요소가 가득
이처럼 ‘데스티니 차일드’는 다소 독특한 설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게임 플레이까지 독특하진 않습니다. 전반적인 구성 자체는 여타 모바일 RPG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는 최대 5명 ‘차일드’로 파티를 꾸리고, 스테이지 방식의 스토리 던전이나 요일 던전 등을 진행하게 되죠. 여기서 모으는 재료를 사용해 ‘차일드’를 육성합니다. 이렇게 육성한 ‘차일드’를 통해 더욱 어려운 난이도 던전이나 PvP 등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구조는 흔하게 느껴지죠. 그렇다면 ‘데스티니 차일드’가 다른 모바일 RPG와 차별화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 콘텐츠는 평범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데스티니 차일드’의 강점은 단연 캐릭터에 있습니다. 신체의 곡선을 과장하는 김형태의 화풍은 다소 호불호가 갈리지만, 전반적인 캐릭터 일러스트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게임이 되기는 어려워도 마니아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죠. 또, 3D 대신 2D를 채택하면서 게임에서 일러스트를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캐릭터에는 라이브 2D를 적용해 생동감을 불어 넣습니다. 여기에 목소리까지 확실해 지원하죠. 캐릭터가 게임의 핵심인 만큼, 그 매력을 완벽하게 전달하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그리고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죠.
▲ 표정 변화 등 캐릭터 매력은 잘 드러나 있습니다
▲ NPC도 기대 이상!
▲ 물론 함정도 있습니다
여기에 육성 과정에서도 캐릭터 매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레벨 업’, ‘진화’, ‘장비 착용’ 외에도 ‘데스티니 차일드’ 만의 독특한 육성 요소인 ‘어펙션’를 더한 것이죠. ‘어펙션’은 ‘차일드’를 분해에서 얻는 ‘오닉스’라는 자원을 사용하는 육성법입니다. 각 캐릭터마다 일종의 테크트리가 있고, 일정량의 ‘오닉스’를 소모해 한 단계씩 해제하며 ‘차일드’ 능력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차일드’의 고유 스토리나 대사도 해금할 수 있죠. 그 중에서도 대사는 전투 중에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슬픔의 소네트’의 경우, ‘D+클래스 어펙션’을 찍으면 약점 공격 대사가 추가됩니다. 실제 전투 중에 적의 약점을 공격할 경우 ‘울게 해줄게’라는 대사를 읊으며 공격하죠. 이외에도 ‘어펙션’을 올릴수록 전투시작, 피격 등 다양한 상황에서 캐릭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또, 최종단계인 S클래스를 달성하면 새로운 코스튬도 추가됩니다. 전투력 강화 외에도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요소가 있으니 육성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하죠.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전투 중에도 목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니까요.
▲ '어펙션'을 통한 캐릭터 강화
▲ 내 반드시 '소네트'의 슬픔을 달래주리라...
아쉬운 점은 전투에 있습니다. 안 그래도 화면이 세로라 오브젝트 밀도가 높은데, 적도 ‘라이브 2D’가 적용되어 쉴새 없이 움직이죠. 또, 아군 ‘차일드’도 공격을 하거나 피격 당할 때 화면 하단에서 튀어나옵니다. 스킬을 쓸 때마다 ‘It`s show time!!’이나 ‘Ready to Rumble?’ 등 다양한 문구도 나오죠. 여기에 매 공격마다 날아가는 투사체 연출과 대미지 표시, 약점 표시, 스킬 효과 등 너무 많은 정보와 연출이 좁은 화면에 섞이다 보니 다소 산만하고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전투 자체도 대부분 자동으로 진행되는데, 보는 재미보다는 ‘정신 없다’는 느낌을 주다 보니 피로감을 느끼기 쉽죠.
▲ '데스티니 차일드' 전투 트레일러 (영상제공: 넥스트플로어)
▲ 화려함이 좀 과하다는 느낌
‘데스티니 차일드’는 김형태의 게임이라는 것 만으로도 기대를 받았습니다. 완성도가 부족하다며 테스트를 연기하는 결정은 다소 우려를 불러 일으켰지만, 실제 게임은 그런 걱정을 단숨에 날려버렸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차별화에 성공했죠. 하지만 아직 퍼즐의 한 조각이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바로 전투의 완성도죠. 정식 서비스 이전까지 그 조각을 찾아낼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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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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